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태국식 민주주의? 지역구 1위 정당이 비례대표는 ‘0’석…도대체 왜?

입력 2019.03.26 (15:22) 수정 2019.03.26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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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태국 총선 결과 푸어타이당 지역구 1위... 비례대표는 한 석도 못 건져
군부 쿠데타 이후 비례대표제 산출 방식 중소정당에 유리하게 변경
상원 250명 군부 지명으로 쁘라윳 현 총리 재집권 유력
"1위 정당에 정부 구성권 있어"...태국 정국 주도권 놓고 혼란 가능성

   [사진 출처 : The Nation]

지난 일요일(24일) 태국은 2014년 군부 쿠데타 이후 5년 만에 민정 이양을 위해 총선을 실시했다. 선관위가 95%의 개표결과를 기준으로 25일 각 당의 지역구 의석수를 발표한 바로는 2001년 이후 승리를 놓쳐본 적이 없는 탁신 전 총리 계열의 푸어타이 당이 지역구 350석 가운데 137석을 얻어 1위를 차지했다. 현 군부 정권을 계승한 팔랑쁘라차랏당은 97석으로 당초 예상을 뛰어넘어 선전하며 2위를 차지했다.

푸어타이당 지역구 137석으로 1위…. 선관위 29일 비례대표 의석수 발표

선관위는 그러나 비례대표 의석은 산정 방식이 복잡하다는 이유로 발표를 오는 29일로 미뤘다. 태국 언론사들이 비례대표를 포함해 전체 의석수를 예측한 것을 종합해 보면 푸어타이당은 전체 500석 가운데 137석, 군부정당인 팔랑쁘라차랏당은 116~119석, 퓨처포워드당이 81~87석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푸어타이당 지역구 1위 불구 집권 실패…. 비례대표 한 석도 얻지 못해

푸어타이당이 지역구 선거에서 1당이 됐는데도 집권에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두 가지다. 태국 법에 규정된 비례대표 산출방식에 따라 푸어타이당은 1당임에도 불구하고 전체 150명의 비례대표 가운데 단 한 석도 얻지 못하게 되면서 비례대표를 포함한 하원 의석 점유율이 크게 떨어졌다.

쿤잉 수다랏 푸어타이당 총재(가운데)쿤잉 수다랏 푸어타이당 총재(가운데)

총리 선출에 상원 참여…. 상원 250명 모두 군부 지명

두 번째는 총리를 선출하는 방식이 이번 선거부터 하원(500명)뿐만 아니라 상원(250명)도 포함되는데 상원 의원 모두를 군부가 지명한다. 당연히 군부 정당의 총리 후보인 쁘라윳 짠오차 현 총리는 상원의 절대적 지지를 받아 하원 가운데 126표만 확보하면 총리로 선출된다.

이는 군부가 2014년 쿠데타로 집권하면서 가장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던 푸어타이당의 집권을 어렵게 하도록 법 개정을 했기 때문이다.

지역구 1위 해도 비례대표가 '0'석인 이유는?

그렇다면 어떻게 선거에서 지역구 1위의 정당이 비례대표 150석 가운데 단 한 석도 얻지 못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을까?

바뀐 법에 따라 태국 비례대표를 계산하는 공식은 다음과 같다.


예를 들어 전국적으로 40%를 득표했다고 하면 이전에는 비례대표 의석 150석 가운데 40%인 60석을 가져갈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부터는 전체 하원의석 500석의 40%인 200석에서 지역구 선출 의석수를 뺀 만큼의 비례대표 의석을 가져갈 수 있다. 만약 지역구에서 이미 200석을 확보했다면 이 정당은 한 석의 비례대표도 가져갈 수 없다.

이번 선거에서 푸어타이당은 전국적으로 742만 표를 얻어 전체 유효투표수의 25% 정도를 득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비례대표 산출 공식에 대입해 보면


이 계산대로 하면 푸어타이당의 비례대표 의석수는 -22석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즉 25%의 득표율만큼 하원 의석을 가져간다면 500석 가운데 125석인데, 이미 지역구에서 137석이나 얻었으니 더는 비례대표를 가져가지 말라는 의미다.

푸어타이당은 지난 2011년 선거에서 비례대표 125석 가운데 61석을 가져갔지만 바뀐 제도에 따라 이번 총선에서는 비례대표 150석 가운데 한 석도 얻지 못하게 된 것이다.

쿠데타 이후 군부정권이 비례대표제 배분 방식 바꿔…. 군소정당 유리

군부 정권이 쿠데타 이후 헌법을 개정하면서 비례대표제 배분 방식을 바꾼 명분은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큰 정당으로 돌아가는 비례대표 수를 줄이고 군소정당으로 비례대표를 많이 할당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제1당의 득표율이 50%를 넘기지 못한다면 하원 전체 의석의 과반 확보는 불가능하게 된다. 특히 77개의 정당이 참가한 이번 태국 총선에서 전체 득표율이 50%를 넘기는 당이 나온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새 제도에서 현 쁘라윳 총리 재선출 확실시

여기에 상원 의원 250명을 모두 군부에서 지명하도록 하고 상원을 총리 선출에 포함함으로써 쁘라윳 짠오차 현 총리는 상원의 적극적인 지지를 기반으로 다시 총리로 선출될 것이 거의 확실시 된다.

총선을 앞두고 지방을 순회하며 사실상 선거운동을 해온 쁘라윳 현 총리 (출처: Bangkok Post)총선을 앞두고 지방을 순회하며 사실상 선거운동을 해온 쁘라윳 현 총리 (출처: Bangkok Post)

푸어타이당도 비례대표에서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이번 선거를 앞두고 자매정당인 타이락사차트당을 창당했다. 그리고 타이락사차트당 후보가 출마하는 선거구에는 자당 후보를 내지 않았다. 중소정당에 유리한 법을 활용해 비례대표를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전략이었다.

푸어타이당 '자매정당' 창당해 대응……. 당 해산 결정 암초 만나

그러나 타이락사차트당의 운명은 예기치 않은 곳에서 결정됐다. 우본랏 태국 공주를 총리 후보로 등록했다는 이유로 선관위의 고발과 함께 선거 2주 남짓 앞두고 헌법재판소의 해산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타이락사차트당이 우본랏 태국 공주를 총리 후보로 선관위에 등록하고 있다.타이락사차트당이 우본랏 태국 공주를 총리 후보로 선관위에 등록하고 있다.

결국 푸어타이당은 선거로 1당이 되긴 했지만 '군정을 종식하고 민주주의로 복귀'하겠다는 의지는 관철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푸어타이당 지도부는 "1당으로 뽑아준 민심에 따라 정부 구성의 우선권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총리로 군부 정당이 추천한 현 쁘라윳 총리의 당선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1당이 정부 구성 우선권 있어"…. 태국 정국 혼돈 가능성

단, 3위를 기록한 퓨처포워드당 을 포함해 중립 성향의 다른 당들이 푸어타이당과 연합해 정부 구성을 시도할 경우 향후 태국 정국은 걷잡을 수 없는 혼돈에 빠져들 가능성도 있다. 총리 당선이 확실시되는 쁘라윳 현 총리를 포함한 군부정당과 정부 구성 우선권을 주장하는 '민주 계열' 정당 연합 간의 주도권 싸움은 총선이 끝난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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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26 15:22:32
    • 수정2019-03-26 15:31:56
    특파원 리포트
태국 총선 결과 푸어타이당 지역구 1위... 비례대표는 한 석도 못 건져<br />군부 쿠데타 이후 비례대표제 산출 방식 중소정당에 유리하게 변경 <br />상원 250명 군부 지명으로 쁘라윳 현 총리 재집권 유력<br />"1위 정당에 정부 구성권 있어"...태국 정국 주도권 놓고 혼란 가능성
   [사진 출처 : The Nation]

지난 일요일(24일) 태국은 2014년 군부 쿠데타 이후 5년 만에 민정 이양을 위해 총선을 실시했다. 선관위가 95%의 개표결과를 기준으로 25일 각 당의 지역구 의석수를 발표한 바로는 2001년 이후 승리를 놓쳐본 적이 없는 탁신 전 총리 계열의 푸어타이 당이 지역구 350석 가운데 137석을 얻어 1위를 차지했다. 현 군부 정권을 계승한 팔랑쁘라차랏당은 97석으로 당초 예상을 뛰어넘어 선전하며 2위를 차지했다.

푸어타이당 지역구 137석으로 1위…. 선관위 29일 비례대표 의석수 발표

선관위는 그러나 비례대표 의석은 산정 방식이 복잡하다는 이유로 발표를 오는 29일로 미뤘다. 태국 언론사들이 비례대표를 포함해 전체 의석수를 예측한 것을 종합해 보면 푸어타이당은 전체 500석 가운데 137석, 군부정당인 팔랑쁘라차랏당은 116~119석, 퓨처포워드당이 81~87석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푸어타이당 지역구 1위 불구 집권 실패…. 비례대표 한 석도 얻지 못해

푸어타이당이 지역구 선거에서 1당이 됐는데도 집권에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두 가지다. 태국 법에 규정된 비례대표 산출방식에 따라 푸어타이당은 1당임에도 불구하고 전체 150명의 비례대표 가운데 단 한 석도 얻지 못하게 되면서 비례대표를 포함한 하원 의석 점유율이 크게 떨어졌다.

쿤잉 수다랏 푸어타이당 총재(가운데)
총리 선출에 상원 참여…. 상원 250명 모두 군부 지명

두 번째는 총리를 선출하는 방식이 이번 선거부터 하원(500명)뿐만 아니라 상원(250명)도 포함되는데 상원 의원 모두를 군부가 지명한다. 당연히 군부 정당의 총리 후보인 쁘라윳 짠오차 현 총리는 상원의 절대적 지지를 받아 하원 가운데 126표만 확보하면 총리로 선출된다.

이는 군부가 2014년 쿠데타로 집권하면서 가장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던 푸어타이당의 집권을 어렵게 하도록 법 개정을 했기 때문이다.

지역구 1위 해도 비례대표가 '0'석인 이유는?

그렇다면 어떻게 선거에서 지역구 1위의 정당이 비례대표 150석 가운데 단 한 석도 얻지 못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을까?

바뀐 법에 따라 태국 비례대표를 계산하는 공식은 다음과 같다.


예를 들어 전국적으로 40%를 득표했다고 하면 이전에는 비례대표 의석 150석 가운데 40%인 60석을 가져갈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부터는 전체 하원의석 500석의 40%인 200석에서 지역구 선출 의석수를 뺀 만큼의 비례대표 의석을 가져갈 수 있다. 만약 지역구에서 이미 200석을 확보했다면 이 정당은 한 석의 비례대표도 가져갈 수 없다.

이번 선거에서 푸어타이당은 전국적으로 742만 표를 얻어 전체 유효투표수의 25% 정도를 득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비례대표 산출 공식에 대입해 보면


이 계산대로 하면 푸어타이당의 비례대표 의석수는 -22석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즉 25%의 득표율만큼 하원 의석을 가져간다면 500석 가운데 125석인데, 이미 지역구에서 137석이나 얻었으니 더는 비례대표를 가져가지 말라는 의미다.

푸어타이당은 지난 2011년 선거에서 비례대표 125석 가운데 61석을 가져갔지만 바뀐 제도에 따라 이번 총선에서는 비례대표 150석 가운데 한 석도 얻지 못하게 된 것이다.

쿠데타 이후 군부정권이 비례대표제 배분 방식 바꿔…. 군소정당 유리

군부 정권이 쿠데타 이후 헌법을 개정하면서 비례대표제 배분 방식을 바꾼 명분은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큰 정당으로 돌아가는 비례대표 수를 줄이고 군소정당으로 비례대표를 많이 할당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제1당의 득표율이 50%를 넘기지 못한다면 하원 전체 의석의 과반 확보는 불가능하게 된다. 특히 77개의 정당이 참가한 이번 태국 총선에서 전체 득표율이 50%를 넘기는 당이 나온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새 제도에서 현 쁘라윳 총리 재선출 확실시

여기에 상원 의원 250명을 모두 군부에서 지명하도록 하고 상원을 총리 선출에 포함함으로써 쁘라윳 짠오차 현 총리는 상원의 적극적인 지지를 기반으로 다시 총리로 선출될 것이 거의 확실시 된다.

총선을 앞두고 지방을 순회하며 사실상 선거운동을 해온 쁘라윳 현 총리 (출처: Bangkok Post)
푸어타이당도 비례대표에서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이번 선거를 앞두고 자매정당인 타이락사차트당을 창당했다. 그리고 타이락사차트당 후보가 출마하는 선거구에는 자당 후보를 내지 않았다. 중소정당에 유리한 법을 활용해 비례대표를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전략이었다.

푸어타이당 '자매정당' 창당해 대응……. 당 해산 결정 암초 만나

그러나 타이락사차트당의 운명은 예기치 않은 곳에서 결정됐다. 우본랏 태국 공주를 총리 후보로 등록했다는 이유로 선관위의 고발과 함께 선거 2주 남짓 앞두고 헌법재판소의 해산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타이락사차트당이 우본랏 태국 공주를 총리 후보로 선관위에 등록하고 있다.
결국 푸어타이당은 선거로 1당이 되긴 했지만 '군정을 종식하고 민주주의로 복귀'하겠다는 의지는 관철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푸어타이당 지도부는 "1당으로 뽑아준 민심에 따라 정부 구성의 우선권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총리로 군부 정당이 추천한 현 쁘라윳 총리의 당선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1당이 정부 구성 우선권 있어"…. 태국 정국 혼돈 가능성

단, 3위를 기록한 퓨처포워드당 을 포함해 중립 성향의 다른 당들이 푸어타이당과 연합해 정부 구성을 시도할 경우 향후 태국 정국은 걷잡을 수 없는 혼돈에 빠져들 가능성도 있다. 총리 당선이 확실시되는 쁘라윳 현 총리를 포함한 군부정당과 정부 구성 우선권을 주장하는 '민주 계열' 정당 연합 간의 주도권 싸움은 총선이 끝난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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