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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프랑스판 ‘케어’ 사건?…‘동물단체 안락사’ 논란
입력 2019.01.18 (09:35) 수정 2019.01.18 (09:38) 특파원 리포트
[특파원리포트] 프랑스판 ‘케어’ 사건?…‘동물단체 안락사’ 논란
▲ ‘아니말 크로스’ 홈페이지 캡처

최근 동물보호단체 '케어'의 유기견 안락사 논란이 뜨겁다. 오로지 유기동물 구조와 보호를 기치로 내걸고 활동해 온 단체가 뒤로는 임의로, 또 수시로 안락사를 자행해 왔다는 충격도 거세다. 더불어 동물 안락사를 둘러싼 이슈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를 비롯한 동물권 보호에 적극적인 사회로, 또 틈만 나면 한국의 일부 '보신탕 문화'를 저격하는 유명 여배우의 유별난 개사랑(?)에 힘입어 '개들의 천국'으로 인식된 프랑스의 경우는 어떨까?

프랑스판 '케어' 사건?… " '개들의 천국'에도 이런 일이"

놀랍게도, 프랑스판 '케어'라고 불릴 만한 사건이 이미 몇 년 전에 벌어졌다. 그것도 가장 대표적인 동물보호단체에 의해, 임의로 대대적인 안락사가 이뤄진 정황도 비슷하다. 2년 전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 등 현지 언론 보도를 보면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 2010년부터 2014년 사이, 프랑스 남서부 피레네 산맥 부근의 작은 도시 '포'에서다.

2014년 프랑스의 동물보호단체 'SPA' (La Société Protectrice des Animaux) 포 지역센터는 또 다른 동물보호단체인 '아니말 크로스'(animal-cross)에 의해 고발을 당한다. '아니말 크로스' 측의 주장은 SPA가 2010년부터 2013년 사이에 무려 1,700마리의 동물들을 죽였다는 것. 특히 유기 동물의 법적 보호기한인 8일을 지키지도 않고 안락사가 자행됐다는 주장이었다.

"수의사가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냉동실서 쏟아진 동물 사체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SPA 포 센터 사무실을 수색했고, 냉동실에서 동물 사체가 쏟아져 나왔다. 죽은 강아지와 고양이 등 15마리가 꽁꽁 언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은 2014년 한 해에만 센터에 유기동물 1,352마리가 들어왔는데 이 중 개 152마리, 고양이 258마리 등 410마리가 안락사를 당했다고 밝혔다. 앞서 고발된 주장에 경찰 조사 결과를 합하면 5년 동안 2천 마리 넘는 동물들이 동물'보호'센터에서 살처분된 셈이다.

이 많은 동물들을 죽인 당사자로 지목된 이들은 바로 센터의 수의사들. 2012년과 2013년 센터에 위탁된 동물 절반 이상이 죽임을 당했는데, 이 중 91%는 수의사가 오는 목요일에 안락사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수의사들의 기록을 통해서도, 전직 직원의 증언으로도 확인됐다. "센터에선 법적 보호기간 8일을 지키지 않았고, 수의사가 안락사를 시킨 뒤 주인이 반려동물을 찾으러 온 경우도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 직원은 "당시 센터에 유기 동물들을 보호할 공간이 충분했다"고도 말했다.


프랑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버려지거나 주인을 잃어버린 동물들은 가까운 경찰서나 동물보호센터로 넘겨지는데, 8일이 지나도 주인을 찾지 못할 경우 수의사의 판단으로 안락사를 시키거나 입양을 보낼 수 있다. 이때 안락사는 동물의 건강상태나 위생 여건을 고려해 제한적으로 실시하도록 돼 있다. 이렇게 대대적인 안락사가 이뤄진 데 대해 수의사들은 법정에서 "너무 많은 동물들을 센터에 다 받을 수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수의사가 오지 않는 날엔 센터에서 동물들을 비닐봉지에 넣어 금지된 마취제로 질식사시켰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SPA 포 지역센터는 결국 2015년 폐쇄조치됐다. 포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SPA 지역 센터에서도 천 마리 넘는 유기동물이 안락사됐단 주장도 나왔다.

SPA 홈페이지 캡처SPA 홈페이지 캡처

동물 보호도, 동물 안락사도 앞장…보호단체의 '두 얼굴'

프랑스 최대 동물보호단체 SPA는 1845년에 생겨났다. 프랑스 대혁명과 인권 선언 발표가 1789년에 이뤄졌으니 프랑스에선 동물권 보호의 싹도 일찌감치 시작된 걸로 보인다. 이 SPA 홈페이지를 보면 '동물 학대와 유기를 막고, 버려지거나 주인을 잃은 동물에 집을 찾아주는 것, 대중들과 청소년들에게 동물 보호의식을 심어주고 반려동물 주인들에게 책임을 부여하는 것' 등이 주된 활동 목적으로 나와있다. 또 2017년 기준으로 '4만 마리의 동물이 SPA의 안식처에 왔고, 3만 마리가 SPA덕분에 입양됐고, 11만 마리가 치료됐다'고 한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9천 건의 동물 학대를 고발했고, 432건의 밀매매를 SPA 대처반이 조사했다' 는 부분이었다. 역시나 안락사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프랑스 가정의 절반 이상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데, 한 해 10만 마리가 버려진다. 안락사를 당하는 동물 수도 10만 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 안락사가 동물권 보호를 내건 단체에선 있을 수 없는 행위인지, 밀려드는 유기 동물의 개체수 조절 등을 위한 최후의 수단인지에 대한 논쟁은 '개들의 천국'이라는 프랑스에서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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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18 (09:35)
    • 수정 2019.01.18 (09:38)
    특파원 리포트
[특파원리포트] 프랑스판 ‘케어’ 사건?…‘동물단체 안락사’ 논란
▲ ‘아니말 크로스’ 홈페이지 캡처

최근 동물보호단체 '케어'의 유기견 안락사 논란이 뜨겁다. 오로지 유기동물 구조와 보호를 기치로 내걸고 활동해 온 단체가 뒤로는 임의로, 또 수시로 안락사를 자행해 왔다는 충격도 거세다. 더불어 동물 안락사를 둘러싼 이슈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를 비롯한 동물권 보호에 적극적인 사회로, 또 틈만 나면 한국의 일부 '보신탕 문화'를 저격하는 유명 여배우의 유별난 개사랑(?)에 힘입어 '개들의 천국'으로 인식된 프랑스의 경우는 어떨까?

프랑스판 '케어' 사건?… " '개들의 천국'에도 이런 일이"

놀랍게도, 프랑스판 '케어'라고 불릴 만한 사건이 이미 몇 년 전에 벌어졌다. 그것도 가장 대표적인 동물보호단체에 의해, 임의로 대대적인 안락사가 이뤄진 정황도 비슷하다. 2년 전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 등 현지 언론 보도를 보면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 2010년부터 2014년 사이, 프랑스 남서부 피레네 산맥 부근의 작은 도시 '포'에서다.

2014년 프랑스의 동물보호단체 'SPA' (La Société Protectrice des Animaux) 포 지역센터는 또 다른 동물보호단체인 '아니말 크로스'(animal-cross)에 의해 고발을 당한다. '아니말 크로스' 측의 주장은 SPA가 2010년부터 2013년 사이에 무려 1,700마리의 동물들을 죽였다는 것. 특히 유기 동물의 법적 보호기한인 8일을 지키지도 않고 안락사가 자행됐다는 주장이었다.

"수의사가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냉동실서 쏟아진 동물 사체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SPA 포 센터 사무실을 수색했고, 냉동실에서 동물 사체가 쏟아져 나왔다. 죽은 강아지와 고양이 등 15마리가 꽁꽁 언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은 2014년 한 해에만 센터에 유기동물 1,352마리가 들어왔는데 이 중 개 152마리, 고양이 258마리 등 410마리가 안락사를 당했다고 밝혔다. 앞서 고발된 주장에 경찰 조사 결과를 합하면 5년 동안 2천 마리 넘는 동물들이 동물'보호'센터에서 살처분된 셈이다.

이 많은 동물들을 죽인 당사자로 지목된 이들은 바로 센터의 수의사들. 2012년과 2013년 센터에 위탁된 동물 절반 이상이 죽임을 당했는데, 이 중 91%는 수의사가 오는 목요일에 안락사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수의사들의 기록을 통해서도, 전직 직원의 증언으로도 확인됐다. "센터에선 법적 보호기간 8일을 지키지 않았고, 수의사가 안락사를 시킨 뒤 주인이 반려동물을 찾으러 온 경우도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 직원은 "당시 센터에 유기 동물들을 보호할 공간이 충분했다"고도 말했다.


프랑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버려지거나 주인을 잃어버린 동물들은 가까운 경찰서나 동물보호센터로 넘겨지는데, 8일이 지나도 주인을 찾지 못할 경우 수의사의 판단으로 안락사를 시키거나 입양을 보낼 수 있다. 이때 안락사는 동물의 건강상태나 위생 여건을 고려해 제한적으로 실시하도록 돼 있다. 이렇게 대대적인 안락사가 이뤄진 데 대해 수의사들은 법정에서 "너무 많은 동물들을 센터에 다 받을 수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수의사가 오지 않는 날엔 센터에서 동물들을 비닐봉지에 넣어 금지된 마취제로 질식사시켰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SPA 포 지역센터는 결국 2015년 폐쇄조치됐다. 포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SPA 지역 센터에서도 천 마리 넘는 유기동물이 안락사됐단 주장도 나왔다.

SPA 홈페이지 캡처SPA 홈페이지 캡처

동물 보호도, 동물 안락사도 앞장…보호단체의 '두 얼굴'

프랑스 최대 동물보호단체 SPA는 1845년에 생겨났다. 프랑스 대혁명과 인권 선언 발표가 1789년에 이뤄졌으니 프랑스에선 동물권 보호의 싹도 일찌감치 시작된 걸로 보인다. 이 SPA 홈페이지를 보면 '동물 학대와 유기를 막고, 버려지거나 주인을 잃은 동물에 집을 찾아주는 것, 대중들과 청소년들에게 동물 보호의식을 심어주고 반려동물 주인들에게 책임을 부여하는 것' 등이 주된 활동 목적으로 나와있다. 또 2017년 기준으로 '4만 마리의 동물이 SPA의 안식처에 왔고, 3만 마리가 SPA덕분에 입양됐고, 11만 마리가 치료됐다'고 한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9천 건의 동물 학대를 고발했고, 432건의 밀매매를 SPA 대처반이 조사했다' 는 부분이었다. 역시나 안락사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프랑스 가정의 절반 이상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데, 한 해 10만 마리가 버려진다. 안락사를 당하는 동물 수도 10만 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 안락사가 동물권 보호를 내건 단체에선 있을 수 없는 행위인지, 밀려드는 유기 동물의 개체수 조절 등을 위한 최후의 수단인지에 대한 논쟁은 '개들의 천국'이라는 프랑스에서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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