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 삼성물산 수사 착수…‘수상한 합의서’ 추가 확인

입력 2019.05.08 (14:09) 수정 2019.05.08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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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수사 착수…전담팀 구성〉

KBS가 지난달 30일 단독 보도한 전남 신안군 가거도 방파제 공사 과정에서 삼성물산이 백억 원대 국가 예산을 편취했다는 의혹에 대해 해양경찰청이 수사에 착수했다. 해경은 가거도 방파제 공사를 둘러싸고 일어난 이번 사안을 '해양 범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수사정보국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범위에는 예산 편취를 통한 국고 손실부터 특허 침해 등 삼성물산의 공사 과정에서 불거진 모든 의혹이 포함됐다. KBS 탐사보도부에 삼성물산의 부당한 행위를 폭로한 관계자로부터 진술도 받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추가 정산은 없다"…공사비 정해놓는 합의서〉

이런 가운데 공사 발주처인 해양수산부 산하 목포지방해양수산청과 삼성물산이 '수상한 합의서'를 쓴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추가 배정된 430억 원 공사비를 모두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연약지반 공사가 막 시작됐던 2016년 4월 7일 삼성물산과 목포수산청이 맺은 '단가 합의서'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공사 수량이 변하더라도 추가 정산은 없음"

공사 중간에 추가 비용이 발생하든, 반대로 비용이 덜 들든 확보한 공사비를 그대로 집행한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제대로 각각의 공사 항목에 대한 검토를 마쳤다면 쓸 필요가 없는 합의서로 굉장히 이례적인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뿐만 아니라 "삼성물산과 해수부 모두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국가계약법)을 위반한 소지가 크다"고도 했다. 국가계약법에 따르면 공사 기간이나 운반 거리, 공사 수량 등이 변하게 되면 그것에 맞게 이후 다시 정산해야 한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인 김남근 변호사는 "연약지반 공사의 경우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공사비가 증액될지, 덜 들어갈지 확실하게 예측하기 힘든 공사로 보이는데 반드시 사후 정산을 해야 한다"며 "이런 계약은 법 위반으로 무효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공사비 증액 막으려다 '부풀려진 공사비 보장'〉

그렇다면 삼성물산과 목포수산청은 왜 이런 수상한 합의서에 서명했을까?

삼성물산으로서는 '견적 부풀리기'를 통해 공사 금액이 뻥튀기된 상황에서 이런 합의가 오히려 공사 금액을 전부 받을 수 있는 명분이 된 셈이다. 국민 세금이 제대로 집행됐는지 항목별로 자세히 검토해야 할 목포수산청은 이런 합의서를 통해 삼성물산이 공사비를 그대로 가져가도록 보장해준 꼴이다. 신영철 경제정의실천연합 국책사업감시단장은 "삼성물산이 이것을 수용했다는 것은 그만큼 연약지반 공사 비용으로 남는 금액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목포수산청은 공사비가 증액되는 것을 막으려는 조처였다고 해명했다. 목포청 관계자는 "이런 합의서를 일반적으로 쓰지 않는 것은 맞다"면서 "삼성물산과 공사비 관련해 소송이 이어지는 등 문제가 많아 추가 공사비 지급을 막기 위해 체결한 합의서"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합의서 원문을 공개해달라는 취재진의 요청은 거부했다. 계약 당사자인 삼성물산의 동의 없이는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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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08 14:09:36
    • 수정2019-05-08 14:09:56
    탐사K
〈해경 수사 착수…전담팀 구성〉

KBS가 지난달 30일 단독 보도한 전남 신안군 가거도 방파제 공사 과정에서 삼성물산이 백억 원대 국가 예산을 편취했다는 의혹에 대해 해양경찰청이 수사에 착수했다. 해경은 가거도 방파제 공사를 둘러싸고 일어난 이번 사안을 '해양 범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수사정보국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범위에는 예산 편취를 통한 국고 손실부터 특허 침해 등 삼성물산의 공사 과정에서 불거진 모든 의혹이 포함됐다. KBS 탐사보도부에 삼성물산의 부당한 행위를 폭로한 관계자로부터 진술도 받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추가 정산은 없다"…공사비 정해놓는 합의서〉

이런 가운데 공사 발주처인 해양수산부 산하 목포지방해양수산청과 삼성물산이 '수상한 합의서'를 쓴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추가 배정된 430억 원 공사비를 모두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연약지반 공사가 막 시작됐던 2016년 4월 7일 삼성물산과 목포수산청이 맺은 '단가 합의서'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공사 수량이 변하더라도 추가 정산은 없음"

공사 중간에 추가 비용이 발생하든, 반대로 비용이 덜 들든 확보한 공사비를 그대로 집행한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제대로 각각의 공사 항목에 대한 검토를 마쳤다면 쓸 필요가 없는 합의서로 굉장히 이례적인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뿐만 아니라 "삼성물산과 해수부 모두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국가계약법)을 위반한 소지가 크다"고도 했다. 국가계약법에 따르면 공사 기간이나 운반 거리, 공사 수량 등이 변하게 되면 그것에 맞게 이후 다시 정산해야 한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인 김남근 변호사는 "연약지반 공사의 경우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공사비가 증액될지, 덜 들어갈지 확실하게 예측하기 힘든 공사로 보이는데 반드시 사후 정산을 해야 한다"며 "이런 계약은 법 위반으로 무효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공사비 증액 막으려다 '부풀려진 공사비 보장'〉

그렇다면 삼성물산과 목포수산청은 왜 이런 수상한 합의서에 서명했을까?

삼성물산으로서는 '견적 부풀리기'를 통해 공사 금액이 뻥튀기된 상황에서 이런 합의가 오히려 공사 금액을 전부 받을 수 있는 명분이 된 셈이다. 국민 세금이 제대로 집행됐는지 항목별로 자세히 검토해야 할 목포수산청은 이런 합의서를 통해 삼성물산이 공사비를 그대로 가져가도록 보장해준 꼴이다. 신영철 경제정의실천연합 국책사업감시단장은 "삼성물산이 이것을 수용했다는 것은 그만큼 연약지반 공사 비용으로 남는 금액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목포수산청은 공사비가 증액되는 것을 막으려는 조처였다고 해명했다. 목포청 관계자는 "이런 합의서를 일반적으로 쓰지 않는 것은 맞다"면서 "삼성물산과 공사비 관련해 소송이 이어지는 등 문제가 많아 추가 공사비 지급을 막기 위해 체결한 합의서"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합의서 원문을 공개해달라는 취재진의 요청은 거부했다. 계약 당사자인 삼성물산의 동의 없이는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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