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이슈] 영국 ‘염산 테러’ 급증…런던서만 연 390여 건

입력 2018.07.25 (20:40) 수정 2018.07.25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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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영국에선 길을 가다가 묻지마식 염산 테러를 당하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고 합니다.

영국 경찰의 엄포에도 10대들을 중심으로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라는데요.

급기야 상점에 있던 3살 어린이까지 아무 이유없이 괴한에게 공격받아 중화상을 입으면서 영국에서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이슈 국제부 홍석우 기자와 함께 자세히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홍 기자? 보니까 런던뿐만 아니라 이제 소도시까지 확산되고 있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3살 어린이가 산성 물질 공격을 받은 게 지난 21일 잉글랜드 우스터에서였는데요.

사흘 만에 버밍엄에서 40대 여성이 산성 물질 공격을 받았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런던뿐만 아니라 지방 소도시까지 확산되는 추세입니다.

지난 21일이죠.

지금 보시는 이곳, 우스터 지역 한 소매점에서 세 살 남자아이가 괴한이 뿌린 산성 물질을 뒤집어쓰고 얼굴과 팔에 중화상을 입었습니다.

아이는 이후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퇴원했고, 집에서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지 경찰이 CCTV를 확인한 결과 용의자들이 고의로 산성 물질을 뿌린 것으로 드러났고요.

현재 다섯 명의 용의자가 체포된 상황입니다.

[마크 트래비스/웨스트 메르시아 경찰 서장 : "우스터는 정말 안전한 지역입니다. 어린이를 향한 공격이 발생하는 것은 아주 드문 일입니다."]

현지시간으로 어제 버밍엄 레이디우드 지역에서는 47세 여성이 자전거를 탄 괴한에게 산성 물질 공격을 받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영국에서 이런 묻지마 염산 테러가 점점 늘고 있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입니까?

[기자]

가디언지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14년 4월부터 2015년 3월까지 런던에서 발생한 산성 물질 공격 사건은 186건이었는데요.

2016년 4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런던에서 발생한 산성 물질 공격 사건은 397건에 달했습니다. 2배 가량 늘어난 거죠.

영국 전역이 아니라 런던만 해도 이 정도입니다.

지난해 9월 런던 동부 스트랫퍼드의 한 쇼핑센터입니다.

이곳에서 두 무리의 남성들이 말싸움을 벌이다 산성 물질로 서로를 공격해 6명이 부상을 입었고, 현장에서 10대 청소년 한 명이 체포됐습니다.

[바바라/런던 시민 : "무섭고 겁나요. 사람들이 더 이상 안전하게 다닐 수 없잖아요."]

지난해 7월에도 10대 2명이 행인 5명에게 잇따라 산성 물질을 뿌리고 달아났다가 경찰에 체포된 일이 있었고요.

지난해 4월에는 런던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한 남성이 산성 물질을 두 사람에게 뿌려 중상을 입었습니다.

산성 물질 공격을 받은 피해자들은 아직도 육체적,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세이디 라이트/런던 나이트클럽 산성 물질 공격 피해자 : "이제 나이트클럽이나 사람이 많은 곳에는 절대 가지 않을 거예요. 그런 곳에 못 가겠어요."]

산성 공격에 사용되는 물질은 표백제와 암모니아, 그리고 염산과 같이 부식을 일으킬 수 있는 산 종류인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특히 산성 물질은 몸에 닿기만 해도 큰 화상을 입을 정도로 치명적입니다.

[앵커]

보통 염산 테러하면 젊은 여성들이 피해를 입는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영국에선 양상이 좀 다르다면서요?

[기자]

그렇습니다.

파키스탄이나 인도 등에서는 보복성 산성 물질 공격으로 고통받는 여성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죠.

대부분 지참금 문제나 혹은 구애를 했다가 거절을 당했다는 이유로 남편이나 가까운 가족 등으로부터 염산 테러를 당한 경우입니다.

집안의 명예를 훼손시켰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영국은 조금 다릅니다.

지난해 11월 BBC와 런던 경찰청이 런던에서 15년간 발생한 산성 물질 공격 사건을 분석한 결과를 내놨는데요.

용의자의 74%가 남성, 피해자의 67%가 남성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범행 동기 가운데 집안의 명예를 훼손시켰다는 이유는 단 1건이었습니다.

영국에서의 산성 물질 공격 범죄는 대개 범죄 조직 간의 싸움이나 심야의 술집 폭력 사건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강도를 목적으로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이용한 산성 물질 공격도 늘고 있고, 산성 물질을 구하기 쉬운 만큼 10대들의 범죄도 늘고 있습니다.

영국 정부가 무기 소지 행위에 대해 엄격히 대응하면서 총 대신 산성 물질을 이용하는 사건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고요.

처벌이 비교적 가볍다는 점도 산성 물질 공격 범죄가 확산하게 된 이유 중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앵커]

총 대신 이용하는 게 염산이라는 이야기네요.

관광객들도 언제 어디서 염산 테러를 당할 지 모르는데 영국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이는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늘어나는 산성 물질 공격 범죄로 영국 정부도 고민이 많습니다.

지난 4월 영국 내무부가 '공격 무기 법안'을 입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온라인상에서 18세 미만에 대한 산성 물질 판매를 금지하고, 정당한 이유 없는 산성 물질 휴대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경찰의 검문검색도 대폭 강화됩니다.

또 성인이 산성 물질을 갖고 다니다가 두 번 적발된 경우에는 최소 6개월 징역을 선고받게 됩니다.

지금까지 글로벌 이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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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25 20:43:59
    • 수정2018-07-25 20:51:16
    글로벌24
[앵커]

요즘 영국에선 길을 가다가 묻지마식 염산 테러를 당하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고 합니다.

영국 경찰의 엄포에도 10대들을 중심으로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라는데요.

급기야 상점에 있던 3살 어린이까지 아무 이유없이 괴한에게 공격받아 중화상을 입으면서 영국에서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이슈 국제부 홍석우 기자와 함께 자세히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홍 기자? 보니까 런던뿐만 아니라 이제 소도시까지 확산되고 있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3살 어린이가 산성 물질 공격을 받은 게 지난 21일 잉글랜드 우스터에서였는데요.

사흘 만에 버밍엄에서 40대 여성이 산성 물질 공격을 받았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런던뿐만 아니라 지방 소도시까지 확산되는 추세입니다.

지난 21일이죠.

지금 보시는 이곳, 우스터 지역 한 소매점에서 세 살 남자아이가 괴한이 뿌린 산성 물질을 뒤집어쓰고 얼굴과 팔에 중화상을 입었습니다.

아이는 이후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퇴원했고, 집에서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지 경찰이 CCTV를 확인한 결과 용의자들이 고의로 산성 물질을 뿌린 것으로 드러났고요.

현재 다섯 명의 용의자가 체포된 상황입니다.

[마크 트래비스/웨스트 메르시아 경찰 서장 : "우스터는 정말 안전한 지역입니다. 어린이를 향한 공격이 발생하는 것은 아주 드문 일입니다."]

현지시간으로 어제 버밍엄 레이디우드 지역에서는 47세 여성이 자전거를 탄 괴한에게 산성 물질 공격을 받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영국에서 이런 묻지마 염산 테러가 점점 늘고 있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입니까?

[기자]

가디언지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14년 4월부터 2015년 3월까지 런던에서 발생한 산성 물질 공격 사건은 186건이었는데요.

2016년 4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런던에서 발생한 산성 물질 공격 사건은 397건에 달했습니다. 2배 가량 늘어난 거죠.

영국 전역이 아니라 런던만 해도 이 정도입니다.

지난해 9월 런던 동부 스트랫퍼드의 한 쇼핑센터입니다.

이곳에서 두 무리의 남성들이 말싸움을 벌이다 산성 물질로 서로를 공격해 6명이 부상을 입었고, 현장에서 10대 청소년 한 명이 체포됐습니다.

[바바라/런던 시민 : "무섭고 겁나요. 사람들이 더 이상 안전하게 다닐 수 없잖아요."]

지난해 7월에도 10대 2명이 행인 5명에게 잇따라 산성 물질을 뿌리고 달아났다가 경찰에 체포된 일이 있었고요.

지난해 4월에는 런던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한 남성이 산성 물질을 두 사람에게 뿌려 중상을 입었습니다.

산성 물질 공격을 받은 피해자들은 아직도 육체적,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세이디 라이트/런던 나이트클럽 산성 물질 공격 피해자 : "이제 나이트클럽이나 사람이 많은 곳에는 절대 가지 않을 거예요. 그런 곳에 못 가겠어요."]

산성 공격에 사용되는 물질은 표백제와 암모니아, 그리고 염산과 같이 부식을 일으킬 수 있는 산 종류인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특히 산성 물질은 몸에 닿기만 해도 큰 화상을 입을 정도로 치명적입니다.

[앵커]

보통 염산 테러하면 젊은 여성들이 피해를 입는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영국에선 양상이 좀 다르다면서요?

[기자]

그렇습니다.

파키스탄이나 인도 등에서는 보복성 산성 물질 공격으로 고통받는 여성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죠.

대부분 지참금 문제나 혹은 구애를 했다가 거절을 당했다는 이유로 남편이나 가까운 가족 등으로부터 염산 테러를 당한 경우입니다.

집안의 명예를 훼손시켰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영국은 조금 다릅니다.

지난해 11월 BBC와 런던 경찰청이 런던에서 15년간 발생한 산성 물질 공격 사건을 분석한 결과를 내놨는데요.

용의자의 74%가 남성, 피해자의 67%가 남성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범행 동기 가운데 집안의 명예를 훼손시켰다는 이유는 단 1건이었습니다.

영국에서의 산성 물질 공격 범죄는 대개 범죄 조직 간의 싸움이나 심야의 술집 폭력 사건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강도를 목적으로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이용한 산성 물질 공격도 늘고 있고, 산성 물질을 구하기 쉬운 만큼 10대들의 범죄도 늘고 있습니다.

영국 정부가 무기 소지 행위에 대해 엄격히 대응하면서 총 대신 산성 물질을 이용하는 사건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고요.

처벌이 비교적 가볍다는 점도 산성 물질 공격 범죄가 확산하게 된 이유 중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앵커]

총 대신 이용하는 게 염산이라는 이야기네요.

관광객들도 언제 어디서 염산 테러를 당할 지 모르는데 영국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이는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늘어나는 산성 물질 공격 범죄로 영국 정부도 고민이 많습니다.

지난 4월 영국 내무부가 '공격 무기 법안'을 입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온라인상에서 18세 미만에 대한 산성 물질 판매를 금지하고, 정당한 이유 없는 산성 물질 휴대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경찰의 검문검색도 대폭 강화됩니다.

또 성인이 산성 물질을 갖고 다니다가 두 번 적발된 경우에는 최소 6개월 징역을 선고받게 됩니다.

지금까지 글로벌 이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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