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스토킹 피해자들이 인터뷰를 거절한 이유는?

입력 2019.05.26 (10:04) 수정 2019.05.26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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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거절한 스토킹 피해자들

KBS 사회부 이슈팀이 연속 보도했던 <여성 살인의 전조(前兆) '스토킹'> 시리즈를 준비하면서 여러 경로를 통해 스토킹 피해자들에게 연락했습니다. 스토킹으로 인한 공포나 대응의 어려움을 직접 듣기 위해섭니다.

하지만 스토킹 피해자들은 하나같이 인터뷰를 거절했습니다. 음성 변조와 모자이크를 통한 철저한 익명 보도를 약속했지만, 피해자들은 용기를 내지 못했습니다. 이유는 '보복'에 대한 두려움. 자신의 사연이 방송으로 나가면 스토커가 오히려 자극을 받아 더 적극적으로 스토킹에 나설 것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스토킹 보도가 나가는 것마저 두려워"

심지어 한 피해자는 인터뷰와 별개로 "보도 취지는 좋지만, 스토킹 보도가 나가는 것마저 두렵다"고 말했습니다. 스토킹 처벌이 약하다는 사실을 스토커가 알게 되면 오히려 더 과감하게 범행에 나설 것 같다는 겁니다.

어쩌면 자신을 감추고 문제를 숨기는 게 이들에게 가장 합리적인 행동일지도 모릅니다. 현행법상 스토킹은 경범죄로 분류돼 있어 경찰에 신고해봤자 제대로 된 도움을 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여성 살인의 전조(前兆)' … 현실은 범칙금 8만원

'스토킹을 방치하면 살인 등 강력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각종 범죄 관련 논문과 기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스토킹은 한국 사회에서 '살인의 전조'가 아니라 과태로 8만원짜리 '경범죄'일 뿐입니다. 스토킹이 강력범죄로 이어진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조차 없습니다. 스토킹에 이어진 살인은 단지 살인으로 기록될 뿐입니다.

KBS 이슈팀이 '2018년도 살인 관련(살인·살인미수·살인예비·살인교사) 1심 판결'을 분석한 결과, 피해자가 여성인 사건에서 무려 30%에서 스토킹 현상이 확인됐습니다. '스토킹'이 '여성 살인의 전조'라는 명제가 실제로 규명된 겁니다. 분석 대상으로 삼지 못했지만, 성폭력 등 또 다른 여성 대상 범죄의 상당수에도 범행 전에 스토킹이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스토킹' 지금이라도 처벌 강화해야

정부도 1년 전 처벌 강화를 약속했지만 법안 발의를 아직도 못하고 있습니다. "아직 완전히 조율이 안 됐다"는게 이유입니다. 20대 국회에 발의된 스토킹 관련 처벌법도 7건이나 되지만 단 한 건도 처리되지 못했습니다.

스토킹 피해자들은 여전히 의지할 곳 없이 홀로 공포 속에 있습니다. 그들의 평범하고 안전한 일상을 위해 정부와 국회가 움직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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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스토킹 피해자들이 인터뷰를 거절한 이유는?
    • 입력 2019-05-26 10:04:22
    • 수정2019-05-26 10:10:58
    취재후·사건후
인터뷰를 거절한 스토킹 피해자들

KBS 사회부 이슈팀이 연속 보도했던 <여성 살인의 전조(前兆) '스토킹'> 시리즈를 준비하면서 여러 경로를 통해 스토킹 피해자들에게 연락했습니다. 스토킹으로 인한 공포나 대응의 어려움을 직접 듣기 위해섭니다.

하지만 스토킹 피해자들은 하나같이 인터뷰를 거절했습니다. 음성 변조와 모자이크를 통한 철저한 익명 보도를 약속했지만, 피해자들은 용기를 내지 못했습니다. 이유는 '보복'에 대한 두려움. 자신의 사연이 방송으로 나가면 스토커가 오히려 자극을 받아 더 적극적으로 스토킹에 나설 것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스토킹 보도가 나가는 것마저 두려워"

심지어 한 피해자는 인터뷰와 별개로 "보도 취지는 좋지만, 스토킹 보도가 나가는 것마저 두렵다"고 말했습니다. 스토킹 처벌이 약하다는 사실을 스토커가 알게 되면 오히려 더 과감하게 범행에 나설 것 같다는 겁니다.

어쩌면 자신을 감추고 문제를 숨기는 게 이들에게 가장 합리적인 행동일지도 모릅니다. 현행법상 스토킹은 경범죄로 분류돼 있어 경찰에 신고해봤자 제대로 된 도움을 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여성 살인의 전조(前兆)' … 현실은 범칙금 8만원

'스토킹을 방치하면 살인 등 강력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각종 범죄 관련 논문과 기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스토킹은 한국 사회에서 '살인의 전조'가 아니라 과태로 8만원짜리 '경범죄'일 뿐입니다. 스토킹이 강력범죄로 이어진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조차 없습니다. 스토킹에 이어진 살인은 단지 살인으로 기록될 뿐입니다.

KBS 이슈팀이 '2018년도 살인 관련(살인·살인미수·살인예비·살인교사) 1심 판결'을 분석한 결과, 피해자가 여성인 사건에서 무려 30%에서 스토킹 현상이 확인됐습니다. '스토킹'이 '여성 살인의 전조'라는 명제가 실제로 규명된 겁니다. 분석 대상으로 삼지 못했지만, 성폭력 등 또 다른 여성 대상 범죄의 상당수에도 범행 전에 스토킹이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스토킹' 지금이라도 처벌 강화해야

정부도 1년 전 처벌 강화를 약속했지만 법안 발의를 아직도 못하고 있습니다. "아직 완전히 조율이 안 됐다"는게 이유입니다. 20대 국회에 발의된 스토킹 관련 처벌법도 7건이나 되지만 단 한 건도 처리되지 못했습니다.

스토킹 피해자들은 여전히 의지할 곳 없이 홀로 공포 속에 있습니다. 그들의 평범하고 안전한 일상을 위해 정부와 국회가 움직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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