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가족”…김덕기 작가가 전하는 ‘행복 바이러스’

입력 2019.04.23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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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이슈반슈타인 성-카나리가 보이는 풍경’. 2019, 캔버스에 아크릴, 112.1×162.2cm

봄입니다. 마음이 설레죠. 밖으로 달려나가 햇살 듬뿍 받고 싶습니다. 꽃들과 함께 노래도 부르고 싶습니다. 나풀나풀 나비의 날갯짓 따라 춤도 춰보렵니다. 가만히 눈을 감고 새들의 노랫소리에도 귀 기울입니다. 뭇 생명이 일제히 깨어나 저마다 살아있음을 증거하는 눈부신 계절. 해마다 봄은 오지만, 올 때마다 봄은 늘 새롭습니다.

봄을 봄답게 해주는 건 꽃이죠. 김덕기 작가의 그림은 그것 자체로 봄입니다. 일부러 봄을 그리지 않아도 그렇게 보이는 건 화가의 마음이 봄을 닮아서일까요. 화가는 봄을 몹시도 좋아하는 게 틀림없습니다. 봄이면 전시장에 그림을 펼쳐놓습니다. 여름과 가을과 겨울은 오로지 봄을 위해 존재한다는 듯이 말이에요.

밝고 경쾌한 색채가 만들어내는 '리듬'

올해도 어김없이 김덕기 작가는 새로운 그림을 들고 봄나들이에 나섰습니다. 이번엔 유럽입니다. 유럽의 젖줄이기도 한 다뉴브 강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한 신작들을 선보입니다. 세계 각지에서 만난 이국적인 풍경들이 김덕기 작가 특유의 아름다운 색채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작가는 그림을 그리는 동안 왈츠를 꾸준히 들었다고 하는데요. 밝고 경쾌한 화폭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정말 그림 속에서 어떤 '리듬'이 전해지는 것만 같습니다.

‘키웨스트-돌고래 가족과 배 위의 가족’, 2019, 캔버스에 아크릴, 53×72.7cm‘키웨스트-돌고래 가족과 배 위의 가족’, 2019, 캔버스에 아크릴, 53×72.7cm

김덕기 작가 그림에 절대 빠지지 않는 게 있습니다. 가족입니다. 김덕기 하면 으레 화사한 꽃을 연상하게 되지만, 꽃 없는 그림은 있어도 가족 없는 그림은 없더군요. 맨 처음에 소개한 <노이슈반슈타인 성-카나리가 보이는 풍경>에도 가족이 있습니다. 화면 오른쪽 아래를 보세요. 깨알같이 그려진 사람들이 보이죠. 자전거 타고 오솔길을 달리는 모습입니다.

풍경의 크기에 비하면 인물들이 굉장히 작게 그려져 있죠. 하지만 저 눈부신 풍경이 그저 풍경으로만 머무르지 않는 건 그 속에 가족이 있기 때문입니다. '가족'이야말로 김덕기 그림의 핵심입니다. 때론 한 가족으로, 때론 연인이나 부부로 묘사되는 인물들이 어우러져 자연이 선사하는 축복 같은 아름다움은 더 감동적으로 다가옵니다.

‘부다페스트-다뉴브강변의 아침’, 2019, 캔버스에 아크릴, 53×72.7cm‘부다페스트-다뉴브강변의 아침’, 2019, 캔버스에 아크릴, 53×72.7cm

김덕기 작가의 그림은 언뜻 보면 쉽게 그려졌을 거란 인상을 줍니다. 형형색색 동심 가득한 그림이 뭐 그리 특별하냐고 반문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느 전시기획자가 지적했듯이, 다양한 자연의 대상물들을 그만큼이나 다양한 색깔로 표현하면서 색채들이 서로 충돌하지 않도록 조화를 유지한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치밀한 계산과 정교한 감각이 있어야 가능한 작업이죠.

그건 앞에서 언급한 '리듬'과도 연결됩니다. 그림에서 어떤 '리듬감'이 느껴진다는 건 그만큼 여러 색을 조화롭게 구사했다는 뜻이겠지요. 특히 김덕기의 작품에서는 '점'이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사용됩니다. 수많은 '색점'이 만들어내는 미묘한 어울림, 그리고 그 속에서 잔잔하게 번져나가는 변화의 파동이야말로 작가만의 고유한 표현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감귤나무 사이로’, 2019, 캔버스에 아크릴, 65×91cm‘감귤나무 사이로’, 2019, 캔버스에 아크릴, 65×91cm

화폭 위에 펼쳐진 '지상 낙원'

이번에 선보이는 신작 중에서 제주를 배경으로 한 작품에 특별히 더 눈길이 가더군요. 작가가 2014년에 첫선을 보여 사랑을 받은 '제주' 연작의 하나로, 캔버스 3개를 파노라마 형식으로 연결한 작품입니다. 멀리 바다가 보이고 그 앞으로 제주의 오름이 나지막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지상에 펼쳐진 낙원입니다.

결국, 그림은 화가를 닮는 법이죠. 제가 만난 김덕기 작가는 굉장히 수줍음이 많고 순수한 분이었습니다. 그런 마음의 결이 담긴 그림은 우리를 한없이 따뜻하게 합니다. 고단하고 팍팍한 일상을 견디게 해주는 힘은 '가족'입니다. 김덕기 작가는 그런 가족의 소중함을 그림으로 일깨워줍니다. 김덕기의 그림은 '행복 바이러스'입니다.

■전시 정보
제목: 김덕기 개인전 <푸른 다뉴브 강의 왈츠>
기간: 2019년 5월 23일까지
장소: 소울아트스페이스 해운대
작품: 회화, 드로잉 등 40여 점

‘멕시코 칸쿤-허니문 스토리’, 2018, 캔버스에 아크릴, 33.4×53cm‘멕시코 칸쿤-허니문 스토리’, 2018, 캔버스에 아크릴, 33.4×53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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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보다 가족”…김덕기 작가가 전하는 ‘행복 바이러스’
    • 입력 2019-04-23 10:48:01
    취재K
  ‘노이슈반슈타인 성-카나리가 보이는 풍경’. 2019, 캔버스에 아크릴, 112.1×162.2cm

봄입니다. 마음이 설레죠. 밖으로 달려나가 햇살 듬뿍 받고 싶습니다. 꽃들과 함께 노래도 부르고 싶습니다. 나풀나풀 나비의 날갯짓 따라 춤도 춰보렵니다. 가만히 눈을 감고 새들의 노랫소리에도 귀 기울입니다. 뭇 생명이 일제히 깨어나 저마다 살아있음을 증거하는 눈부신 계절. 해마다 봄은 오지만, 올 때마다 봄은 늘 새롭습니다.

봄을 봄답게 해주는 건 꽃이죠. 김덕기 작가의 그림은 그것 자체로 봄입니다. 일부러 봄을 그리지 않아도 그렇게 보이는 건 화가의 마음이 봄을 닮아서일까요. 화가는 봄을 몹시도 좋아하는 게 틀림없습니다. 봄이면 전시장에 그림을 펼쳐놓습니다. 여름과 가을과 겨울은 오로지 봄을 위해 존재한다는 듯이 말이에요.

밝고 경쾌한 색채가 만들어내는 '리듬'

올해도 어김없이 김덕기 작가는 새로운 그림을 들고 봄나들이에 나섰습니다. 이번엔 유럽입니다. 유럽의 젖줄이기도 한 다뉴브 강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한 신작들을 선보입니다. 세계 각지에서 만난 이국적인 풍경들이 김덕기 작가 특유의 아름다운 색채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작가는 그림을 그리는 동안 왈츠를 꾸준히 들었다고 하는데요. 밝고 경쾌한 화폭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정말 그림 속에서 어떤 '리듬'이 전해지는 것만 같습니다.

‘키웨스트-돌고래 가족과 배 위의 가족’, 2019, 캔버스에 아크릴, 53×72.7cm
김덕기 작가 그림에 절대 빠지지 않는 게 있습니다. 가족입니다. 김덕기 하면 으레 화사한 꽃을 연상하게 되지만, 꽃 없는 그림은 있어도 가족 없는 그림은 없더군요. 맨 처음에 소개한 <노이슈반슈타인 성-카나리가 보이는 풍경>에도 가족이 있습니다. 화면 오른쪽 아래를 보세요. 깨알같이 그려진 사람들이 보이죠. 자전거 타고 오솔길을 달리는 모습입니다.

풍경의 크기에 비하면 인물들이 굉장히 작게 그려져 있죠. 하지만 저 눈부신 풍경이 그저 풍경으로만 머무르지 않는 건 그 속에 가족이 있기 때문입니다. '가족'이야말로 김덕기 그림의 핵심입니다. 때론 한 가족으로, 때론 연인이나 부부로 묘사되는 인물들이 어우러져 자연이 선사하는 축복 같은 아름다움은 더 감동적으로 다가옵니다.

‘부다페스트-다뉴브강변의 아침’, 2019, 캔버스에 아크릴, 53×72.7cm
김덕기 작가의 그림은 언뜻 보면 쉽게 그려졌을 거란 인상을 줍니다. 형형색색 동심 가득한 그림이 뭐 그리 특별하냐고 반문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느 전시기획자가 지적했듯이, 다양한 자연의 대상물들을 그만큼이나 다양한 색깔로 표현하면서 색채들이 서로 충돌하지 않도록 조화를 유지한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치밀한 계산과 정교한 감각이 있어야 가능한 작업이죠.

그건 앞에서 언급한 '리듬'과도 연결됩니다. 그림에서 어떤 '리듬감'이 느껴진다는 건 그만큼 여러 색을 조화롭게 구사했다는 뜻이겠지요. 특히 김덕기의 작품에서는 '점'이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사용됩니다. 수많은 '색점'이 만들어내는 미묘한 어울림, 그리고 그 속에서 잔잔하게 번져나가는 변화의 파동이야말로 작가만의 고유한 표현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감귤나무 사이로’, 2019, 캔버스에 아크릴, 65×91cm
화폭 위에 펼쳐진 '지상 낙원'

이번에 선보이는 신작 중에서 제주를 배경으로 한 작품에 특별히 더 눈길이 가더군요. 작가가 2014년에 첫선을 보여 사랑을 받은 '제주' 연작의 하나로, 캔버스 3개를 파노라마 형식으로 연결한 작품입니다. 멀리 바다가 보이고 그 앞으로 제주의 오름이 나지막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지상에 펼쳐진 낙원입니다.

결국, 그림은 화가를 닮는 법이죠. 제가 만난 김덕기 작가는 굉장히 수줍음이 많고 순수한 분이었습니다. 그런 마음의 결이 담긴 그림은 우리를 한없이 따뜻하게 합니다. 고단하고 팍팍한 일상을 견디게 해주는 힘은 '가족'입니다. 김덕기 작가는 그런 가족의 소중함을 그림으로 일깨워줍니다. 김덕기의 그림은 '행복 바이러스'입니다.

■전시 정보
제목: 김덕기 개인전 <푸른 다뉴브 강의 왈츠>
기간: 2019년 5월 23일까지
장소: 소울아트스페이스 해운대
작품: 회화, 드로잉 등 40여 점

‘멕시코 칸쿤-허니문 스토리’, 2018, 캔버스에 아크릴, 33.4×53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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