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책방] 작은 여행, 다녀오겠습니다

입력 2018.08.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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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여행이라 하면 휴가를 내고 어딘가 멀리 떠나서 며칠 잠도 자고 오는 그런 것을 생각하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바쁜 직장인들, 주머니가 넉넉지 않은 사람들에게 길고 먼 여행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우리의 그런 선입견을 깨뜨리는 여행안내서가 이 책입니다.

열심히 직장생활을 하다가 심신이 고갈될 즈음 에어비앤비 호스팅을 통해 외국인 게스트들을 만나고, 동네여행을 하면서 일상 속에서 작은 여행을 떠나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1년에 한 번 있는 휴가만 기다리며 버티지 마세요. 이번 주말에, 아니 오늘 퇴근 후에 바로, 작은 여행을 떠나보는 거예요"

'작은 여행'이란 여행의 설렘과 두근거림을 매일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여행법입니다. 긴 휴가를 낼 필요도 없고, 큰 돈이 들지도 않습니다. 지금 여기로 여행을 왔다고 '관점'을 바꾸기만 하면 됩니다.

저자는 반복되는 일상에 지치고 스트레스 때문에 뒷목이 뻐근해지는 삶의 쳇바퀴에서 숨통을 틔우기 위해 시도했던 작은 여행의 아이디어를 소개합니다. 입문 과정인 '퇴근 후 여행'부터 '옆 동네 여행' '배움 여행' '일상에 초대하기' 등 고급과정까지 5가지 코스를 통해 별거 없어 보이던 우리 동네, 자주 지나치던 옆 동네도 낯설고 새로워 보이는 경험을 하게 만듭니다. 누군가는 이게 무슨 여행이냐며 비웃을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일상을 버티게 해주는 오아시스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퇴근후 여행'은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왔다고 '관점을 바꾸어' 생각하며, 익숙한 우리 동네를 혼자서 거닐고 탐험하는 것입니다. 여행에 필요한 준비물은 딱 한 가지로 신었을 때 가장 편한 운동화, 핸드폰은 집에 놓고 떠나면 가장 좋습니다. 너무나 간단해서 시시해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다른 어떤 해외여행 못지 않게 효과가 크다고 합니다.


어려서 살았거나 지금 살고 있는 동네를 천천히 돌아다녀 본 적이 있으십니까? 이 책을 보고 퇴근 후 귀갓길에 동네 골목길을 일부러 걸어 보았습니다. 상추며 고추, 옥수수, 방울토마토를 키우고 있는 작은 텃밭과 담벼락에 걸친 줄을 타고 오르는 호박 넝쿨, 가로등 불빛으로 어스름한 골목길 등 평소에 흘려보냈던 정겹고 재미난 모습들이 '나 여깄다' 고 나타나 발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우리 동네를 여행하는 색다른 방법으로 자전거 타고 동네 돌아보기, 마을버스 타기, 가까운 학교에 가보기, 시선과 몸의 높낮이를 바꿔보기 등을 활용해 볼 수 있습니다. 퇴근 후 여행은 혼자 할 수도 있지만, 친구나 자녀와 함께 가까운 곳에 가는 기분으로 동네여행을 할 수도 있습니다.

저자는 퇴근 후 여행을 여러 번 시도하며 우리 동네를 다양하게 탐험해 보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구체적으로 5가지 이상 꼽을 수 있게 되면 다음 여행코스에 도전해 보라고 권합니다.


'옆동네 여행'

떠나야 할 곳이 반드시 멀 필요는 없습니다. 옆 동네 여행은 퇴근 후 여행보다 적극적으로 일상 속에서 여행을 하는 방법입니다. 집에 돌아갈 걱정을 하지 않으면 여행자처럼 자유롭게 여행을 즐길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그때 깨달았어요. 아무리 가까운 동네라도 숙소를 잡고 하루 묵어갈 마음으로 온다면 여행이 될 수 있다는 것을요. 정말 즐거운 발견이었어요."

저자가 대중교통으로 30분 거리인 평창동에 숙소를 잡았을 때 인적 드문 거리와 큰 갤러리 사이를 걸으니 멀리 유럽의 어느 도시에 와 있는 것 같았다고 합니다. 단지 숙소를 잡았을 뿐인데….

이런 서울 여행에는 '타박타박 서울 유람 – 오래된 골목길부터 SNS 속 핫플레이스까지'라는 책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미스 함무라비'라는 드라마에 판사역으로 열연했던 아이돌 김명수는 도쿄돔에서 큰 공연을 한 후에는 요란한 뒤풀이 대신 혼자서 한적한 골목길 이곳저곳을 하염없이 걸어다녔다고 합니다. 그것이 이 책이 말하는 작은 여행이었겠지요.

책 소개는 여기서 마무리할까 합니다. 배움 여행, 일상에 초대하기 등 나머지 여행도 궁금하실 텐데 자세한 내용은 책을 보고 직접 실천해 보면 훨씬 재밌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KBS에서 방송한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가 작은 여행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 내가 다녔던 학교 등 우리 일상에서 소소하고 정감가는 동네여행으로 작은 여행을 한번 시작해 보시면 어떨까요?

골목길을 따릉이 자전거 타고 돌아보는 작은 여행. 가다가 힘들면 동네 마트에서 아이스크림 하나 사 먹고 쉬면서 동네의 추억을 음미하거나 담장 너머가 궁금한 감나무나 골목길 벽화를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 동네, 옆 동네를 여행하다 이런저런 사연과 작은 향토사들을 새로 만날 수도 있고, 오래된 동네 맛집을 발견하면 한 끼 식사도 가능하겠지요.

『작은 여행, 다녀오겠습니다』 최재원 지음, 드로잉메리 그림, 휴머니스트, 2017년 12월
『타박타박 서울유람』 김혜영 지음, 시공사, 2017년 4월

고인석 dolme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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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의도 책방] 작은 여행, 다녀오겠습니다
    • 입력 2018-08-18 07:00:29
    여의도책방
누구나 여행이라 하면 휴가를 내고 어딘가 멀리 떠나서 며칠 잠도 자고 오는 그런 것을 생각하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바쁜 직장인들, 주머니가 넉넉지 않은 사람들에게 길고 먼 여행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우리의 그런 선입견을 깨뜨리는 여행안내서가 이 책입니다.

열심히 직장생활을 하다가 심신이 고갈될 즈음 에어비앤비 호스팅을 통해 외국인 게스트들을 만나고, 동네여행을 하면서 일상 속에서 작은 여행을 떠나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1년에 한 번 있는 휴가만 기다리며 버티지 마세요. 이번 주말에, 아니 오늘 퇴근 후에 바로, 작은 여행을 떠나보는 거예요"

'작은 여행'이란 여행의 설렘과 두근거림을 매일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여행법입니다. 긴 휴가를 낼 필요도 없고, 큰 돈이 들지도 않습니다. 지금 여기로 여행을 왔다고 '관점'을 바꾸기만 하면 됩니다.

저자는 반복되는 일상에 지치고 스트레스 때문에 뒷목이 뻐근해지는 삶의 쳇바퀴에서 숨통을 틔우기 위해 시도했던 작은 여행의 아이디어를 소개합니다. 입문 과정인 '퇴근 후 여행'부터 '옆 동네 여행' '배움 여행' '일상에 초대하기' 등 고급과정까지 5가지 코스를 통해 별거 없어 보이던 우리 동네, 자주 지나치던 옆 동네도 낯설고 새로워 보이는 경험을 하게 만듭니다. 누군가는 이게 무슨 여행이냐며 비웃을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일상을 버티게 해주는 오아시스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퇴근후 여행'은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왔다고 '관점을 바꾸어' 생각하며, 익숙한 우리 동네를 혼자서 거닐고 탐험하는 것입니다. 여행에 필요한 준비물은 딱 한 가지로 신었을 때 가장 편한 운동화, 핸드폰은 집에 놓고 떠나면 가장 좋습니다. 너무나 간단해서 시시해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다른 어떤 해외여행 못지 않게 효과가 크다고 합니다.


어려서 살았거나 지금 살고 있는 동네를 천천히 돌아다녀 본 적이 있으십니까? 이 책을 보고 퇴근 후 귀갓길에 동네 골목길을 일부러 걸어 보았습니다. 상추며 고추, 옥수수, 방울토마토를 키우고 있는 작은 텃밭과 담벼락에 걸친 줄을 타고 오르는 호박 넝쿨, 가로등 불빛으로 어스름한 골목길 등 평소에 흘려보냈던 정겹고 재미난 모습들이 '나 여깄다' 고 나타나 발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우리 동네를 여행하는 색다른 방법으로 자전거 타고 동네 돌아보기, 마을버스 타기, 가까운 학교에 가보기, 시선과 몸의 높낮이를 바꿔보기 등을 활용해 볼 수 있습니다. 퇴근 후 여행은 혼자 할 수도 있지만, 친구나 자녀와 함께 가까운 곳에 가는 기분으로 동네여행을 할 수도 있습니다.

저자는 퇴근 후 여행을 여러 번 시도하며 우리 동네를 다양하게 탐험해 보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구체적으로 5가지 이상 꼽을 수 있게 되면 다음 여행코스에 도전해 보라고 권합니다.


'옆동네 여행'

떠나야 할 곳이 반드시 멀 필요는 없습니다. 옆 동네 여행은 퇴근 후 여행보다 적극적으로 일상 속에서 여행을 하는 방법입니다. 집에 돌아갈 걱정을 하지 않으면 여행자처럼 자유롭게 여행을 즐길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그때 깨달았어요. 아무리 가까운 동네라도 숙소를 잡고 하루 묵어갈 마음으로 온다면 여행이 될 수 있다는 것을요. 정말 즐거운 발견이었어요."

저자가 대중교통으로 30분 거리인 평창동에 숙소를 잡았을 때 인적 드문 거리와 큰 갤러리 사이를 걸으니 멀리 유럽의 어느 도시에 와 있는 것 같았다고 합니다. 단지 숙소를 잡았을 뿐인데….

이런 서울 여행에는 '타박타박 서울 유람 – 오래된 골목길부터 SNS 속 핫플레이스까지'라는 책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미스 함무라비'라는 드라마에 판사역으로 열연했던 아이돌 김명수는 도쿄돔에서 큰 공연을 한 후에는 요란한 뒤풀이 대신 혼자서 한적한 골목길 이곳저곳을 하염없이 걸어다녔다고 합니다. 그것이 이 책이 말하는 작은 여행이었겠지요.

책 소개는 여기서 마무리할까 합니다. 배움 여행, 일상에 초대하기 등 나머지 여행도 궁금하실 텐데 자세한 내용은 책을 보고 직접 실천해 보면 훨씬 재밌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KBS에서 방송한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가 작은 여행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 내가 다녔던 학교 등 우리 일상에서 소소하고 정감가는 동네여행으로 작은 여행을 한번 시작해 보시면 어떨까요?

골목길을 따릉이 자전거 타고 돌아보는 작은 여행. 가다가 힘들면 동네 마트에서 아이스크림 하나 사 먹고 쉬면서 동네의 추억을 음미하거나 담장 너머가 궁금한 감나무나 골목길 벽화를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 동네, 옆 동네를 여행하다 이런저런 사연과 작은 향토사들을 새로 만날 수도 있고, 오래된 동네 맛집을 발견하면 한 끼 식사도 가능하겠지요.

『작은 여행, 다녀오겠습니다』 최재원 지음, 드로잉메리 그림, 휴머니스트, 2017년 12월
『타박타박 서울유람』 김혜영 지음, 시공사, 2017년 4월

고인석 dolme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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