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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지만…약자에겐 더 가혹
입력 2019.04.23 (09:02) 수정 2019.04.23 (09:06) 취재K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지만…약자에겐 더 가혹
재난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고 하죠. 예고 없이 찾아오는 재난은 계층, 나이, 성별을 가리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그렇지만, 재난 뒤 뉴스를 보면 노인과 저소득층 같은 사회적 약자가 유난히 자주 등장합니다.

이달 초 발생한 강원 산불의 피해 현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조상 대대로 일군 터전을 한순간에 잃은 어르신, 소박한 노후의 꿈이 담긴 보금자리가 잿더미가 된 사연 등 재난 피해는 유독 약자에게 더 가혹한 것으로 보입니다.

재난 피해, 노령층·저소득층이 집중 호소

이를 뒷받침할 만한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전국 각지에서 발생한 재난 피해자를 대상으로 '삶의 변화 추적조사'를 실시했습니다. 2015년에 처음 조사결과를 낸 이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는데요. 취재진이 입수한 가장 최근의 조사결과는 2012년 태풍 '볼라벤'부터 2017년 포항 지진등 자연 재난 뿐만 아니라 2015년 의정부 주택 화재와 2016년 대구 서문시장 화재 등 각종 사회 재난의 피해자 모두 조사 대상입니다. 피해자 가운데 조사에 응한 사람은 2,311명입니다.

우선, 조사 대상자의 계층 특성에서부터 약자에게 가혹한 재난의 모습이 드러납니다. 재난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2,311명 가운데 노령층으로 분류되는 만 65세 이상 인구가 40.1%를 차지했습니다. 2018년 말 기준 전체 인구 대비 노령층의 비율이 14.8%인 것을 고려하면 재난 피해자 가운데 노령층이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소득별 분포도 마찬가지입니다. 재난 피해자 가운데 기초생활보장 수급 대상자는 717명(43.2%)으로 나타났는데, 이 역시 전체 인구 중 실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비율(3.1%)보다 월등히 높았습니다.

재난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노령층과 영세 가구가 유의미한 비율로 많은 것입니다.

재난 트라우마도 '불평등'…취약 계층이 더 타격

이런 노령층이나 저소득층의 경우 재난 이후 남은 상처도 더 깊었습니다.

재난으로 발생한 질병이나 상해의 완치율을 조사해봤더니 노령층(34.3%)이 젊은 층(54.1%)보다 현저히 낮았습니다. 소득별로도 월 가구소득 100만 원 미만의 저소득층은 26.9%로 월 가구 소득이 500만 원 이상인 고소득층(56.3%)의 절반 수준에 그쳤습니다. 상당수 노인과 저소득층이 재난으로 생긴 상처를 그대로 안고 살아간다는 의미입니다.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한 이유로 노령층은 '의료 기관과의 먼 거리'를, 저소득층의 경우 '경제적인 문제'를 주원인으로 꼽았습니다. 의료 기관과의 물리적·경제적 접근성이 가장 큰 이유로 나타난 것입니다.


재난 피해는 겉으로 드러난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재난 피해자 가운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위험군이 전체의 35.3%에 달했는데, 이같은 정신적 타격 역시 계층별로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우울'과 '불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의 위험군 비율을 조사했더니, 노령층이 젊은층보다 1.3~1.6배 정도 높게 나타났습니다. 특히 노령층 가운데 홀몸노인의 경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위험군 비율이 55.2%로 비(非)홀몸노인(37.5%)보다 월등히 높았습니다. 연구를 시행한 박상현 국립재난안전연구원 공업연구관은 "재난 이후 가족 등으로부터 심리적 지지를 통해 긍정적 정서를 형성하는 데 있어 차이를 보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가구별 소득에 따른 정신 건강의 차이는 더 뚜렷했습니다. 월 소득 100만 원 미만의 저소득층 가구에 속하는 재난 피해자의 정신 건강 위험군 비율은 월 소득 500만 원 이상의 고소득층 피해자보다 3~5배나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사회적 약자일수록 몸과 마음 모두 재난으로부터 회복하는데 더 큰 어려움을 겪는다는 의미입니다.

피해자들이 사회에 바라는 것은 '지속적 관심'


그렇다면 이들이 재난을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도울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노령층 피해자에게 재난 회복을 위해 필요한 서비스가 무엇인지 물어봤습니다. 응답 빈도가 가장 높은 항목은 '정기적 안전 확인 방문(1위)'으로 경제적 지원에 해당하는 '주거지 안정화(4위)'나 '생계활동 지원(6위)'보다 높은 순위에 있었습니다. 커다란 물질적 지원보다도 주변의 지속적인 관심을 더 필요로 한 것입니다. '재난 정보 및 지원 정보 전달(2위)'과 함께 '방문 의료(3위)'와 '정서 안정을 위한 방문 상담(5위)'등 맞춤형 사회지원 서비스도 높은 순위를 차지했습니다.

재난은 철저히 대비하면 그만큼 피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적 취약 계층의 경우 신체적·경제적 이유로 재난 대비가 소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이들이 재난 피해에서도 '불평등'을 겪지 않으려면 사회적 보완 장치가 필수적입니다. 전문가들은 특히 재난 트라우마의 경우 장기간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지속적인 관심과 함께 정기적인 방문 등 일상 생활과 연계된 사회적인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지만…약자에겐 더 가혹
    • 입력 2019.04.23 (09:02)
    • 수정 2019.04.23 (09:06)
    취재K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지만…약자에겐 더 가혹
재난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고 하죠. 예고 없이 찾아오는 재난은 계층, 나이, 성별을 가리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그렇지만, 재난 뒤 뉴스를 보면 노인과 저소득층 같은 사회적 약자가 유난히 자주 등장합니다.

이달 초 발생한 강원 산불의 피해 현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조상 대대로 일군 터전을 한순간에 잃은 어르신, 소박한 노후의 꿈이 담긴 보금자리가 잿더미가 된 사연 등 재난 피해는 유독 약자에게 더 가혹한 것으로 보입니다.

재난 피해, 노령층·저소득층이 집중 호소

이를 뒷받침할 만한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전국 각지에서 발생한 재난 피해자를 대상으로 '삶의 변화 추적조사'를 실시했습니다. 2015년에 처음 조사결과를 낸 이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는데요. 취재진이 입수한 가장 최근의 조사결과는 2012년 태풍 '볼라벤'부터 2017년 포항 지진등 자연 재난 뿐만 아니라 2015년 의정부 주택 화재와 2016년 대구 서문시장 화재 등 각종 사회 재난의 피해자 모두 조사 대상입니다. 피해자 가운데 조사에 응한 사람은 2,311명입니다.

우선, 조사 대상자의 계층 특성에서부터 약자에게 가혹한 재난의 모습이 드러납니다. 재난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2,311명 가운데 노령층으로 분류되는 만 65세 이상 인구가 40.1%를 차지했습니다. 2018년 말 기준 전체 인구 대비 노령층의 비율이 14.8%인 것을 고려하면 재난 피해자 가운데 노령층이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소득별 분포도 마찬가지입니다. 재난 피해자 가운데 기초생활보장 수급 대상자는 717명(43.2%)으로 나타났는데, 이 역시 전체 인구 중 실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비율(3.1%)보다 월등히 높았습니다.

재난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노령층과 영세 가구가 유의미한 비율로 많은 것입니다.

재난 트라우마도 '불평등'…취약 계층이 더 타격

이런 노령층이나 저소득층의 경우 재난 이후 남은 상처도 더 깊었습니다.

재난으로 발생한 질병이나 상해의 완치율을 조사해봤더니 노령층(34.3%)이 젊은 층(54.1%)보다 현저히 낮았습니다. 소득별로도 월 가구소득 100만 원 미만의 저소득층은 26.9%로 월 가구 소득이 500만 원 이상인 고소득층(56.3%)의 절반 수준에 그쳤습니다. 상당수 노인과 저소득층이 재난으로 생긴 상처를 그대로 안고 살아간다는 의미입니다.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한 이유로 노령층은 '의료 기관과의 먼 거리'를, 저소득층의 경우 '경제적인 문제'를 주원인으로 꼽았습니다. 의료 기관과의 물리적·경제적 접근성이 가장 큰 이유로 나타난 것입니다.


재난 피해는 겉으로 드러난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재난 피해자 가운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위험군이 전체의 35.3%에 달했는데, 이같은 정신적 타격 역시 계층별로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우울'과 '불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의 위험군 비율을 조사했더니, 노령층이 젊은층보다 1.3~1.6배 정도 높게 나타났습니다. 특히 노령층 가운데 홀몸노인의 경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위험군 비율이 55.2%로 비(非)홀몸노인(37.5%)보다 월등히 높았습니다. 연구를 시행한 박상현 국립재난안전연구원 공업연구관은 "재난 이후 가족 등으로부터 심리적 지지를 통해 긍정적 정서를 형성하는 데 있어 차이를 보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가구별 소득에 따른 정신 건강의 차이는 더 뚜렷했습니다. 월 소득 100만 원 미만의 저소득층 가구에 속하는 재난 피해자의 정신 건강 위험군 비율은 월 소득 500만 원 이상의 고소득층 피해자보다 3~5배나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사회적 약자일수록 몸과 마음 모두 재난으로부터 회복하는데 더 큰 어려움을 겪는다는 의미입니다.

피해자들이 사회에 바라는 것은 '지속적 관심'


그렇다면 이들이 재난을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도울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노령층 피해자에게 재난 회복을 위해 필요한 서비스가 무엇인지 물어봤습니다. 응답 빈도가 가장 높은 항목은 '정기적 안전 확인 방문(1위)'으로 경제적 지원에 해당하는 '주거지 안정화(4위)'나 '생계활동 지원(6위)'보다 높은 순위에 있었습니다. 커다란 물질적 지원보다도 주변의 지속적인 관심을 더 필요로 한 것입니다. '재난 정보 및 지원 정보 전달(2위)'과 함께 '방문 의료(3위)'와 '정서 안정을 위한 방문 상담(5위)'등 맞춤형 사회지원 서비스도 높은 순위를 차지했습니다.

재난은 철저히 대비하면 그만큼 피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적 취약 계층의 경우 신체적·경제적 이유로 재난 대비가 소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이들이 재난 피해에서도 '불평등'을 겪지 않으려면 사회적 보완 장치가 필수적입니다. 전문가들은 특히 재난 트라우마의 경우 장기간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지속적인 관심과 함께 정기적인 방문 등 일상 생활과 연계된 사회적인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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