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태극기’에 발목 잡힌 한국당…‘진짜 게임’은 전대 후부터

입력 2019.02.22 (07:02) 수정 2019.02.22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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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 분위기로는 김진태 대세론?..."소신 정치, 선명한 색깔이 대표감"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종반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5.18 망언'과 맞물려 전당대회 국면에서 스포트라이트는 '누가 대표가 되느냐'보다 '태극기 부대','김진태 후보'에게 쏠렸다 해도 틀린 표현이 아닐 겁니다.

그간 열린 합동 연설회 현장에서 가장 목소리가 큰 지지자들은 김진태 후보 쪽이었습니다. 태극기 부대로도 알려진 이들은 조직력을 과시하며 사실상 전당대회 분위기를 장악해왔습니다. 때문에 현장 분위기만 보면 '황교안 대세론'이 아니라 '김진태 대세론'이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입니다.


태극기 부대에 게 왜 김진태 후보를 지지하는지 물어봤습니다. "황교안은 핵심이 없고 왔다 갔다 하는데, 김진태는 정정당당하게 눈치 보지 않고 소신껏 정치를 하는 게 마음에 들었다", "김진태가 당 대표가 되면 확실하게 우파의 색깔을 드러낼 것 같다" 등의 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와 안보 정책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며, "내가 지켜온 나라", "대한민국을 위해 앞만 보고 왔는데..."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합동 연설회 소식은 SNS를 통해 확인하고 개별적, 자발적으로 오는 것이지, 단체 동원은 절대 없다고 딱 잘라 말하기도 했습니다.

일부 태극기 부대는 "당 대표는 김진태를 뽑고, 차기 대선에서는 황교안을 뽑겠다"고도 했습니다. 이유를물었더니 "대통령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인물인 만큼 정치적 역량이 있어야 하고,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보다 함께 갈 수 있는 포용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김진태 후보가 한쪽으로 치우친 인물이라는 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우의 상징적 인물인 김진태 카드를 내미는 건 이들이 좌파라고 여기는 문재인 정권의 유일한 대항마라고 본다는 믿음이 있어 보였습니다.


"저딴 게 대통령" 발언 '남자 3호' 김준교,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태극기 부대와 함께 전대 분위기를 얼룩지게 한 이가 또 있었으니, 김준교 청년최고위원 후보입니다. 이름도 낯설었던 이 청년은 "저딴 게 대통령", "짐승만도 못한 종북좌파", "문재인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등의 막말로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특히 반문재인을 고리로 태극기 부대의 압도적인 호응까지 받으니 이 청년의 발언 수위도 점차 세졌습니다. 그래서 전국민적 욕은 먹었지만 짧은 시간 흥행에는 성공한 듯합니다. 연설회 후 과거 한 방송의 연애프로그램에 '남자 3호'로 출연한 사실까지 알려지며, 최근 며칠 사이 포털 실검에 계속 이름을 올렸으니 말입니다.

한국당 일부 의원들의 '5.18 폄훼' 논란에 이어 태극기 부대의 과격 행동, 김준교 후보의 막말은 '한국당의 좌표가 오른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다시 말해 우경화의 전조 현상이라는 우려를 낳았습니다.


"전대 때는 극우·극좌 부각"…"목소리 커야 박수 받고, 표 받고"

그렇다면 한국당에서는 최근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걸까요? 당내 의원들과 정치 평론가들은 당 내부 행사인 전당대회의 특성 때문이라고 우선 짚습니다. 전당대회가 열리면 한국당의 경우 극우 지지층이, 민주당은 극좌 지지층이 목소리를 크게 내고, 이들을 겨냥해 후보들의 발언 수위도 세지기 마련이라는 겁니다.한 중진의원은 "결국은 목소리가 커야 박수가 나오고 그게 표심으로 연결되니까 과격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한 초선의원은 "전대에는 선명성과 투쟁성을 강하게 드러내는 사람한테 표가 많이 가는데, 지지자들은 그래야 시원하다고 느낀다"고도 말했습니다.

그런 만큼 이러한 현상이 당 전체의 우경화를 의미하는 건 아니고, 당내 일부 극우 세력이 일시적으로 부각되는 것뿐이라고도 했습니다. 지난 2017년 한국당 대선 경선 당시에도 후보였던 김진태 의원을 지지하기 위해 수많은 태극기 부대가 연설회장을 쫓아다녔는데, 지금과 거의 흡사했지만 경선이 끝나자마자 태극기 부대의 과격화 움직임은 소동으로 마무리됐다는 겁니다.


'일부 극우 움직임' 문제의식은 있는데...공식 석상에선 침묵하는 의원들, 왜?

상당수 의원들은 '일부 극우 움직임'에 대해 문제 의식이 있어도 전대의 특수성, 과거 경험을 토대로, 또 태극기세력이 비주류라는 이유로, 이번에도 전대가 끝나면 우경화 논란도 잠잠해질 거라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의원총회 등 당의 공식회의 석상에서 그 누구도 이 문제에 입을 떼지 않고 있습니다. 20일 '5.18 망언' 사태 이후 처음으로 열린 의원총회에서 당의 우경화 논란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았습니다. 한 TK지역 의원은 "대구 경북 지역 지지자들도 태극기 부대를 달갑게 보는 건 아니다"면서, 그럼에도 의원들이 침묵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예민한 문제라 다들 눈치만 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합동 연설회에서 "김진태 후보와 태극기 부대가 한국당을 망치고 있다"며 "애국당으로 떠나라"는 발언을 한 조대원 최고위원 후보에게 왜 그런 발언을 했는지 물었습니다. 조 후보는 "2%가 선량한 98%를 망치면 떼어내 정리하고, 그들의 대표라고 하는 사람도 빼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태극기 부대는 한국당의 아픈 손가락이라 생각하지만, 이들을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용하는 건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또 한국당 의원들이 이 문제에 침묵하는 데 대해선 "비겁하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나마 당내 우경화에 대한 공개 비판이 나오는 건 비박계 의원들 사이에서입니다. 비박계 좌장인 김무성 의원은 자신이 주최하는 토론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대가 과격분자들의 놀이터가 돼선 안 된다"고 꼬집었고, 역시 비박계 장제원 의원은 SNS를 통해 "당을 극우정당으로 몰아간 사람들이 소수였음을 투표로 증명해 보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또 한 비박계 중진 의원도 "이성을 잃은 것 같아 걱정된다"며, "당이 좀 더 냉정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참다못한 당 지도부 "작은 소란, 전부 모습 아냐"…. 달라진 현장

그런데 21일 세 번째 합동 연설회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태극기 부대의 소란도, 김준규 후보의 막말도 사라졌습니다. 질서정연하고 차분하기까지한 장내 분위기에 일부 지지자들이 조는 모습이 목격될 정도였습니다. 두 차례 연설회 후 당 안팎의 비난이 잇따르자 부담을 느낀 당 지도부와 김진태 후보가 지지자들의 과격 행동을 자제시키겠다고 한 점이 실제 효과가 있었던 걸로 보입니다.

특히 지난 TK 연설회에서 야유를 받아 발언까지 중단했던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어제(21일) PK 연설회에서는 작정한 듯 "한국당 전대가 야유와 과도한 발언이 넘치며 엉망이 돼간다는 우려가 큰데, 지금 듣고 계신 작은 야유, 듣고 계신 지나친 소리는 우리당의 지극히 작은 일부일 뿐"이라고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김준교 후보도 "그동안 사려 깊지 못하고, 다소 과격한 언행으로 우리 당 축제인 전대에 누를 끼치게 돼 죄송하다"며 극단적 발언은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김 후보는 그러나 PK 연설회 전 KBS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온라인에서 저를 비판하시지만, 현장에서는 99%가 제 이야기가 맞다 생각하고 응원한다"며 반전(?) 속내를 털어놨습니다. 또, 최근 한국당의 우경화 움직임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는 "더 우경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남북관계에 대해 한국당이 제대로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게 답답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전대 끝나면 소동으로 정리?..."분당·정계개편 계기될 수도"

전대가 끝나면 일련의 우경화 움직임은 소동으로 정리될 거라는 의견이 많지만, 일각에선 이번엔 다를 수 있다는 얘기도 간간이 들립니다. 김진태 후보의 지지율이 변수라는 겁니다. 지난 가을 이후 김 후보는 전대를 염두해 태극기 세력을 대거 입당시켰다고 했습니다. 약 8천 명 정도가 입당한 걸로 추산되는데 이번 전당대회 전체 선거인단의 2% 수준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당원 투표율이 50%도 안 되지만 열성 지지층인 태극기 부대의 투표율은 100%에 육박할 걸로 추산돼, 실질적으로는 2%가 아닌 그 이상의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한 전문가는 분석했습니다. 투표 결과에 미치는 영향력을 마냥 무시할 수 없다는 얘깁니다. 이 때문에 김진태 후보가 예상을 넘어선 득표율을 기록한다면, 태극기 부대가 전대 후에도 당의 정체성을 계속 흔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렇게 되면 또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많은 전문가는 일단 "그런 일은 없을 거다."라면서도 "그렇게 가정한다면 한국당이 흔들릴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다시 분당 사태가 또다시 반복될 거라는 겁니다. 비박계가 떨어져 나가거나, 김진태 의원과 태극기 세력을 중심으로 한 또다른 친박 신당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양 쪽이 엇갈렸습니다. 태극기 부대의 위력이 전당대회에서 입증된다면, 어떤 식으로는 정계 개편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얘깁니다.

물론 이변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 해도 새로 뽑힐 한국당 지도부의 첫 시험대는 전대를 거치며 우경화 논란에 휩싸인 당을 정비하는 일, 또 5.18 망언으로 징계 처분이 내려진 이종명 의원과 징계가 유예된 김진태, 김순례 의원 문제가 될 겁니다. 한국당의 아픈 손가락이라는 태극기 부대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할지도 고민거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전당대회가 끝난 뒤부터가 진짜 게임의 시작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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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 ‘태극기’에 발목 잡힌 한국당…‘진짜 게임’은 전대 후부터
    • 입력 2019-02-22 07:02:46
    • 수정2019-02-22 07:49:11
    취재K
전대 분위기로는 김진태 대세론?..."소신 정치, 선명한 색깔이 대표감"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종반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5.18 망언'과 맞물려 전당대회 국면에서 스포트라이트는 '누가 대표가 되느냐'보다 '태극기 부대','김진태 후보'에게 쏠렸다 해도 틀린 표현이 아닐 겁니다.

그간 열린 합동 연설회 현장에서 가장 목소리가 큰 지지자들은 김진태 후보 쪽이었습니다. 태극기 부대로도 알려진 이들은 조직력을 과시하며 사실상 전당대회 분위기를 장악해왔습니다. 때문에 현장 분위기만 보면 '황교안 대세론'이 아니라 '김진태 대세론'이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입니다.


태극기 부대에 게 왜 김진태 후보를 지지하는지 물어봤습니다. "황교안은 핵심이 없고 왔다 갔다 하는데, 김진태는 정정당당하게 눈치 보지 않고 소신껏 정치를 하는 게 마음에 들었다", "김진태가 당 대표가 되면 확실하게 우파의 색깔을 드러낼 것 같다" 등의 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와 안보 정책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며, "내가 지켜온 나라", "대한민국을 위해 앞만 보고 왔는데..."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합동 연설회 소식은 SNS를 통해 확인하고 개별적, 자발적으로 오는 것이지, 단체 동원은 절대 없다고 딱 잘라 말하기도 했습니다.

일부 태극기 부대는 "당 대표는 김진태를 뽑고, 차기 대선에서는 황교안을 뽑겠다"고도 했습니다. 이유를물었더니 "대통령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인물인 만큼 정치적 역량이 있어야 하고,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보다 함께 갈 수 있는 포용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김진태 후보가 한쪽으로 치우친 인물이라는 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우의 상징적 인물인 김진태 카드를 내미는 건 이들이 좌파라고 여기는 문재인 정권의 유일한 대항마라고 본다는 믿음이 있어 보였습니다.


"저딴 게 대통령" 발언 '남자 3호' 김준교,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태극기 부대와 함께 전대 분위기를 얼룩지게 한 이가 또 있었으니, 김준교 청년최고위원 후보입니다. 이름도 낯설었던 이 청년은 "저딴 게 대통령", "짐승만도 못한 종북좌파", "문재인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등의 막말로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특히 반문재인을 고리로 태극기 부대의 압도적인 호응까지 받으니 이 청년의 발언 수위도 점차 세졌습니다. 그래서 전국민적 욕은 먹었지만 짧은 시간 흥행에는 성공한 듯합니다. 연설회 후 과거 한 방송의 연애프로그램에 '남자 3호'로 출연한 사실까지 알려지며, 최근 며칠 사이 포털 실검에 계속 이름을 올렸으니 말입니다.

한국당 일부 의원들의 '5.18 폄훼' 논란에 이어 태극기 부대의 과격 행동, 김준교 후보의 막말은 '한국당의 좌표가 오른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다시 말해 우경화의 전조 현상이라는 우려를 낳았습니다.


"전대 때는 극우·극좌 부각"…"목소리 커야 박수 받고, 표 받고"

그렇다면 한국당에서는 최근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걸까요? 당내 의원들과 정치 평론가들은 당 내부 행사인 전당대회의 특성 때문이라고 우선 짚습니다. 전당대회가 열리면 한국당의 경우 극우 지지층이, 민주당은 극좌 지지층이 목소리를 크게 내고, 이들을 겨냥해 후보들의 발언 수위도 세지기 마련이라는 겁니다.한 중진의원은 "결국은 목소리가 커야 박수가 나오고 그게 표심으로 연결되니까 과격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한 초선의원은 "전대에는 선명성과 투쟁성을 강하게 드러내는 사람한테 표가 많이 가는데, 지지자들은 그래야 시원하다고 느낀다"고도 말했습니다.

그런 만큼 이러한 현상이 당 전체의 우경화를 의미하는 건 아니고, 당내 일부 극우 세력이 일시적으로 부각되는 것뿐이라고도 했습니다. 지난 2017년 한국당 대선 경선 당시에도 후보였던 김진태 의원을 지지하기 위해 수많은 태극기 부대가 연설회장을 쫓아다녔는데, 지금과 거의 흡사했지만 경선이 끝나자마자 태극기 부대의 과격화 움직임은 소동으로 마무리됐다는 겁니다.


'일부 극우 움직임' 문제의식은 있는데...공식 석상에선 침묵하는 의원들, 왜?

상당수 의원들은 '일부 극우 움직임'에 대해 문제 의식이 있어도 전대의 특수성, 과거 경험을 토대로, 또 태극기세력이 비주류라는 이유로, 이번에도 전대가 끝나면 우경화 논란도 잠잠해질 거라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의원총회 등 당의 공식회의 석상에서 그 누구도 이 문제에 입을 떼지 않고 있습니다. 20일 '5.18 망언' 사태 이후 처음으로 열린 의원총회에서 당의 우경화 논란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았습니다. 한 TK지역 의원은 "대구 경북 지역 지지자들도 태극기 부대를 달갑게 보는 건 아니다"면서, 그럼에도 의원들이 침묵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예민한 문제라 다들 눈치만 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합동 연설회에서 "김진태 후보와 태극기 부대가 한국당을 망치고 있다"며 "애국당으로 떠나라"는 발언을 한 조대원 최고위원 후보에게 왜 그런 발언을 했는지 물었습니다. 조 후보는 "2%가 선량한 98%를 망치면 떼어내 정리하고, 그들의 대표라고 하는 사람도 빼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태극기 부대는 한국당의 아픈 손가락이라 생각하지만, 이들을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용하는 건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또 한국당 의원들이 이 문제에 침묵하는 데 대해선 "비겁하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나마 당내 우경화에 대한 공개 비판이 나오는 건 비박계 의원들 사이에서입니다. 비박계 좌장인 김무성 의원은 자신이 주최하는 토론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대가 과격분자들의 놀이터가 돼선 안 된다"고 꼬집었고, 역시 비박계 장제원 의원은 SNS를 통해 "당을 극우정당으로 몰아간 사람들이 소수였음을 투표로 증명해 보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또 한 비박계 중진 의원도 "이성을 잃은 것 같아 걱정된다"며, "당이 좀 더 냉정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참다못한 당 지도부 "작은 소란, 전부 모습 아냐"…. 달라진 현장

그런데 21일 세 번째 합동 연설회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태극기 부대의 소란도, 김준규 후보의 막말도 사라졌습니다. 질서정연하고 차분하기까지한 장내 분위기에 일부 지지자들이 조는 모습이 목격될 정도였습니다. 두 차례 연설회 후 당 안팎의 비난이 잇따르자 부담을 느낀 당 지도부와 김진태 후보가 지지자들의 과격 행동을 자제시키겠다고 한 점이 실제 효과가 있었던 걸로 보입니다.

특히 지난 TK 연설회에서 야유를 받아 발언까지 중단했던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어제(21일) PK 연설회에서는 작정한 듯 "한국당 전대가 야유와 과도한 발언이 넘치며 엉망이 돼간다는 우려가 큰데, 지금 듣고 계신 작은 야유, 듣고 계신 지나친 소리는 우리당의 지극히 작은 일부일 뿐"이라고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김준교 후보도 "그동안 사려 깊지 못하고, 다소 과격한 언행으로 우리 당 축제인 전대에 누를 끼치게 돼 죄송하다"며 극단적 발언은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김 후보는 그러나 PK 연설회 전 KBS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온라인에서 저를 비판하시지만, 현장에서는 99%가 제 이야기가 맞다 생각하고 응원한다"며 반전(?) 속내를 털어놨습니다. 또, 최근 한국당의 우경화 움직임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는 "더 우경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남북관계에 대해 한국당이 제대로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게 답답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전대 끝나면 소동으로 정리?..."분당·정계개편 계기될 수도"

전대가 끝나면 일련의 우경화 움직임은 소동으로 정리될 거라는 의견이 많지만, 일각에선 이번엔 다를 수 있다는 얘기도 간간이 들립니다. 김진태 후보의 지지율이 변수라는 겁니다. 지난 가을 이후 김 후보는 전대를 염두해 태극기 세력을 대거 입당시켰다고 했습니다. 약 8천 명 정도가 입당한 걸로 추산되는데 이번 전당대회 전체 선거인단의 2% 수준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당원 투표율이 50%도 안 되지만 열성 지지층인 태극기 부대의 투표율은 100%에 육박할 걸로 추산돼, 실질적으로는 2%가 아닌 그 이상의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한 전문가는 분석했습니다. 투표 결과에 미치는 영향력을 마냥 무시할 수 없다는 얘깁니다. 이 때문에 김진태 후보가 예상을 넘어선 득표율을 기록한다면, 태극기 부대가 전대 후에도 당의 정체성을 계속 흔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렇게 되면 또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많은 전문가는 일단 "그런 일은 없을 거다."라면서도 "그렇게 가정한다면 한국당이 흔들릴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다시 분당 사태가 또다시 반복될 거라는 겁니다. 비박계가 떨어져 나가거나, 김진태 의원과 태극기 세력을 중심으로 한 또다른 친박 신당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양 쪽이 엇갈렸습니다. 태극기 부대의 위력이 전당대회에서 입증된다면, 어떤 식으로는 정계 개편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얘깁니다.

물론 이변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 해도 새로 뽑힐 한국당 지도부의 첫 시험대는 전대를 거치며 우경화 논란에 휩싸인 당을 정비하는 일, 또 5.18 망언으로 징계 처분이 내려진 이종명 의원과 징계가 유예된 김진태, 김순례 의원 문제가 될 겁니다. 한국당의 아픈 손가락이라는 태극기 부대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할지도 고민거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전당대회가 끝난 뒤부터가 진짜 게임의 시작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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