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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청원①] ‘도배’ 줄이고 문턱 높인 시즌2, ‘정당해산’에 화력 집중
입력 2019.05.04 (10:03) 수정 2019.05.07 (08:19) 데이터룸
[국민청원①] ‘도배’ 줄이고 문턱 높인 시즌2, ‘정당해산’에 화력 집중
“자유한국당 정당 해산 청원합니다.”
자유한국당의 해산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추천 수 170만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5월 3일 기준) 지난해 '강서구 피시방 살인사건’ 관련 청원이 기록한 최고 추천 수를 넘어선 것뿐 아니라, ‘최단 기간 100만 달성’이라는 기록도 추가됐습니다.

작용에 대한 반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한국당에 이어 민주당과 정의당 해산 청원도 올라왔습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청원 조작설'까지 제기했습니다.

2017년 8월,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을 기념해 시작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어디 가서 하소연 한번 하기 힘든 소외된 약자들을 위해 행정부가 내어준 공간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청원 게시판은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부딪히며 총성 없는 전쟁터가 되었습니다.

국민청원 시즌2, 개편 한 달 만에 1/50 토막?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시민들의 접근성을 높이며 잊혔던 '청원권'을 부활시켰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달라진 것이 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올라오던 게시물이 부쩍 줄어든 겁니다. 3월 한 달에만 3만 여건에 달하던 게시물이 지난달에는 500여 건으로 줄어들었습니다. 게시판이 오픈한 첫 달을 제외하고 한 달에 평균 2만 3,000여 건의 게시물이 올라오던 것과 비교해봐도 1/50 수준입니다.


게시물 감소의 원인은 노출 방식 변경에 따른 결과였습니다.

청와대는 지난 3월 31일 오전 5시를 기점으로 청원 게시판을 개편했습니다. 그간 운영 과정에서 불거졌던 문제점을 보완하려는 조치였습니다.

가장 크게 달라진 건, ‘사전동의 100건’이라는 1차 관문을 만든 겁니다. 기존에는 글을 쓰면 바로 게시물이 노출됐지만, 이제는 100인의 사전동의를 받은 게시물만 공개됩니다. 비방과 욕설 등 청원 게시판에 어울리지 않는 무의미한 게시물이나, 같은 주제로 ‘도배’되는 것을 줄이기 위한 겁니다.

국민청원 게시판 잠식한 ‘도배’ 어땠기에

2017년 11월 11일, 청원 게시판에서 '기록적인 도배'가 벌어집니다. 이날은 게시판 오픈 후 등록된 글이 가장 많은 날인데요, 11일 등록 된 9,600여 건의 청원 중 8,000건 이상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출국을 금지해 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같은 도배는 다음 날까지 이어집니다. 12일에는 같은 내용의 게시물 1,000여 건이 새롭게 등록됩니다.


같은 내용의 청원이 9천 건 넘게 반복된 건데, 청와대 관계자는 “같은 아이디로 같은 내용의 게시물이 작성된 경우는 삭제할 수 있지만, 모두 다른 아이디로 작성된 게시물의 경우 같은 내용이라도 임의 삭제할 수는 없다”고 설명합니다.

'도배'될 만큼 공감하는 이들이 많았다고 볼 수는 없을까요? 안타깝게도 그중 60% 정도가 단 한 건의 추천도 받지 못했습니다.

제주도 난민 수용 문제가 불거졌던 지난해 6월과 7월에는 2천 800여 건의 청원이 집중됐습니다. 내용을 보면 "난민을 추방해 달라", "난민법을 개정해 달라." 등 난민 수용을 막으라는 내용이 반복됩니다.

하지만 수 천 건의 관련 청원 중, 단 하나의 청원만 정부의 답변을 받았습니다.

이런 도배도 의견의 하나로 볼 수 있지만, 같은 주제의 중복 노출은 지양해야 할 문제입니다. 청와대 역시 "국민의 목소리를 효율적으로 담아내기 위해 '100인 사전동의' 절차를 추가했다"며 "개편 후 도배 게시물이 줄었다"고 말합니다.

국민청원 8건 중 1건 ‘무플’

도배를 막은 건 좋지만, 반 토막도 아닌 1/50토막이라는 결과는 놀랍습니다. 이는 그간 ‘흥행 성공’으로 분석됐던 국민청원 성적표에도 허수가 있다는 뜻입니다.

청와대는 지난해 5월, 문재인 대통령 취임 1년을 맞아 “‘국민청원’ 16만 건, ‘약자 위한 창구’ 역할 톡톡”이라며 그간의 성과를 평가했습니다. 하루 평균 600~700건의 청원 글이 올라온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3월에는 국민청원 오픈 19개월 동안 57만 5천 여건, 하루 평균 965건의 청원이 접수됐다고 그간의 성과를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밝힌 '성과'에는 게시물 관리 기준에 의해 숨김 또는 삭제 처리된 게시물까지 모두 포함된 숫자입니다.

KBS 데이터 저널리즘 팀이 국민청원 게시판을 분석한 결과, 오픈부터 개편 전인 3월 31일까지 실제로 등록된 청원 게시물은 모두 44만 1,900여 건입니다.

실제로 개편 전까지 매월 평균 2만 3천여 건, 하루 평균 수백 건의 게시물이 등록됐습니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다른 해석이 나옵니다.


44만 건 가운데 0.02%에 해당하는 94건만 추천인 20만이라는 정부의 답변기준을 충족했습니다. 반면, 전체 게시물 중 95%는 ‘추천 수 100’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악플'보다 무서운 게 '무플'. 단 한 명의 추천도 받지 못한 글은 전체 게시물의 13%에 달했습니다. 청원 8건 중 한 건은 누구의 지지도 받지 못한 겁니다.

거품은 뺐지만 정부 답변 문턱 여전히 높아

개편 후, 기대했던 집중 효과는 있었을까요? 개편 첫 달인 4월 등록된 게시물 중, '정부 답변 기준'에 닿은 청원은 5개입니다. (5월 3일 기준)

국민청원 게시판 오픈 첫 달을 제외하고, 개편 전인 3월까지 19개월 동안 월평균 4.9개의 정부 답변을 받았던 것과 비교했을 때, 문턱은 여전히 높아 보입니다.

100건의 사전동의만 받으면, 여전히 다른 사람이 쓴 내용과 같은 주제의 게시물도 반복 등록할 수 있습니다.

국민의 목소리를 좀 더 잘 듣겠다며 '100인 사전동의' 절차를 도입했지만, 개편 첫 달의 평가는 엇갈립니다. 정당 해산을 요구하는 청원에 이례적인 관심이 몰리며 다른 청원들이 묻히는 쏠림 현상도 발생했습니다.

‘약자 위한 창구’ 내세운 국민청원 시즌2, '임산부 배려석에 대한 제도 개선', '장애 아동 치료비 정책 개선' 등 약자의 목소리가 올라오고 있지만, 이에 관한 관심은 여전히 부족해 보입니다.

데이터 수집·분석 : 정한진, 윤지희
데이터 시각화 : 임유나
  • [국민청원①] ‘도배’ 줄이고 문턱 높인 시즌2, ‘정당해산’에 화력 집중
    • 입력 2019.05.04 (10:03)
    • 수정 2019.05.07 (08:19)
    데이터룸
[국민청원①] ‘도배’ 줄이고 문턱 높인 시즌2, ‘정당해산’에 화력 집중
“자유한국당 정당 해산 청원합니다.”
자유한국당의 해산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추천 수 170만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5월 3일 기준) 지난해 '강서구 피시방 살인사건’ 관련 청원이 기록한 최고 추천 수를 넘어선 것뿐 아니라, ‘최단 기간 100만 달성’이라는 기록도 추가됐습니다.

작용에 대한 반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한국당에 이어 민주당과 정의당 해산 청원도 올라왔습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청원 조작설'까지 제기했습니다.

2017년 8월,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을 기념해 시작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어디 가서 하소연 한번 하기 힘든 소외된 약자들을 위해 행정부가 내어준 공간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청원 게시판은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부딪히며 총성 없는 전쟁터가 되었습니다.

국민청원 시즌2, 개편 한 달 만에 1/50 토막?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시민들의 접근성을 높이며 잊혔던 '청원권'을 부활시켰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달라진 것이 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올라오던 게시물이 부쩍 줄어든 겁니다. 3월 한 달에만 3만 여건에 달하던 게시물이 지난달에는 500여 건으로 줄어들었습니다. 게시판이 오픈한 첫 달을 제외하고 한 달에 평균 2만 3,000여 건의 게시물이 올라오던 것과 비교해봐도 1/50 수준입니다.


게시물 감소의 원인은 노출 방식 변경에 따른 결과였습니다.

청와대는 지난 3월 31일 오전 5시를 기점으로 청원 게시판을 개편했습니다. 그간 운영 과정에서 불거졌던 문제점을 보완하려는 조치였습니다.

가장 크게 달라진 건, ‘사전동의 100건’이라는 1차 관문을 만든 겁니다. 기존에는 글을 쓰면 바로 게시물이 노출됐지만, 이제는 100인의 사전동의를 받은 게시물만 공개됩니다. 비방과 욕설 등 청원 게시판에 어울리지 않는 무의미한 게시물이나, 같은 주제로 ‘도배’되는 것을 줄이기 위한 겁니다.

국민청원 게시판 잠식한 ‘도배’ 어땠기에

2017년 11월 11일, 청원 게시판에서 '기록적인 도배'가 벌어집니다. 이날은 게시판 오픈 후 등록된 글이 가장 많은 날인데요, 11일 등록 된 9,600여 건의 청원 중 8,000건 이상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출국을 금지해 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같은 도배는 다음 날까지 이어집니다. 12일에는 같은 내용의 게시물 1,000여 건이 새롭게 등록됩니다.


같은 내용의 청원이 9천 건 넘게 반복된 건데, 청와대 관계자는 “같은 아이디로 같은 내용의 게시물이 작성된 경우는 삭제할 수 있지만, 모두 다른 아이디로 작성된 게시물의 경우 같은 내용이라도 임의 삭제할 수는 없다”고 설명합니다.

'도배'될 만큼 공감하는 이들이 많았다고 볼 수는 없을까요? 안타깝게도 그중 60% 정도가 단 한 건의 추천도 받지 못했습니다.

제주도 난민 수용 문제가 불거졌던 지난해 6월과 7월에는 2천 800여 건의 청원이 집중됐습니다. 내용을 보면 "난민을 추방해 달라", "난민법을 개정해 달라." 등 난민 수용을 막으라는 내용이 반복됩니다.

하지만 수 천 건의 관련 청원 중, 단 하나의 청원만 정부의 답변을 받았습니다.

이런 도배도 의견의 하나로 볼 수 있지만, 같은 주제의 중복 노출은 지양해야 할 문제입니다. 청와대 역시 "국민의 목소리를 효율적으로 담아내기 위해 '100인 사전동의' 절차를 추가했다"며 "개편 후 도배 게시물이 줄었다"고 말합니다.

국민청원 8건 중 1건 ‘무플’

도배를 막은 건 좋지만, 반 토막도 아닌 1/50토막이라는 결과는 놀랍습니다. 이는 그간 ‘흥행 성공’으로 분석됐던 국민청원 성적표에도 허수가 있다는 뜻입니다.

청와대는 지난해 5월, 문재인 대통령 취임 1년을 맞아 “‘국민청원’ 16만 건, ‘약자 위한 창구’ 역할 톡톡”이라며 그간의 성과를 평가했습니다. 하루 평균 600~700건의 청원 글이 올라온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3월에는 국민청원 오픈 19개월 동안 57만 5천 여건, 하루 평균 965건의 청원이 접수됐다고 그간의 성과를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밝힌 '성과'에는 게시물 관리 기준에 의해 숨김 또는 삭제 처리된 게시물까지 모두 포함된 숫자입니다.

KBS 데이터 저널리즘 팀이 국민청원 게시판을 분석한 결과, 오픈부터 개편 전인 3월 31일까지 실제로 등록된 청원 게시물은 모두 44만 1,900여 건입니다.

실제로 개편 전까지 매월 평균 2만 3천여 건, 하루 평균 수백 건의 게시물이 등록됐습니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다른 해석이 나옵니다.


44만 건 가운데 0.02%에 해당하는 94건만 추천인 20만이라는 정부의 답변기준을 충족했습니다. 반면, 전체 게시물 중 95%는 ‘추천 수 100’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악플'보다 무서운 게 '무플'. 단 한 명의 추천도 받지 못한 글은 전체 게시물의 13%에 달했습니다. 청원 8건 중 한 건은 누구의 지지도 받지 못한 겁니다.

거품은 뺐지만 정부 답변 문턱 여전히 높아

개편 후, 기대했던 집중 효과는 있었을까요? 개편 첫 달인 4월 등록된 게시물 중, '정부 답변 기준'에 닿은 청원은 5개입니다. (5월 3일 기준)

국민청원 게시판 오픈 첫 달을 제외하고, 개편 전인 3월까지 19개월 동안 월평균 4.9개의 정부 답변을 받았던 것과 비교했을 때, 문턱은 여전히 높아 보입니다.

100건의 사전동의만 받으면, 여전히 다른 사람이 쓴 내용과 같은 주제의 게시물도 반복 등록할 수 있습니다.

국민의 목소리를 좀 더 잘 듣겠다며 '100인 사전동의' 절차를 도입했지만, 개편 첫 달의 평가는 엇갈립니다. 정당 해산을 요구하는 청원에 이례적인 관심이 몰리며 다른 청원들이 묻히는 쏠림 현상도 발생했습니다.

‘약자 위한 창구’ 내세운 국민청원 시즌2, '임산부 배려석에 대한 제도 개선', '장애 아동 치료비 정책 개선' 등 약자의 목소리가 올라오고 있지만, 이에 관한 관심은 여전히 부족해 보입니다.

데이터 수집·분석 : 정한진, 윤지희
데이터 시각화 : 임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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