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K] “초등학교 앞에 전자발찌 찬 사람이…” 보호관찰소에 대한 오해와 진실

입력 2019.01.12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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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관찰소, 범죄자 관리·교육 담당 관공서
■서울 목동 초등학교 학부모, 보호관찰소 이전 등 요구
■법무부 "학교 옆 보호관찰소 위험하지 않다"
■'사회 속 지도' 취지 살리되 주민과 소통도 힘써야!

혹시 '보호관찰소'라는 곳을 들어보셨나요?

교도소에서 석방된 범죄자나 법원에서 집행유예와 함께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사람들을 관리하는 일종의 관공서입니다.

대표적 사례는 가수 고영욱 씨와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있습니다.



●보호관찰소, 범죄자 관리와 함께 교육도 담당

지난 2013년 미성년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을 받은 가수 고영욱 씨는 만기출소 이후 3년 동안 전자발찌를 차면서 보호관찰소에 출석해 관리를 받았습니다.

지난 2014년 골프장 캐디를 성추행한 혐의로 벌금형을 받은 박희태 전 국회의장도 보호관찰소에 나와서 40시간 성폭력 치료 강의를 들었습니다.

보호관찰소에서 관리하는 범죄자들은 성폭력 사범뿐 아니라 마약과 절도, 교통 사범까지 다양합니다. 보호관찰소는 이들의 재범을 막기 위해 관리하면서 한편으론 교육을 통해 사회의 원활한 복귀를 지원합니다.

보호관찰소는 보통 법원과 검찰의 행정구역별로 있으며, 전국 57곳에 달합니다. 또한, 지난 2016년부터는 '준법지원센터'라는 명칭도 함께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서울의 한 보호관찰소를 둘러싸고 항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취재진을 만난 학부모들은 지난해 여름부터 겪었던 일들을 이야기했습니다.

준법지원센터 앞에서 횡단보도 건너는 아이 모습준법지원센터 앞에서 횡단보도 건너는 아이 모습

“보호관찰소 앞에서 반바지를 입은 사람이 있었는데, 전자발찌를 차고 가고 있었어요.”

한 학부모는 자녀가 다니는 초등학교 앞 버스정류장에서 전자발찌를 찬 사람을 본 이후 매우 불안해했습니다. 다른 학부모들도 이야기를 털어놨습니다.

“한 남성이 다가와 ‘내가 아까부터 뒤에서 따라왔는데 몰랐느냐’ 라면서 말해 너무 놀라 도망간 학부모도 있었어요. 이 내용을 학부모 모임에서 들었어요.”

“좀 험악하게 보이는 50~60대 남성이 저에게 ‘보호관찰소가 어디예요?’ 물었어요. 그때가 아이들 하교 시간이기도 해서 말을 하면서도 덜컥 좀 무섭기도 하고…”

학부모들은 초등학교 옆에 보호관찰소가 있는 사실을 모르다가 지난해 여름 존재를 알았다고 합니다.

그때부터 학부모들은 학부모 1천 명의 서명을 받아 서울 남부 보호관찰소 이전을 비롯해 성범죄자 출입시간 제한, 학교와 보호관찰소 건물 사이 가림막 설치 등을 요구했습니다.

보호관찰소에서 학교로 보낸 안전 관련 답변서보호관찰소에서 학교로 보낸 안전 관련 답변서

학교와 보호관찰소 사이에 가림막이 생겼고 하교 시간에는 안전 지킴이 1명이 배치됐습니다.

학부모들은 이 정도 조치만으로는 여전히 불안하다고 호소합니다.

앞서 학부모들이 항의했던 서울 남부 보호관찰소만 이렇게 학교와 가까이 있을까요? 전국의 보호관찰소가 어디에 있고, 학교와 어느 정도 가까운지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보호관찰소 전국 57곳…200m 안에 학교가 있는 보호관찰소 26곳에 달해

법무부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전국 보호관찰소 57곳에 대해 전수 조사를 했습니다. 전체 57곳 가운데 주변 500m에 학교(초·중·고·특수)가 있는 곳은 50곳. 주변 200m에 학교가 있는 곳은 26곳이었습니다.

다른 지역의 보호관찰소 주변은 어떤지 가봤습니다. 경기도의 한 보호관찰소는 학교 정문 앞 길목에 있었습니다. 직선거리로 80여 m, 걸어서 2분 거리였습니다.

주변에 사는 한 초등학생 학부모를 만났습니다. 학부모는 정문 앞길이라 초등학생들이 보호관찰소 옆으로 등하교한다면서 걱정했습니다.

경기도의 한 준법지원센터, 초등학교 등하굣길 옆 상가에 위치경기도의 한 준법지원센터, 초등학교 등하굣길 옆 상가에 위치

“아무래도 아이 때문에 걱정 많이 되고, 주변에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 신경이 많이 쓰여요. 다들 걱정이 많아요. 아무래도 그런 부분에 대해서 누구 하나 뭐라고 이야기해줄 수도 없고…”

그러면, 보호관찰소를 운영하는 법무부는 어떤 입장일까요?

●법무부 “법적 문제없다, 보호관찰소 주변 안전하다”

법무부 입장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법적 문제가 없다'와 '안전하다'입니다.

우선 보호관찰소 위치에 대한 법적인 제약이 없으며, 보호관찰소 위치와 존재를 주민과 학부모에게 안내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또 "최근 3년간 보호관찰소 주변 500m 안에서 보호관찰대상자가 범죄를 일으키지 않았다."라면서 보호관찰소 주변이 더 불안하다고 볼만한 뚜렷한 증거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도 보호관찰소는 학교 등이 있는 도심지에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이웅혁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보호관찰제도 취지가 (경범죄자들이) 사회에서 일반인과 같이 지내는 것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외국도 보호관찰소 위치에 대한 특별한 제한은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보호관찰 처분을 받는 사람들은 강력범죄자들이 아니라 주로 경범죄자들이 많다."라면서 "밀집지역이 많은 우리나라 특성상 학교가 아파트촌 근처에 있는데, 보호관찰소가 아파트촌과 같은 도심지 밖에 있으면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보호관찰대상자의 범죄 통계를 봐도 그렇고 보호관찰제도의 취지를 따져봐도 그렇고, 보호관찰소를 학교에서 멀리 떨어뜨려 놔야 한다고 주장할 근거는 희박해 보입니다.

학부모들의 불안도 오해에서 비롯한 막연한 공포인 면이 큽니다.

●학부모 항의가 있으면 추가 조치…특별한 안내도 없어 주민들 몰라

하지만 법무부에도 아쉬운 대목이 있습니다.

서울 남부 보호관찰소는 지난해 여름부터 성폭력 사범에 대해서는 보호관찰소로 부르지 않고 담당 인력이 찾아가는 현장지도를 하고 있습니다. 학부모의 항의가 시작된 이후 조치였습니다. 보호관찰소 관계자는 "학부모의 항의가 있고 난 이후 실시한 측면도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안내를 주민과 학부모에게 하지 않았습니다. 이 사실을 모르는 학부모들은 여전히 불안해하는데, 정작 보호관찰소는 주민들의 불안을 초래할 것을 우려해 알리지 않았다고 설명합니다.

다른 보호관찰소의 조치와 비교해도 차이가 있습니다. 지난 2016년 경상남도 진주 보호관찰소의 경우 성인 성폭력 사범에 대한 교육을 보호관찰소가 아닌 외부에서 집행하기로 하면서 지역 주민들과 협의하고 관련 내용을 투명하게 알렸습니다.

현재 일부 보호관찰소 주변 주민들은 여전히 혹시나 하는 우려를 하고 있고, 반대로 보호관찰소는 필요 이상으로 정보를 밝히길 꺼리고 있습니다.

보호관찰소 주변에 사는 주민들의 불안이 잠복해 있는 한 당국이 더욱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해야 하지 않을까요. 더욱이 주민들의 염려가 오해 때문이라면 보호관찰소의 목적과 운영 상황을 더 적극 설명하고 설득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안심은 믿음에서 오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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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K] “초등학교 앞에 전자발찌 찬 사람이…” 보호관찰소에 대한 오해와 진실
    • 입력 2019-01-12 12:02:25
    취재K
■보호관찰소, 범죄자 관리·교육 담당 관공서
■서울 목동 초등학교 학부모, 보호관찰소 이전 등 요구
■법무부 "학교 옆 보호관찰소 위험하지 않다"
■'사회 속 지도' 취지 살리되 주민과 소통도 힘써야!

혹시 '보호관찰소'라는 곳을 들어보셨나요?

교도소에서 석방된 범죄자나 법원에서 집행유예와 함께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사람들을 관리하는 일종의 관공서입니다.

대표적 사례는 가수 고영욱 씨와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있습니다.



●보호관찰소, 범죄자 관리와 함께 교육도 담당

지난 2013년 미성년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을 받은 가수 고영욱 씨는 만기출소 이후 3년 동안 전자발찌를 차면서 보호관찰소에 출석해 관리를 받았습니다.

지난 2014년 골프장 캐디를 성추행한 혐의로 벌금형을 받은 박희태 전 국회의장도 보호관찰소에 나와서 40시간 성폭력 치료 강의를 들었습니다.

보호관찰소에서 관리하는 범죄자들은 성폭력 사범뿐 아니라 마약과 절도, 교통 사범까지 다양합니다. 보호관찰소는 이들의 재범을 막기 위해 관리하면서 한편으론 교육을 통해 사회의 원활한 복귀를 지원합니다.

보호관찰소는 보통 법원과 검찰의 행정구역별로 있으며, 전국 57곳에 달합니다. 또한, 지난 2016년부터는 '준법지원센터'라는 명칭도 함께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서울의 한 보호관찰소를 둘러싸고 항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취재진을 만난 학부모들은 지난해 여름부터 겪었던 일들을 이야기했습니다.

준법지원센터 앞에서 횡단보도 건너는 아이 모습
“보호관찰소 앞에서 반바지를 입은 사람이 있었는데, 전자발찌를 차고 가고 있었어요.”

한 학부모는 자녀가 다니는 초등학교 앞 버스정류장에서 전자발찌를 찬 사람을 본 이후 매우 불안해했습니다. 다른 학부모들도 이야기를 털어놨습니다.

“한 남성이 다가와 ‘내가 아까부터 뒤에서 따라왔는데 몰랐느냐’ 라면서 말해 너무 놀라 도망간 학부모도 있었어요. 이 내용을 학부모 모임에서 들었어요.”

“좀 험악하게 보이는 50~60대 남성이 저에게 ‘보호관찰소가 어디예요?’ 물었어요. 그때가 아이들 하교 시간이기도 해서 말을 하면서도 덜컥 좀 무섭기도 하고…”

학부모들은 초등학교 옆에 보호관찰소가 있는 사실을 모르다가 지난해 여름 존재를 알았다고 합니다.

그때부터 학부모들은 학부모 1천 명의 서명을 받아 서울 남부 보호관찰소 이전을 비롯해 성범죄자 출입시간 제한, 학교와 보호관찰소 건물 사이 가림막 설치 등을 요구했습니다.

보호관찰소에서 학교로 보낸 안전 관련 답변서
학교와 보호관찰소 사이에 가림막이 생겼고 하교 시간에는 안전 지킴이 1명이 배치됐습니다.

학부모들은 이 정도 조치만으로는 여전히 불안하다고 호소합니다.

앞서 학부모들이 항의했던 서울 남부 보호관찰소만 이렇게 학교와 가까이 있을까요? 전국의 보호관찰소가 어디에 있고, 학교와 어느 정도 가까운지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보호관찰소 전국 57곳…200m 안에 학교가 있는 보호관찰소 26곳에 달해

법무부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전국 보호관찰소 57곳에 대해 전수 조사를 했습니다. 전체 57곳 가운데 주변 500m에 학교(초·중·고·특수)가 있는 곳은 50곳. 주변 200m에 학교가 있는 곳은 26곳이었습니다.

다른 지역의 보호관찰소 주변은 어떤지 가봤습니다. 경기도의 한 보호관찰소는 학교 정문 앞 길목에 있었습니다. 직선거리로 80여 m, 걸어서 2분 거리였습니다.

주변에 사는 한 초등학생 학부모를 만났습니다. 학부모는 정문 앞길이라 초등학생들이 보호관찰소 옆으로 등하교한다면서 걱정했습니다.

경기도의 한 준법지원센터, 초등학교 등하굣길 옆 상가에 위치
“아무래도 아이 때문에 걱정 많이 되고, 주변에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 신경이 많이 쓰여요. 다들 걱정이 많아요. 아무래도 그런 부분에 대해서 누구 하나 뭐라고 이야기해줄 수도 없고…”

그러면, 보호관찰소를 운영하는 법무부는 어떤 입장일까요?

●법무부 “법적 문제없다, 보호관찰소 주변 안전하다”

법무부 입장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법적 문제가 없다'와 '안전하다'입니다.

우선 보호관찰소 위치에 대한 법적인 제약이 없으며, 보호관찰소 위치와 존재를 주민과 학부모에게 안내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또 "최근 3년간 보호관찰소 주변 500m 안에서 보호관찰대상자가 범죄를 일으키지 않았다."라면서 보호관찰소 주변이 더 불안하다고 볼만한 뚜렷한 증거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도 보호관찰소는 학교 등이 있는 도심지에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이웅혁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보호관찰제도 취지가 (경범죄자들이) 사회에서 일반인과 같이 지내는 것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외국도 보호관찰소 위치에 대한 특별한 제한은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보호관찰 처분을 받는 사람들은 강력범죄자들이 아니라 주로 경범죄자들이 많다."라면서 "밀집지역이 많은 우리나라 특성상 학교가 아파트촌 근처에 있는데, 보호관찰소가 아파트촌과 같은 도심지 밖에 있으면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보호관찰대상자의 범죄 통계를 봐도 그렇고 보호관찰제도의 취지를 따져봐도 그렇고, 보호관찰소를 학교에서 멀리 떨어뜨려 놔야 한다고 주장할 근거는 희박해 보입니다.

학부모들의 불안도 오해에서 비롯한 막연한 공포인 면이 큽니다.

●학부모 항의가 있으면 추가 조치…특별한 안내도 없어 주민들 몰라

하지만 법무부에도 아쉬운 대목이 있습니다.

서울 남부 보호관찰소는 지난해 여름부터 성폭력 사범에 대해서는 보호관찰소로 부르지 않고 담당 인력이 찾아가는 현장지도를 하고 있습니다. 학부모의 항의가 시작된 이후 조치였습니다. 보호관찰소 관계자는 "학부모의 항의가 있고 난 이후 실시한 측면도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안내를 주민과 학부모에게 하지 않았습니다. 이 사실을 모르는 학부모들은 여전히 불안해하는데, 정작 보호관찰소는 주민들의 불안을 초래할 것을 우려해 알리지 않았다고 설명합니다.

다른 보호관찰소의 조치와 비교해도 차이가 있습니다. 지난 2016년 경상남도 진주 보호관찰소의 경우 성인 성폭력 사범에 대한 교육을 보호관찰소가 아닌 외부에서 집행하기로 하면서 지역 주민들과 협의하고 관련 내용을 투명하게 알렸습니다.

현재 일부 보호관찰소 주변 주민들은 여전히 혹시나 하는 우려를 하고 있고, 반대로 보호관찰소는 필요 이상으로 정보를 밝히길 꺼리고 있습니다.

보호관찰소 주변에 사는 주민들의 불안이 잠복해 있는 한 당국이 더욱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해야 하지 않을까요. 더욱이 주민들의 염려가 오해 때문이라면 보호관찰소의 목적과 운영 상황을 더 적극 설명하고 설득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안심은 믿음에서 오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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