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김수현이 원톱? 장하성이 남긴 ‘빨간 주머니, 파란 주머니’

입력 2018.11.16 (07:01) 수정 2018.11.16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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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공식 브리핑 자리에서 참석자나 기자들이 다 함께 웃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발표하는 사안이 사안이니만큼, 엄숙한 분위기 속에 진행되고, 브리핑하는 사람과 기자들 사이에 묘한 긴장감마저 흐르는 게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11일에 열린 김수현 신임 정책실장의 첫 기자간담회에서 보기 드문 일이 있었습니다. 한 기자가 "혹시 장하성 전임 정책실장이 (떠나면서) 당부한 말이 있었느냐"고 물었더니, 김수현 실장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장하성 실장님께서는 떠나시면서 저한테 빨간 주머니, 파란 주머니를 주고 가셨습니다."

듣고 있던 기자들이 "네???" 하면서 의아해 하자, 김 실장이 부연 설명을 했습니다.

"어려울 때 열어보라고 하셨습니다."

이 말을 한 김수현 실장도, 함께 참석한 청와대 참모진들도, 기자들도 모처럼 잠시나마 같이 웃었습니다. 이른바 '투톱' 논란, 부동산 정책 책임론, 경제 전망 등 주요 현안에 대해 기자들과 팽팽한 긴장감 속에 질의응답을 이어가던 중에 나온 농담 섞인, 재치있는 답변이었으니까요.


청와대 정책실 관계자에게 김 실장 발언 배경을 물어봤더니 "김수현 실장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한 얘기"라고 설명했습니다. 장하성 전 실장이 김수현 실장에게 진짜 무슨 주머니나 서류 같은 걸 남기고 갔다기보다 "1년 반 동안 정책실장으로 일하면서 겪었던 경험담을 토대로, 신임 실장에게 격려와 당부, 지혜를 남긴 것"이라는 겁니다. 떠나는 장 실장이 후임에게 남긴 '지혜 주머니'인 셈인데, 그 주머니엔 뭐가 담겼을까요.


김&장이냐, 장&김이냐…끊이지 않았던 '소모적인' 갈등설

고용 지표를 중심으로 경제 성적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장하성 정책실장 두 사람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자 언제부턴가 언론에선 두 사람을 '김앤장'으로 줄여서 불렀습니다. 일종의 '딱지'를 붙여준 건데요. 연일 두 사람의 갈등설이 보도되는 것에 대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숨소리만 달라도 견해차가 있다고 기사화되는 상황"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언론에서 두 사람의 갈등을 지나치게 과장한다는 우려 섞인 발언이었죠.

그러나 두 사람이 실제 최저임금, 고용 전망 등 주요 경제 현안에 대한 생각이 달랐던 만큼, 경제 정책 주도권을 누가 이끌어가느냐를 놓고 갈등해왔던 것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김앤장' 갈등설이 한참이던 때 사석에서 장하성 실장에게 '김앤장' 갈등설에 대해서 물어보면 "왜 김앤장이냐, 장앤김이 아니고"라고 답변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옵니다. 물론 평소에 농담을 즐겨 했다던 장 실장이 웃으며 한 얘기겠지만, 뼈있는 농담으로 들립니다.


"장하성 실장, 김동연 주도한 '혁신 성장' 성과 나오지 않아 안타까워했다"

장하성 실장과 함께 일했던 한 청와대 관계자는 '소득주도성장'을 주도했던 장 실장이,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맡았던 '혁신 성장' 분야에서 기대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해 안타까워했다는 말도 전했습니다.

"현 정부 3대 정책 기조인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가 상호 보완적으로 맞물려 돌아가야하는데, 장 실장은 자신이 주도한 소득주도성장이 최저임금 인상 논란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새 성장동력을 제시할 혁신 성장 분야의 성과나 실적을 기대했지만, 성과가 나오지 않은 점을 아쉬워했다" (청와대 관계자)

'김앤장' 두 사람의 불화의 배경에는 이런 정책 성과에 대한 부분도 작용했을 거란 얘깁니다. 떠나는 장하성 실장이 김수현 실장에게 주고 간 '빨강·파랑 주머니'엔 소모적인 갈등설에 휘말려 정책을 제대로 펴지 못했다는 소회와 함께 지난 1년 반 동안의 정책 성과에 대한 분석, 반성도 함께 담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어찌됐든 '김앤장'으로 불린 1기 경제팀은 막을 내렸고, 이제 장 실장이 남긴 '빨강·파랑 주머니'를 건네 받은 김수현 정책실장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후보자 두 사람으로 2기 경제팀이 꾸려졌습니다. 김수현 실장은 이제 경제사령탑은 경제부총리 1명이라는 점을 여러번 강조했습니다.

김수현/靑 신임 정책실장 (11일, 기자간담회)
"정책실장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사람으로서 경제부총리의 활동을 지원하고 뒷받침하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더 이상 투톱 같은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김 실장이 '나는 경제부총리 아래에 있는 사람'이라며 한껏 몸을 낮춘 셈이지만, 정치권에선 실제 그렇게 믿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입니다.

이젠 김수현이 원톱? 소모적 '원톱' 논란보다 경제 정책 성과로 답해야

김수현 실장은 문 대통령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아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탈원전정책 등을 사실상 총괄해온 '실세' 사회 수석이었고, 이젠 정책을 총괄하는 정책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만큼, 장하성 전 실장때보다 더 힘이 세진 것 아니냐는 얘기도 벌써부터 나옵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부총리와 정책실장이 원팀이라고 말하지만, 김수현 원톱인 것은 이미 틀림없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국민들 입장에선 김앤장이든, 홍앤김이든, 누가 경제사령탑이냐, 진짜 원톱이냐 이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모든 걸 다 떠나서 일자리, 경제 정책을 제대로 펴서 성과를 좀 내라는 게 누구나 한결같은 마음일 겁니다.

각종 경제 지표에 빨간 불이 들어온 상황에서 2기 경제팀이 치열하게 토론하고 논의하되, 하나의 팀, 한 목소리로 경제 정책을 잘 이끌수 있을지, 눈 크게 뜨고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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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16 07:01:54
    • 수정2018-11-16 07:03:27
    취재후·사건후
청와대 공식 브리핑 자리에서 참석자나 기자들이 다 함께 웃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발표하는 사안이 사안이니만큼, 엄숙한 분위기 속에 진행되고, 브리핑하는 사람과 기자들 사이에 묘한 긴장감마저 흐르는 게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11일에 열린 김수현 신임 정책실장의 첫 기자간담회에서 보기 드문 일이 있었습니다. 한 기자가 "혹시 장하성 전임 정책실장이 (떠나면서) 당부한 말이 있었느냐"고 물었더니, 김수현 실장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장하성 실장님께서는 떠나시면서 저한테 빨간 주머니, 파란 주머니를 주고 가셨습니다."

듣고 있던 기자들이 "네???" 하면서 의아해 하자, 김 실장이 부연 설명을 했습니다.

"어려울 때 열어보라고 하셨습니다."

이 말을 한 김수현 실장도, 함께 참석한 청와대 참모진들도, 기자들도 모처럼 잠시나마 같이 웃었습니다. 이른바 '투톱' 논란, 부동산 정책 책임론, 경제 전망 등 주요 현안에 대해 기자들과 팽팽한 긴장감 속에 질의응답을 이어가던 중에 나온 농담 섞인, 재치있는 답변이었으니까요.


청와대 정책실 관계자에게 김 실장 발언 배경을 물어봤더니 "김수현 실장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한 얘기"라고 설명했습니다. 장하성 전 실장이 김수현 실장에게 진짜 무슨 주머니나 서류 같은 걸 남기고 갔다기보다 "1년 반 동안 정책실장으로 일하면서 겪었던 경험담을 토대로, 신임 실장에게 격려와 당부, 지혜를 남긴 것"이라는 겁니다. 떠나는 장 실장이 후임에게 남긴 '지혜 주머니'인 셈인데, 그 주머니엔 뭐가 담겼을까요.


김&장이냐, 장&김이냐…끊이지 않았던 '소모적인' 갈등설

고용 지표를 중심으로 경제 성적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장하성 정책실장 두 사람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자 언제부턴가 언론에선 두 사람을 '김앤장'으로 줄여서 불렀습니다. 일종의 '딱지'를 붙여준 건데요. 연일 두 사람의 갈등설이 보도되는 것에 대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숨소리만 달라도 견해차가 있다고 기사화되는 상황"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언론에서 두 사람의 갈등을 지나치게 과장한다는 우려 섞인 발언이었죠.

그러나 두 사람이 실제 최저임금, 고용 전망 등 주요 경제 현안에 대한 생각이 달랐던 만큼, 경제 정책 주도권을 누가 이끌어가느냐를 놓고 갈등해왔던 것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김앤장' 갈등설이 한참이던 때 사석에서 장하성 실장에게 '김앤장' 갈등설에 대해서 물어보면 "왜 김앤장이냐, 장앤김이 아니고"라고 답변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옵니다. 물론 평소에 농담을 즐겨 했다던 장 실장이 웃으며 한 얘기겠지만, 뼈있는 농담으로 들립니다.


"장하성 실장, 김동연 주도한 '혁신 성장' 성과 나오지 않아 안타까워했다"

장하성 실장과 함께 일했던 한 청와대 관계자는 '소득주도성장'을 주도했던 장 실장이,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맡았던 '혁신 성장' 분야에서 기대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해 안타까워했다는 말도 전했습니다.

"현 정부 3대 정책 기조인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가 상호 보완적으로 맞물려 돌아가야하는데, 장 실장은 자신이 주도한 소득주도성장이 최저임금 인상 논란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새 성장동력을 제시할 혁신 성장 분야의 성과나 실적을 기대했지만, 성과가 나오지 않은 점을 아쉬워했다" (청와대 관계자)

'김앤장' 두 사람의 불화의 배경에는 이런 정책 성과에 대한 부분도 작용했을 거란 얘깁니다. 떠나는 장하성 실장이 김수현 실장에게 주고 간 '빨강·파랑 주머니'엔 소모적인 갈등설에 휘말려 정책을 제대로 펴지 못했다는 소회와 함께 지난 1년 반 동안의 정책 성과에 대한 분석, 반성도 함께 담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어찌됐든 '김앤장'으로 불린 1기 경제팀은 막을 내렸고, 이제 장 실장이 남긴 '빨강·파랑 주머니'를 건네 받은 김수현 정책실장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후보자 두 사람으로 2기 경제팀이 꾸려졌습니다. 김수현 실장은 이제 경제사령탑은 경제부총리 1명이라는 점을 여러번 강조했습니다.

김수현/靑 신임 정책실장 (11일, 기자간담회)
"정책실장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사람으로서 경제부총리의 활동을 지원하고 뒷받침하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더 이상 투톱 같은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김 실장이 '나는 경제부총리 아래에 있는 사람'이라며 한껏 몸을 낮춘 셈이지만, 정치권에선 실제 그렇게 믿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입니다.

이젠 김수현이 원톱? 소모적 '원톱' 논란보다 경제 정책 성과로 답해야

김수현 실장은 문 대통령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아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탈원전정책 등을 사실상 총괄해온 '실세' 사회 수석이었고, 이젠 정책을 총괄하는 정책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만큼, 장하성 전 실장때보다 더 힘이 세진 것 아니냐는 얘기도 벌써부터 나옵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부총리와 정책실장이 원팀이라고 말하지만, 김수현 원톱인 것은 이미 틀림없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국민들 입장에선 김앤장이든, 홍앤김이든, 누가 경제사령탑이냐, 진짜 원톱이냐 이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모든 걸 다 떠나서 일자리, 경제 정책을 제대로 펴서 성과를 좀 내라는 게 누구나 한결같은 마음일 겁니다.

각종 경제 지표에 빨간 불이 들어온 상황에서 2기 경제팀이 치열하게 토론하고 논의하되, 하나의 팀, 한 목소리로 경제 정책을 잘 이끌수 있을지, 눈 크게 뜨고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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