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K] 기저귀에 의료폐기물…한국은 어쩌다 불법 쓰레기 수출국이 되었나?

입력 2019.01.12 (14:08) 수정 2019.01.12 (14:4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필리핀 환경단체들이 지난해 11월 '한국산 플라스틱 쓰레기'의 조속한 반송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 그린피스)


필리핀 불법 폐기물 6300톤 중 1차분 반환
수출업체는 잠적…당국, 처리방안 고심
국내 폐기물 포화 상태 "진짜 문제는 이제 시작"

국제적 망신을 초래한 한국산 폐기물 1,200톤이 내일(13일)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출발합니다. '쓰레기 수출국'이라는 오명만 남긴 채 어쩔 수 없이 본국으로 돌아오는 겁니다.

환경 당국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필리핀 민다나오 섬에 방치된 불법 수출 폐기물 6,300톤 가운데 1,200톤이 이날 배에 실려 평택항으로 출발할 예정입니다.

나머지 5,100톤은 거대한 쓰레기 산을 이루며 이 섬의 야적장에 쌓여 있습니다. 4만 5천 제곱미터(㎡) 규모인데 이 면적은 축구장 6개 넓이에 해당합니다.

필리핀 민다나오 섬에 쌓여 있는 한국산 불법 폐기물/사진 : 그린피스필리핀 민다나오 섬에 쌓여 있는 한국산 불법 폐기물/사진 : 그린피스

이 쓰레기들은 지난해 7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필리핀으로 건너왔습니다. 원래 재활용이 가능한 폐플라스틱으로 수입했는데 알고 보니 온갖 쓰레기가 뒤섞여있었던 겁니다. 이미 사용한 기저귀부터 배터리, 전구, 전자제품, 의료폐기물 등이 함께 들어 있었습니다.

당시 필리핀 세관이 이를 적발했고 현지 언론을 통해 보도가 됐습니다. 그러자 필리핀 시민단체들은 주필리핀 한국 대사관 앞에서 모여 "쓰레기를 갖고 가라"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우리 환경부도 지난해 11월 수출업체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고 국가 간 유해 폐기물의 이동을 막는 바젤협약에 따라 즉각 불법 폐기물 반입을 결정했습니다.

돌아온 골칫덩이 쓰레기, 어떻게 될까?

남은 5,100톤도 문제지만, 한국에 돌아온 쓰레기 처리 방안도 고민입니다.

폐기물을 처리하는 방법은 크게 재활용과 매립, 소각 이렇게 3가지가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이 중에서 현재 해당 폐기물을 소각할 방침으로 전해졌습니다.

당초 쓰레기를 불법 수출한 업체가 반입 비용과 소각 비용을 부담해야 하지만, 업체가 이를 외면하고 있어 환경 당국은 먼저 정부 예산을 투입해 처리한 뒤 사후 청구할 예정입니다. 이 업체는 현재 사업장 문도 걸어 잠그고 연락도 끊긴 상태입니다.

이 업체는 처리 비용과는 별도로 폐기물 관련 법을 위반했기 때문에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도 물게 될 예정입니다.

민다나오 섬에 방치된 폐기물, 한글이 그대로 적혀있다/사진: 그린피스민다나오 섬에 방치된 폐기물, 한글이 그대로 적혀있다/사진: 그린피스

환경부는 비슷한 문제는 없는지 폐플라스틱 수출신고를 완료한 전국 100개 업체를 대상으로 해당 사업장 및 항구 내 보관 중인 컨테이너에 대해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방치·불법 폐기물 100만 톤이 더 문제"

이번 문제의 직접적인 원인은 폐기물 수출 업체의 범법 행위입니다. 그런데 이 업체만 일벌백계하면 문제가 해소되는 걸까요?

한 전문가는 필리핀 쓰레기를 계기로 폐기물 문제가 사회적인 현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을 지적했습니다.

최근 폐기물의 주요 수입국이었던 중국이 수입거부조치를 하면서 폐기물 처리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지난해 봄, 처리 단가가 높아지면서 재활용 업체들이 수거를 거부해 폐비닐 대란으로 몸살을 앓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에 관련해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고 처리 인프라가 부족해 해외로 수출을 많이 하는데 중국이 수입을 거부하면서 매립, 소각 등 처리 단가가 높아져 해외로 빼돌리는 사례가 빚어진 것"이라며 "인프라 확충 및 폐기물 처리 방안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난해 11월 경북 의성에 있는 한 폐기물 처리장에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 방치되고 있다.지난해 11월 경북 의성에 있는 한 폐기물 처리장에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 방치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의 무단 투기 및 방치폐기물은 100만 톤이 넘을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처리 업체의 허용기준을 넘은 초과 폐기물만 73만 톤인데, 아직 드러나지 않은 무단 투기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환경부는 전국 지자체들과 함께 무단 투기물 규모를 전수조사 중이며 다음달 중 정확한 규모와 이에 대한 대책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취재K] 기저귀에 의료폐기물…한국은 어쩌다 불법 쓰레기 수출국이 되었나?
    • 입력 2019-01-12 14:08:01
    • 수정2019-01-12 14:41:38
    취재K
▲필리핀 환경단체들이 지난해 11월 '한국산 플라스틱 쓰레기'의 조속한 반송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 그린피스)


필리핀 불법 폐기물 6300톤 중 1차분 반환
수출업체는 잠적…당국, 처리방안 고심
국내 폐기물 포화 상태 "진짜 문제는 이제 시작"

국제적 망신을 초래한 한국산 폐기물 1,200톤이 내일(13일)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출발합니다. '쓰레기 수출국'이라는 오명만 남긴 채 어쩔 수 없이 본국으로 돌아오는 겁니다.

환경 당국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필리핀 민다나오 섬에 방치된 불법 수출 폐기물 6,300톤 가운데 1,200톤이 이날 배에 실려 평택항으로 출발할 예정입니다.

나머지 5,100톤은 거대한 쓰레기 산을 이루며 이 섬의 야적장에 쌓여 있습니다. 4만 5천 제곱미터(㎡) 규모인데 이 면적은 축구장 6개 넓이에 해당합니다.

필리핀 민다나오 섬에 쌓여 있는 한국산 불법 폐기물/사진 : 그린피스
이 쓰레기들은 지난해 7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필리핀으로 건너왔습니다. 원래 재활용이 가능한 폐플라스틱으로 수입했는데 알고 보니 온갖 쓰레기가 뒤섞여있었던 겁니다. 이미 사용한 기저귀부터 배터리, 전구, 전자제품, 의료폐기물 등이 함께 들어 있었습니다.

당시 필리핀 세관이 이를 적발했고 현지 언론을 통해 보도가 됐습니다. 그러자 필리핀 시민단체들은 주필리핀 한국 대사관 앞에서 모여 "쓰레기를 갖고 가라"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우리 환경부도 지난해 11월 수출업체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고 국가 간 유해 폐기물의 이동을 막는 바젤협약에 따라 즉각 불법 폐기물 반입을 결정했습니다.

돌아온 골칫덩이 쓰레기, 어떻게 될까?

남은 5,100톤도 문제지만, 한국에 돌아온 쓰레기 처리 방안도 고민입니다.

폐기물을 처리하는 방법은 크게 재활용과 매립, 소각 이렇게 3가지가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이 중에서 현재 해당 폐기물을 소각할 방침으로 전해졌습니다.

당초 쓰레기를 불법 수출한 업체가 반입 비용과 소각 비용을 부담해야 하지만, 업체가 이를 외면하고 있어 환경 당국은 먼저 정부 예산을 투입해 처리한 뒤 사후 청구할 예정입니다. 이 업체는 현재 사업장 문도 걸어 잠그고 연락도 끊긴 상태입니다.

이 업체는 처리 비용과는 별도로 폐기물 관련 법을 위반했기 때문에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도 물게 될 예정입니다.

민다나오 섬에 방치된 폐기물, 한글이 그대로 적혀있다/사진: 그린피스
환경부는 비슷한 문제는 없는지 폐플라스틱 수출신고를 완료한 전국 100개 업체를 대상으로 해당 사업장 및 항구 내 보관 중인 컨테이너에 대해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방치·불법 폐기물 100만 톤이 더 문제"

이번 문제의 직접적인 원인은 폐기물 수출 업체의 범법 행위입니다. 그런데 이 업체만 일벌백계하면 문제가 해소되는 걸까요?

한 전문가는 필리핀 쓰레기를 계기로 폐기물 문제가 사회적인 현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을 지적했습니다.

최근 폐기물의 주요 수입국이었던 중국이 수입거부조치를 하면서 폐기물 처리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지난해 봄, 처리 단가가 높아지면서 재활용 업체들이 수거를 거부해 폐비닐 대란으로 몸살을 앓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에 관련해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고 처리 인프라가 부족해 해외로 수출을 많이 하는데 중국이 수입을 거부하면서 매립, 소각 등 처리 단가가 높아져 해외로 빼돌리는 사례가 빚어진 것"이라며 "인프라 확충 및 폐기물 처리 방안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난해 11월 경북 의성에 있는 한 폐기물 처리장에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 방치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의 무단 투기 및 방치폐기물은 100만 톤이 넘을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처리 업체의 허용기준을 넘은 초과 폐기물만 73만 톤인데, 아직 드러나지 않은 무단 투기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환경부는 전국 지자체들과 함께 무단 투기물 규모를 전수조사 중이며 다음달 중 정확한 규모와 이에 대한 대책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