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시진핑 언제 평양행?…“쉽지 않다”

입력 2018.10.12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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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진핑 곧 방북' 양치기 소년식 보도 잇따라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북한 방문이 '조만간' 이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지난 8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다. 기다렸다는 듯 시진핑이 곧 방북할 것을 전제로 한 보도가 또다시 쏟아지고 있다. 심지어 다음 달이 유력하다는 예측까지 나왔다. 그러나 또 일주일이 가고 있지만, 별다른 움직임은 없다.

사실, 시 주석의 방북 예측은 한 두 번 나온 게 아니다. 지난 3월 베이징에서의 시진핑-김정은의 첫 정상회담 뒤부터 줄기차게 있어 왔다. 5월 다롄에서의 2차 정상회담 직후나,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직후, 그리고 3차 북중정상회담 뒤에도 '이번엔 시 주석이 방북할 것'이라며 이른바 '양치기 소년'식 예측 보도가 끊이질 않았다.


2. "미국의 제재 완화 반대... 북에 줄 선물 마땅치 않아"

시 주석은 가장 유력한 시기였던 북한 정권수립 기념일인 9.9절에도 측근이자 권력 서열 3위인 리잔수 상무위원을 보냈을 뿐, 자신은 결국 가지 않았다. 북·중 수교기념일인 10월 6일, 북한 노동당 창건일인 10월 10일에도 시 주석은 안 갔다.

왜일까? 여기엔 여러 이유가 거론된다.

가장 설득력 있는 이유로 '마땅한 선물이 없다'라는 점이다. 정상회담을 하러 평양에 가는 중국측 입장에선 경제협력을 명목으로 한 대북 지원을 해야겠지만, 현재와 같이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가 이행되고 있는 상황에선 경협을 '선물'로 주긴 어렵다.

중국은 북한, 러시아와 함께 제재 완화 분위기 조성중이다. 지난 9일 모스크바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등 북·중·러 3자는 "북한이 의의있는 실천적인 비핵화 조치들을 취한 데 대해 주목"한다면서, 유엔 안보리가 "대북 제재의 조절 과정을 가동시켜야 할 필요성에 대하여 견해 일치를 보았다"는 공동보도문을 냈다.

여기에 우리 정부까지 추임새를 넣은 모양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우리의 독자 제재격인 5.24조치의 해제 검토를 언급했다.

그러나 미국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승인 없이는 대북 제재 일부를 해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고, 중, 러의 제재 완화 요구에도 유엔 안보리 결의사항이라며 제재를 완화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제재가 풀리려면 먼저 비핵화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게 미국의 일관된 입장이다.

트럼프는 도리어 중국을 북한 배후로 지목하며 미중 무역 갈등과 북핵 문제를 엮으려 하고 있다. 중국은 가뜩이나 무역 문제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에서 굳이 북미간 협상이 진행중임에도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과 손을 맞잡아 주는 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결국 북중관계도 북미관계의 종속변수인 꼴이지만, 중국이 굳이 이 상황에서 미국 싫어하는 행동을 드러내놓고 할 필요는 없다.

시 주석의 방북은 일정 잡기도 만만치 않다는 분석도 있다. 연말까지 잡혀 있는 굵직한 대내외 일정만 해도 11월 5~10일 130개국 3천여 개 기업이 참가하는 제1회 상하이 국제수입박람회를 비롯해, 파푸아뉴기니 APEC 정상회의(11.17~18),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G20 정상회의(11.30~12.1) 등 모두 시 주석이 참가할 예정인 행사들이다. 12월에도 매년 열리는 공산당 중앙경제공작회의 등 3개 이상의 공산당 중앙공작회의와 지방 시찰 일정이 잡혀있다.

이달 초부터는 중국 외교부와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가 TF(태스크포스)까지 꾸려 시진핑의 북한 방문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지만, 이렇게 미리 짜여진 일정을 제외하고 나면 불과 사흘 정도가 남는다는 얘기도 들린다.

3. 중국 1인자의 평양행은 임기중 1~2번에 불과


북중 교류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북한 최고지도자가 중국으로 와서 중국 최고지도자를 만난 사례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중국 최고지도자가 평양을 간 것은 훨씬 드물다. 마오쩌둥은 생전 평양에 간 적이 한 차례도 없었고, 덩샤오핑 때도 1인자의 자리에 있는 동안 공식 방문은 1978년 북한 정권 수립 30주년 때 한 번, 그리고 1982년 후야오방 총서기와 함께 비공식으로 한 번 방문했다.



장쩌민(2001.9.3~5)과 후진타오(2005.10.28~30)도 공식 방문은 한 번씩이었다. 그에 비해 북한은 김일성이 20여차례, 김정일은 7차례 중국을 공식, 비공식 방문했다.

시 주석은 부주석 시절인 2008년 6월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났지만, 그 이후 10년간 평양을 가지 않았다. 장쩌민이나 후진타오 시기는 10년의 임기가 있었지만, '시진핑 신시대'엔 주석의 임기도 없어서 임기 내에 가야한다는 시급성도 없다. 무역을 둘러싼 미중간의 갈등이 진화될 즈음, 핵을 둘러싼 북미간의 줄다리기가 어느 정도 결론이 난 다음에 가면 될 일을 과연 이 와중에 평양에 가려 할까? 시진핑의 연내 평양행을 예측하기 어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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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시진핑 언제 평양행?…“쉽지 않다”
    • 입력 2018-10-12 20:05:10
    특파원 리포트
1. '시진핑 곧 방북' 양치기 소년식 보도 잇따라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북한 방문이 '조만간' 이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지난 8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다. 기다렸다는 듯 시진핑이 곧 방북할 것을 전제로 한 보도가 또다시 쏟아지고 있다. 심지어 다음 달이 유력하다는 예측까지 나왔다. 그러나 또 일주일이 가고 있지만, 별다른 움직임은 없다.

사실, 시 주석의 방북 예측은 한 두 번 나온 게 아니다. 지난 3월 베이징에서의 시진핑-김정은의 첫 정상회담 뒤부터 줄기차게 있어 왔다. 5월 다롄에서의 2차 정상회담 직후나,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직후, 그리고 3차 북중정상회담 뒤에도 '이번엔 시 주석이 방북할 것'이라며 이른바 '양치기 소년'식 예측 보도가 끊이질 않았다.


2. "미국의 제재 완화 반대... 북에 줄 선물 마땅치 않아"

시 주석은 가장 유력한 시기였던 북한 정권수립 기념일인 9.9절에도 측근이자 권력 서열 3위인 리잔수 상무위원을 보냈을 뿐, 자신은 결국 가지 않았다. 북·중 수교기념일인 10월 6일, 북한 노동당 창건일인 10월 10일에도 시 주석은 안 갔다.

왜일까? 여기엔 여러 이유가 거론된다.

가장 설득력 있는 이유로 '마땅한 선물이 없다'라는 점이다. 정상회담을 하러 평양에 가는 중국측 입장에선 경제협력을 명목으로 한 대북 지원을 해야겠지만, 현재와 같이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가 이행되고 있는 상황에선 경협을 '선물'로 주긴 어렵다.

중국은 북한, 러시아와 함께 제재 완화 분위기 조성중이다. 지난 9일 모스크바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등 북·중·러 3자는 "북한이 의의있는 실천적인 비핵화 조치들을 취한 데 대해 주목"한다면서, 유엔 안보리가 "대북 제재의 조절 과정을 가동시켜야 할 필요성에 대하여 견해 일치를 보았다"는 공동보도문을 냈다.

여기에 우리 정부까지 추임새를 넣은 모양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우리의 독자 제재격인 5.24조치의 해제 검토를 언급했다.

그러나 미국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승인 없이는 대북 제재 일부를 해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고, 중, 러의 제재 완화 요구에도 유엔 안보리 결의사항이라며 제재를 완화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제재가 풀리려면 먼저 비핵화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게 미국의 일관된 입장이다.

트럼프는 도리어 중국을 북한 배후로 지목하며 미중 무역 갈등과 북핵 문제를 엮으려 하고 있다. 중국은 가뜩이나 무역 문제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에서 굳이 북미간 협상이 진행중임에도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과 손을 맞잡아 주는 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결국 북중관계도 북미관계의 종속변수인 꼴이지만, 중국이 굳이 이 상황에서 미국 싫어하는 행동을 드러내놓고 할 필요는 없다.

시 주석의 방북은 일정 잡기도 만만치 않다는 분석도 있다. 연말까지 잡혀 있는 굵직한 대내외 일정만 해도 11월 5~10일 130개국 3천여 개 기업이 참가하는 제1회 상하이 국제수입박람회를 비롯해, 파푸아뉴기니 APEC 정상회의(11.17~18),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G20 정상회의(11.30~12.1) 등 모두 시 주석이 참가할 예정인 행사들이다. 12월에도 매년 열리는 공산당 중앙경제공작회의 등 3개 이상의 공산당 중앙공작회의와 지방 시찰 일정이 잡혀있다.

이달 초부터는 중국 외교부와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가 TF(태스크포스)까지 꾸려 시진핑의 북한 방문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지만, 이렇게 미리 짜여진 일정을 제외하고 나면 불과 사흘 정도가 남는다는 얘기도 들린다.

3. 중국 1인자의 평양행은 임기중 1~2번에 불과


북중 교류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북한 최고지도자가 중국으로 와서 중국 최고지도자를 만난 사례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중국 최고지도자가 평양을 간 것은 훨씬 드물다. 마오쩌둥은 생전 평양에 간 적이 한 차례도 없었고, 덩샤오핑 때도 1인자의 자리에 있는 동안 공식 방문은 1978년 북한 정권 수립 30주년 때 한 번, 그리고 1982년 후야오방 총서기와 함께 비공식으로 한 번 방문했다.



장쩌민(2001.9.3~5)과 후진타오(2005.10.28~30)도 공식 방문은 한 번씩이었다. 그에 비해 북한은 김일성이 20여차례, 김정일은 7차례 중국을 공식, 비공식 방문했다.

시 주석은 부주석 시절인 2008년 6월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났지만, 그 이후 10년간 평양을 가지 않았다. 장쩌민이나 후진타오 시기는 10년의 임기가 있었지만, '시진핑 신시대'엔 주석의 임기도 없어서 임기 내에 가야한다는 시급성도 없다. 무역을 둘러싼 미중간의 갈등이 진화될 즈음, 핵을 둘러싼 북미간의 줄다리기가 어느 정도 결론이 난 다음에 가면 될 일을 과연 이 와중에 평양에 가려 할까? 시진핑의 연내 평양행을 예측하기 어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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