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국감 끝나면 끝?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국정감사

입력 2018.11.17 (11:11) 수정 2018.11.19 (09:2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국정감사를 감사하다

매년 10월 모두의 관심 속에 치러지는 국정감사.
올해 국감 첫날 이낙연 총리가 언급했듯이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가장 중요한 정부견제기능 중 하나”이다. 국회가 국정 전반에 대한 감시와 견제 권한을 갖는 건 생계에 바쁜 국민 대신 선출직 국회의원이 그 역할을 하라는 의도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정작 국회가 그 역할을 잘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수단이 없다. "국감증인 2179명" 연속기획은 견제의 주체이지만, 견제받지 않는 국회의 국정감사를 들여다봤다.

국정감사의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망각하고 자신이 가진 권한을 남용하는 국회의원들은 TV뉴스가 과장하는 것일까? 일부만 비춰져서 그런 것일까?

국감에서 증인들을 불러놓고 한 질문이나, 증인의 발언, 문제가 개선됐는지 10년 치 회의록을 분석해보기로 했다. 단편적인 뉴스가 아닌 회의록에서 드러난 데이터는 '갑질'에 가까웠다.


생업이 있는 사람을 불러다가 종일 앉혀놓고 단 한마디도 시키지 않는 경우가 지난 9년 동안 10%(218명)였다. 국정 전반과는 전혀 상관없는 지역구 관련 민원성 질의도 적지 않았다. 동일한 주제로 동일한 증인들을 수년 간 부르면서 헛다리를 짚는 국감 질의는 한숨이 나올 정도다. 물론, 증인들의 위세도 대단했다. 국회에서 불러도 회장님들은 절반도 나오지 않았다.

[연관기사]
[국감증인2179명] ① 말 못하는 증인들…이럴거면 왜 불렀나요?
[국감증인2179명] ② 국감 때면 해외 가는 회장님, 불러도 반도 안 나와
[국감증인2179명] ③ 회장 불러놓고 “지역구 민원이…”·“사과하세요”
[국감증인2179명] ④ 의원도 알고 증인도 안다…붕어빵 국감 막으려면?
[국감증인2179명] ⑤ 비리·유치원·이재명…올해의 국감 키워드
[크랩] 국감10년…쫓기고, 혼나고, 신비로운 증인들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국정감사

문제는 국회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인” 국정감사를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는 짧은 기간 동안 약 700개의 기관(하루에 35개꼴)을 다뤄야 하는 국정감사의 시스템적인 문제에도 원인이 있겠지만, 국감을 매년 치르는 이벤트성 행사로 가볍게 다루는 언론에도 그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엄청난 권한을 부여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부실하게 이뤄지는 국감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사람(혹은 언론)이 없다는 것은 결국 국회의원들에게 “부끄러워도 괜찮은 상황”을 마련해 악순환을 반복하게 한다.

누구에게도 책임이 없는 국회의 소홀한 기록 관리

심지어 국회는 스스로 가진 가장 큰 권력인 국정감사에 대한 기록에 소홀하다. '국감증인2179명' 시리즈 기사는 국회사무처 의사국에서 해마다 발간하는 약 270페이지의 국정감사·조사 통계자료집을 중심으로 국회 회의록 등을 분석했다.

이 가운데 증인 관련 자료 오류가 10건이 발견됐다. 간단한 통계표와 증인 목록을 표로 제시하는 증인 목록의 오류는 기록 이후 아무도 세어보지 않았다는 거다.

우연히 발견한 것만 그 정도이니 더 많을 수도 있다.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오류, 단순한 계산 실수는 애교로 덮고 넘어간다고 하더라도, 위증으로 고발당한 증인의 고발사유를 불출석으로 적어 놓거나 불출석한 증인을 출석한 증인으로 포함해 놓은 것은 통계로서의 의미를 상실했다고 볼 수 있다.


증인 출석자 4+9+9=2 간단한 덧셈도 안되는 국회사무처?

국회사무처 의사국에 문의해보니 통계자료집은 각 상임위에서 보낸 자료를 취합하는 방식으로 만든다고 답변이 왔다. 취합만 할 뿐 검수는 안한다. 국정감사에 대한 국가기록을 관리하는 주체가 없다는 얘기다.

데이터 수집을 진행하면서 의문사항을 문의하면 의사국은 상임위에, 상임위는 이전 상임위에 그 책임을 미루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국가 기록물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출판까지 관리하는 최종 책임자가 없다.

이러다보니 상임위에서 의사국에 제공하는 자료에 통일된 기준은 없을 수 밖에 없다. A 상임위는 대리 출석한 증인들을 불출석 리스트에 포함해서 보내고, B 상임위는 출석 리스트에 포함해 보내면 이를 조정 없이 통계자료집에 반영한다. 심지어 상임위 별로 서식조차 다르게 기재하는데 이를 그대로 반영해 “전 국세청장”, “국세청장(전)” 등이 혼용되어 쓰이고 있다. 실질적으로 의사국에서 최종적으로 자료를 관리하기 때문에 서식이나 통계의 기준을 상임위에 통보해 통일해 주어야 하는데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못하고 있다. 국회의 국가기록물 관리가 얼마나 허술한 지 여실히 드러난다.

“국회는 10년 이상 뒤떨어져 있어요”…pdf, hwp, 그리고 napdf


국회는 정부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데이터 공개를 해야 한다고 지적하지만국회 스스로를 들여다봐야 할 듯 싶다. 국회는 활용이 거의 불가능한 형태인 한글 파일(hwp)이나 pdf 형태를 고수하고 있다. 심지어 국회도서관에서는 pdf도 아니라 국회도서관에서 pdf를 암호화해 만든 napdf로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국회도서관관계자는 “저작권 때문에 napdf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저작권이 부여되지 않는 공공기록물도 왜 napdf로 제공하느냐는 물음에는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국가 기록물을 굳이 판독을 방지해 공개하는 이유는 두 번 생각해도 알기 어렵다.

알권리연구소 전진한 소장은 “국회는 정보공개 측면에서 정부와 비교하면 10년 이상 뒤떨어져 있다”며“이는 국회를 제대로 견제하는 기관이 없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국회가 보통 행정부로부터 자료를 제출받는 때 엑셀 등 활용 가능한 방식으로 요구하면서도 정작 국회 자료는 매우 불친절한 형태로 공개하고, 자료를 요구받는 것 자체도 매우 어색해 한다”고 지적했다.

전 소장은 국회 사무처도 “국민의 알권리 보다는 국회의원들의 편의를 중심으로 일을 운영하는 데다가 형식적인 국회운영위원회 감사를 통해서는 개선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민의에 의해 부여받은 권력을 행사할 때는 적극적이면서 그 의무에는 소홀한 격이다.

국회의 기관 신뢰도는 꼴찌

국회를 바라보는 시선은 날로 싸늘해지고 있다. 매년 갤럽에서 실시하는 사회통합실태조사에서 국회는 기관 신뢰도(맡은 일을 잘하고 있다고 믿는다, 2017년 15%)에서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국민의 신뢰가 바닥인 국회가 정부 활동이 옳으냐 그르냐를 따지는 국정감사가 당위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인지도 의문이다. 4년에 한 번, 선거를 앞둔 때에만 겸손해지는 국회의원들에게 국정감사가 이벤트에 끝나지 않고, 제대로 민생을 반영하는 장이 되려면 국감 그 이후, 돌아보는 작업이 절실하다.

[장슬기 데이터저널리즘 분석가]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취재후] 국감 끝나면 끝?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국정감사
    • 입력 2018-11-17 11:11:10
    • 수정2018-11-19 09:27:49
    취재후·사건후
국정감사를 감사하다

매년 10월 모두의 관심 속에 치러지는 국정감사.
올해 국감 첫날 이낙연 총리가 언급했듯이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가장 중요한 정부견제기능 중 하나”이다. 국회가 국정 전반에 대한 감시와 견제 권한을 갖는 건 생계에 바쁜 국민 대신 선출직 국회의원이 그 역할을 하라는 의도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정작 국회가 그 역할을 잘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수단이 없다. "국감증인 2179명" 연속기획은 견제의 주체이지만, 견제받지 않는 국회의 국정감사를 들여다봤다.

국정감사의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망각하고 자신이 가진 권한을 남용하는 국회의원들은 TV뉴스가 과장하는 것일까? 일부만 비춰져서 그런 것일까?

국감에서 증인들을 불러놓고 한 질문이나, 증인의 발언, 문제가 개선됐는지 10년 치 회의록을 분석해보기로 했다. 단편적인 뉴스가 아닌 회의록에서 드러난 데이터는 '갑질'에 가까웠다.


생업이 있는 사람을 불러다가 종일 앉혀놓고 단 한마디도 시키지 않는 경우가 지난 9년 동안 10%(218명)였다. 국정 전반과는 전혀 상관없는 지역구 관련 민원성 질의도 적지 않았다. 동일한 주제로 동일한 증인들을 수년 간 부르면서 헛다리를 짚는 국감 질의는 한숨이 나올 정도다. 물론, 증인들의 위세도 대단했다. 국회에서 불러도 회장님들은 절반도 나오지 않았다.

[연관기사]
[국감증인2179명] ① 말 못하는 증인들…이럴거면 왜 불렀나요?
[국감증인2179명] ② 국감 때면 해외 가는 회장님, 불러도 반도 안 나와
[국감증인2179명] ③ 회장 불러놓고 “지역구 민원이…”·“사과하세요”
[국감증인2179명] ④ 의원도 알고 증인도 안다…붕어빵 국감 막으려면?
[국감증인2179명] ⑤ 비리·유치원·이재명…올해의 국감 키워드
[크랩] 국감10년…쫓기고, 혼나고, 신비로운 증인들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국정감사

문제는 국회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인” 국정감사를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는 짧은 기간 동안 약 700개의 기관(하루에 35개꼴)을 다뤄야 하는 국정감사의 시스템적인 문제에도 원인이 있겠지만, 국감을 매년 치르는 이벤트성 행사로 가볍게 다루는 언론에도 그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엄청난 권한을 부여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부실하게 이뤄지는 국감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사람(혹은 언론)이 없다는 것은 결국 국회의원들에게 “부끄러워도 괜찮은 상황”을 마련해 악순환을 반복하게 한다.

누구에게도 책임이 없는 국회의 소홀한 기록 관리

심지어 국회는 스스로 가진 가장 큰 권력인 국정감사에 대한 기록에 소홀하다. '국감증인2179명' 시리즈 기사는 국회사무처 의사국에서 해마다 발간하는 약 270페이지의 국정감사·조사 통계자료집을 중심으로 국회 회의록 등을 분석했다.

이 가운데 증인 관련 자료 오류가 10건이 발견됐다. 간단한 통계표와 증인 목록을 표로 제시하는 증인 목록의 오류는 기록 이후 아무도 세어보지 않았다는 거다.

우연히 발견한 것만 그 정도이니 더 많을 수도 있다.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오류, 단순한 계산 실수는 애교로 덮고 넘어간다고 하더라도, 위증으로 고발당한 증인의 고발사유를 불출석으로 적어 놓거나 불출석한 증인을 출석한 증인으로 포함해 놓은 것은 통계로서의 의미를 상실했다고 볼 수 있다.


증인 출석자 4+9+9=2 간단한 덧셈도 안되는 국회사무처?

국회사무처 의사국에 문의해보니 통계자료집은 각 상임위에서 보낸 자료를 취합하는 방식으로 만든다고 답변이 왔다. 취합만 할 뿐 검수는 안한다. 국정감사에 대한 국가기록을 관리하는 주체가 없다는 얘기다.

데이터 수집을 진행하면서 의문사항을 문의하면 의사국은 상임위에, 상임위는 이전 상임위에 그 책임을 미루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국가 기록물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출판까지 관리하는 최종 책임자가 없다.

이러다보니 상임위에서 의사국에 제공하는 자료에 통일된 기준은 없을 수 밖에 없다. A 상임위는 대리 출석한 증인들을 불출석 리스트에 포함해서 보내고, B 상임위는 출석 리스트에 포함해 보내면 이를 조정 없이 통계자료집에 반영한다. 심지어 상임위 별로 서식조차 다르게 기재하는데 이를 그대로 반영해 “전 국세청장”, “국세청장(전)” 등이 혼용되어 쓰이고 있다. 실질적으로 의사국에서 최종적으로 자료를 관리하기 때문에 서식이나 통계의 기준을 상임위에 통보해 통일해 주어야 하는데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못하고 있다. 국회의 국가기록물 관리가 얼마나 허술한 지 여실히 드러난다.

“국회는 10년 이상 뒤떨어져 있어요”…pdf, hwp, 그리고 napdf


국회는 정부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데이터 공개를 해야 한다고 지적하지만국회 스스로를 들여다봐야 할 듯 싶다. 국회는 활용이 거의 불가능한 형태인 한글 파일(hwp)이나 pdf 형태를 고수하고 있다. 심지어 국회도서관에서는 pdf도 아니라 국회도서관에서 pdf를 암호화해 만든 napdf로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국회도서관관계자는 “저작권 때문에 napdf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저작권이 부여되지 않는 공공기록물도 왜 napdf로 제공하느냐는 물음에는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국가 기록물을 굳이 판독을 방지해 공개하는 이유는 두 번 생각해도 알기 어렵다.

알권리연구소 전진한 소장은 “국회는 정보공개 측면에서 정부와 비교하면 10년 이상 뒤떨어져 있다”며“이는 국회를 제대로 견제하는 기관이 없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국회가 보통 행정부로부터 자료를 제출받는 때 엑셀 등 활용 가능한 방식으로 요구하면서도 정작 국회 자료는 매우 불친절한 형태로 공개하고, 자료를 요구받는 것 자체도 매우 어색해 한다”고 지적했다.

전 소장은 국회 사무처도 “국민의 알권리 보다는 국회의원들의 편의를 중심으로 일을 운영하는 데다가 형식적인 국회운영위원회 감사를 통해서는 개선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민의에 의해 부여받은 권력을 행사할 때는 적극적이면서 그 의무에는 소홀한 격이다.

국회의 기관 신뢰도는 꼴찌

국회를 바라보는 시선은 날로 싸늘해지고 있다. 매년 갤럽에서 실시하는 사회통합실태조사에서 국회는 기관 신뢰도(맡은 일을 잘하고 있다고 믿는다, 2017년 15%)에서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국민의 신뢰가 바닥인 국회가 정부 활동이 옳으냐 그르냐를 따지는 국정감사가 당위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인지도 의문이다. 4년에 한 번, 선거를 앞둔 때에만 겸손해지는 국회의원들에게 국정감사가 이벤트에 끝나지 않고, 제대로 민생을 반영하는 장이 되려면 국감 그 이후, 돌아보는 작업이 절실하다.

[장슬기 데이터저널리즘 분석가]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