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92세에 첫 졸업장…만학도들의 도전은 ‘시작’
입력 2019.02.22 (08:31)
수정 2019.02.22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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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요즘 한창 졸업시즌이죠.
그런데, 조금 특별한 졸업식이 어제 있었습니다.
손자, 손녀들의 졸업식에 온 게 아니고요,
초등, 중등 학력 인정 프로그램으로 졸업장을 받게 된 만학도들입니다.
50대에서 90대까지 장·노년층이 거의 대부분인데요.
어떻게 졸업장까지 받게 됐을까요,
지금부터 만나보시죠.
[리포트]
저녁 시간, 열심히 시 낭독을 연습 중인 이 분은 72살 정금옥 할머니입니다.
[정금옥/72세 : "어제 쪽파 열 단을 깠다."]
[정경희/서울 교동초등학교 문해교실 교사 : "어머니, 너무 잘하셨어요."]
담당 교사의 격려 방문까지 받게된건 다음날 있을 졸업식에서 대표로 자작시를 낭송하게 됐기 때문입니다.
[정경희/서울 교동초등학교 문해교실 교사 : "시 낭송하는 걸 다시 한번 제가 보기 위해서 (왔어요.) 내일 하시기 때문에 떨지 않고 연습해서 하시라고..."]
전국 시화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해 낭독자로 선정된 정금옥 할머니. 2년 전 공부를 시작할 때는 꿈도 못 꿨던 일입니다.
[정금옥/72세 : "가슴이 두근두근 뛰고 학교에 가긴 갔는데 앞에 나가서 자기 소개하잖아요. 그 소리가 안 나왔어요. 심장이 뛰어서."]
식당을 운영 중인 정 할머니는 7남매 중의 맏이인 탓에 집안 살림을 돕느라 초등학교를 2년도 채 다니지 못했습니다.
[정금옥/72세 : "소 때문에 많이 울었어요. 남들은 학교 다니는데 나는 그 큰 소를 끌고 맨날 소 먹이러 가고 소 먹이러 가서 풀도 베어야 하고..."]
남편을 일찍 여윈 뒤에는 자식들을 데리고 생계를 꾸리느라 책과는 담을 쌓고 지냈습니다.
[정금옥/72세 : "아저씨가 일찍 돌아가셔서 애들 놔두고 서울에 와서 먹고 살려니까 고생 많았죠. 식당 하느라고..."]
그렇게 70살이 넘어 친구의 권유로 시작한 초등학교 문해교실. 2년 만에 졸업장을 받게 된 겁니다.
[박선희/정금옥 할머니 딸 : "본인이 하고 싶어서 그러셨는지 몰라도 너무 행복해 보이시는 거예요. 어머님이 행복해하시니까 (도운) 보람이 좀 있는 것 같아요."]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후론 매일 공부를 거르지 않는다는 정 할머니.
12시에 식당을 닫고 돌아와서도 새벽까지 공부를 이어갑니다.
[정금옥/72세 : "2시까지 하고 어떨 때 잠 안 올 때는 한 4시에 일어나서도 하고 그렇게 해요."]
더 빨리 공부를 시작하지 못한 게 후회된다고 하는데요.
[정금옥/72세 : "(공부를) 못한 사람들은 공부를 계속했으면 좋겠어요. 늦다고 할 때가 빠르니까. 제일 빠르니까. 나도 진짜 너무 후회되는 거예요."]
자, 이 할머니는 올해 연세가 어떻게 되실까요?
[이순섬/92세 : "공부 하나도 못했지. 일제 강점기 때라 공부를 못했어. 농사지어놓으면 다 빼앗아갔지. 공출로 다 가니까 먹고살 게 없잖아. (일 하라고) 우리 오빠들은 다 보내도 나는 딸이라고 안 보냈어."]
그렇게 공부는 평생의 한이 됐습니다.
[이순섬/92세 : "공부 못해서 계산을 잘 못 하고. 말도 못했죠. 그 서러움을 하늘이 알고 땅이나 알지."]
90을 앞둔 3년 전 무작정 복지관을 찾아가 초등학교 과정을 시작하게 됐는데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이순섬/92세 : "학교 가는 날은 자지 않고 일어나서 가고 제일 좋은 게 학교 가는 거야."]
학교에서도 단연 돋보이셨다는데요.
[이미애/영등포구청 늘푸름학교 교무부장 : "언제나 솔선수범해서 하시고 소풍 가자고 해도 제일 먼저 손드시고 하면서 분위기를 몰아주시는데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하셨죠."]
할머니들의 졸업식이 드디어 어제 열렸습니다.
[이순섬/92세 : "좋네요. 너무 재밌고 좋아요."]
주름진 얼굴에 입게 된 학사모와 가운, 그 기쁨은 어떨까요?
[김점심/69세 : "혼자만 못 배운 것처럼 어디 나가면 항상 주눅이 들고 그랬는데 지금 여기 와서 보니까 너무너무 많네요. 사람들이 많으니까 눈물이 날 정도로 기쁘면서도 좀 그러네요."]
[박종숙/69세 : "참 좋죠. 말할 수 없이 좋죠. 나도 이제 졸업장도 갖고 한글을 배웠다는 것. 너무 좋아요."]
이들은 모두 초등. 중등 학력인정 문해교육 프로그램 이수자들입니다.
50-80대가 97%를 차지합니다.
[이미애/영등포구청 늘푸름학교 교무부장 : "학령기에 공부를 못하셨으니까 그 아픔을 평생 숨기고 살아오시다가 학교라는데 오셔서 정규적으로 시험도 보고 시간대에 맞춰서 공부하고 너무 행복하다는 말씀을 누구나 다 하세요."]
정규 학교교육 기회를 놓쳤지만 배움에 대한 열망은 컸던 어르신 만학도들. 학교에 다니고 인생이 바뀌었다고 입을 모읍니다.
[박종숙/69세 : "약속 장소에 가질 못해요. 글씨를 몰라서. 그런데 지금은 한글을 배우고 나니 약속 시간 한 시간 전에 꼭 가거든요."]
최고령 이순섬 할머니를 비롯해 54개 기관에서 공부한 854명에게 학위인증서가 수여됐습니다.
[이순섬/92세 : "늙은이들 가르치느라고 선생님들이 많이 힘들었어요. 선생님들도 사랑하고 다 사랑합니다."]
졸업식은 끝났지만, 이들의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김소녀/72세 : "열심히 해서 지금 중학교 가서 3년하고 고등학교도 가고 대학까지 가고 싶어요."]
아들딸, 손자손녀도 공부를 다 마쳤을 나이에 시작해 새로운 행복을 찾고있는 만학도들.
혹시,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는 부모님, 어르신들이 계시다면 응원 한번 해보시는건 어떨까요?
요즘 한창 졸업시즌이죠.
그런데, 조금 특별한 졸업식이 어제 있었습니다.
손자, 손녀들의 졸업식에 온 게 아니고요,
초등, 중등 학력 인정 프로그램으로 졸업장을 받게 된 만학도들입니다.
50대에서 90대까지 장·노년층이 거의 대부분인데요.
어떻게 졸업장까지 받게 됐을까요,
지금부터 만나보시죠.
[리포트]
저녁 시간, 열심히 시 낭독을 연습 중인 이 분은 72살 정금옥 할머니입니다.
[정금옥/72세 : "어제 쪽파 열 단을 깠다."]
[정경희/서울 교동초등학교 문해교실 교사 : "어머니, 너무 잘하셨어요."]
담당 교사의 격려 방문까지 받게된건 다음날 있을 졸업식에서 대표로 자작시를 낭송하게 됐기 때문입니다.
[정경희/서울 교동초등학교 문해교실 교사 : "시 낭송하는 걸 다시 한번 제가 보기 위해서 (왔어요.) 내일 하시기 때문에 떨지 않고 연습해서 하시라고..."]
전국 시화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해 낭독자로 선정된 정금옥 할머니. 2년 전 공부를 시작할 때는 꿈도 못 꿨던 일입니다.
[정금옥/72세 : "가슴이 두근두근 뛰고 학교에 가긴 갔는데 앞에 나가서 자기 소개하잖아요. 그 소리가 안 나왔어요. 심장이 뛰어서."]
식당을 운영 중인 정 할머니는 7남매 중의 맏이인 탓에 집안 살림을 돕느라 초등학교를 2년도 채 다니지 못했습니다.
[정금옥/72세 : "소 때문에 많이 울었어요. 남들은 학교 다니는데 나는 그 큰 소를 끌고 맨날 소 먹이러 가고 소 먹이러 가서 풀도 베어야 하고..."]
남편을 일찍 여윈 뒤에는 자식들을 데리고 생계를 꾸리느라 책과는 담을 쌓고 지냈습니다.
[정금옥/72세 : "아저씨가 일찍 돌아가셔서 애들 놔두고 서울에 와서 먹고 살려니까 고생 많았죠. 식당 하느라고..."]
그렇게 70살이 넘어 친구의 권유로 시작한 초등학교 문해교실. 2년 만에 졸업장을 받게 된 겁니다.
[박선희/정금옥 할머니 딸 : "본인이 하고 싶어서 그러셨는지 몰라도 너무 행복해 보이시는 거예요. 어머님이 행복해하시니까 (도운) 보람이 좀 있는 것 같아요."]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후론 매일 공부를 거르지 않는다는 정 할머니.
12시에 식당을 닫고 돌아와서도 새벽까지 공부를 이어갑니다.
[정금옥/72세 : "2시까지 하고 어떨 때 잠 안 올 때는 한 4시에 일어나서도 하고 그렇게 해요."]
더 빨리 공부를 시작하지 못한 게 후회된다고 하는데요.
[정금옥/72세 : "(공부를) 못한 사람들은 공부를 계속했으면 좋겠어요. 늦다고 할 때가 빠르니까. 제일 빠르니까. 나도 진짜 너무 후회되는 거예요."]
자, 이 할머니는 올해 연세가 어떻게 되실까요?
[이순섬/92세 : "공부 하나도 못했지. 일제 강점기 때라 공부를 못했어. 농사지어놓으면 다 빼앗아갔지. 공출로 다 가니까 먹고살 게 없잖아. (일 하라고) 우리 오빠들은 다 보내도 나는 딸이라고 안 보냈어."]
그렇게 공부는 평생의 한이 됐습니다.
[이순섬/92세 : "공부 못해서 계산을 잘 못 하고. 말도 못했죠. 그 서러움을 하늘이 알고 땅이나 알지."]
90을 앞둔 3년 전 무작정 복지관을 찾아가 초등학교 과정을 시작하게 됐는데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이순섬/92세 : "학교 가는 날은 자지 않고 일어나서 가고 제일 좋은 게 학교 가는 거야."]
학교에서도 단연 돋보이셨다는데요.
[이미애/영등포구청 늘푸름학교 교무부장 : "언제나 솔선수범해서 하시고 소풍 가자고 해도 제일 먼저 손드시고 하면서 분위기를 몰아주시는데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하셨죠."]
할머니들의 졸업식이 드디어 어제 열렸습니다.
[이순섬/92세 : "좋네요. 너무 재밌고 좋아요."]
주름진 얼굴에 입게 된 학사모와 가운, 그 기쁨은 어떨까요?
[김점심/69세 : "혼자만 못 배운 것처럼 어디 나가면 항상 주눅이 들고 그랬는데 지금 여기 와서 보니까 너무너무 많네요. 사람들이 많으니까 눈물이 날 정도로 기쁘면서도 좀 그러네요."]
[박종숙/69세 : "참 좋죠. 말할 수 없이 좋죠. 나도 이제 졸업장도 갖고 한글을 배웠다는 것. 너무 좋아요."]
이들은 모두 초등. 중등 학력인정 문해교육 프로그램 이수자들입니다.
50-80대가 97%를 차지합니다.
[이미애/영등포구청 늘푸름학교 교무부장 : "학령기에 공부를 못하셨으니까 그 아픔을 평생 숨기고 살아오시다가 학교라는데 오셔서 정규적으로 시험도 보고 시간대에 맞춰서 공부하고 너무 행복하다는 말씀을 누구나 다 하세요."]
정규 학교교육 기회를 놓쳤지만 배움에 대한 열망은 컸던 어르신 만학도들. 학교에 다니고 인생이 바뀌었다고 입을 모읍니다.
[박종숙/69세 : "약속 장소에 가질 못해요. 글씨를 몰라서. 그런데 지금은 한글을 배우고 나니 약속 시간 한 시간 전에 꼭 가거든요."]
최고령 이순섬 할머니를 비롯해 54개 기관에서 공부한 854명에게 학위인증서가 수여됐습니다.
[이순섬/92세 : "늙은이들 가르치느라고 선생님들이 많이 힘들었어요. 선생님들도 사랑하고 다 사랑합니다."]
졸업식은 끝났지만, 이들의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김소녀/72세 : "열심히 해서 지금 중학교 가서 3년하고 고등학교도 가고 대학까지 가고 싶어요."]
아들딸, 손자손녀도 공부를 다 마쳤을 나이에 시작해 새로운 행복을 찾고있는 만학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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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 따라잡기] 92세에 첫 졸업장…만학도들의 도전은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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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9-02-22 08:36:05
- 수정2019-02-22 08:47:24
[기자]
요즘 한창 졸업시즌이죠.
그런데, 조금 특별한 졸업식이 어제 있었습니다.
손자, 손녀들의 졸업식에 온 게 아니고요,
초등, 중등 학력 인정 프로그램으로 졸업장을 받게 된 만학도들입니다.
50대에서 90대까지 장·노년층이 거의 대부분인데요.
어떻게 졸업장까지 받게 됐을까요,
지금부터 만나보시죠.
[리포트]
저녁 시간, 열심히 시 낭독을 연습 중인 이 분은 72살 정금옥 할머니입니다.
[정금옥/72세 : "어제 쪽파 열 단을 깠다."]
[정경희/서울 교동초등학교 문해교실 교사 : "어머니, 너무 잘하셨어요."]
담당 교사의 격려 방문까지 받게된건 다음날 있을 졸업식에서 대표로 자작시를 낭송하게 됐기 때문입니다.
[정경희/서울 교동초등학교 문해교실 교사 : "시 낭송하는 걸 다시 한번 제가 보기 위해서 (왔어요.) 내일 하시기 때문에 떨지 않고 연습해서 하시라고..."]
전국 시화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해 낭독자로 선정된 정금옥 할머니. 2년 전 공부를 시작할 때는 꿈도 못 꿨던 일입니다.
[정금옥/72세 : "가슴이 두근두근 뛰고 학교에 가긴 갔는데 앞에 나가서 자기 소개하잖아요. 그 소리가 안 나왔어요. 심장이 뛰어서."]
식당을 운영 중인 정 할머니는 7남매 중의 맏이인 탓에 집안 살림을 돕느라 초등학교를 2년도 채 다니지 못했습니다.
[정금옥/72세 : "소 때문에 많이 울었어요. 남들은 학교 다니는데 나는 그 큰 소를 끌고 맨날 소 먹이러 가고 소 먹이러 가서 풀도 베어야 하고..."]
남편을 일찍 여윈 뒤에는 자식들을 데리고 생계를 꾸리느라 책과는 담을 쌓고 지냈습니다.
[정금옥/72세 : "아저씨가 일찍 돌아가셔서 애들 놔두고 서울에 와서 먹고 살려니까 고생 많았죠. 식당 하느라고..."]
그렇게 70살이 넘어 친구의 권유로 시작한 초등학교 문해교실. 2년 만에 졸업장을 받게 된 겁니다.
[박선희/정금옥 할머니 딸 : "본인이 하고 싶어서 그러셨는지 몰라도 너무 행복해 보이시는 거예요. 어머님이 행복해하시니까 (도운) 보람이 좀 있는 것 같아요."]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후론 매일 공부를 거르지 않는다는 정 할머니.
12시에 식당을 닫고 돌아와서도 새벽까지 공부를 이어갑니다.
[정금옥/72세 : "2시까지 하고 어떨 때 잠 안 올 때는 한 4시에 일어나서도 하고 그렇게 해요."]
더 빨리 공부를 시작하지 못한 게 후회된다고 하는데요.
[정금옥/72세 : "(공부를) 못한 사람들은 공부를 계속했으면 좋겠어요. 늦다고 할 때가 빠르니까. 제일 빠르니까. 나도 진짜 너무 후회되는 거예요."]
자, 이 할머니는 올해 연세가 어떻게 되실까요?
[이순섬/92세 : "공부 하나도 못했지. 일제 강점기 때라 공부를 못했어. 농사지어놓으면 다 빼앗아갔지. 공출로 다 가니까 먹고살 게 없잖아. (일 하라고) 우리 오빠들은 다 보내도 나는 딸이라고 안 보냈어."]
그렇게 공부는 평생의 한이 됐습니다.
[이순섬/92세 : "공부 못해서 계산을 잘 못 하고. 말도 못했죠. 그 서러움을 하늘이 알고 땅이나 알지."]
90을 앞둔 3년 전 무작정 복지관을 찾아가 초등학교 과정을 시작하게 됐는데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이순섬/92세 : "학교 가는 날은 자지 않고 일어나서 가고 제일 좋은 게 학교 가는 거야."]
학교에서도 단연 돋보이셨다는데요.
[이미애/영등포구청 늘푸름학교 교무부장 : "언제나 솔선수범해서 하시고 소풍 가자고 해도 제일 먼저 손드시고 하면서 분위기를 몰아주시는데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하셨죠."]
할머니들의 졸업식이 드디어 어제 열렸습니다.
[이순섬/92세 : "좋네요. 너무 재밌고 좋아요."]
주름진 얼굴에 입게 된 학사모와 가운, 그 기쁨은 어떨까요?
[김점심/69세 : "혼자만 못 배운 것처럼 어디 나가면 항상 주눅이 들고 그랬는데 지금 여기 와서 보니까 너무너무 많네요. 사람들이 많으니까 눈물이 날 정도로 기쁘면서도 좀 그러네요."]
[박종숙/69세 : "참 좋죠. 말할 수 없이 좋죠. 나도 이제 졸업장도 갖고 한글을 배웠다는 것. 너무 좋아요."]
이들은 모두 초등. 중등 학력인정 문해교육 프로그램 이수자들입니다.
50-80대가 97%를 차지합니다.
[이미애/영등포구청 늘푸름학교 교무부장 : "학령기에 공부를 못하셨으니까 그 아픔을 평생 숨기고 살아오시다가 학교라는데 오셔서 정규적으로 시험도 보고 시간대에 맞춰서 공부하고 너무 행복하다는 말씀을 누구나 다 하세요."]
정규 학교교육 기회를 놓쳤지만 배움에 대한 열망은 컸던 어르신 만학도들. 학교에 다니고 인생이 바뀌었다고 입을 모읍니다.
[박종숙/69세 : "약속 장소에 가질 못해요. 글씨를 몰라서. 그런데 지금은 한글을 배우고 나니 약속 시간 한 시간 전에 꼭 가거든요."]
최고령 이순섬 할머니를 비롯해 54개 기관에서 공부한 854명에게 학위인증서가 수여됐습니다.
[이순섬/92세 : "늙은이들 가르치느라고 선생님들이 많이 힘들었어요. 선생님들도 사랑하고 다 사랑합니다."]
졸업식은 끝났지만, 이들의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김소녀/72세 : "열심히 해서 지금 중학교 가서 3년하고 고등학교도 가고 대학까지 가고 싶어요."]
아들딸, 손자손녀도 공부를 다 마쳤을 나이에 시작해 새로운 행복을 찾고있는 만학도들.
혹시,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는 부모님, 어르신들이 계시다면 응원 한번 해보시는건 어떨까요?
요즘 한창 졸업시즌이죠.
그런데, 조금 특별한 졸업식이 어제 있었습니다.
손자, 손녀들의 졸업식에 온 게 아니고요,
초등, 중등 학력 인정 프로그램으로 졸업장을 받게 된 만학도들입니다.
50대에서 90대까지 장·노년층이 거의 대부분인데요.
어떻게 졸업장까지 받게 됐을까요,
지금부터 만나보시죠.
[리포트]
저녁 시간, 열심히 시 낭독을 연습 중인 이 분은 72살 정금옥 할머니입니다.
[정금옥/72세 : "어제 쪽파 열 단을 깠다."]
[정경희/서울 교동초등학교 문해교실 교사 : "어머니, 너무 잘하셨어요."]
담당 교사의 격려 방문까지 받게된건 다음날 있을 졸업식에서 대표로 자작시를 낭송하게 됐기 때문입니다.
[정경희/서울 교동초등학교 문해교실 교사 : "시 낭송하는 걸 다시 한번 제가 보기 위해서 (왔어요.) 내일 하시기 때문에 떨지 않고 연습해서 하시라고..."]
전국 시화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해 낭독자로 선정된 정금옥 할머니. 2년 전 공부를 시작할 때는 꿈도 못 꿨던 일입니다.
[정금옥/72세 : "가슴이 두근두근 뛰고 학교에 가긴 갔는데 앞에 나가서 자기 소개하잖아요. 그 소리가 안 나왔어요. 심장이 뛰어서."]
식당을 운영 중인 정 할머니는 7남매 중의 맏이인 탓에 집안 살림을 돕느라 초등학교를 2년도 채 다니지 못했습니다.
[정금옥/72세 : "소 때문에 많이 울었어요. 남들은 학교 다니는데 나는 그 큰 소를 끌고 맨날 소 먹이러 가고 소 먹이러 가서 풀도 베어야 하고..."]
남편을 일찍 여윈 뒤에는 자식들을 데리고 생계를 꾸리느라 책과는 담을 쌓고 지냈습니다.
[정금옥/72세 : "아저씨가 일찍 돌아가셔서 애들 놔두고 서울에 와서 먹고 살려니까 고생 많았죠. 식당 하느라고..."]
그렇게 70살이 넘어 친구의 권유로 시작한 초등학교 문해교실. 2년 만에 졸업장을 받게 된 겁니다.
[박선희/정금옥 할머니 딸 : "본인이 하고 싶어서 그러셨는지 몰라도 너무 행복해 보이시는 거예요. 어머님이 행복해하시니까 (도운) 보람이 좀 있는 것 같아요."]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후론 매일 공부를 거르지 않는다는 정 할머니.
12시에 식당을 닫고 돌아와서도 새벽까지 공부를 이어갑니다.
[정금옥/72세 : "2시까지 하고 어떨 때 잠 안 올 때는 한 4시에 일어나서도 하고 그렇게 해요."]
더 빨리 공부를 시작하지 못한 게 후회된다고 하는데요.
[정금옥/72세 : "(공부를) 못한 사람들은 공부를 계속했으면 좋겠어요. 늦다고 할 때가 빠르니까. 제일 빠르니까. 나도 진짜 너무 후회되는 거예요."]
자, 이 할머니는 올해 연세가 어떻게 되실까요?
[이순섬/92세 : "공부 하나도 못했지. 일제 강점기 때라 공부를 못했어. 농사지어놓으면 다 빼앗아갔지. 공출로 다 가니까 먹고살 게 없잖아. (일 하라고) 우리 오빠들은 다 보내도 나는 딸이라고 안 보냈어."]
그렇게 공부는 평생의 한이 됐습니다.
[이순섬/92세 : "공부 못해서 계산을 잘 못 하고. 말도 못했죠. 그 서러움을 하늘이 알고 땅이나 알지."]
90을 앞둔 3년 전 무작정 복지관을 찾아가 초등학교 과정을 시작하게 됐는데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이순섬/92세 : "학교 가는 날은 자지 않고 일어나서 가고 제일 좋은 게 학교 가는 거야."]
학교에서도 단연 돋보이셨다는데요.
[이미애/영등포구청 늘푸름학교 교무부장 : "언제나 솔선수범해서 하시고 소풍 가자고 해도 제일 먼저 손드시고 하면서 분위기를 몰아주시는데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하셨죠."]
할머니들의 졸업식이 드디어 어제 열렸습니다.
[이순섬/92세 : "좋네요. 너무 재밌고 좋아요."]
주름진 얼굴에 입게 된 학사모와 가운, 그 기쁨은 어떨까요?
[김점심/69세 : "혼자만 못 배운 것처럼 어디 나가면 항상 주눅이 들고 그랬는데 지금 여기 와서 보니까 너무너무 많네요. 사람들이 많으니까 눈물이 날 정도로 기쁘면서도 좀 그러네요."]
[박종숙/69세 : "참 좋죠. 말할 수 없이 좋죠. 나도 이제 졸업장도 갖고 한글을 배웠다는 것. 너무 좋아요."]
이들은 모두 초등. 중등 학력인정 문해교육 프로그램 이수자들입니다.
50-80대가 97%를 차지합니다.
[이미애/영등포구청 늘푸름학교 교무부장 : "학령기에 공부를 못하셨으니까 그 아픔을 평생 숨기고 살아오시다가 학교라는데 오셔서 정규적으로 시험도 보고 시간대에 맞춰서 공부하고 너무 행복하다는 말씀을 누구나 다 하세요."]
정규 학교교육 기회를 놓쳤지만 배움에 대한 열망은 컸던 어르신 만학도들. 학교에 다니고 인생이 바뀌었다고 입을 모읍니다.
[박종숙/69세 : "약속 장소에 가질 못해요. 글씨를 몰라서. 그런데 지금은 한글을 배우고 나니 약속 시간 한 시간 전에 꼭 가거든요."]
최고령 이순섬 할머니를 비롯해 54개 기관에서 공부한 854명에게 학위인증서가 수여됐습니다.
[이순섬/92세 : "늙은이들 가르치느라고 선생님들이 많이 힘들었어요. 선생님들도 사랑하고 다 사랑합니다."]
졸업식은 끝났지만, 이들의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김소녀/72세 : "열심히 해서 지금 중학교 가서 3년하고 고등학교도 가고 대학까지 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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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용 기자 kb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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