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IN] 잠? 사랑? 모두 사치!…중국의 ‘996 근무제’ 논란

입력 2019.04.23 (10:48) 수정 2019.04.2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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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열정페이'란 말이 있죠,

월급은 적게 주면서 과다하게 일을 시키는 행태를 비꼬는 말인데요.

중국판 열정페이, 이른바 '996 근무제'가 최근 중국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지구촌인에서 함께 살펴보시죠.

[리포트]

지난달 2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잠도 사랑도 사생활도 없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이른바 중국 실리콘밸리 996 근무제의 살인적인 노동 환경을 꼬집은 것인데요.

996 근무제란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1주일에 6일 일하는 것을 말합니다.

중국 경제 발전과 함께 급속히 성장해온 중국 IT업계에 자리 잡은 근무 문화인데요.

기사가 나고, 6일 뒤 중국의 한 프로그래머가 996.ICU라는 페이지를 개설했습니다.

'996 근로제를 따라 일하다가는 병원 중환자실에 간다’는 의미로, 일종의 '워라밸'을 촉구하는 반996 노동 운동입니다.

현재까지 20만 건이 넘는 별을 받는 등 큰 호응을 얻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그룹의 마윈 회장이 자신의 웨이보를 통해 996근무제를 적극 옹호하고 나섰습니다.

많은 회사가 996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환경에 처해 있다며 개인적으로 996을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커다란 복이라고 생각한다고 적었는데요.

덧붙여 젊은 시절 996을 하지 않으면 언제 할 수 있겠냐고도 했습니다.

마 회장의 996 옹호 발언이 전해지자 중국에선 찬반 논란이 거세졌습니다.

중국 첨단기술 발전과 경쟁력 유지를 위해 996 문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왕 다오/29세/미디어 종사자 : "일부 스타트업 기업들과 대기업들엔 인력이 기업 간 핵심 경쟁력입니다. 다른 회사와 경쟁하기 위한 노동력이 필요해요. 이는 초과 근무 방식으로 유지될 수 있습니다."]

996 옹호 발언을 비난하는 의견도 많았는데요.

[짜오 슈탄/24세/프로그래머 : "996에 따르면 20~30시간 이상의 초과근무를 하게 될텐데, 몸을 상하게 할 겁니다."]

중국 노동법에 따르면 근로자들의 업무 시간은 하루 평균 8시간, 주 44시간을 넘지 않아야 합니다.

회사 측과 협의를 거쳐 시간을 연장할 수는 있지만 시간 외 근무가 하루 3시간 또는 한 달에 36시간을 초과해서는 안 됩니다.

[양 바오콴/법률사무소 파트너 : "996 근무제를 매일 시행하는 것은 노동 시간 면에서 법을 어기는 것입니다."]

찬성보다는 비판 여론이 더 거세지가 마 회장은 14일, 다시 해명 글을 올렸습니다.

직원에게 996 방식으로 일하게 해 이익을 얻으려는 회사는 어리석고 성공할 수도 없다며 태도를 바꿨는데요.

996 근무제는 중국 2위 전자상거래 업체인 징 둥 닷컴이 1996년 처음으로 도입했고, 이후 알리바바와 샤오미 등이 뒤따라 시행했습니다.

그리고 이들 회사의 성공 요인 중 하나로 996 근무제가 꼽히고 있는데요.

하지만 최근 중국 IT 기업과 스타트업에선 996 근무제에 반기를 드는 젊은 직원이 늘고 있습니다.

[제시카 퀴/35세/인사관리자 : "누구나 다른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개인의 선택에 달린 것입니다.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훗날, 귀중한 노동 기회를 가졌다는 것에는 감사하겠지만, 그 대가를 너무 싸게 치른 것을 후회하게 될 겁니다."]

유럽은 이미 다양한 탄력근무제가 시행 중이고,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한 기업들도 적지 않은데요.

이런 가운데 시대에 역행하는 996 근무제 논란으로 중국은 지금 밀레니엄 세대를 중심으로 노동 반란이 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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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23 10:52:11
    • 수정2019-04-23 11: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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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열정페이'란 말이 있죠,

월급은 적게 주면서 과다하게 일을 시키는 행태를 비꼬는 말인데요.

중국판 열정페이, 이른바 '996 근무제'가 최근 중국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지구촌인에서 함께 살펴보시죠.

[리포트]

지난달 2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잠도 사랑도 사생활도 없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이른바 중국 실리콘밸리 996 근무제의 살인적인 노동 환경을 꼬집은 것인데요.

996 근무제란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1주일에 6일 일하는 것을 말합니다.

중국 경제 발전과 함께 급속히 성장해온 중국 IT업계에 자리 잡은 근무 문화인데요.

기사가 나고, 6일 뒤 중국의 한 프로그래머가 996.ICU라는 페이지를 개설했습니다.

'996 근로제를 따라 일하다가는 병원 중환자실에 간다’는 의미로, 일종의 '워라밸'을 촉구하는 반996 노동 운동입니다.

현재까지 20만 건이 넘는 별을 받는 등 큰 호응을 얻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그룹의 마윈 회장이 자신의 웨이보를 통해 996근무제를 적극 옹호하고 나섰습니다.

많은 회사가 996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환경에 처해 있다며 개인적으로 996을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커다란 복이라고 생각한다고 적었는데요.

덧붙여 젊은 시절 996을 하지 않으면 언제 할 수 있겠냐고도 했습니다.

마 회장의 996 옹호 발언이 전해지자 중국에선 찬반 논란이 거세졌습니다.

중국 첨단기술 발전과 경쟁력 유지를 위해 996 문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왕 다오/29세/미디어 종사자 : "일부 스타트업 기업들과 대기업들엔 인력이 기업 간 핵심 경쟁력입니다. 다른 회사와 경쟁하기 위한 노동력이 필요해요. 이는 초과 근무 방식으로 유지될 수 있습니다."]

996 옹호 발언을 비난하는 의견도 많았는데요.

[짜오 슈탄/24세/프로그래머 : "996에 따르면 20~30시간 이상의 초과근무를 하게 될텐데, 몸을 상하게 할 겁니다."]

중국 노동법에 따르면 근로자들의 업무 시간은 하루 평균 8시간, 주 44시간을 넘지 않아야 합니다.

회사 측과 협의를 거쳐 시간을 연장할 수는 있지만 시간 외 근무가 하루 3시간 또는 한 달에 36시간을 초과해서는 안 됩니다.

[양 바오콴/법률사무소 파트너 : "996 근무제를 매일 시행하는 것은 노동 시간 면에서 법을 어기는 것입니다."]

찬성보다는 비판 여론이 더 거세지가 마 회장은 14일, 다시 해명 글을 올렸습니다.

직원에게 996 방식으로 일하게 해 이익을 얻으려는 회사는 어리석고 성공할 수도 없다며 태도를 바꿨는데요.

996 근무제는 중국 2위 전자상거래 업체인 징 둥 닷컴이 1996년 처음으로 도입했고, 이후 알리바바와 샤오미 등이 뒤따라 시행했습니다.

그리고 이들 회사의 성공 요인 중 하나로 996 근무제가 꼽히고 있는데요.

하지만 최근 중국 IT 기업과 스타트업에선 996 근무제에 반기를 드는 젊은 직원이 늘고 있습니다.

[제시카 퀴/35세/인사관리자 : "누구나 다른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개인의 선택에 달린 것입니다.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훗날, 귀중한 노동 기회를 가졌다는 것에는 감사하겠지만, 그 대가를 너무 싸게 치른 것을 후회하게 될 겁니다."]

유럽은 이미 다양한 탄력근무제가 시행 중이고,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한 기업들도 적지 않은데요.

이런 가운데 시대에 역행하는 996 근무제 논란으로 중국은 지금 밀레니엄 세대를 중심으로 노동 반란이 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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