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와 정준영에 가려진 ‘버닝썬’ 사건의 본질

입력 2019.03.23 (08:03) 수정 2019.04.12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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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썬 게이트'가 불러온 나비효과가 대단하다. 유흥업소에서 발생한 단순 폭행으로 보였던 사건은 마약, 성접대, 경찰과 유착, 탈세 의혹으로 번져갔다. 그리고 그 불씨는 가수 정준영 씨의 불법 동영상 촬영과 유출로 옮겨붙었다. 승리와 정준영이라는 이름은 '버닝썬 게이트' 사건의 실체적 진실인 '권력 유착 비리'를 덮어버렸다. 정론지, 연예 매체 등의 구분 없이 거의 모든 언론은 '하이에나'가 되어 선정적 보도를 쏟아냈다. 오는 24일 '저널리즘 토크쇼 J'는 '하이에나 저널리즘'에 갇힌 언론의 현주소를 들여다본다.

정준영 성범죄 의혹 방아쇠 당긴 SBS


정준영 씨의 성범죄 의혹은 SBS 보도에서 시작됐다. SBS는 지난 11일 '승리 카톡방 멤버는 정준영..디지털 성범죄까지'라는 보도를 내놨다. 단독 입수한 승리 씨의 SNS 단체 대화방의 내용을 분석해 그 안에 담긴 정준영의 성범죄 정황을 보도했다. SBS의 최초 보도 이후 연예 매체들이 곧바로 '어뷰징(Abusing: 비슷비슷한 내용을 담은 기사들을 표현만 조금 바꿔 다량을 올려 클릭을 유도하는 행위) 기사'들을 쏟아냈다. 그리고 정론지를 표방하는 언론이나 지상파, 종편 방송사 가릴 것 없이 과열된 보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 지난 11일 첫 보도부터 17일까지의 정준영 씨 관련 보도량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최초 보도한 SBS는 35건, KBS 18건, MBC는 23건이었다. 눈에 띄는 점은 채널A가 47건으로 최초 보도한 SBS를 뛰어넘어 보도량이 가장 많았고 MBN도 34건에 이른다는 것이다. TV조선은 24건, JTBC 23건 등이었다.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은 '저널리즘 토크쇼 J'에 출연해 "지상파와 종편에서 이 사안이 가지고 있는 가치 이상으로 지나치게 부풀려서 이 사안을 가지고 소위 '장사했다'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보도량뿐 아니라 보도에 할애한 시간도 엄청났다. SBS는 첫날인 11일(월요일) 메인뉴스인 '뉴스 8' 에서 정준영 동영상 보도에 9분 43초를 할애했다. 13일(수요일)에는 20분 57초, 14일(목요일)에는 20분 10초에 걸쳐 보도했다. 닷새간 SBS '뉴스 8'에서 정준영 동영상 관련 뉴스를 보도한 시간은 1시간 18분으로, 스포츠 뉴스를 제외한 일반 뉴스 총 4시간 2분의 32.2%를 차지했다. '저널리즘 토크쇼 J' 패널인 장부승 일본 간사이외국어대 교수는 "보도의 비중이나 보도의 양은 편집권의 영역임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뉴스라는 것은 비례의 원칙에 맞게 활용돼야 하는데 너무 지나치게 보도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2차 피해 우려 채널A·동아일보


※ 보도 비평을 위해 뉴스 내용을 그대로 싣는 점 양해 바랍니다.※ 보도 비평을 위해 뉴스 내용을 그대로 싣는 점 양해 바랍니다.

과열된 보도 경쟁 속에서 특히 논란을 불러일으킨 뉴스가 있었다. 가장 많은 관련 보도를 쏟아낸 채널A는 SBS의 첫 보도 다음날인 지난 12일 '정준영 몰카에 걸그룹 여성 포함'이라는 뉴스를 단독을 붙여 내놓으면서 거론되는 피해여성에 대한 정보를 전달했다. 동아일보는 한발 더 나아가 13일 자 지면에 '정준영 몰카 7~8개...피해여성 중 걸그룹 멤버 1명 포함'이라는 기사에서 피해자 정보뿐만 아니라 동영상 장면을 묘사하는 내용을 담았다. 'J' 고정 패널인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는 "전혀 무관한 것들을 긁어모아서 클릭 수만 유도한 전형적인 뉴스이다. 언론 매체에 제대로 저항하지 못하는 연예인들의 특성을 알고 일종의 '먹잇감'으로 연예인들을 바라보는 '하이에나 저널리즘'의 행태이다"라고 비판했다. 팟캐스트 MC인 최욱 씨 역시 "피해자들을 특정하는 것으로 참담한 수준의 뉴스이다. 인터넷상에 피해자들의 직업 등 관련 이야기들이 굉장히 많이 돌아다니고 있는데 언론이 이런 현상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저널리즘 경계의 붕괴를 목격하다

정준영 씨가 경찰 소환 조사를 받던 날인 지난 14일 'J' 소속 김빛이라 기자가 취재 현장을 찾았다. 취재진 600여 명이 몰려든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그곳에서 만난 기자들은 한목소리로 '저널리즘 경계의 붕괴'를 얘기했다.


스튜디오에서 취재 현장을 담은 영상을 지켜본 최욱 씨는 "진짜 규모가 어마어마하다"며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고, 장부승 교수는 "대한민국에서 연예계라는 것이 이렇게 중요한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정준희 교수는 "포털사이트의 영향으로 현재 '퀄리티 저널리즘'과 '옐로 저널리즘'의 시장 구분이 붕괴했다. 특히, 연예인 관련 뉴스의 과열 경쟁이 심한 편으로 사건에 연루된 연예인의 인권 침해 여부를 거론하는 것조차 힘들어지는 과열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이 밝혀야 할 진실, 권력 유착 비리

승리, 정준영이라는 이름에 가려 조명받지 못한 사건의 실체는 무엇일까. 'J' 의 김빛이라 기자는 "경찰과 유흥업소 간의 오랜 유착 관계, 유흥업소 안에서 일어난 마약과 성범죄, 탈세 등 범법 행위 의혹이 다 묻혀버렸다. 이 부분에 대한 철저한 규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준희 교수는 "언론이 지금쯤 멈춰 서서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의제가 무엇인지, 권력형 비리구조가 어느 정도까지 파헤쳐져야 반복의 고리를 끊어낼 것인지, 그런 의제에 맞는 정보들을 취사선택해서 집중적으로 보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저널리즘 토크쇼 J'는 KBS 기자들의 취재와 전문가 패널의 토크를 통해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는 신개념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이다. 오는 24일(일요일) 밤 10시 30분, KBS 1TV와 유튜브를 통해 방송되는 36회는 <본질은 놓치고 선정성만 좇는 '버닝썬' 보도>라는 주제로 토론이 이뤄진다.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 팟캐스트 MC 최욱, 김언경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사무처장, 장부승 일본 간사이외국어대 교수, 김빛이라 KBS 기자가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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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리와 정준영에 가려진 ‘버닝썬’ 사건의 본질
    • 입력 2019-03-23 08:03:20
    • 수정2019-04-12 14:05:26
    저널리즘 토크쇼 J
'버닝썬 게이트'가 불러온 나비효과가 대단하다. 유흥업소에서 발생한 단순 폭행으로 보였던 사건은 마약, 성접대, 경찰과 유착, 탈세 의혹으로 번져갔다. 그리고 그 불씨는 가수 정준영 씨의 불법 동영상 촬영과 유출로 옮겨붙었다. 승리와 정준영이라는 이름은 '버닝썬 게이트' 사건의 실체적 진실인 '권력 유착 비리'를 덮어버렸다. 정론지, 연예 매체 등의 구분 없이 거의 모든 언론은 '하이에나'가 되어 선정적 보도를 쏟아냈다. 오는 24일 '저널리즘 토크쇼 J'는 '하이에나 저널리즘'에 갇힌 언론의 현주소를 들여다본다. 정준영 성범죄 의혹 방아쇠 당긴 SBS 정준영 씨의 성범죄 의혹은 SBS 보도에서 시작됐다. SBS는 지난 11일 '승리 카톡방 멤버는 정준영..디지털 성범죄까지'라는 보도를 내놨다. 단독 입수한 승리 씨의 SNS 단체 대화방의 내용을 분석해 그 안에 담긴 정준영의 성범죄 정황을 보도했다. SBS의 최초 보도 이후 연예 매체들이 곧바로 '어뷰징(Abusing: 비슷비슷한 내용을 담은 기사들을 표현만 조금 바꿔 다량을 올려 클릭을 유도하는 행위) 기사'들을 쏟아냈다. 그리고 정론지를 표방하는 언론이나 지상파, 종편 방송사 가릴 것 없이 과열된 보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 지난 11일 첫 보도부터 17일까지의 정준영 씨 관련 보도량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최초 보도한 SBS는 35건, KBS 18건, MBC는 23건이었다. 눈에 띄는 점은 채널A가 47건으로 최초 보도한 SBS를 뛰어넘어 보도량이 가장 많았고 MBN도 34건에 이른다는 것이다. TV조선은 24건, JTBC 23건 등이었다.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은 '저널리즘 토크쇼 J'에 출연해 "지상파와 종편에서 이 사안이 가지고 있는 가치 이상으로 지나치게 부풀려서 이 사안을 가지고 소위 '장사했다'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보도량뿐 아니라 보도에 할애한 시간도 엄청났다. SBS는 첫날인 11일(월요일) 메인뉴스인 '뉴스 8' 에서 정준영 동영상 보도에 9분 43초를 할애했다. 13일(수요일)에는 20분 57초, 14일(목요일)에는 20분 10초에 걸쳐 보도했다. 닷새간 SBS '뉴스 8'에서 정준영 동영상 관련 뉴스를 보도한 시간은 1시간 18분으로, 스포츠 뉴스를 제외한 일반 뉴스 총 4시간 2분의 32.2%를 차지했다. '저널리즘 토크쇼 J' 패널인 장부승 일본 간사이외국어대 교수는 "보도의 비중이나 보도의 양은 편집권의 영역임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뉴스라는 것은 비례의 원칙에 맞게 활용돼야 하는데 너무 지나치게 보도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2차 피해 우려 채널A·동아일보 ※ 보도 비평을 위해 뉴스 내용을 그대로 싣는 점 양해 바랍니다. 과열된 보도 경쟁 속에서 특히 논란을 불러일으킨 뉴스가 있었다. 가장 많은 관련 보도를 쏟아낸 채널A는 SBS의 첫 보도 다음날인 지난 12일 '정준영 몰카에 걸그룹 여성 포함'이라는 뉴스를 단독을 붙여 내놓으면서 거론되는 피해여성에 대한 정보를 전달했다. 동아일보는 한발 더 나아가 13일 자 지면에 '정준영 몰카 7~8개...피해여성 중 걸그룹 멤버 1명 포함'이라는 기사에서 피해자 정보뿐만 아니라 동영상 장면을 묘사하는 내용을 담았다. 'J' 고정 패널인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는 "전혀 무관한 것들을 긁어모아서 클릭 수만 유도한 전형적인 뉴스이다. 언론 매체에 제대로 저항하지 못하는 연예인들의 특성을 알고 일종의 '먹잇감'으로 연예인들을 바라보는 '하이에나 저널리즘'의 행태이다"라고 비판했다. 팟캐스트 MC인 최욱 씨 역시 "피해자들을 특정하는 것으로 참담한 수준의 뉴스이다. 인터넷상에 피해자들의 직업 등 관련 이야기들이 굉장히 많이 돌아다니고 있는데 언론이 이런 현상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저널리즘 경계의 붕괴를 목격하다 정준영 씨가 경찰 소환 조사를 받던 날인 지난 14일 'J' 소속 김빛이라 기자가 취재 현장을 찾았다. 취재진 600여 명이 몰려든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그곳에서 만난 기자들은 한목소리로 '저널리즘 경계의 붕괴'를 얘기했다. 스튜디오에서 취재 현장을 담은 영상을 지켜본 최욱 씨는 "진짜 규모가 어마어마하다"며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고, 장부승 교수는 "대한민국에서 연예계라는 것이 이렇게 중요한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정준희 교수는 "포털사이트의 영향으로 현재 '퀄리티 저널리즘'과 '옐로 저널리즘'의 시장 구분이 붕괴했다. 특히, 연예인 관련 뉴스의 과열 경쟁이 심한 편으로 사건에 연루된 연예인의 인권 침해 여부를 거론하는 것조차 힘들어지는 과열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이 밝혀야 할 진실, 권력 유착 비리 승리, 정준영이라는 이름에 가려 조명받지 못한 사건의 실체는 무엇일까. 'J' 의 김빛이라 기자는 "경찰과 유흥업소 간의 오랜 유착 관계, 유흥업소 안에서 일어난 마약과 성범죄, 탈세 등 범법 행위 의혹이 다 묻혀버렸다. 이 부분에 대한 철저한 규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준희 교수는 "언론이 지금쯤 멈춰 서서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의제가 무엇인지, 권력형 비리구조가 어느 정도까지 파헤쳐져야 반복의 고리를 끊어낼 것인지, 그런 의제에 맞는 정보들을 취사선택해서 집중적으로 보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저널리즘 토크쇼 J'는 KBS 기자들의 취재와 전문가 패널의 토크를 통해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는 신개념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이다. 오는 24일(일요일) 밤 10시 30분, KBS 1TV와 유튜브를 통해 방송되는 36회는 <본질은 놓치고 선정성만 좇는 '버닝썬' 보도>라는 주제로 토론이 이뤄진다.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 팟캐스트 MC 최욱, 김언경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사무처장, 장부승 일본 간사이외국어대 교수, 김빛이라 KBS 기자가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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