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전엔 “여학교가 교복 더 원해요”…뉴스로 돌아본 교복 변천사

입력 2018.07.30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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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고등학생 교복 자율적 부활 (KBS뉴스9/1990.01.12.)

7년 전 정부의 교복 자율화 조치 발표 이후에 자유복으로 가던 학교들. 이젠 여학교를 중심으로 점점 교복을 입는 학교가 늘고 있습니다.

1990년 1월 12일 9시 뉴스의 일부입니다. 1983년 이른바 '교복 자율화' 조치가 시행되고 7년 뒤, 교복을 입는 학교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는 보도입니다. 특히 여학교에서 교복을 재도입하려는 요구가 많았다고 합니다.

28년이 지나고, 서울시교육청이 '편안한 교복'을 만들겠다며 공론화를 시작했습니다. 학생들의 '건강권'과 '자율권'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라고 합니다.

교복과 관련한 청와대 국민 청원이 3백여 건(7월 초 기준)을 돌파했습니다. 교복에 대한 논의가 다시금 불붙은 지금, 지난 30여 년 KBS 뉴스를 통해 교복의 역사를 되짚어봤습니다.

교복이여 안녕-변천사와 추억담을 영상으로 (뉴스파노라마/1982.12.19.)교복이여 안녕-변천사와 추억담을 영상으로 (뉴스파노라마/1982.12.19.)

우리나라 첫 교복은 다홍색 치마저고리

1982년 교복 자율화를 앞두고 방송된 KBS 뉴스파노라마를 보면, 우리나라에 처음 교복이 도입된 것은 1880년대입니다. 이화학당이 가장 먼저 학생에게 제복을 입히기 시작했는데, 당시 교복은 다홍색 치마저고리였다고 합니다. 이어 1920년대 지금과 같은 서양식 교복이 보편화되기 시작했습니다. "교복은 학교의 자율적 선택에서 출발했지만 일제 치하에서 전시 동원 등 일제의 통치 편의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합니다.


학생들의 유행 따라 교복 디자인 바꾸기도

당시에도 학생들은 맵시 있는 교복을 입기를 원했다고 합니다. 특히 "여학생들은 교복에 더욱 민감해서" 어떤 여학교는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교복의 색을 바꾸기도 했다고 합니다.

"우리 여학생들은 아무래도 교복에 대해서 상당히 신경이 많이 쓰이는 것 같아요. 근데 우리 학교 교복은 자주색이라서 상당히 특색이 있긴 하지만 조금 뚱뚱해 보이는 감이 있거든요." 한 여학생의 인터뷰입니다.


졸업식장마다 유행처럼 번졌던 몇 가지 해프닝

당시에도 졸업식 때는 밀가루를 엎어 쓰는 등 교복을 더럽힌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그것은 분명 탈선이었지만 교복을 하나의 제약과 속박으로 받아들였던 젊은이들의 애교 어린 장난기이기도 했다"라고 뉴스파노라마는 설명했습니다.

중학생 고등학생 교복 자율적 부활 (뉴스9/1990.01.12.)중학생 고등학생 교복 자율적 부활 (뉴스9/1990.01.12.)

1990년, 다시 등장한 교복…남학교보단 여학교에서 교복 선호

야심 차게 시작한 교복 자율화는 7년여 만에 끝납니다. 뉴스를 보면, 1986년부터 학부모와 학생들의 의견을 물어 교복을 다시 입기로 한 학교가 생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1990년 당시 남학교는 전체 14.5%, 여학교의 경우는 전체 24%가 교복을 다시 도입했다고 하는데요. 당시 서울시 생활지도 장학관은 "일반적으로 옷에 대해서 신경을 쓰는 것을 여학생이 더 많이 쓰게 되고 또 남학생과 달라서 좋은 옷을 입느냐, 안 입느냐에 따른 그런 위화감 때문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중학교보다는 고등학교에서, 국·공립보다는 사립학교에서 교복을 더 선호했다고 합니다.

여학생 교복 치마 강요는 차별 (뉴스9/2003.11.26.)여학생 교복 치마 강요는 차별 (뉴스9/2003.11.26.)

2003년, "여학생 치마 교복 강요는 차별"

2000년대에 들어선 여학생의 치마 교복에 차별적 요소가 있다는 문제의식이 퍼지기 시작합니다. 여성가족부 남녀차별개선위원회는 2003년 "여학생 치마 교복 강요는 남녀차별"이라는 결정을 내렸다고 합니다. 당시 여성부가 전국 4,036개 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학생에게 치마 교복만 입도록 하는 학교가 전체 54%였다고 하네요.

변형 교복, 디자인 바꿔 비싸게 (뉴스9/2009.03.10.)변형 교복, 디자인 바꿔 비싸게 (뉴스9/2009.03.10.)

2009년, "학교 규정 어기고 '꽉 끼게' 교복 변형"

사실 교복이 불편하고 꽉 낀다는 이야기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미 2009년 대형 교복업체들의 이른바 '변형 교복'이 문제가 됐습니다. 학교가 마련한 규정을 무시한 채 웃옷의 길이를 줄이고 통을 좁게 만드는가 하면, 디자인의 차별성을 내세워 가격까지 올려 받았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당시 한 중학교 교장은 "학생들을 패션의 소비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교복 자율화·시위 허용…학생인권조례 갈등 (뉴스9/2011.09.07.)교복 자율화·시위 허용…학생인권조례 갈등 (뉴스9/2011.09.07.)

2011년, '학생인권조례' 도입…"학교 현장 혼란 우려"

2011년쯤부터 도입된 '학생인권조례'에선 두발·교복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학교 현장의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았습니다. 당시 한국교총 대변인은 "인권만을 너무 강조하다 보면 학생과 교사 간의 갈등만 야기되고 이 때문에 교육의 약화 현상이 (우려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교복의 순기능 살리는 개선 방안 찾아야

교복 자율화로 인해 폐지됐던 교복이 다시 도입된 1990년, 학부모와 학생들은 교복의 순기능이 크다고 봤습니다. 학생과 학부모에겐 경제적 부담과 옷을 골라 입는 불편함을 줄이고, 교사에겐 학생 생활 지도에 도움을 준다는 것입니다.

28년 전 기사처럼, "과거처럼 획일적 통제를 위한 것이 아니라, 학교별로 다양성과 전통을 추구하면서 학생들의 소속감을 높여주는 방향으로" 바람직한 교복 개선 방안이 나오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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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8년 전엔 “여학교가 교복 더 원해요”…뉴스로 돌아본 교복 변천사
    • 입력 2018-07-30 23:02:48
    취재K
▲중학생 고등학생 교복 자율적 부활 (KBS뉴스9/1990.01.12.)

7년 전 정부의 교복 자율화 조치 발표 이후에 자유복으로 가던 학교들. 이젠 여학교를 중심으로 점점 교복을 입는 학교가 늘고 있습니다.

1990년 1월 12일 9시 뉴스의 일부입니다. 1983년 이른바 '교복 자율화' 조치가 시행되고 7년 뒤, 교복을 입는 학교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는 보도입니다. 특히 여학교에서 교복을 재도입하려는 요구가 많았다고 합니다.

28년이 지나고, 서울시교육청이 '편안한 교복'을 만들겠다며 공론화를 시작했습니다. 학생들의 '건강권'과 '자율권'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라고 합니다.

교복과 관련한 청와대 국민 청원이 3백여 건(7월 초 기준)을 돌파했습니다. 교복에 대한 논의가 다시금 불붙은 지금, 지난 30여 년 KBS 뉴스를 통해 교복의 역사를 되짚어봤습니다.

교복이여 안녕-변천사와 추억담을 영상으로 (뉴스파노라마/1982.12.19.)
우리나라 첫 교복은 다홍색 치마저고리

1982년 교복 자율화를 앞두고 방송된 KBS 뉴스파노라마를 보면, 우리나라에 처음 교복이 도입된 것은 1880년대입니다. 이화학당이 가장 먼저 학생에게 제복을 입히기 시작했는데, 당시 교복은 다홍색 치마저고리였다고 합니다. 이어 1920년대 지금과 같은 서양식 교복이 보편화되기 시작했습니다. "교복은 학교의 자율적 선택에서 출발했지만 일제 치하에서 전시 동원 등 일제의 통치 편의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합니다.


학생들의 유행 따라 교복 디자인 바꾸기도

당시에도 학생들은 맵시 있는 교복을 입기를 원했다고 합니다. 특히 "여학생들은 교복에 더욱 민감해서" 어떤 여학교는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교복의 색을 바꾸기도 했다고 합니다.

"우리 여학생들은 아무래도 교복에 대해서 상당히 신경이 많이 쓰이는 것 같아요. 근데 우리 학교 교복은 자주색이라서 상당히 특색이 있긴 하지만 조금 뚱뚱해 보이는 감이 있거든요." 한 여학생의 인터뷰입니다.


졸업식장마다 유행처럼 번졌던 몇 가지 해프닝

당시에도 졸업식 때는 밀가루를 엎어 쓰는 등 교복을 더럽힌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그것은 분명 탈선이었지만 교복을 하나의 제약과 속박으로 받아들였던 젊은이들의 애교 어린 장난기이기도 했다"라고 뉴스파노라마는 설명했습니다.

중학생 고등학생 교복 자율적 부활 (뉴스9/1990.01.12.)
1990년, 다시 등장한 교복…남학교보단 여학교에서 교복 선호

야심 차게 시작한 교복 자율화는 7년여 만에 끝납니다. 뉴스를 보면, 1986년부터 학부모와 학생들의 의견을 물어 교복을 다시 입기로 한 학교가 생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1990년 당시 남학교는 전체 14.5%, 여학교의 경우는 전체 24%가 교복을 다시 도입했다고 하는데요. 당시 서울시 생활지도 장학관은 "일반적으로 옷에 대해서 신경을 쓰는 것을 여학생이 더 많이 쓰게 되고 또 남학생과 달라서 좋은 옷을 입느냐, 안 입느냐에 따른 그런 위화감 때문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중학교보다는 고등학교에서, 국·공립보다는 사립학교에서 교복을 더 선호했다고 합니다.

여학생 교복 치마 강요는 차별 (뉴스9/2003.11.26.)
2003년, "여학생 치마 교복 강요는 차별"

2000년대에 들어선 여학생의 치마 교복에 차별적 요소가 있다는 문제의식이 퍼지기 시작합니다. 여성가족부 남녀차별개선위원회는 2003년 "여학생 치마 교복 강요는 남녀차별"이라는 결정을 내렸다고 합니다. 당시 여성부가 전국 4,036개 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학생에게 치마 교복만 입도록 하는 학교가 전체 54%였다고 하네요.

변형 교복, 디자인 바꿔 비싸게 (뉴스9/2009.03.10.)
2009년, "학교 규정 어기고 '꽉 끼게' 교복 변형"

사실 교복이 불편하고 꽉 낀다는 이야기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미 2009년 대형 교복업체들의 이른바 '변형 교복'이 문제가 됐습니다. 학교가 마련한 규정을 무시한 채 웃옷의 길이를 줄이고 통을 좁게 만드는가 하면, 디자인의 차별성을 내세워 가격까지 올려 받았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당시 한 중학교 교장은 "학생들을 패션의 소비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교복 자율화·시위 허용…학생인권조례 갈등 (뉴스9/2011.09.07.)
2011년, '학생인권조례' 도입…"학교 현장 혼란 우려"

2011년쯤부터 도입된 '학생인권조례'에선 두발·교복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학교 현장의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았습니다. 당시 한국교총 대변인은 "인권만을 너무 강조하다 보면 학생과 교사 간의 갈등만 야기되고 이 때문에 교육의 약화 현상이 (우려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교복의 순기능 살리는 개선 방안 찾아야

교복 자율화로 인해 폐지됐던 교복이 다시 도입된 1990년, 학부모와 학생들은 교복의 순기능이 크다고 봤습니다. 학생과 학부모에겐 경제적 부담과 옷을 골라 입는 불편함을 줄이고, 교사에겐 학생 생활 지도에 도움을 준다는 것입니다.

28년 전 기사처럼, "과거처럼 획일적 통제를 위한 것이 아니라, 학교별로 다양성과 전통을 추구하면서 학생들의 소속감을 높여주는 방향으로" 바람직한 교복 개선 방안이 나오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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