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최악 공기질의 ‘역습’…도심 어린이 폐기능 지방 비해 40%에 불과

입력 2019.02.21 (13:49) 수정 2019.02.22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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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공기…. 몽골 아이들 '위협'

지난달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의 한 종합병원을 찾았습니다. 병원에 들어서자마자 진료실 앞은 환자로 북적였습니다. 대기하는 환자들은 주로 어린이들이었습니다. 대부분 폐렴과 기침, 고열 등의 증상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이 병원의 4, 5층은 어린이들이 입원하는 병동입니다. 6명이 사용하는 병실에는 아이들이 꽉 찼습니다. 병실이 좁다 보니 보호자들은 복도에 있는 작은 의자에 앉아서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병원 측은 이번 겨울에 입원하는 아이들이 워낙 많아 2층의 전통치료실을 아동 병동으로 바꿨다고 말했습니다.


몽골 아이들이 왜 이렇게 병원에 많이 입원했을까요?

아이들 대부분이 폐렴과 독감 등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도 겨울이 되면 어린이 감기 환자가 워낙 많으니 그럴 만도 하지만 몽골 아이들의 질환은 추위에서 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나쁜 공기에서 온 질환입니다.

공기 오염 주범 '오타'는 무엇인가?


몽골은 10월이 되면 가을이 아닌 겨울이 시작됩니다. 평균 기온이 영하 30도를 밑돌기 때문에 난방할 수밖에 없습니다. 몽골 울란바토르 주민들의 주요 난방은 석탄입니다. 집안에는 석탄 난로가 대부분 설치돼있습니다. 석탄은 정제되지 않은 원석을 그대로 사용합니다. 그러다 보니 검은 연기가 각 주택에서 뿜어져 나옵니다.

집집마다 뿜어져 나온 연기는 거대한 구름 띠를 형성합니다. 그리고 순식간에 마을을 휘감습니다. 특히 유목민들이 몽골 초원에서 도시로 옮겨와 임시주거지로 사는 게르촌은 더 심각합니다.

이 일대 공기오염지수(AQI)를 확인해봤더니 석탄을 가장 많이 태우는 아침과 저녁 시간대 9백을 넘어섰습니다. 공기 나쁨 단계를 넘어서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최악의 수준인 겁니다.


취재진이 저녁 6시쯤 게르촌 마을 언덕에 올라 있었는데, 난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굴뚝에서 연기가 나오면서 30분 만에 마을 형체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마을 전체가 연기에 휩싸여 마치 자욱한 안개가 낀 것처럼 보였습니다.

겨울이 시작되는 10월부터 다음 해 4월까지 이런 풍경이 이어집니다. 이런 현상을 몽골에선 '오타'라고 부릅니다. 매연이나 도심 스모그현상을 일컫는 말입니다.

오타는 매번 겨울이 되면 반복돼 울란바토르 대기를 최악으로 만듭니다. 이 때문에 울란바토르에서 거주하는 주민들은 창문을 아예 열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방학이 되면 도심을 떠나 시골로 보낸다고 합니다. 주말에는 아예 울란바토르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호흡기질환 발병률 3배 증가…. 아이들 폐렴 심각
도시 아이들 폐 기능 지방 아이들보다 40% 낮아
5세 미만 어린이 사망원인 2위 '폐렴'


몽골 국립보건센터가 올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최근 10년간 몽골 울란바토르의 호흡기 질환 발병률이 3배 넘게 증가했습니다. 5세 미만 아이들의 사망원인을 조사했더니 2위가 폐렴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도시에 사는 아이들의 폐 기능은 지방 아이들보다 40%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몽골지역 엄마들이 정부의 대책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서기도 했습니다.몽골 공기오염반대 시민단체가 구성되기 시작했고, 시위에 나서 정부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마음 놓고 숨을 쉬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몽골 정부도 고심에 쌓였습니다. 주 난방 공급원이 석탄인데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 생산율이 낮기 때문입니다. 특히 불법 거주지인 게르촌의 규모가 급격히 늘고 있어 거의 통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대기질 개선 안 되면 사회적 비용 33% 증가"


유니세프는 앞으로 10년간 울란바토르의 대기 질이 개선되지 않으면, 호흡기 질환이 급증해 치료비 등의 사회적 비용이 33%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특히 2025년 이후에는
공공의료 비용으로 매년 48억, 몽골 투그릭(약 21억 6000만 원)이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나타나 경제적, 사회적 손실이 막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몽골의 경우 일 년의 절반이 겨울입니다. 평균 기온이 영하 30도이기 때문에 난방하지 않고 견딜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오타'는 매년 겨울마다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몽골 주민들은 지금도 최악으로 변한 공기 속에서 혹독한 겨울을 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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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최악 공기질의 ‘역습’…도심 어린이 폐기능 지방 비해 40%에 불과
    • 입력 2019-02-21 13:49:09
    • 수정2019-02-22 08:22:03
    취재후·사건후
최악의 공기…. 몽골 아이들 '위협'

지난달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의 한 종합병원을 찾았습니다. 병원에 들어서자마자 진료실 앞은 환자로 북적였습니다. 대기하는 환자들은 주로 어린이들이었습니다. 대부분 폐렴과 기침, 고열 등의 증상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이 병원의 4, 5층은 어린이들이 입원하는 병동입니다. 6명이 사용하는 병실에는 아이들이 꽉 찼습니다. 병실이 좁다 보니 보호자들은 복도에 있는 작은 의자에 앉아서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병원 측은 이번 겨울에 입원하는 아이들이 워낙 많아 2층의 전통치료실을 아동 병동으로 바꿨다고 말했습니다.


몽골 아이들이 왜 이렇게 병원에 많이 입원했을까요?

아이들 대부분이 폐렴과 독감 등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도 겨울이 되면 어린이 감기 환자가 워낙 많으니 그럴 만도 하지만 몽골 아이들의 질환은 추위에서 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나쁜 공기에서 온 질환입니다.

공기 오염 주범 '오타'는 무엇인가?


몽골은 10월이 되면 가을이 아닌 겨울이 시작됩니다. 평균 기온이 영하 30도를 밑돌기 때문에 난방할 수밖에 없습니다. 몽골 울란바토르 주민들의 주요 난방은 석탄입니다. 집안에는 석탄 난로가 대부분 설치돼있습니다. 석탄은 정제되지 않은 원석을 그대로 사용합니다. 그러다 보니 검은 연기가 각 주택에서 뿜어져 나옵니다.

집집마다 뿜어져 나온 연기는 거대한 구름 띠를 형성합니다. 그리고 순식간에 마을을 휘감습니다. 특히 유목민들이 몽골 초원에서 도시로 옮겨와 임시주거지로 사는 게르촌은 더 심각합니다.

이 일대 공기오염지수(AQI)를 확인해봤더니 석탄을 가장 많이 태우는 아침과 저녁 시간대 9백을 넘어섰습니다. 공기 나쁨 단계를 넘어서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최악의 수준인 겁니다.


취재진이 저녁 6시쯤 게르촌 마을 언덕에 올라 있었는데, 난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굴뚝에서 연기가 나오면서 30분 만에 마을 형체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마을 전체가 연기에 휩싸여 마치 자욱한 안개가 낀 것처럼 보였습니다.

겨울이 시작되는 10월부터 다음 해 4월까지 이런 풍경이 이어집니다. 이런 현상을 몽골에선 '오타'라고 부릅니다. 매연이나 도심 스모그현상을 일컫는 말입니다.

오타는 매번 겨울이 되면 반복돼 울란바토르 대기를 최악으로 만듭니다. 이 때문에 울란바토르에서 거주하는 주민들은 창문을 아예 열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방학이 되면 도심을 떠나 시골로 보낸다고 합니다. 주말에는 아예 울란바토르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호흡기질환 발병률 3배 증가…. 아이들 폐렴 심각
도시 아이들 폐 기능 지방 아이들보다 40% 낮아
5세 미만 어린이 사망원인 2위 '폐렴'


몽골 국립보건센터가 올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최근 10년간 몽골 울란바토르의 호흡기 질환 발병률이 3배 넘게 증가했습니다. 5세 미만 아이들의 사망원인을 조사했더니 2위가 폐렴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도시에 사는 아이들의 폐 기능은 지방 아이들보다 40%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몽골지역 엄마들이 정부의 대책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서기도 했습니다.몽골 공기오염반대 시민단체가 구성되기 시작했고, 시위에 나서 정부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마음 놓고 숨을 쉬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몽골 정부도 고심에 쌓였습니다. 주 난방 공급원이 석탄인데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 생산율이 낮기 때문입니다. 특히 불법 거주지인 게르촌의 규모가 급격히 늘고 있어 거의 통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대기질 개선 안 되면 사회적 비용 33% 증가"


유니세프는 앞으로 10년간 울란바토르의 대기 질이 개선되지 않으면, 호흡기 질환이 급증해 치료비 등의 사회적 비용이 33%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특히 2025년 이후에는
공공의료 비용으로 매년 48억, 몽골 투그릭(약 21억 6000만 원)이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나타나 경제적, 사회적 손실이 막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몽골의 경우 일 년의 절반이 겨울입니다. 평균 기온이 영하 30도이기 때문에 난방하지 않고 견딜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오타'는 매년 겨울마다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몽골 주민들은 지금도 최악으로 변한 공기 속에서 혹독한 겨울을 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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