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베일에 싸인 ‘北 김혁철’ 누구? 과거 인터뷰 영상 살펴보니…

입력 2019.01.25 (15:20) 수정 2019.01.25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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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부위원장의 워싱턴 방문을 계기로 2차 북미 정상회담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이를 주도할 북미의 새 협상 진용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비건 미 국무부 특별대표와 마주할 북한의 새 협상 파트너로 '김혁철'이라는 다소 생소한 인물이 급부상하면서 해당 인물이 누구인지에 외교가의 관심이 집중되는 분위기다.

김영철의 방미에 동행하면서 사실상 처음으로 북미 외교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김혁철은 스페인 대사 등 몇 개의 재외 공관장 경력 외에 나이는 물론 현재의 직책조차 공식 확인되지 않을 정도로 아직 베일에 싸인 인물이다.

북미 외교의 새로운 얼굴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이는 김혁철은 어떤 인물일까? 김혁철이 4년 전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로 재직하던 시절 해외 학술단체와 진행한 인터뷰 영상을 확보했다.


■ 김혁철 4년 전 인터뷰 "'한반도 비핵화'..모든 위협·제재 멈춰야 비핵화 실현"

김혁철이 어떤 인물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검색하던 중, 유튜브에서 김혁철의 영문 이름(Kim Hyok-chol)이 들어간 인터뷰 영상 하나가 검색됐다.

시기는 2015년 1월 30일, 스페인의 싱크탱크인 엘카노 왕립연구소 선임연구원과 진행한 인터뷰 영상으로 당시에는 언론의 큰 주목을 받지 못해 국내에도 소개되지 않은 내용이었다.

2015년 1월은 광복 70년, 분단 70년을 맞아 김정은 당시 국방위 제1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남북정상회담 개최 용의를 밝히고 나서는 등 박근혜 정부 시절 짧게나마 남북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던 시기다.

9분여간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혁철 당시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는 남북 정상회담 개최와 북미 관계 개선 전망, 한반도 비핵화와 대북 제재 관련성 등 모두 3개의 질문을 받았다.

흥미로운 건, 4년 전 인터뷰인데도 핵심적인 질의응답 내용이 지금의 상황과 거의 흡사하다는 점이다. 다음은 김혁철 인터뷰의 주요 내용이다.

Q1) 남북 정상들이 밝힌 남북관계 개선 발언 관련, 2015년 한반도 긴장 완화 가능성은?

"통일은 우리 국가의 오랜 염원이고, 남북관계 발전은 현시대의 필연적인 추세다.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남북 간 모든 종류를 대화를 여는 것, 남북 간 화해를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최고영도자 김정은 동지는 남북 관계 진전과 화해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고위급 회담에 대해 열려있고, 진심으로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또한, 그는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적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대화를 위한 분위기를 만들고 남북 간 화해를 진전시킬 수 있다."

Q2) 미국과 쿠바의 관계개선 사례가 북미 관계의 선례가 되거나 영향을 미칠 수 있나?

"조선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희망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오랜 미국의 적대 정책 때문에 한반도는 주기적으로 긴장 상태를 겪어왔다. 우리는 미국이 이런 모든 적대 정책과 제재를 멈출 것을 강력히 주장한다. 우리는 동등한 수준에서 논의하고 관계를 증진해야 한다."

"미국과 쿠바의 관계 발전은 쿠바 외교의 승리다. 쿠바는 미국에 제재 해제와 관계 정상화를 강하게 주장했고, 마침내 오바마 행정부는 반세기 동안의 제재가 무용지물이었음을 인정하고 정책을 변경했다. 우리는 미국이 조선에 대해서도 제재가 소용없음을 깨닫고 정책을 바꿔 해결책을 찾는데 참여하기를 원한다. 이것은 한반도의 긴장 완화와 평화 분위기 조성에도 유익할 것이다."

Q3) 재재 완화의 걸림돌 중 하나는 북한의 핵 개발이다. 어떻게 이 걸림돌을 극복할 수 있을까?

"지난 70년간 우리 정부의 지속적이고 단호한 입장은 한반도 비핵화였다. 아시다시피 조선은 심지어 1950년대 처음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제안했다. 당시 미국은 처음으로 남한에 핵무기를 들여왔고, 그런 연유로 조선은 한반도를 비핵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90년대 이후 조선은 최대 위협인 미국으로부터 우리나라를 보호하기 위해, 전쟁을 방지하고 미국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핵 억지력을 마련해야 했다. 우리는 이것을 영원히 유지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전 세계 비핵화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미국이 적대적인 대북정책을 멈추고 바꿔야 한다. 모든 위협과 제재도 멈춰야 한다. 우리는 관계를 정상화하고 한반도 내 좋은 분위기를 고취해야 한다. 그래서 외부로부터의 위협을 느끼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 그때가 되면 한반도 비핵화가 실현될 것이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일행이 지난주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있다. 사진 한가운데 동그라미 안에 있는 인물이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다(출처:댄 스캐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담당국장의 트위터 계정)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일행이 지난주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있다. 사진 한가운데 동그라미 안에 있는 인물이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다(출처:댄 스캐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담당국장의 트위터 계정)

■ 비건 새 협상 파트너 유력.."스페인 주재 대사 등 역임, 핵· 군축 업무 전문가"

김혁철의 이름이 외교가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22일 다보스포럼 화상 연설에서 "스티븐 비건 특별대표가 지난주 워싱턴 DC에서 '새롭게 지명된(newly designated counterpart)' 북한의 카운터파트와 만날 기회를 가졌다"는 발언을 내놓은 직후였다.

폼페이오 장관이 언급한 '새 카운터파트'로 김영철의 백악관행에 동행한 새 인물인 '김혁철'과 '박철(아태평화위 부위원장 추정)' 두 사람이 떠올랐고, 뒤이어 해당 인물은 '김혁철'이 유력하다는 외교소식통들의 전언이 이어졌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일행이 23일 김정은 위원장 집무실을 찾아 미국 방문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김영철 뒤편으로 김혁철과 박철(북한 아태평화위 부위원장 추정)이 배석한 모습이 보인다.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일행이 23일 김정은 위원장 집무실을 찾아 미국 방문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김영철 뒤편으로 김혁철과 박철(북한 아태평화위 부위원장 추정)이 배석한 모습이 보인다.

특히 김영철 부위원장 바로 뒤에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방미 성과를 함께 보고하는 장면을 담은 북한 관영 매체의 보도 사진은 이 같은 분석에 더 힘을 실어줬다.

23일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김 위원장 바로 옆에 4인용 소파가 놓여있고, 김영철 부위원장 뒤로 김혁철과 박철이 순서대로 앉아 함께 보고하는 모습이 눈에 띄는데, 자리 배치로 볼 때 김혁철이 박철보다 직위가 더 높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특히 비건 대표의 새 협상 파트너와 관련해 외교 소식통은 과거에 군축에 대한 업무를 담당한 경력이 있고 공관장 경력도 있고 한 걸로 봐서 여러 경험이 있을 것으로 보는 것으로 전해 비건 대표를 상대할 북한 측 협상 파트너가 박철이 아닌 김혁철이 유력하다는 점을 사실상 확인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혁철의 소속과 관련해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수단 대사, 스페인 대사를 했었다"면서 "활동 이력을 쭉 볼 때 외무성 인사이고, 현재도 외무성 소속으로 본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실제로 김혁철과 관련한 이전의 외신 기사를 찾아보면, 김혁철은 에티오피아 대사와 남수단 대사에 이어 2014년 1월부터 스페인 주재 초대 북한 대사로 활동했으며,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인 2017년 9월 스페인 정부로부터 추방 처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난다.

북한 외무성에서 북미국, 일본국 등을 두루 거친 김혁철은 한때 주제네바 북한대표부에서 근무하면서 군축업무를 담당한 경력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혁철이 평양에서 핵 문제를 오래 다뤄온 전문가로 핵 문제에 상당한 내공을 갖춘 인물"이라는 전직 외교관의 인물평이 전해지는 가운데, 일부 언론은 "김혁철이 김계관 외무성 제1 부상 라인으로 외무성에서 김정은에게 올라가는 보고서를 작성했고, 업무 능력이 뛰어나 김정은의 신뢰를 받아왔다"는 대북 소식통의 전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김혁철-비건' 실무협상 속도낼 듯....최대 쟁점은 '한반도 비핵화'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영철 일행의 방미 성과에 대해 큰 만족감을 표시하면서, 2월 말 개최 예정인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북미 간 실무 협상은 빠른 속도로 진행될 전망이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2차 북미정상회담 실무준비에 대한 과업과 방향을 제시했다"는 북한 매체의 보도는 비건 미국 특별대표와 김혁철로 추정되는 북한 측 대표와의 실무 협상을 사실상 추인했음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미국 정부는 지난 18일 워싱턴에서 '북미 실무회담(U.S.-DPRK working-level meeting)'이 처음 열렸다고 회담의 성격을 규정하면서, "생산적이고 성과 지향적(productive, results-oriented)이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이 같은 언급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의제 등을 세부조율하기 위한 '비건-김혁철 라인'이 이미 본격 가동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한편으로는 '비건-최선희 라인'으로 예상됐던 북미 간 실무협상 채널의 북측 라인업 교체를 공식화하는 의미도 갖고 있다.

미국 워싱턴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김혁철 전 스페인 대사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 일행이 취재진을 뒤로한 채 공항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모습. (KBS 촬영)미국 워싱턴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김혁철 전 스페인 대사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 일행이 취재진을 뒤로한 채 공항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모습. (KBS 촬영)

외교가에서는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의 발탁 배경으로 핵 문제와 관련한 전문성과 함께 주 제네바 북한대표부에 근무하던 시절 군축업무를 담당했던 경력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톱다운 방식'으로 진행돼온 현 북미 협상의 특성상 두 정상이 어느 수준에서 절충점을 모색할지는 아직 가늠하긴 힘들지만, 북한이 결국은 비핵화 협상을 '군축 협상'으로 몰고 갈 가능성을 큰 상황에서 이번 멤버 교체에 특별한 의미가 숨어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김혁철 전 스페인 북한 대사가 4년 전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김혁철의 인터뷰는 크게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의 70년 된 일관된 입장이다.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과 제재·위협이 멈춰야만 한반도의 비핵화가 실현된다"는 입장으로 요약되는데, 특히 '비핵화'의 정의를 '한반도 비핵화'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는 점이 예사롭지 않다.

김정은 위원장의 올해 신년사에도 등장하는 이 '한반도 비핵화' 개념을 적용할 경우, 북미 비핵화 협상은 자연스럽게 한미 군사훈련 중단 조치 등의 차원을 넘어서 주한미군은 물론 일본, 괌 등에 배치된 미군 기지의 역할론으로까지 확장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당장 2월 말로 예정된 2차 북미정상회담의 의제 조율은 물론 이후 '비핵화'와 '상응 조치'로 대변되는 양측의 입장차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있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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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25 15:20:00
    • 수정2019-01-25 18:4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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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부위원장의 워싱턴 방문을 계기로 2차 북미 정상회담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이를 주도할 북미의 새 협상 진용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비건 미 국무부 특별대표와 마주할 북한의 새 협상 파트너로 '김혁철'이라는 다소 생소한 인물이 급부상하면서 해당 인물이 누구인지에 외교가의 관심이 집중되는 분위기다.

김영철의 방미에 동행하면서 사실상 처음으로 북미 외교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김혁철은 스페인 대사 등 몇 개의 재외 공관장 경력 외에 나이는 물론 현재의 직책조차 공식 확인되지 않을 정도로 아직 베일에 싸인 인물이다.

북미 외교의 새로운 얼굴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이는 김혁철은 어떤 인물일까? 김혁철이 4년 전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로 재직하던 시절 해외 학술단체와 진행한 인터뷰 영상을 확보했다.


■ 김혁철 4년 전 인터뷰 "'한반도 비핵화'..모든 위협·제재 멈춰야 비핵화 실현"

김혁철이 어떤 인물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검색하던 중, 유튜브에서 김혁철의 영문 이름(Kim Hyok-chol)이 들어간 인터뷰 영상 하나가 검색됐다.

시기는 2015년 1월 30일, 스페인의 싱크탱크인 엘카노 왕립연구소 선임연구원과 진행한 인터뷰 영상으로 당시에는 언론의 큰 주목을 받지 못해 국내에도 소개되지 않은 내용이었다.

2015년 1월은 광복 70년, 분단 70년을 맞아 김정은 당시 국방위 제1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남북정상회담 개최 용의를 밝히고 나서는 등 박근혜 정부 시절 짧게나마 남북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던 시기다.

9분여간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혁철 당시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는 남북 정상회담 개최와 북미 관계 개선 전망, 한반도 비핵화와 대북 제재 관련성 등 모두 3개의 질문을 받았다.

흥미로운 건, 4년 전 인터뷰인데도 핵심적인 질의응답 내용이 지금의 상황과 거의 흡사하다는 점이다. 다음은 김혁철 인터뷰의 주요 내용이다.

Q1) 남북 정상들이 밝힌 남북관계 개선 발언 관련, 2015년 한반도 긴장 완화 가능성은?

"통일은 우리 국가의 오랜 염원이고, 남북관계 발전은 현시대의 필연적인 추세다.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남북 간 모든 종류를 대화를 여는 것, 남북 간 화해를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최고영도자 김정은 동지는 남북 관계 진전과 화해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고위급 회담에 대해 열려있고, 진심으로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또한, 그는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적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대화를 위한 분위기를 만들고 남북 간 화해를 진전시킬 수 있다."

Q2) 미국과 쿠바의 관계개선 사례가 북미 관계의 선례가 되거나 영향을 미칠 수 있나?

"조선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희망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오랜 미국의 적대 정책 때문에 한반도는 주기적으로 긴장 상태를 겪어왔다. 우리는 미국이 이런 모든 적대 정책과 제재를 멈출 것을 강력히 주장한다. 우리는 동등한 수준에서 논의하고 관계를 증진해야 한다."

"미국과 쿠바의 관계 발전은 쿠바 외교의 승리다. 쿠바는 미국에 제재 해제와 관계 정상화를 강하게 주장했고, 마침내 오바마 행정부는 반세기 동안의 제재가 무용지물이었음을 인정하고 정책을 변경했다. 우리는 미국이 조선에 대해서도 제재가 소용없음을 깨닫고 정책을 바꿔 해결책을 찾는데 참여하기를 원한다. 이것은 한반도의 긴장 완화와 평화 분위기 조성에도 유익할 것이다."

Q3) 재재 완화의 걸림돌 중 하나는 북한의 핵 개발이다. 어떻게 이 걸림돌을 극복할 수 있을까?

"지난 70년간 우리 정부의 지속적이고 단호한 입장은 한반도 비핵화였다. 아시다시피 조선은 심지어 1950년대 처음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제안했다. 당시 미국은 처음으로 남한에 핵무기를 들여왔고, 그런 연유로 조선은 한반도를 비핵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90년대 이후 조선은 최대 위협인 미국으로부터 우리나라를 보호하기 위해, 전쟁을 방지하고 미국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핵 억지력을 마련해야 했다. 우리는 이것을 영원히 유지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전 세계 비핵화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미국이 적대적인 대북정책을 멈추고 바꿔야 한다. 모든 위협과 제재도 멈춰야 한다. 우리는 관계를 정상화하고 한반도 내 좋은 분위기를 고취해야 한다. 그래서 외부로부터의 위협을 느끼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 그때가 되면 한반도 비핵화가 실현될 것이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일행이 지난주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있다. 사진 한가운데 동그라미 안에 있는 인물이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다(출처:댄 스캐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담당국장의 트위터 계정)
■ 비건 새 협상 파트너 유력.."스페인 주재 대사 등 역임, 핵· 군축 업무 전문가"

김혁철의 이름이 외교가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22일 다보스포럼 화상 연설에서 "스티븐 비건 특별대표가 지난주 워싱턴 DC에서 '새롭게 지명된(newly designated counterpart)' 북한의 카운터파트와 만날 기회를 가졌다"는 발언을 내놓은 직후였다.

폼페이오 장관이 언급한 '새 카운터파트'로 김영철의 백악관행에 동행한 새 인물인 '김혁철'과 '박철(아태평화위 부위원장 추정)' 두 사람이 떠올랐고, 뒤이어 해당 인물은 '김혁철'이 유력하다는 외교소식통들의 전언이 이어졌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일행이 23일 김정은 위원장 집무실을 찾아 미국 방문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김영철 뒤편으로 김혁철과 박철(북한 아태평화위 부위원장 추정)이 배석한 모습이 보인다.
특히 김영철 부위원장 바로 뒤에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방미 성과를 함께 보고하는 장면을 담은 북한 관영 매체의 보도 사진은 이 같은 분석에 더 힘을 실어줬다.

23일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김 위원장 바로 옆에 4인용 소파가 놓여있고, 김영철 부위원장 뒤로 김혁철과 박철이 순서대로 앉아 함께 보고하는 모습이 눈에 띄는데, 자리 배치로 볼 때 김혁철이 박철보다 직위가 더 높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특히 비건 대표의 새 협상 파트너와 관련해 외교 소식통은 과거에 군축에 대한 업무를 담당한 경력이 있고 공관장 경력도 있고 한 걸로 봐서 여러 경험이 있을 것으로 보는 것으로 전해 비건 대표를 상대할 북한 측 협상 파트너가 박철이 아닌 김혁철이 유력하다는 점을 사실상 확인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혁철의 소속과 관련해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수단 대사, 스페인 대사를 했었다"면서 "활동 이력을 쭉 볼 때 외무성 인사이고, 현재도 외무성 소속으로 본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실제로 김혁철과 관련한 이전의 외신 기사를 찾아보면, 김혁철은 에티오피아 대사와 남수단 대사에 이어 2014년 1월부터 스페인 주재 초대 북한 대사로 활동했으며,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인 2017년 9월 스페인 정부로부터 추방 처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난다.

북한 외무성에서 북미국, 일본국 등을 두루 거친 김혁철은 한때 주제네바 북한대표부에서 근무하면서 군축업무를 담당한 경력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혁철이 평양에서 핵 문제를 오래 다뤄온 전문가로 핵 문제에 상당한 내공을 갖춘 인물"이라는 전직 외교관의 인물평이 전해지는 가운데, 일부 언론은 "김혁철이 김계관 외무성 제1 부상 라인으로 외무성에서 김정은에게 올라가는 보고서를 작성했고, 업무 능력이 뛰어나 김정은의 신뢰를 받아왔다"는 대북 소식통의 전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김혁철-비건' 실무협상 속도낼 듯....최대 쟁점은 '한반도 비핵화'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영철 일행의 방미 성과에 대해 큰 만족감을 표시하면서, 2월 말 개최 예정인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북미 간 실무 협상은 빠른 속도로 진행될 전망이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2차 북미정상회담 실무준비에 대한 과업과 방향을 제시했다"는 북한 매체의 보도는 비건 미국 특별대표와 김혁철로 추정되는 북한 측 대표와의 실무 협상을 사실상 추인했음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미국 정부는 지난 18일 워싱턴에서 '북미 실무회담(U.S.-DPRK working-level meeting)'이 처음 열렸다고 회담의 성격을 규정하면서, "생산적이고 성과 지향적(productive, results-oriented)이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이 같은 언급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의제 등을 세부조율하기 위한 '비건-김혁철 라인'이 이미 본격 가동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한편으로는 '비건-최선희 라인'으로 예상됐던 북미 간 실무협상 채널의 북측 라인업 교체를 공식화하는 의미도 갖고 있다.

미국 워싱턴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김혁철 전 스페인 대사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 일행이 취재진을 뒤로한 채 공항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모습. (KBS 촬영)
외교가에서는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의 발탁 배경으로 핵 문제와 관련한 전문성과 함께 주 제네바 북한대표부에 근무하던 시절 군축업무를 담당했던 경력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톱다운 방식'으로 진행돼온 현 북미 협상의 특성상 두 정상이 어느 수준에서 절충점을 모색할지는 아직 가늠하긴 힘들지만, 북한이 결국은 비핵화 협상을 '군축 협상'으로 몰고 갈 가능성을 큰 상황에서 이번 멤버 교체에 특별한 의미가 숨어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김혁철 전 스페인 북한 대사가 4년 전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김혁철의 인터뷰는 크게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의 70년 된 일관된 입장이다.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과 제재·위협이 멈춰야만 한반도의 비핵화가 실현된다"는 입장으로 요약되는데, 특히 '비핵화'의 정의를 '한반도 비핵화'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는 점이 예사롭지 않다.

김정은 위원장의 올해 신년사에도 등장하는 이 '한반도 비핵화' 개념을 적용할 경우, 북미 비핵화 협상은 자연스럽게 한미 군사훈련 중단 조치 등의 차원을 넘어서 주한미군은 물론 일본, 괌 등에 배치된 미군 기지의 역할론으로까지 확장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당장 2월 말로 예정된 2차 북미정상회담의 의제 조율은 물론 이후 '비핵화'와 '상응 조치'로 대변되는 양측의 입장차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있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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