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공화당 너마저…” 흔들리는 트럼프 리더십, 돌파구 마련할까

입력 2019.03.15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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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투스, 너마저"...공화당 핵심부 트럼프에 등 돌려

로마 공화정 시대 황제가 되려 했던 카이사르(시저)가 동지이자 부하인 '부르투스'의 칼에 맞아 쓰러졌다. 이때 그의 입에서 나온 마지막 말 한마디, "부르투스, 너마저(Et tu, Brute)"이다.

배신하는 행위를 비유적으로 말할 때 인용되는 이 말이, 현지시간 14일 미 상원에서 연출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 비상사태에 반대하는 결의안이 통과됐는데, 여기에 공화당 의원 상당수가 일조한 것이다. 찬성 59표, 반대 41표. 상원 의석분포는 공화당 53명, 민주당 45명, 무소속 2명인 점을 고려하면 12명이 이탈한 셈이다. 이는 미 언론들이 점쳤던 '5명 이탈'보다 2배 이상 웃도는 숫자이다.

공화당 12명은 왜 '부르투스'가 됐을까
"대통령이 왕처럼 군림하는 것 막기 위해 입법권한 회수해야"

결의안 찬성에 표를 던진 공화당 상원의원은 수전 콜린스, 리사 머코우스키, 랜드 폴, 밋 롬니, 마르코 루비오, 마이크 리 등 12명이다.

이미 수전 콜린스 등 4명의 상원의원들은 의회의 대통령에 대한 예산 제약권을 침해하고, '미래의 민주당 대통령'이 악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국가비상사태 선포에 공공연히 반대 의사를 밝힌 상태.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숨어있는 표가 더해졌다. 공화당 내부의 이탈로 지지층 결집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온 멕시코 장벽 건설사업에 제동이 걸리게 된 것이다.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마이크 리 공화당 의원은 "우리의 대통령이 왕처럼 군림하는 것을 막기 위해 대통령의 입법 권한을 회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통령 직권남용의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 초당적으로 견제구를 날린 것이다.

전초전도 있었다. 13일(현지시간) 미 상원은 예맨 내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끄는 연합군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는 결의안을 찬성 54표, 반대 46표로 통과시켰다. 여기에는 평소 트럼프에 대해 지지 의사를 밝힌 공화당 의원 7명도 동참했다.

앞서 미 의회는 사우디의 언론인 카슈끄지 피살과 관련한 미 중앙정보국(CIA) 보고서를 받았다. 핵심은 사우디 왕세자 무함마드 빈살만이 카슈끄지 피살에 직접 관여했다는 내용이다. 그런데도 트럼프가 사우디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지 않자 공화당 의원들까지 나서 '예멘 내전 지원중단'이라는 결의안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한 마디로 트럼프의 독불 장군식 행보, 의회 차원에서 두고 보지 않겠다는 것이다.

리더십 타격받은 트럼프, "거부권 행사할 것"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내용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내용

트럼프 대통령도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결의안 통과 9분 만에 'VETO'(거부권)라는 트윗을 올리더니, 10여 분 뒤 트위터를 통해 추가 입장을 밝혔다.

"방금 통과된 민주당 주도의 결의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길 고대한다" 면서 "국경 안보와 절실하게 요구되는 장벽을 지원하기 위해 표결에 임해준 공화당 의원들에게 감사한다"고 밝혔다. 결의안에 찬성한 이탈자 12명에 대해 '무언의 비난'을 내포하는 발언이다.

민주당은 둘째 치고, 공화당 내 이탈표를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리더십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지지층 결집을 위해서라도 공언한 대로 집권 뒤 첫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대통령의 거부권을 뒤집기 위한 법안을 제정하려면 재적 의원 3분의 2에 달하는 표가
필요하기 때문에, 사실상 결의안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1881년 제임스 가필드 전 대통령을 제외한 모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역사적 전례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도 예외는 아닐 듯하다.

트럼프 목죄는 3월의 '악재', 뮬러 특검 보고서


하지만 공화당 내 균열에 이어 악재는 계속될 전망이다. 가장 큰 관심은 조만간 공개될 예정인 뮬러 특검팀이 내놓을 조사 보고서이다. 2016년 미 대선의 러시아 개입 의혹을 수사해 온 뮬러 특검은 지금까지 트럼프 캠프 관계자 등 측근 수십 명을 기소했다.

최근 전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의 각종 의혹 폭로가 찻잔 속 태풍으로 그쳤다면, 뮬러 특검 보고서는 '판도라의 상자'로 확산될 소지가 다분하다. 미 대선에 적성국인 러시아를 끌여들었던 정황이 조금이라도 입증된 내용을 공개한다면, 이는 트럼프를 지지한 보수층의 역린을 건드리는 셈이기 때문이다.

하원에서 민주당의 공세도 매섭다. 이미 대통령 주변 인사들의 공무집행방해죄, 권력 남용 의혹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이 모든 조사의 칼끝은 트럼프 대통령으로 향하고 있다.

펠로시 하원의장 "그럴 가치가 없다"...트럼프 탄핵 가능성 차단
정치적 위기 몰린 트럼프, 돌파구는 '외교?'

민주당 내에서는 '탄핵론'이 공공연하게 제기된다. 비록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그럴 가치가 없다" (just not worth it)며 탄핵 가능성을 일단 차단했지만, 아직 불씨는 살아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2020년 대선 전에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하려는 노력이 오히려 공화당 지지층을 결집할 수 있는 가능성을 우려한다. 여전히 트럼프 지지층이 공고하다는 점을 의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정면돌파를 공언한 상태. 지지층 결집을 위해 거부권 행사는 물론 국경장벽예산안을 둘러싼 논쟁을 최대한 끌고 갈 심산이다.

국내 정치 위기를 극복할 또 하나의 방편으로 외교적 치적에 매달릴 가능성이 높다.
2020년 재선을 앞두고 치적을 홍보하기 위해선 국제무대에서 큰 승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협상에 속도를 내고, 최근 대일 무역 적자 문제를 거론하며 조만간 개시될 새 무역 협정 협상에 의욕을 보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도 정치적 돌파구 마련을 위해 언제든지 꺼내 들 수 있는 카드이다.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교착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며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미국 내 복잡한 정치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면서, 북미 협상의 동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촉진자 역할을 하는 일이 우리의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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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공화당 너마저…” 흔들리는 트럼프 리더십, 돌파구 마련할까
    • 입력 2019-03-15 11:04:36
    특파원 리포트
"부르투스, 너마저"...공화당 핵심부 트럼프에 등 돌려

로마 공화정 시대 황제가 되려 했던 카이사르(시저)가 동지이자 부하인 '부르투스'의 칼에 맞아 쓰러졌다. 이때 그의 입에서 나온 마지막 말 한마디, "부르투스, 너마저(Et tu, Brute)"이다.

배신하는 행위를 비유적으로 말할 때 인용되는 이 말이, 현지시간 14일 미 상원에서 연출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 비상사태에 반대하는 결의안이 통과됐는데, 여기에 공화당 의원 상당수가 일조한 것이다. 찬성 59표, 반대 41표. 상원 의석분포는 공화당 53명, 민주당 45명, 무소속 2명인 점을 고려하면 12명이 이탈한 셈이다. 이는 미 언론들이 점쳤던 '5명 이탈'보다 2배 이상 웃도는 숫자이다.

공화당 12명은 왜 '부르투스'가 됐을까
"대통령이 왕처럼 군림하는 것 막기 위해 입법권한 회수해야"

결의안 찬성에 표를 던진 공화당 상원의원은 수전 콜린스, 리사 머코우스키, 랜드 폴, 밋 롬니, 마르코 루비오, 마이크 리 등 12명이다.

이미 수전 콜린스 등 4명의 상원의원들은 의회의 대통령에 대한 예산 제약권을 침해하고, '미래의 민주당 대통령'이 악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국가비상사태 선포에 공공연히 반대 의사를 밝힌 상태.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숨어있는 표가 더해졌다. 공화당 내부의 이탈로 지지층 결집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온 멕시코 장벽 건설사업에 제동이 걸리게 된 것이다.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마이크 리 공화당 의원은 "우리의 대통령이 왕처럼 군림하는 것을 막기 위해 대통령의 입법 권한을 회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통령 직권남용의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 초당적으로 견제구를 날린 것이다.

전초전도 있었다. 13일(현지시간) 미 상원은 예맨 내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끄는 연합군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는 결의안을 찬성 54표, 반대 46표로 통과시켰다. 여기에는 평소 트럼프에 대해 지지 의사를 밝힌 공화당 의원 7명도 동참했다.

앞서 미 의회는 사우디의 언론인 카슈끄지 피살과 관련한 미 중앙정보국(CIA) 보고서를 받았다. 핵심은 사우디 왕세자 무함마드 빈살만이 카슈끄지 피살에 직접 관여했다는 내용이다. 그런데도 트럼프가 사우디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지 않자 공화당 의원들까지 나서 '예멘 내전 지원중단'이라는 결의안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한 마디로 트럼프의 독불 장군식 행보, 의회 차원에서 두고 보지 않겠다는 것이다.

리더십 타격받은 트럼프, "거부권 행사할 것"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내용
트럼프 대통령도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결의안 통과 9분 만에 'VETO'(거부권)라는 트윗을 올리더니, 10여 분 뒤 트위터를 통해 추가 입장을 밝혔다.

"방금 통과된 민주당 주도의 결의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길 고대한다" 면서 "국경 안보와 절실하게 요구되는 장벽을 지원하기 위해 표결에 임해준 공화당 의원들에게 감사한다"고 밝혔다. 결의안에 찬성한 이탈자 12명에 대해 '무언의 비난'을 내포하는 발언이다.

민주당은 둘째 치고, 공화당 내 이탈표를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리더십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지지층 결집을 위해서라도 공언한 대로 집권 뒤 첫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대통령의 거부권을 뒤집기 위한 법안을 제정하려면 재적 의원 3분의 2에 달하는 표가
필요하기 때문에, 사실상 결의안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1881년 제임스 가필드 전 대통령을 제외한 모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역사적 전례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도 예외는 아닐 듯하다.

트럼프 목죄는 3월의 '악재', 뮬러 특검 보고서


하지만 공화당 내 균열에 이어 악재는 계속될 전망이다. 가장 큰 관심은 조만간 공개될 예정인 뮬러 특검팀이 내놓을 조사 보고서이다. 2016년 미 대선의 러시아 개입 의혹을 수사해 온 뮬러 특검은 지금까지 트럼프 캠프 관계자 등 측근 수십 명을 기소했다.

최근 전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의 각종 의혹 폭로가 찻잔 속 태풍으로 그쳤다면, 뮬러 특검 보고서는 '판도라의 상자'로 확산될 소지가 다분하다. 미 대선에 적성국인 러시아를 끌여들었던 정황이 조금이라도 입증된 내용을 공개한다면, 이는 트럼프를 지지한 보수층의 역린을 건드리는 셈이기 때문이다.

하원에서 민주당의 공세도 매섭다. 이미 대통령 주변 인사들의 공무집행방해죄, 권력 남용 의혹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이 모든 조사의 칼끝은 트럼프 대통령으로 향하고 있다.

펠로시 하원의장 "그럴 가치가 없다"...트럼프 탄핵 가능성 차단
정치적 위기 몰린 트럼프, 돌파구는 '외교?'

민주당 내에서는 '탄핵론'이 공공연하게 제기된다. 비록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그럴 가치가 없다" (just not worth it)며 탄핵 가능성을 일단 차단했지만, 아직 불씨는 살아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2020년 대선 전에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하려는 노력이 오히려 공화당 지지층을 결집할 수 있는 가능성을 우려한다. 여전히 트럼프 지지층이 공고하다는 점을 의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정면돌파를 공언한 상태. 지지층 결집을 위해 거부권 행사는 물론 국경장벽예산안을 둘러싼 논쟁을 최대한 끌고 갈 심산이다.

국내 정치 위기를 극복할 또 하나의 방편으로 외교적 치적에 매달릴 가능성이 높다.
2020년 재선을 앞두고 치적을 홍보하기 위해선 국제무대에서 큰 승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협상에 속도를 내고, 최근 대일 무역 적자 문제를 거론하며 조만간 개시될 새 무역 협정 협상에 의욕을 보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도 정치적 돌파구 마련을 위해 언제든지 꺼내 들 수 있는 카드이다.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교착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며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미국 내 복잡한 정치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면서, 북미 협상의 동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촉진자 역할을 하는 일이 우리의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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