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쓸모] 가짜뉴스는 어떻게 유통되는가

입력 2018.10.18 (14:02) 수정 2019.04.09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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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는 어떻게 전염될까요. 최근 정부가 가짜뉴스를 강력히 단속하겠다면서 대책을 발표하려다 연기한 일이 있었습니다. 문제의 핵심이 무엇일까요.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영화 '컨테이젼'은 감염병을 소재로 한 많은 영화들 중에서도 대단히 충실한 의학적 취재를 바탕으로 해서 의료계 전문가들도 대단히 현실적이고 설득력 있는 영화로 손꼽는 작품입니다, 전세계에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퍼지는 상황에서 가짜뉴스가 어떻게 유통되는지 작동원리를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 전세계에 확산된 감염병...또다른 바이러스 '가짜뉴스'가 번진다

세계 곳곳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하나 둘 사람들이 숨집니다. 사망자는 급속도로 늘어납니다.

한 프리랜서 기자가 개나리액을 마시면 의문의 전염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거짓 정보를 퍼뜨립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환자들은 개나리액을 구하는 데 매달리고, 결국 폭동까지 일어납니다. 그러는 사이 사이비 기자는 일약 스타가 되죠.

우리가 영화를 보면서 느끼게 되는 건 가짜뉴스 자체보다 가짜뉴스가 어떻게 이렇게 순식간에 퍼져 영향력을 얻게 되는가인데요 사람들의 마음이 약해지고, 공동체에 불신이 생길수록 가짜를 쉽게 믿게 된다는 겁니다.

공포는 불신을 낳고. 불신은 음모론을 키우는 현실이 생생하게 묘사됩니다. 즉 수백만 명이 숨지면서 시스템에 대한 믿음이 추락한 상황을 통해서 가짜뉴스라는 악성 바이러스가 발원했을 때 이에 대한 우리의 면역력, 즉 지금 우리사회의 신뢰도는 어떤 수준인가, 생각해보게 됩니다.


■ 공포는 불신을 키우고 불신은 음모론의 자양분이 된다

공포에서 비롯된 거짓정보가 근거없는 혐오를 양분 삼아 증식한다는 점은 한국영화 '부산행'에서도 본 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가짜뉴스를 믿는 사람들이 최악의 상황으로 나아간 형태가 사이비 종교화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쇼생크 탈출'로 유명한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의 '미스트'는 가짜뉴스를 넘어 좀더 근본적으로 하나의 공동체 안에서 거짓된 믿음이 전염될 때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줍니다.

작은 마을에 극도로 공격적인 괴생명체들이 나타나고, 수십 명의 주민들이 마트에 갇힙니다. 영화 속 괴물들은 사실 우리 생태계에 존재하는 것들과 모양이나 행태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크기가 아주 큽니다. 예를 들어 조나단 스위프트가 쓴 '걸리버여행기'의 거인국에 갔는데 모기가 있더라, 그런데 이게 사람 얼굴보다 크다, 이러면 얼마나 공포스러울까 하는 상상에서 출발하는 겁니다.

물리면 얼굴 크기만큼 붓고. 그러면 혈관이 막혀 죽겠죠. '걸리버 여행기'가 준 교훈처럼 대수롭지 않은 것도 사이즈가 커졌을 때. 혹은 우리가 미물처럼 작아졌을 때, 우리가 평소 중시하던 것, 사소하게 여겼던 것, 이런 것들에 대해 돌아보게 해주는데요.


■ 거짓된 믿음, 시작은 미미하였으나...

원래 이 마을에 사이비 종교를 믿는 여성이 있었습니다. 그저 이상한 사람이다 이렇게 취급되는 정도였는데 옆 사람이 무참히 숨지는 걸 목도하고 극도의 공포와 위협을 느낀 사람들이 앞서 본 영화에서 사이비 기자가 영향력을 얻듯 이 여성을 따르는 이들이 하나 둘 늘어납니다.

급기야 이 여성은 자신을 추종하지 않는 사람을 마녀사냥하듯이 악마로 몰고 괴물들에게 제물로 바치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습니다. 별 것 아닌 것 같았던 작은 불신, 또는 미미하게 시작된 헛소문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모습입니다. 자신의 뜻과 다르다는 이유로 자기 믿음을 거짓으로 포장하고 상대편을 공격하는 경우가 과연 영화 속에서만 벌어지는 이야기일까 생각해보게 해줍니다.

잔인한 영상 힘들어하시는 분은 조심해야 하는 영화이긴 합니다만. 잘 만든 공포나 SF는 이렇게 우리 안의 불안요소를 현미경처럼 확대해주기도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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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의 쓸모] 가짜뉴스는 어떻게 유통되는가
    • 입력 2018-10-18 14:02:30
    • 수정2019-04-09 17:16:49
    문화
가짜뉴스는 어떻게 전염될까요. 최근 정부가 가짜뉴스를 강력히 단속하겠다면서 대책을 발표하려다 연기한 일이 있었습니다. 문제의 핵심이 무엇일까요.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영화 '컨테이젼'은 감염병을 소재로 한 많은 영화들 중에서도 대단히 충실한 의학적 취재를 바탕으로 해서 의료계 전문가들도 대단히 현실적이고 설득력 있는 영화로 손꼽는 작품입니다, 전세계에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퍼지는 상황에서 가짜뉴스가 어떻게 유통되는지 작동원리를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 전세계에 확산된 감염병...또다른 바이러스 '가짜뉴스'가 번진다 세계 곳곳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하나 둘 사람들이 숨집니다. 사망자는 급속도로 늘어납니다. 한 프리랜서 기자가 개나리액을 마시면 의문의 전염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거짓 정보를 퍼뜨립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환자들은 개나리액을 구하는 데 매달리고, 결국 폭동까지 일어납니다. 그러는 사이 사이비 기자는 일약 스타가 되죠. 우리가 영화를 보면서 느끼게 되는 건 가짜뉴스 자체보다 가짜뉴스가 어떻게 이렇게 순식간에 퍼져 영향력을 얻게 되는가인데요 사람들의 마음이 약해지고, 공동체에 불신이 생길수록 가짜를 쉽게 믿게 된다는 겁니다. 공포는 불신을 낳고. 불신은 음모론을 키우는 현실이 생생하게 묘사됩니다. 즉 수백만 명이 숨지면서 시스템에 대한 믿음이 추락한 상황을 통해서 가짜뉴스라는 악성 바이러스가 발원했을 때 이에 대한 우리의 면역력, 즉 지금 우리사회의 신뢰도는 어떤 수준인가, 생각해보게 됩니다. ■ 공포는 불신을 키우고 불신은 음모론의 자양분이 된다 공포에서 비롯된 거짓정보가 근거없는 혐오를 양분 삼아 증식한다는 점은 한국영화 '부산행'에서도 본 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가짜뉴스를 믿는 사람들이 최악의 상황으로 나아간 형태가 사이비 종교화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쇼생크 탈출'로 유명한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의 '미스트'는 가짜뉴스를 넘어 좀더 근본적으로 하나의 공동체 안에서 거짓된 믿음이 전염될 때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줍니다. 작은 마을에 극도로 공격적인 괴생명체들이 나타나고, 수십 명의 주민들이 마트에 갇힙니다. 영화 속 괴물들은 사실 우리 생태계에 존재하는 것들과 모양이나 행태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크기가 아주 큽니다. 예를 들어 조나단 스위프트가 쓴 '걸리버여행기'의 거인국에 갔는데 모기가 있더라, 그런데 이게 사람 얼굴보다 크다, 이러면 얼마나 공포스러울까 하는 상상에서 출발하는 겁니다. 물리면 얼굴 크기만큼 붓고. 그러면 혈관이 막혀 죽겠죠. '걸리버 여행기'가 준 교훈처럼 대수롭지 않은 것도 사이즈가 커졌을 때. 혹은 우리가 미물처럼 작아졌을 때, 우리가 평소 중시하던 것, 사소하게 여겼던 것, 이런 것들에 대해 돌아보게 해주는데요. ■ 거짓된 믿음, 시작은 미미하였으나... 원래 이 마을에 사이비 종교를 믿는 여성이 있었습니다. 그저 이상한 사람이다 이렇게 취급되는 정도였는데 옆 사람이 무참히 숨지는 걸 목도하고 극도의 공포와 위협을 느낀 사람들이 앞서 본 영화에서 사이비 기자가 영향력을 얻듯 이 여성을 따르는 이들이 하나 둘 늘어납니다. 급기야 이 여성은 자신을 추종하지 않는 사람을 마녀사냥하듯이 악마로 몰고 괴물들에게 제물로 바치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습니다. 별 것 아닌 것 같았던 작은 불신, 또는 미미하게 시작된 헛소문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모습입니다. 자신의 뜻과 다르다는 이유로 자기 믿음을 거짓으로 포장하고 상대편을 공격하는 경우가 과연 영화 속에서만 벌어지는 이야기일까 생각해보게 해줍니다. 잔인한 영상 힘들어하시는 분은 조심해야 하는 영화이긴 합니다만. 잘 만든 공포나 SF는 이렇게 우리 안의 불안요소를 현미경처럼 확대해주기도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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