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꺼진 에어컨도 ‘다시 보자’…‘위험!’ 실외기

입력 2018.08.17 (08:34) 수정 2018.08.17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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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어제가 말복이었죠.

더위가 한 풀 꺾였다곤 하지만 아직도 여전히 덥긴 마찬가지인데요.

이번 여름은 밤낮 가리지 않고 정말 에어컨 없이는 지내기 어려운 날들이 계속됐습니다.

그런데, 올여름 이 에어컨으로 인한 화재도 유난히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요.

멀쩡히 작동이 잘 되다가 갑자기 불꽃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 미처 대처하지 못해 큰불로 번지기 쉽다고 합니다.

대체 그 원인은 무엇일까요?

지금부터 확인해보시죠.

[리포트]

그제 새벽 3시쯤 서울의 한 아파트 12층에서 불길이 솟구칩니다.

[정구희/최초 신고자 : "갑자기 '쉭'하는 소리가 나면서 '펑'하는 소리가 나서 봤는데 거실 쪽에서 갑자기 불꽃이 튀어나오고…."]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위에서 쿵쾅쿵쾅 시끄러운 소리가 나요. 그래서 무슨 일인가 하고 문 좀 열고 있으니까 윗집 부부가 수건으로 입을 가리고 내려가요. "위에 불났어요! 불났어요!"]

새벽에 갑자기 일어난 화재로 주민 60여 명이 긴급 대피했는데요.

[정구희/최초 신고자 : "폭발음이 들렸기 때문에 가스 이런 문제일 수도 있을 거 같아서…. 창문이 다 깨져 나오고 이러니까요."]

거실에서 시작된 불은 집안 전체를 태우고 20분 만에 완전히 진화됐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최영규/성북소방서 소방위 : "실내기와 실외기 결선 지점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현재 조사 중입니다."]

집주인은 타는 냄새가 나 에어컨 작동을 멈추고 잠들었는데, 불이 났다고 말했는데요.

꺼진 에어컨에서 불이 날 수 있을까?

에어컨같이 전력 소비가 많은 가전제품은 플러그가 연결된 상태에선 본체 전원을 꺼도 강한 전류가 전선에 흐르기 때문에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상필/강남소방서 화재조사관 : "우리가 에어컨 실내기에 있는 전원을 꺼도 실제로 에어컨 실내기에서 에어컨 실외기로 가는 전선에는 전기가 통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지난 11일.

서울 삼성동의 한 고층 아파트 22층에서 대낮에 불이 났습니다.

고층이라, 소방관의 접근이 쉽지 않았는데요,

사다리차를 이용해 진화작업이 이뤄졌고 겨우 불길을 잡을 수 있었는데요.

[이상필/강남소방서 화재조사관 : "침실 옆에 붙어 있는 베란다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 부근에서 발화된 화재로 지금 추정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앞선 10일엔 서울 송파구에서 발생한 화재로 가족 3명이 크게 다쳤고, 지난달에도 서울 가양동의 한 아파트 화재로 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소방당국 조사 결과 두 화재 모두 에어컨에서 화재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한 달 넘게 지속된 폭염 속에 올해 난 에어컨 관련 화재만 180여 건.

종일 에어컨을 작동시키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그만큼 사고도 많이 발생하고 있는 건데요.

[안미자/서울시 마포구 : "불안하죠. 에어컨을 켜면서도 불안한데 그래도 켜야지 않겠어요? 너무 더우니까 어떻게 할 수 없어요."]

대체 왜 에어컨에서 화재가 나는 걸까?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건 전기 때문입니다.

올해 난 에어컨 관련 화재 가운데 70% 이상이 전선 등 전기적 원인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상필/강남소방서 화재조사관 : "에어컨 실내기에서 실외기로 이어지는 전선이 있습니다. 전선을 이어 붙일 때 규격이 같은 전선으로 붙여야 하는데 규격이 다른 전선끼리 이어붙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하면 합선, 누전 등 다양한 화재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실험을 통해 그 위험성을 알아봤습니다.

규격에 맞지 않는 전선을 연결한 뒤 에어컨을 켜자 32도였던 전선에서 열이 발생합니다.

점점 온도가 올라가더니 10분 만에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전선의 내부 온도는 130도 이상까지 치솟고, 불꽃이 발생합니다.

실외기가 설치된 위치도 잘 확인하셔야 합니다.

최근 지어진 아파트는 미관 상을 이유로 내부에 작게 실외기실을 두고 있습니다.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안쪽에 있는데…. 아파트는 다 실외기가 창고에 있잖아요."]

이럴 경우, 열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과열돼 화재로 이어진다는데요.

[이상필/강남소방서 화재조사관 : "따뜻한 공기를 실외기를 통해 외부로 배출해야 하는데 가동을 계속하다 보면 열이 발생하는데 (배출은 못 돼서) 과열되니까 불난 데 더 부채질하는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원인은 또 있습니다.

여러분 가정에서는 에어컨 청소를 언제 하셨습니까?

[이소희/서울시 광진구 : "거의 24시간 다 작동시켜요. (점검은) 한 번도 받아본 적 없어요."]

대부분 여름이 시작되고 에어컨을 처음 작동할 때 필터 청소만 한 뒤 사용하고 있었는데요.

실외기 내부에 쌓인 먼지나 이물질 또한 불씨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합니다.

[전민관/서울시 송파구 : "에어컨 필터 청소는 하는데 실외기 관리는 잘 안 하고 있어요. 실외기도 관리가 필요한지 잘 몰라서…."]

오랫동안 사용한 실외기의 뒷부분입니다.

열 교환기가 부착돼있는데 먼지와 이물질이 가득합니다.

[서영환/한국전기안전공사 서울본부 점검부장 : "도로변에 설치된 실외기는 이렇게 외부의 먼지를 흡착하게 됩니다. 모터에 발생된 열로 인해서 또다시 먼지로 불이 착화되는 두 가지 촉매 역할을 하게 되는 겁니다."]

실외기에 붙어있는 먼지를 주기적으로 털어주는 것만으로도 화재 위험성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하는데요.

[설진택/에어컨 청소 업체 대표 : "가정에서 실외기를 청소하는 방법은 실외기 뒤편에 보면 열 교환기가 있습니다. 열교환기에 끼어있는 먼지들을 부드러운 붓이나 또는 솔로 살살 위에서 아래로, 세로결대로 털어주시면 됩니다. 냉방 효율에 상당한 도움이 되고요. 그리고 먼지로 인해서 화재가 발생하는 그런 경우도 미리 예방할 수가 있죠."]

상가나 회사의 대형 실외기의 경우 3년에 한 번, 가정 실외기의 경우 4~5년에 한 번 정도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물청소를 해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또, 과열 방지를 위해 두 시간에 한 번씩 10분의 휴식을 두고 에어컨을 쓰지 않을 때는 반드시 플러그를 뽑아 놓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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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꺼진 에어컨도 ‘다시 보자’…‘위험!’ 실외기
    • 입력 2018-08-17 08:40:20
    • 수정2018-08-17 09: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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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어제가 말복이었죠.

더위가 한 풀 꺾였다곤 하지만 아직도 여전히 덥긴 마찬가지인데요.

이번 여름은 밤낮 가리지 않고 정말 에어컨 없이는 지내기 어려운 날들이 계속됐습니다.

그런데, 올여름 이 에어컨으로 인한 화재도 유난히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요.

멀쩡히 작동이 잘 되다가 갑자기 불꽃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 미처 대처하지 못해 큰불로 번지기 쉽다고 합니다.

대체 그 원인은 무엇일까요?

지금부터 확인해보시죠.

[리포트]

그제 새벽 3시쯤 서울의 한 아파트 12층에서 불길이 솟구칩니다.

[정구희/최초 신고자 : "갑자기 '쉭'하는 소리가 나면서 '펑'하는 소리가 나서 봤는데 거실 쪽에서 갑자기 불꽃이 튀어나오고…."]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위에서 쿵쾅쿵쾅 시끄러운 소리가 나요. 그래서 무슨 일인가 하고 문 좀 열고 있으니까 윗집 부부가 수건으로 입을 가리고 내려가요. "위에 불났어요! 불났어요!"]

새벽에 갑자기 일어난 화재로 주민 60여 명이 긴급 대피했는데요.

[정구희/최초 신고자 : "폭발음이 들렸기 때문에 가스 이런 문제일 수도 있을 거 같아서…. 창문이 다 깨져 나오고 이러니까요."]

거실에서 시작된 불은 집안 전체를 태우고 20분 만에 완전히 진화됐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최영규/성북소방서 소방위 : "실내기와 실외기 결선 지점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현재 조사 중입니다."]

집주인은 타는 냄새가 나 에어컨 작동을 멈추고 잠들었는데, 불이 났다고 말했는데요.

꺼진 에어컨에서 불이 날 수 있을까?

에어컨같이 전력 소비가 많은 가전제품은 플러그가 연결된 상태에선 본체 전원을 꺼도 강한 전류가 전선에 흐르기 때문에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상필/강남소방서 화재조사관 : "우리가 에어컨 실내기에 있는 전원을 꺼도 실제로 에어컨 실내기에서 에어컨 실외기로 가는 전선에는 전기가 통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지난 11일.

서울 삼성동의 한 고층 아파트 22층에서 대낮에 불이 났습니다.

고층이라, 소방관의 접근이 쉽지 않았는데요,

사다리차를 이용해 진화작업이 이뤄졌고 겨우 불길을 잡을 수 있었는데요.

[이상필/강남소방서 화재조사관 : "침실 옆에 붙어 있는 베란다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 부근에서 발화된 화재로 지금 추정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앞선 10일엔 서울 송파구에서 발생한 화재로 가족 3명이 크게 다쳤고, 지난달에도 서울 가양동의 한 아파트 화재로 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소방당국 조사 결과 두 화재 모두 에어컨에서 화재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한 달 넘게 지속된 폭염 속에 올해 난 에어컨 관련 화재만 180여 건.

종일 에어컨을 작동시키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그만큼 사고도 많이 발생하고 있는 건데요.

[안미자/서울시 마포구 : "불안하죠. 에어컨을 켜면서도 불안한데 그래도 켜야지 않겠어요? 너무 더우니까 어떻게 할 수 없어요."]

대체 왜 에어컨에서 화재가 나는 걸까?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건 전기 때문입니다.

올해 난 에어컨 관련 화재 가운데 70% 이상이 전선 등 전기적 원인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상필/강남소방서 화재조사관 : "에어컨 실내기에서 실외기로 이어지는 전선이 있습니다. 전선을 이어 붙일 때 규격이 같은 전선으로 붙여야 하는데 규격이 다른 전선끼리 이어붙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하면 합선, 누전 등 다양한 화재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실험을 통해 그 위험성을 알아봤습니다.

규격에 맞지 않는 전선을 연결한 뒤 에어컨을 켜자 32도였던 전선에서 열이 발생합니다.

점점 온도가 올라가더니 10분 만에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전선의 내부 온도는 130도 이상까지 치솟고, 불꽃이 발생합니다.

실외기가 설치된 위치도 잘 확인하셔야 합니다.

최근 지어진 아파트는 미관 상을 이유로 내부에 작게 실외기실을 두고 있습니다.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안쪽에 있는데…. 아파트는 다 실외기가 창고에 있잖아요."]

이럴 경우, 열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과열돼 화재로 이어진다는데요.

[이상필/강남소방서 화재조사관 : "따뜻한 공기를 실외기를 통해 외부로 배출해야 하는데 가동을 계속하다 보면 열이 발생하는데 (배출은 못 돼서) 과열되니까 불난 데 더 부채질하는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원인은 또 있습니다.

여러분 가정에서는 에어컨 청소를 언제 하셨습니까?

[이소희/서울시 광진구 : "거의 24시간 다 작동시켜요. (점검은) 한 번도 받아본 적 없어요."]

대부분 여름이 시작되고 에어컨을 처음 작동할 때 필터 청소만 한 뒤 사용하고 있었는데요.

실외기 내부에 쌓인 먼지나 이물질 또한 불씨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합니다.

[전민관/서울시 송파구 : "에어컨 필터 청소는 하는데 실외기 관리는 잘 안 하고 있어요. 실외기도 관리가 필요한지 잘 몰라서…."]

오랫동안 사용한 실외기의 뒷부분입니다.

열 교환기가 부착돼있는데 먼지와 이물질이 가득합니다.

[서영환/한국전기안전공사 서울본부 점검부장 : "도로변에 설치된 실외기는 이렇게 외부의 먼지를 흡착하게 됩니다. 모터에 발생된 열로 인해서 또다시 먼지로 불이 착화되는 두 가지 촉매 역할을 하게 되는 겁니다."]

실외기에 붙어있는 먼지를 주기적으로 털어주는 것만으로도 화재 위험성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하는데요.

[설진택/에어컨 청소 업체 대표 : "가정에서 실외기를 청소하는 방법은 실외기 뒤편에 보면 열 교환기가 있습니다. 열교환기에 끼어있는 먼지들을 부드러운 붓이나 또는 솔로 살살 위에서 아래로, 세로결대로 털어주시면 됩니다. 냉방 효율에 상당한 도움이 되고요. 그리고 먼지로 인해서 화재가 발생하는 그런 경우도 미리 예방할 수가 있죠."]

상가나 회사의 대형 실외기의 경우 3년에 한 번, 가정 실외기의 경우 4~5년에 한 번 정도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물청소를 해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또, 과열 방지를 위해 두 시간에 한 번씩 10분의 휴식을 두고 에어컨을 쓰지 않을 때는 반드시 플러그를 뽑아 놓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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