[위험 속 노동자들 ①] ‘소음’에 방치된 대한민국 노동자

입력 2018.07.15 (10:01) 수정 2018.08.06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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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시끄러운 소리들입니다.


어떤가요? 각 소리의 크기를 재면 대략 구급차 소리는 120dB, 전기톱은 115dB, 자동차 경적은 110dB 수준이라고 합니다. 익숙한 느낌이 드시나요? 만일 그렇다면 당장 청력 테스트를 해보시기 바랍니다. 이처럼 구급차 사이렌이나 전기톱 소리와 비슷한 수준의 소음이 끊임없이 나는 곳에서 하루 8시간씩 지낸다고 상상해 봅시다.
아래 음성 파일은 청력 손실을 가져올 수 있는 소음에 매일(하루 8시간) 노출됐을 경우 세월이 흐르면서 청력이 얼마나 손실되는지를 느낄 수 있도록 영국 산업안전보건청(HSE)이 제공하는 시연용 음성 파일입니다. 18살(동영상 1분17초쯤)에 정상적인 청력을 지녔을 당시 들리던 소리가, 소음에 노출된 일터에서 계속 일할 경우 점점 어떻게 변하는지 느껴보시기 바랍니다.(처음에 볼륨을 가능한한 크게 높인 상태에서 동영상을 시작해야 마지막에 얼마나 청력이 손실되는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85dB 이상의 소음에 하루 8시간 이상 노출됐을 경우 청력이 떨어질 위험이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처럼 높은 소음이 하루종일 발생하는 사업장은 우리나라에 얼마나 될까요? KBS데이터저널리즘팀이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사업장 작업환경측정 결과 유해인자(물질)가 기준치보다 초과해 측정되거나 검출된 사업장의 명단을 정보공개청구했습니다.
(※ 작업환경측정 :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화학물질이나 중금속, 소음, 분진 등의 유해인자에 노동자가 얼마나 노출되는지를 주기적으로 측정,평가하는 것으로 그 결과를 고용노동부에 제출하는 제도.)

그 결과 지난 2015년~17년까지 3년동안 해마다 전국의 60,000~65,000여 곳의 사업장을 대상으로 작업환경을 측정하는데, 보통 8,500개 안팎의 사업장이 유해인자 노출 기준치를 넘어서 측정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3년간 측정대상 유해인자(물질)가 하나라도 한 번이상 초과돼 검출된 사업장은 모두 13,833곳입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 95.8%인 13,255 곳이 '소음' 기준치가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우리 노동자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첫번째 유해인자는 바로 '소음'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보통 직업병(소음성 난청) 판정을 내릴 경우 노동자가 85dB 이상의 소음에 장기간(3년 이상) 노출됐는지를 살펴봅니다. 하지만 작업환경측정과 관련한 규정들은 소음 노출 상한 기준을 이보다 높은 8시간 평균 90dB로 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소음이 5dB이 높아질수록 노출 기준 시간은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가령 95dB에서는 4시간, 100dB에서는 2시간입니다. 115dB은 15분 동안만 노출돼야 합니다. 소리는 본래 3dB이 높아지면 2배가 되지만 실제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5dB 증가시 2배가 된다는 조사결과를 인용해 우리나라는 노출시간을 5dB 증가시 절반으로 줄여 정했다고 합니다. 이는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SHA)이 정한 기준과 같습니다.


우리 기준은 8시간 90dB이지만, 전문가들은 보통 85dB 이상의 소음을 지속적으로 들을 경우 소음성 난청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고 합니다. 이 경우 특수건강진단 대상이 됩니다. 또 앞서 설명한 것처럼 소음 측정값이 100dB이면 기준치(90dB)의 4배나 되는 소음에 노동자가 노출돼 있는 것입니다. 115dB로 측정된 경우는 기준보다 32배나 많은 소음에 노출된 것입니다.

공개된 자료에 의하면 지난 3년동안 소음 기준을 초과한 사업장 13,833곳 가운데 10.8%인 1,431곳에서 기준보다 4배나 많은 소음, 즉 '100dB ~ 105dB'의 소음이 측정됐습니다. 또한 115dB 이상, 즉 기준치보다 32배가 넘는 소음이 측정된 사업장도 16곳이나 됐습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이것이 순간 소음 측정값이 아니라 8시간 지속적으로 이 정도의 소음이 측정됐다는 것입니다.(한 사업장 중복 측정시 가장 높은 측정값 적용)


만일 이경우 산업용 귀마개와 같은 장비를 반드시 착용해야합니다. 또한 사업주도 소음을 줄이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실제 지난 7년 동안 '소음성 난청'의 직업병 산재 판정을 받은 노동자는 해마다 늘어 지난해는 천 명이 넘어섰습니다. 이는 전년도인 2016년의 472명보다 두 배 이상이 늘어난 수칩니다.


그러나 이 같은 수치도 소음 노출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집계된 사업장이 매년 8천 곳이 넘는 현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적게 보입니다. 참고로 2016년 독일에서 소음으로 인한 직업병 판정을 받은 사람은 6,850명입니다.
실제 우리나라의 경우도 특수건강진단을 통해 소음에 의한 '소음성 난청' 직업병 소견을 받은 노동자(유소견자)는 2015년에 이미 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더구나 향후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한 '소음성 난청' 요관찰자로 분류된 노동자는 2016년 기준 13만 명에 육박합니다.


소음으로 인해 특수건강진단을 받은 노동자는 2016년 한해 65만여 명. 이 가운데 소음성 난청이라는 직업병 소견이 나오거나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는 판정이 나온 노동자는 14만여 명으로 20%가 넘습니다. 특수건강진단을 받은 노동자 5명 중의 1명꼴입니다.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얼마나 소음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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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8-08-06 14: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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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시끄러운 소리들입니다.


어떤가요? 각 소리의 크기를 재면 대략 구급차 소리는 120dB, 전기톱은 115dB, 자동차 경적은 110dB 수준이라고 합니다. 익숙한 느낌이 드시나요? 만일 그렇다면 당장 청력 테스트를 해보시기 바랍니다. 이처럼 구급차 사이렌이나 전기톱 소리와 비슷한 수준의 소음이 끊임없이 나는 곳에서 하루 8시간씩 지낸다고 상상해 봅시다.
아래 음성 파일은 청력 손실을 가져올 수 있는 소음에 매일(하루 8시간) 노출됐을 경우 세월이 흐르면서 청력이 얼마나 손실되는지를 느낄 수 있도록 영국 산업안전보건청(HSE)이 제공하는 시연용 음성 파일입니다. 18살(동영상 1분17초쯤)에 정상적인 청력을 지녔을 당시 들리던 소리가, 소음에 노출된 일터에서 계속 일할 경우 점점 어떻게 변하는지 느껴보시기 바랍니다.(처음에 볼륨을 가능한한 크게 높인 상태에서 동영상을 시작해야 마지막에 얼마나 청력이 손실되는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85dB 이상의 소음에 하루 8시간 이상 노출됐을 경우 청력이 떨어질 위험이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처럼 높은 소음이 하루종일 발생하는 사업장은 우리나라에 얼마나 될까요? KBS데이터저널리즘팀이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사업장 작업환경측정 결과 유해인자(물질)가 기준치보다 초과해 측정되거나 검출된 사업장의 명단을 정보공개청구했습니다.
(※ 작업환경측정 :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화학물질이나 중금속, 소음, 분진 등의 유해인자에 노동자가 얼마나 노출되는지를 주기적으로 측정,평가하는 것으로 그 결과를 고용노동부에 제출하는 제도.)

그 결과 지난 2015년~17년까지 3년동안 해마다 전국의 60,000~65,000여 곳의 사업장을 대상으로 작업환경을 측정하는데, 보통 8,500개 안팎의 사업장이 유해인자 노출 기준치를 넘어서 측정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3년간 측정대상 유해인자(물질)가 하나라도 한 번이상 초과돼 검출된 사업장은 모두 13,833곳입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 95.8%인 13,255 곳이 '소음' 기준치가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우리 노동자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첫번째 유해인자는 바로 '소음'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보통 직업병(소음성 난청) 판정을 내릴 경우 노동자가 85dB 이상의 소음에 장기간(3년 이상) 노출됐는지를 살펴봅니다. 하지만 작업환경측정과 관련한 규정들은 소음 노출 상한 기준을 이보다 높은 8시간 평균 90dB로 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소음이 5dB이 높아질수록 노출 기준 시간은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가령 95dB에서는 4시간, 100dB에서는 2시간입니다. 115dB은 15분 동안만 노출돼야 합니다. 소리는 본래 3dB이 높아지면 2배가 되지만 실제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5dB 증가시 2배가 된다는 조사결과를 인용해 우리나라는 노출시간을 5dB 증가시 절반으로 줄여 정했다고 합니다. 이는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SHA)이 정한 기준과 같습니다.


우리 기준은 8시간 90dB이지만, 전문가들은 보통 85dB 이상의 소음을 지속적으로 들을 경우 소음성 난청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고 합니다. 이 경우 특수건강진단 대상이 됩니다. 또 앞서 설명한 것처럼 소음 측정값이 100dB이면 기준치(90dB)의 4배나 되는 소음에 노동자가 노출돼 있는 것입니다. 115dB로 측정된 경우는 기준보다 32배나 많은 소음에 노출된 것입니다.

공개된 자료에 의하면 지난 3년동안 소음 기준을 초과한 사업장 13,833곳 가운데 10.8%인 1,431곳에서 기준보다 4배나 많은 소음, 즉 '100dB ~ 105dB'의 소음이 측정됐습니다. 또한 115dB 이상, 즉 기준치보다 32배가 넘는 소음이 측정된 사업장도 16곳이나 됐습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이것이 순간 소음 측정값이 아니라 8시간 지속적으로 이 정도의 소음이 측정됐다는 것입니다.(한 사업장 중복 측정시 가장 높은 측정값 적용)


만일 이경우 산업용 귀마개와 같은 장비를 반드시 착용해야합니다. 또한 사업주도 소음을 줄이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실제 지난 7년 동안 '소음성 난청'의 직업병 산재 판정을 받은 노동자는 해마다 늘어 지난해는 천 명이 넘어섰습니다. 이는 전년도인 2016년의 472명보다 두 배 이상이 늘어난 수칩니다.


그러나 이 같은 수치도 소음 노출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집계된 사업장이 매년 8천 곳이 넘는 현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적게 보입니다. 참고로 2016년 독일에서 소음으로 인한 직업병 판정을 받은 사람은 6,850명입니다.
실제 우리나라의 경우도 특수건강진단을 통해 소음에 의한 '소음성 난청' 직업병 소견을 받은 노동자(유소견자)는 2015년에 이미 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더구나 향후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한 '소음성 난청' 요관찰자로 분류된 노동자는 2016년 기준 13만 명에 육박합니다.


소음으로 인해 특수건강진단을 받은 노동자는 2016년 한해 65만여 명. 이 가운데 소음성 난청이라는 직업병 소견이 나오거나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는 판정이 나온 노동자는 14만여 명으로 20%가 넘습니다. 특수건강진단을 받은 노동자 5명 중의 1명꼴입니다.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얼마나 소음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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