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전궁금] 집주인한테 방범창 달아달라고 전화해도 될까요

입력 2018.10.14 (08:17) 수정 2019.05.3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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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錢錢(전전)궁금'은 퍽퍽한 살림살이에 전전긍긍하는 당신의 지갑을 지켜드립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절반은 자기 집에서, 나머지 절반은 남의 집에서 산다. 2014년 기준으로 자기주택 거주율은 53.6%, 나머지는 전세나 월세 등의 형태로 집을 빌려산다. 하지만 남의 집에 사는 게 간단치 않다. 물론 남에게 집을 빌려주는 것도 간단치 않다.

“원룸 전세 사는데 디지털도어록이 고장났어요. 수리비용이 몇 만원 나온다는데, 주인에게 청구할 수 있을까요”

“화장실 변기가 막혔어요. 주인이 제 돈으로 고치라는데 어찌해야 하나요”

“샤워기 헤드 갈았는데, 임대인한테 돈 달라고 전화해도 될까요”


집에서 생기는 갖가지 하자를 놓고 누가 과연 돈을 내야 하는지 갈등이 적지 않다. 갈등이 해결되지 않아 집주인인 전세 보증금을 전액 돌려주지 않고, 임차인이 소송을 맞서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 '골치 아픈' 문제를 법 규정과 판례를 통해 명쾌하게 정리해 본다.

전세와 월세는 다르다?

흔히들 잘못 생각하는 게 전세와 월세에 차이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월세의 경우 도배 등 주요 시설물 수리 비용을 집 주인이 부담할 수 있지만 전세의 경우 심각한 하자가 아닌 경우 대부분의 수리 의무를 세입자가 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과연 그럴까.

현행법과 판례에 의하면 비용 부담에 관한한 월세와 전세의 차이는 전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임대인 입장에서 월세를 놓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아 월세를 내놓을 때 도배 등을 해주거나 세입자 요구를 잘 맞춰주는 경향이 많지만 이는 법적인 의무는 아니고 시장 수요에 따른 집주인의 자발적인 제공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세입자와 집 주인의 책임은 과연 어디까지 인정될까.

원칙은 이렇다.

민법 623조에는 ‘임대인의 의무’를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임대인은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하고 계약 존속 중 그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한다’즉 법은 집주인에게 임대차라는 목적이 유지되기 위한 상태로 집을 유지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반면 세입자는 빌린 물건을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보존해야 하고(민법 374조), 또 이를 반환할 때는 원상 회복 의무(민법 615조)도 진다.

요약하면 법은 집주인에게는 임대목적 유지를 위한 집 상태 유지 의무를, 반대로 세입자에게는 통상적인 주의를 기울여 집을 보존한 뒤 원상으로 반환해야 할 의무를 부담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원칙에 따라 판례는 다음과 같은 경우 집 주인에게 수리 의무가 있는 것으로 본다.

주요 설비에 대한 노후나 불량으로 인한 수선, 대·파손의 수리, 기본적 설비 교체, 천장 누수, 보일러 하자, 수도관 누수나 계량기 고장, 화장실의 중요 부분 하자, 전기 기본 시설 하자, 창문 등의 파손

반면 임차인(세입자)이 비용을 물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임차인의 고의나 과실에 의한 파손, 큰 비용이 들지 않은 간단한 수선, 소모품 교체, 임차인이 집을 사용하는 데 있어 지장이 없는 수리는 대체로 세입자 부담으로 본다. 예를 들어 전등이나 형광등 교체, 샤워기 헤드 교체

많은 분쟁 만큼 많은 판례가 쌓여있지만 구체적인 분쟁에 들어가면 갈등이 적지 않다. 실제 사례로 풀어보자.

Q: 도어록이 고장났는데요, 누구 부담인가

A: 비밀번호를 누르는 도어록은 대개 몇 년 쓰면 고장이 나는 경우가 많다. 이 때 수리 기사를 부르면 주요 부품을 교체해야 하는데, 통상 몇 만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이 경우 판례는 출입문의 작동은 임대 목적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으로 보고 집주인의 부담으로 보고 있다. (물론 세입자 과실로 고장났을 경우는 세입자 부담)

그러나 도어록의 건전지 교체는 세입자 부담으로 봐야 한다. 주요 설비에 대한 노후나 불량은 임대인이 부담해야 하나 전구 등 통상의 간단한 수선이나 소모품 교체 비용은 판례나 관습상 임차인 부담으로 보는 것이 보통이다.

이에 따라 형광등을 교체하고 이 비용을 집 주인에게 청구하는 것은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같은 이유로 임차인의 필요에 의한 도배, 수도꼭지 교체 등도 집주인에게 청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Q: 계약서에 ‘수리비용은 모두 임차인이 부담한다’고 적어놨는데

A: 계약 당사자들이 특약으로 구체적인 수선 의무 범위 등을 정할 수는 있다. 그러나 민법 규정에 나오는 임대인이 부담해야 할 건물의 주요 설비나 대규모 공사까지 세입자가 부담해야한다는 특약은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대법원은 “이러한 특약으로 임대인이 수선 의무를 면하는 것은 소규모 수선에 한한다. 대규모의 수선은 이에 포함되지 않고 여전히 임대인이 그 수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한바 있다. (대법원 1994. 12.09 선고)

Q: 화장실 변기가 막혔는데, 집 주인이 수리 안 해준다는데, 너무한 거 아닌가.

A: 민법 623조 규정은 임대인에게 임차주택을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로 유지할 의무를 지우고 있는 것을 봐서 화장실 하자는 기본적으로 집 주인의 책임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변기가 막힌 사유가 음식물 등 넣어서는 안 될 물질을 넣어서 발생한, 즉 세입자의 고의나 과실로 발생했다면 임차인이 부담해야 한다.

법무부가 배포한 주택 임대차 표준 계약서에도 임차인 부담을 이렇게 예시한다.

(예컨대 임차인의 고의·고실에 기한 파손, 전구 등 통상의 간단한 수선, 소모품 교체 비용은 민법 623조, 판례상 임차인이 부담하는 것으로 해석됨)

그렇다면 분쟁이 끊이지 않는 ‘곰팡이로 인한 도배 비용’이나 ‘배수관 역류에 의한 주방 마루 손상’ 등은 어떨게 될까.

이 경우도 판례는 세입자 과실을 따진다.

즉 임차인의 고의나 과실이 없이 노후화나 구조적인 이유에 따른 하자라면 임대인이 수선을 해줘야 한다. 그러나 2년 밖에 안 된 건물에서 실내 환기를 제대로 시키지 않아 곰팡이가 피었다면 임차인의 과실로 볼 여지는 충분하다.

임대차 계약 만료로 이사간 뒤 집 주인이 담배연기 때문에 벽지 색깔이 변했다며 도배 비용을 요구한 경우 법원은 시간의 경과 등으로 벽지 색깔이 변했다면 임대인이 비용 청구할 수 없지만, 세입자가 금연 약속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일이라면 도배 비용을 내야 한다고 판시했다.

Q: 치안이 불안한데, 방범창 설치는 집 주인에게 요구할 수 있는 것 아닐까.

A: 원룸 등에 거주하는 여성들이 방범창 설치를 주인에게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집 주인이 이 정도는 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방범창이 없다고 해서 민법 623조가 규정한 임대차의 목적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방범창 설치는 거절한다해도 방법이 없다.

이 때 꼭 알아야할 것이 민법 646조다. 임차인의 부속물 매수 청구권을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여성이나 노인 등 사회적 약자층은 임대인의 동의를 얻어 일단 자비로 방범창을 설치할 수는 있다. 그리고 계약 기간 만료 시에 임대에게 현 시세에 맞게 사라고 할 수 있다. 사전에 임대인에게 동의를 구하고 설치한 것이라면 임대인은 반드시 사야할 의무가 있다.


참고자료: 법무부 자료, ‘집주인이 보증금을 안주네요’ (허재삼 저, 나비의 활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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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14 08:17:29
    • 수정2019-05-31 16: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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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錢錢(전전)궁금'은 퍽퍽한 살림살이에 전전긍긍하는 당신의 지갑을 지켜드립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절반은 자기 집에서, 나머지 절반은 남의 집에서 산다. 2014년 기준으로 자기주택 거주율은 53.6%, 나머지는 전세나 월세 등의 형태로 집을 빌려산다. 하지만 남의 집에 사는 게 간단치 않다. 물론 남에게 집을 빌려주는 것도 간단치 않다. “원룸 전세 사는데 디지털도어록이 고장났어요. 수리비용이 몇 만원 나온다는데, 주인에게 청구할 수 있을까요” “화장실 변기가 막혔어요. 주인이 제 돈으로 고치라는데 어찌해야 하나요” “샤워기 헤드 갈았는데, 임대인한테 돈 달라고 전화해도 될까요” 집에서 생기는 갖가지 하자를 놓고 누가 과연 돈을 내야 하는지 갈등이 적지 않다. 갈등이 해결되지 않아 집주인인 전세 보증금을 전액 돌려주지 않고, 임차인이 소송을 맞서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 '골치 아픈' 문제를 법 규정과 판례를 통해 명쾌하게 정리해 본다. 전세와 월세는 다르다? 흔히들 잘못 생각하는 게 전세와 월세에 차이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월세의 경우 도배 등 주요 시설물 수리 비용을 집 주인이 부담할 수 있지만 전세의 경우 심각한 하자가 아닌 경우 대부분의 수리 의무를 세입자가 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과연 그럴까. 현행법과 판례에 의하면 비용 부담에 관한한 월세와 전세의 차이는 전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임대인 입장에서 월세를 놓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아 월세를 내놓을 때 도배 등을 해주거나 세입자 요구를 잘 맞춰주는 경향이 많지만 이는 법적인 의무는 아니고 시장 수요에 따른 집주인의 자발적인 제공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세입자와 집 주인의 책임은 과연 어디까지 인정될까. 원칙은 이렇다. 민법 623조에는 ‘임대인의 의무’를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임대인은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하고 계약 존속 중 그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한다’즉 법은 집주인에게 임대차라는 목적이 유지되기 위한 상태로 집을 유지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반면 세입자는 빌린 물건을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보존해야 하고(민법 374조), 또 이를 반환할 때는 원상 회복 의무(민법 615조)도 진다. 요약하면 법은 집주인에게는 임대목적 유지를 위한 집 상태 유지 의무를, 반대로 세입자에게는 통상적인 주의를 기울여 집을 보존한 뒤 원상으로 반환해야 할 의무를 부담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원칙에 따라 판례는 다음과 같은 경우 집 주인에게 수리 의무가 있는 것으로 본다. 주요 설비에 대한 노후나 불량으로 인한 수선, 대·파손의 수리, 기본적 설비 교체, 천장 누수, 보일러 하자, 수도관 누수나 계량기 고장, 화장실의 중요 부분 하자, 전기 기본 시설 하자, 창문 등의 파손 반면 임차인(세입자)이 비용을 물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임차인의 고의나 과실에 의한 파손, 큰 비용이 들지 않은 간단한 수선, 소모품 교체, 임차인이 집을 사용하는 데 있어 지장이 없는 수리는 대체로 세입자 부담으로 본다. 예를 들어 전등이나 형광등 교체, 샤워기 헤드 교체 많은 분쟁 만큼 많은 판례가 쌓여있지만 구체적인 분쟁에 들어가면 갈등이 적지 않다. 실제 사례로 풀어보자. Q: 도어록이 고장났는데요, 누구 부담인가 A: 비밀번호를 누르는 도어록은 대개 몇 년 쓰면 고장이 나는 경우가 많다. 이 때 수리 기사를 부르면 주요 부품을 교체해야 하는데, 통상 몇 만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이 경우 판례는 출입문의 작동은 임대 목적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으로 보고 집주인의 부담으로 보고 있다. (물론 세입자 과실로 고장났을 경우는 세입자 부담) 그러나 도어록의 건전지 교체는 세입자 부담으로 봐야 한다. 주요 설비에 대한 노후나 불량은 임대인이 부담해야 하나 전구 등 통상의 간단한 수선이나 소모품 교체 비용은 판례나 관습상 임차인 부담으로 보는 것이 보통이다. 이에 따라 형광등을 교체하고 이 비용을 집 주인에게 청구하는 것은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같은 이유로 임차인의 필요에 의한 도배, 수도꼭지 교체 등도 집주인에게 청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Q: 계약서에 ‘수리비용은 모두 임차인이 부담한다’고 적어놨는데 A: 계약 당사자들이 특약으로 구체적인 수선 의무 범위 등을 정할 수는 있다. 그러나 민법 규정에 나오는 임대인이 부담해야 할 건물의 주요 설비나 대규모 공사까지 세입자가 부담해야한다는 특약은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대법원은 “이러한 특약으로 임대인이 수선 의무를 면하는 것은 소규모 수선에 한한다. 대규모의 수선은 이에 포함되지 않고 여전히 임대인이 그 수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한바 있다. (대법원 1994. 12.09 선고) Q: 화장실 변기가 막혔는데, 집 주인이 수리 안 해준다는데, 너무한 거 아닌가. A: 민법 623조 규정은 임대인에게 임차주택을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로 유지할 의무를 지우고 있는 것을 봐서 화장실 하자는 기본적으로 집 주인의 책임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변기가 막힌 사유가 음식물 등 넣어서는 안 될 물질을 넣어서 발생한, 즉 세입자의 고의나 과실로 발생했다면 임차인이 부담해야 한다. 법무부가 배포한 주택 임대차 표준 계약서에도 임차인 부담을 이렇게 예시한다. (예컨대 임차인의 고의·고실에 기한 파손, 전구 등 통상의 간단한 수선, 소모품 교체 비용은 민법 623조, 판례상 임차인이 부담하는 것으로 해석됨) 그렇다면 분쟁이 끊이지 않는 ‘곰팡이로 인한 도배 비용’이나 ‘배수관 역류에 의한 주방 마루 손상’ 등은 어떨게 될까. 이 경우도 판례는 세입자 과실을 따진다. 즉 임차인의 고의나 과실이 없이 노후화나 구조적인 이유에 따른 하자라면 임대인이 수선을 해줘야 한다. 그러나 2년 밖에 안 된 건물에서 실내 환기를 제대로 시키지 않아 곰팡이가 피었다면 임차인의 과실로 볼 여지는 충분하다. 임대차 계약 만료로 이사간 뒤 집 주인이 담배연기 때문에 벽지 색깔이 변했다며 도배 비용을 요구한 경우 법원은 시간의 경과 등으로 벽지 색깔이 변했다면 임대인이 비용 청구할 수 없지만, 세입자가 금연 약속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일이라면 도배 비용을 내야 한다고 판시했다. Q: 치안이 불안한데, 방범창 설치는 집 주인에게 요구할 수 있는 것 아닐까. A: 원룸 등에 거주하는 여성들이 방범창 설치를 주인에게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집 주인이 이 정도는 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방범창이 없다고 해서 민법 623조가 규정한 임대차의 목적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방범창 설치는 거절한다해도 방법이 없다. 이 때 꼭 알아야할 것이 민법 646조다. 임차인의 부속물 매수 청구권을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여성이나 노인 등 사회적 약자층은 임대인의 동의를 얻어 일단 자비로 방범창을 설치할 수는 있다. 그리고 계약 기간 만료 시에 임대에게 현 시세에 맞게 사라고 할 수 있다. 사전에 임대인에게 동의를 구하고 설치한 것이라면 임대인은 반드시 사야할 의무가 있다. 참고자료: 법무부 자료, ‘집주인이 보증금을 안주네요’ (허재삼 저, 나비의 활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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