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유망주 정윤성, 아시안게임 선발 논란 딛고 ‘우뚝’

입력 2018.08.07 (10:51) 수정 2018.08.07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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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윤성(가운데)이 미국 켄터키뱅크 챌린저에서 4강에 진출한 뒤 탁정모 코치(오른쪽)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사진제공=스포티즌]

한국 남자 테니스 유망주 정윤성(20, CJ후원)에게 8월 첫째 주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정윤성은 미국 렉싱턴에서 열린 켄터키뱅크 챌린저에서 4강에 진출했다. 프로 데뷔 이후 최고 성적. 챌린저는 일종의 프로 2부 격으로 세계 200위권 밖의 선수들이 주로 뛰는 대회다. 그동안 한 차례도 챌린저 4강 이상 진출한 적이 없었던 정윤성으로서는 하나의 벽을 통과한 셈이다.

실제로 정윤성에게 이번 챌린저 4강은 감회가 남달랐다. 어느 때보다 이를 악물고 독하게 달려들어 얻어낸 결과였기 때문이다.

사실 정윤성은 지난달 충격적인 소식을 접해야 했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에서 탈락한 것이다. 객관적인 실력과 기량 면에서 충분히 남자 대표 6명 안에 들 수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정희성 감독이 이끄는 남자 대표팀 명단에는 7월 3일 발표 당시 순위 기준으로 이덕희(233위) 권순우(240위) 홍성찬(697위) 임용규(848위) 이재문(960위) 김영석(1,059위)이 이름을 올렸다. 당시 세계 랭킹 369위였던 정윤성은 순위로만 따지고 보면 이 가운데 3번째로 뽑혔어야 하는데, 정작 자신의 이름은 온데간데 없었다.

억울하고 분했다. 단식이 아닌 복식 랭킹으로 선수를 선발했다고 생각해도 이건 아니었다. 대한테니스협회 홈페이지에 등록된 7월 15일 자 국내 복식 랭킹에서 정윤성은 7위에 올라, 김영석(15위) 이재문(20위)보다 앞서 있었다.

당시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을 놓고 테니스계는 논란이 분분했다. 객관적인 실력으로 뽑기보다는 코칭스태프와 협회 강화위원들의 사적 이해관계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흘러나왔다. 정희성 대표팀 감독의 소속팀인 부천시청과 협회 강화위원 K씨의 소속팀 선수가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하지만 이에 대해 대한테니스협회 곽용운 회장은 "국가대표 6명 가운데 2명은 단식 랭킹 순으로 뽑고 전 한국선수권대회 우승자는 자동 선발하는 원칙이 있다. 하지만 나머지 3명은 감독과 강화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선발할 수 있다"며 규정상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전창대 대한테니스협회 강화위원장은 "아시안게임에 단식은 2명만 나갈 수 있고, 나머지는 복식을 위주로 꾸려야 하기 때문에 무조건 랭킹 순으로 선발할 수는 없었다. 강화위원회는 감독에게 모든 권한을 주고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정윤성에게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다. 올해 가장 큰 목표를 아시안게임에 두고 있었는데 출전 자체가 불발되면서, 새로운 목표를 설정할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겠다고 결심한 정윤성은 독기를 품고 테니스 자체에 더욱 집중했다. 대표 탈락을 처음 접한 그 주에 열린 대구퓨처스에서 단식과 복식을 석권했고, 미국에서 열린 챌린저 대회에서 생애 처음 4강까지 진출한 것이다.

정윤성은 챌린저 4강에 오른 뒤 KBS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국가대표에 탈락해서 아쉽지 않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하루 만에 마음을 다잡고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기로 했다. 그 주에 대구퓨처스에서 단복식을 우승했다. 그리고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챌린저 4강까지 진출했다. 다음 주 광주에서 있는 챌린저까지 잘하면 ATP 200위 안쪽까지 진입한다. 아시안게임 대표로 있었다면 대회도 못 나가고 아직 400위대에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정윤성은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 논란에 대해서도 어린 선수답지 않게 성숙하면서도,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이제 목표를 수정했다. 2년 뒤 도쿄올림픽에 나가는 것이다. 올림픽은 ATP 랭킹순으로 나갈 수 있기 때문에 국가대표 선발이 감독이나 협회 재량이 아니라 내가 하는 거에 따라 결정된다. 이제 진짜 말이 아닌 숫자와 결과로서 보여주겠다."

강한 서브와 화끈한 포핸드로 주니어 유망주 가운데 가장 큰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정윤성. 풍부한 성장 잠재력으로 국내 대기업의 후원까지 받고 있는 정윤성은 아시안게임 탈락 논란을 딛고 또 한 단계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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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윤성(가운데)이 미국 켄터키뱅크 챌린저에서 4강에 진출한 뒤 탁정모 코치(오른쪽)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사진제공=스포티즌]

한국 남자 테니스 유망주 정윤성(20, CJ후원)에게 8월 첫째 주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정윤성은 미국 렉싱턴에서 열린 켄터키뱅크 챌린저에서 4강에 진출했다. 프로 데뷔 이후 최고 성적. 챌린저는 일종의 프로 2부 격으로 세계 200위권 밖의 선수들이 주로 뛰는 대회다. 그동안 한 차례도 챌린저 4강 이상 진출한 적이 없었던 정윤성으로서는 하나의 벽을 통과한 셈이다.

실제로 정윤성에게 이번 챌린저 4강은 감회가 남달랐다. 어느 때보다 이를 악물고 독하게 달려들어 얻어낸 결과였기 때문이다.

사실 정윤성은 지난달 충격적인 소식을 접해야 했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에서 탈락한 것이다. 객관적인 실력과 기량 면에서 충분히 남자 대표 6명 안에 들 수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정희성 감독이 이끄는 남자 대표팀 명단에는 7월 3일 발표 당시 순위 기준으로 이덕희(233위) 권순우(240위) 홍성찬(697위) 임용규(848위) 이재문(960위) 김영석(1,059위)이 이름을 올렸다. 당시 세계 랭킹 369위였던 정윤성은 순위로만 따지고 보면 이 가운데 3번째로 뽑혔어야 하는데, 정작 자신의 이름은 온데간데 없었다.

억울하고 분했다. 단식이 아닌 복식 랭킹으로 선수를 선발했다고 생각해도 이건 아니었다. 대한테니스협회 홈페이지에 등록된 7월 15일 자 국내 복식 랭킹에서 정윤성은 7위에 올라, 김영석(15위) 이재문(20위)보다 앞서 있었다.

당시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을 놓고 테니스계는 논란이 분분했다. 객관적인 실력으로 뽑기보다는 코칭스태프와 협회 강화위원들의 사적 이해관계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흘러나왔다. 정희성 대표팀 감독의 소속팀인 부천시청과 협회 강화위원 K씨의 소속팀 선수가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하지만 이에 대해 대한테니스협회 곽용운 회장은 "국가대표 6명 가운데 2명은 단식 랭킹 순으로 뽑고 전 한국선수권대회 우승자는 자동 선발하는 원칙이 있다. 하지만 나머지 3명은 감독과 강화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선발할 수 있다"며 규정상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전창대 대한테니스협회 강화위원장은 "아시안게임에 단식은 2명만 나갈 수 있고, 나머지는 복식을 위주로 꾸려야 하기 때문에 무조건 랭킹 순으로 선발할 수는 없었다. 강화위원회는 감독에게 모든 권한을 주고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정윤성에게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다. 올해 가장 큰 목표를 아시안게임에 두고 있었는데 출전 자체가 불발되면서, 새로운 목표를 설정할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겠다고 결심한 정윤성은 독기를 품고 테니스 자체에 더욱 집중했다. 대표 탈락을 처음 접한 그 주에 열린 대구퓨처스에서 단식과 복식을 석권했고, 미국에서 열린 챌린저 대회에서 생애 처음 4강까지 진출한 것이다.

정윤성은 챌린저 4강에 오른 뒤 KBS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국가대표에 탈락해서 아쉽지 않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하루 만에 마음을 다잡고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기로 했다. 그 주에 대구퓨처스에서 단복식을 우승했다. 그리고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챌린저 4강까지 진출했다. 다음 주 광주에서 있는 챌린저까지 잘하면 ATP 200위 안쪽까지 진입한다. 아시안게임 대표로 있었다면 대회도 못 나가고 아직 400위대에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정윤성은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 논란에 대해서도 어린 선수답지 않게 성숙하면서도,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이제 목표를 수정했다. 2년 뒤 도쿄올림픽에 나가는 것이다. 올림픽은 ATP 랭킹순으로 나갈 수 있기 때문에 국가대표 선발이 감독이나 협회 재량이 아니라 내가 하는 거에 따라 결정된다. 이제 진짜 말이 아닌 숫자와 결과로서 보여주겠다."

강한 서브와 화끈한 포핸드로 주니어 유망주 가운데 가장 큰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정윤성. 풍부한 성장 잠재력으로 국내 대기업의 후원까지 받고 있는 정윤성은 아시안게임 탈락 논란을 딛고 또 한 단계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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