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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따라잡기] “물 한 잔 마실 시간도 없어”…‘과로’에 시달리는 의료계
입력 2019.02.11 (08:28) 수정 2019.02.11 (09:05) 아침뉴스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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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따라잡기] “물 한 잔 마실 시간도 없어”…‘과로’에 시달리는 의료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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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지난주,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이 갑작스럽게 숨졌습니다.

고 윤한덕 센터장은 전용헬기 도입 등 제도 개선에 앞장서면서도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자며 응급의료의 버팀목으로 현장을 지켜왔습니다.

한시도 제대로 쉴 수 없었던 이같은 생활은 비단 윤 센터장만의 일이 아니었는데요.

과로로 위협받고 있는 의료계 현장을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어제, 고 윤한덕 센터장 영결식.

유가족과 동료들이 마지막 길에 함께 했는데요.

닥터헬기 도입을 위해 함께 힘써왔던 오랜 동료 이국종 교수는 생명이 꺼져가는 환자를 싣고 갈 때 손을 잡아주실 것으로 믿는다며 창공에서 뵙자는 추도사를 남겼습니다.

설을 하루 앞둔 지난 4일,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윤한덕 센터장.

[고임석/국립중앙의료원 기조실장 : "일주일에 5~6일은 계속 집에 가지 않고 일을 해 오셨습니다. 보안요원이 순찰을 하지만 으레 야근을 하는 것으로 생각했고요……."]

윤 센터장은 평일에는 거의 집에 가지 않고 간이침대에서 생활하며 밤낮없이 일 해왔다고 합니다.

[조규종/한림대학교 강동성심병원 응급의학과장 : "중앙의료센터 센터장이신데도 불구하고 일선에 나서서 당직 업무를 하셨고요. 본인이 나서서 솔선수범해야 된다……."]

고 윤한덕 센터장의 사인은 급성 심정지지만, 누적된 과로로 인한 사망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그의 죽음 뒤엔, 응급의료 인력 부족이라는 현실이 있었습니다.

서울의 한 병원 응급실입니다. 실려 온 환자가 다급히 옮겨집니다.

["우선 CPR(심폐소생술) 할게요. 에필(주사제) 주세요."]

하루에도 이런 위급한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는데요. 그러다 보니 제대로 된 끼니나, 잠은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황윤정/강남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 "혹시 환자가 잘못될까봐……. 응급 환자들은 갑자기 안 좋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과로 누적은 응급실 의료진뿐만 아니라, 수련 과정의 전공의들에게도 반복되는 일상입니다.

윤 센터장이 숨지기 며칠 전인 지난 1일, 인천의 한 병원에서 야간 당직 근무를 서던 소아청소년과 2년 차 전공의 신 모 씨가 사망했는데요.

[숨진 전공의 가족 : "(1차 부검 결과) 제 동생이 아무런 건강상에 이상이 없다는 거예요. 타살 흔적도 없고. 1, 2월이 중환자실 담당이었대요."]

병원 측은 규정을 초과하지 않았다는 입장인데요,

전날 오전 7시에 일을 시작한 신 씨는 24시간 일한 뒤 다시 10시간 남짓을 근무하도록 돼 있었습니다.

36시간까지 계속 근무하는 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데요.

하지만, 동료 의사들은 평소에도 근무시간을 초과해 무리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주장하는데요,

바로 이런 상황입니다.

[길병원 전공의/음성변조 : "근무가 아니어서 회진을 못 돌았다고 할 경우에는 우리 애가 아픈데 왜 주치의 선생님이 안 오느냐 항의를 하고, 실제로 당직 근무가 아닌데도 불려 나간 적도 있고…."]

[숨진 전공의 가족 : "동생이 너무 바빴어요. 근무시간 외에 처방한 기록만 162건인가. (쉬는 날에도) 휴대전화에서 손을 못 떼요. 중간 중간 계속 확인하고."]

영화나 드라마에서 봤던 전공의들은 과연 어느 정도의 과로에 시달리고 있을까요?

고 윤한덕 센터장이나 앞서 전공의의 죽음이 남의 일 같지 않았다는데요.

[○○과 전공의/음성변조 : "나한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겠다."]

[□□과 전공의/음성변조 : "나도 그렇게 될 수 있겠구나."]

[△△과 전공의/음성변조 : "저희 동기들끼리 이 생활은 누가 한 명 죽어야 바뀐다고 농담으로 했던 이야기가 현실이 됐잖아요."]

신 씨처럼, 전공의들은 여러 가지 상황들 때문에 근무시간이 끝나도 맘 놓고 병원을 떠날 수 없다고 하는데요.

[○○과 전공의/음성변조 : "오프(쉬는 날이)가 되도 내가 주치의를 맡은 환자의 상태가 안 좋아지거나 아니면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이 환자를 버리고 떠날 수가 없습니다. 전혀 잠을 못 자고 환자들을 돌봐야 하는 상황들이 발생하죠."]

[이승우/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 : "전공의라는 위치 자체가 근로자로서의 위치도 있지만 수련하는 교육생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가지고 있거든요."]

전공의의 최대 근무시간은 주당 88시간, 하지만, 대형병원 상당수에서 이같은 규정은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연속 당직을 서면 11시간 보장해야 하는 휴식도 현실에선 거의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과 전공의/음성변조 : "뭐 1초도 못 쉬는 경우도 있었고요. 뭐 물 한 잔 마실 (시간도 없고) 밥은 당연히 못 먹고……."]

문제는, 이처럼 의료진에게 과로가 쌓일수록,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건데요,

한 전공의는 잠을 못자다보니 실수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과 전공의/음성변조 : "밤을 꼬박 새웠어요. 24시간 동안 거의 못 자고 당직할 때 '아, 이 환자 또 뽑나 보다.'하고 피를 뽑았어요. 뽑고 가져다주고 보니까 (피를 뽑아야 할 환자가) 다른 환자인 거예요."]

[이승우/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 : "응급 상황이나 중한 상황에 놓여 있는 곳일수록 빠른 판단과 빠른 처치, 정확하게 치료가 들어가야 하는데 24시간 밤샘하면서 계속 일하다 보면 당연히 판단력이 흐려질 수밖에 없고…."]

의료진과 환자의 안전을 모두 지킬 수 있는 대안은 없는 걸까요?

[이승우/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 : "인력의 문제가 아니라 분배의 문제로 볼 수 있거든요. 환자 수가 많은 2차와 3차 병원에는 오히려 의사가 적고, 오히려 환자는 왜 1차 병원인 의원급에는 잘 가지 않는지. 이런 문제들로 (접근해서)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아플 권리'가 의사들에겐 없는 것 같다.", "자신의 일이 동료에게 떠넘겨질까 아프기가 두렵다."는 전공의들.

위급한 상황에 처한 응급 환자들만큼이나 병원 진료 최전선에 나서있는 의료진들의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졌습니다.
  • [뉴스 따라잡기] “물 한 잔 마실 시간도 없어”…‘과로’에 시달리는 의료계
    • 입력 2019.02.11 (08:28)
    • 수정 2019.02.11 (09:05)
    아침뉴스타임
[뉴스 따라잡기] “물 한 잔 마실 시간도 없어”…‘과로’에 시달리는 의료계
[기자]

지난주,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이 갑작스럽게 숨졌습니다.

고 윤한덕 센터장은 전용헬기 도입 등 제도 개선에 앞장서면서도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자며 응급의료의 버팀목으로 현장을 지켜왔습니다.

한시도 제대로 쉴 수 없었던 이같은 생활은 비단 윤 센터장만의 일이 아니었는데요.

과로로 위협받고 있는 의료계 현장을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어제, 고 윤한덕 센터장 영결식.

유가족과 동료들이 마지막 길에 함께 했는데요.

닥터헬기 도입을 위해 함께 힘써왔던 오랜 동료 이국종 교수는 생명이 꺼져가는 환자를 싣고 갈 때 손을 잡아주실 것으로 믿는다며 창공에서 뵙자는 추도사를 남겼습니다.

설을 하루 앞둔 지난 4일,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윤한덕 센터장.

[고임석/국립중앙의료원 기조실장 : "일주일에 5~6일은 계속 집에 가지 않고 일을 해 오셨습니다. 보안요원이 순찰을 하지만 으레 야근을 하는 것으로 생각했고요……."]

윤 센터장은 평일에는 거의 집에 가지 않고 간이침대에서 생활하며 밤낮없이 일 해왔다고 합니다.

[조규종/한림대학교 강동성심병원 응급의학과장 : "중앙의료센터 센터장이신데도 불구하고 일선에 나서서 당직 업무를 하셨고요. 본인이 나서서 솔선수범해야 된다……."]

고 윤한덕 센터장의 사인은 급성 심정지지만, 누적된 과로로 인한 사망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그의 죽음 뒤엔, 응급의료 인력 부족이라는 현실이 있었습니다.

서울의 한 병원 응급실입니다. 실려 온 환자가 다급히 옮겨집니다.

["우선 CPR(심폐소생술) 할게요. 에필(주사제) 주세요."]

하루에도 이런 위급한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는데요. 그러다 보니 제대로 된 끼니나, 잠은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황윤정/강남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 "혹시 환자가 잘못될까봐……. 응급 환자들은 갑자기 안 좋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과로 누적은 응급실 의료진뿐만 아니라, 수련 과정의 전공의들에게도 반복되는 일상입니다.

윤 센터장이 숨지기 며칠 전인 지난 1일, 인천의 한 병원에서 야간 당직 근무를 서던 소아청소년과 2년 차 전공의 신 모 씨가 사망했는데요.

[숨진 전공의 가족 : "(1차 부검 결과) 제 동생이 아무런 건강상에 이상이 없다는 거예요. 타살 흔적도 없고. 1, 2월이 중환자실 담당이었대요."]

병원 측은 규정을 초과하지 않았다는 입장인데요,

전날 오전 7시에 일을 시작한 신 씨는 24시간 일한 뒤 다시 10시간 남짓을 근무하도록 돼 있었습니다.

36시간까지 계속 근무하는 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데요.

하지만, 동료 의사들은 평소에도 근무시간을 초과해 무리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주장하는데요,

바로 이런 상황입니다.

[길병원 전공의/음성변조 : "근무가 아니어서 회진을 못 돌았다고 할 경우에는 우리 애가 아픈데 왜 주치의 선생님이 안 오느냐 항의를 하고, 실제로 당직 근무가 아닌데도 불려 나간 적도 있고…."]

[숨진 전공의 가족 : "동생이 너무 바빴어요. 근무시간 외에 처방한 기록만 162건인가. (쉬는 날에도) 휴대전화에서 손을 못 떼요. 중간 중간 계속 확인하고."]

영화나 드라마에서 봤던 전공의들은 과연 어느 정도의 과로에 시달리고 있을까요?

고 윤한덕 센터장이나 앞서 전공의의 죽음이 남의 일 같지 않았다는데요.

[○○과 전공의/음성변조 : "나한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겠다."]

[□□과 전공의/음성변조 : "나도 그렇게 될 수 있겠구나."]

[△△과 전공의/음성변조 : "저희 동기들끼리 이 생활은 누가 한 명 죽어야 바뀐다고 농담으로 했던 이야기가 현실이 됐잖아요."]

신 씨처럼, 전공의들은 여러 가지 상황들 때문에 근무시간이 끝나도 맘 놓고 병원을 떠날 수 없다고 하는데요.

[○○과 전공의/음성변조 : "오프(쉬는 날이)가 되도 내가 주치의를 맡은 환자의 상태가 안 좋아지거나 아니면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이 환자를 버리고 떠날 수가 없습니다. 전혀 잠을 못 자고 환자들을 돌봐야 하는 상황들이 발생하죠."]

[이승우/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 : "전공의라는 위치 자체가 근로자로서의 위치도 있지만 수련하는 교육생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가지고 있거든요."]

전공의의 최대 근무시간은 주당 88시간, 하지만, 대형병원 상당수에서 이같은 규정은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연속 당직을 서면 11시간 보장해야 하는 휴식도 현실에선 거의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과 전공의/음성변조 : "뭐 1초도 못 쉬는 경우도 있었고요. 뭐 물 한 잔 마실 (시간도 없고) 밥은 당연히 못 먹고……."]

문제는, 이처럼 의료진에게 과로가 쌓일수록,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건데요,

한 전공의는 잠을 못자다보니 실수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과 전공의/음성변조 : "밤을 꼬박 새웠어요. 24시간 동안 거의 못 자고 당직할 때 '아, 이 환자 또 뽑나 보다.'하고 피를 뽑았어요. 뽑고 가져다주고 보니까 (피를 뽑아야 할 환자가) 다른 환자인 거예요."]

[이승우/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 : "응급 상황이나 중한 상황에 놓여 있는 곳일수록 빠른 판단과 빠른 처치, 정확하게 치료가 들어가야 하는데 24시간 밤샘하면서 계속 일하다 보면 당연히 판단력이 흐려질 수밖에 없고…."]

의료진과 환자의 안전을 모두 지킬 수 있는 대안은 없는 걸까요?

[이승우/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 : "인력의 문제가 아니라 분배의 문제로 볼 수 있거든요. 환자 수가 많은 2차와 3차 병원에는 오히려 의사가 적고, 오히려 환자는 왜 1차 병원인 의원급에는 잘 가지 않는지. 이런 문제들로 (접근해서)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아플 권리'가 의사들에겐 없는 것 같다.", "자신의 일이 동료에게 떠넘겨질까 아프기가 두렵다."는 전공의들.

위급한 상황에 처한 응급 환자들만큼이나 병원 진료 최전선에 나서있는 의료진들의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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