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안은 표만 의식한 검찰 해체”…현직 검사장이 국회의원에 이메일

입력 2019.05.27 (09:07) 수정 2019.05.27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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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검사장이 국회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두고 "세월호 사건 때 해경을 해체한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비판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국회의원 전원에게 발송했습니다.

송인택 울산지검장은 26일 밤 국회의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현재의 수사권 조정안은) 표만 의식해 경찰의 주장에 편승한 검찰 해체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면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송 지검장은 "검찰이 국민의 비판을 받게 된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분석은 시도조차 하지 않은 채 공안·특수 분야에 대한 개혁 방안 없이, 마치 검사의 직접수사와 검사제도 자체가 문제였던 것처럼 개혁의 방향이 변질돼 버렸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폐지하고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수사권을 어떻게 (경찰에) 떼어줄 것인가로 개혁논의가 옮겨간 것은 개혁의 대상과 방향을 잃어버린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송 지검장은 또 "검찰이 욕을 먹는 정치적 사건이나 하명사건 수사에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 진짜 이유는 무엇인지 솔직하게 말씀드린다"면서 "그런 사건에서 대검은 수사 상황을 법무부에 보고하고, 법무부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보고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민정수석은 권력의 핵심이고 법무부장관은 기본적으로 정권에 의해 발탁되며 언제든지 해임될 수 있는, 정권에 충성해야만 자리를 보전하는 자리"라며 "법무부장관에게 수사 진행과정과 처리 예정사항을 왜 일일이 사전보고 해야 하느냐"고 비판했습니다.

송 지검장은 "우리나라 정치권력은 사법의 영역에서조차 국민의 기대와 달리 내 편인가 아닌가를 구분하고, 내 편에 불리한 수사나 재판을 하면 적으로 간주하고 인사에 불이익을 주는 것을 당연시한다"면서 "정치권력도 스스로 반성하고 국민에게 양심고백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송 지검장은 7월로 예정된 검찰총장 교체와 관련해서도 "검찰총장 후보들이 거론될 시점이 되면 누구누구는 충성 맹세를 했다는 소문이 돌곤 한다"면서 "총장의 임면이 현재와 같은 시스템이라면 태생적으로 검찰 내부의 신망과 국민으로부터 존경받는 분이어서라기보다는, 좋게 말하면 '코드'에 맞는 분, 최소한 정권에 빚을 진 사람이 검찰총장이 되게 되어 있다"고 밝혔습니다.

송 지검장은 검찰총장 임면 절차 개선과 총장 지휘권 제한, 현행 보고시스템 개편, 상설특검 회부 제도화, 권력기관 검사 파견 금지, 대통령의 검사 인사권 포기, 영장재판제도 개선 등을 검찰 개혁방안으로 국회의원들에게 건의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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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27 09:07:09
    • 수정2019-05-27 09:20:07
    사회
현직 검사장이 국회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두고 "세월호 사건 때 해경을 해체한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비판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국회의원 전원에게 발송했습니다.

송인택 울산지검장은 26일 밤 국회의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현재의 수사권 조정안은) 표만 의식해 경찰의 주장에 편승한 검찰 해체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면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송 지검장은 "검찰이 국민의 비판을 받게 된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분석은 시도조차 하지 않은 채 공안·특수 분야에 대한 개혁 방안 없이, 마치 검사의 직접수사와 검사제도 자체가 문제였던 것처럼 개혁의 방향이 변질돼 버렸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폐지하고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수사권을 어떻게 (경찰에) 떼어줄 것인가로 개혁논의가 옮겨간 것은 개혁의 대상과 방향을 잃어버린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송 지검장은 또 "검찰이 욕을 먹는 정치적 사건이나 하명사건 수사에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 진짜 이유는 무엇인지 솔직하게 말씀드린다"면서 "그런 사건에서 대검은 수사 상황을 법무부에 보고하고, 법무부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보고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민정수석은 권력의 핵심이고 법무부장관은 기본적으로 정권에 의해 발탁되며 언제든지 해임될 수 있는, 정권에 충성해야만 자리를 보전하는 자리"라며 "법무부장관에게 수사 진행과정과 처리 예정사항을 왜 일일이 사전보고 해야 하느냐"고 비판했습니다.

송 지검장은 "우리나라 정치권력은 사법의 영역에서조차 국민의 기대와 달리 내 편인가 아닌가를 구분하고, 내 편에 불리한 수사나 재판을 하면 적으로 간주하고 인사에 불이익을 주는 것을 당연시한다"면서 "정치권력도 스스로 반성하고 국민에게 양심고백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송 지검장은 7월로 예정된 검찰총장 교체와 관련해서도 "검찰총장 후보들이 거론될 시점이 되면 누구누구는 충성 맹세를 했다는 소문이 돌곤 한다"면서 "총장의 임면이 현재와 같은 시스템이라면 태생적으로 검찰 내부의 신망과 국민으로부터 존경받는 분이어서라기보다는, 좋게 말하면 '코드'에 맞는 분, 최소한 정권에 빚을 진 사람이 검찰총장이 되게 되어 있다"고 밝혔습니다.

송 지검장은 검찰총장 임면 절차 개선과 총장 지휘권 제한, 현행 보고시스템 개편, 상설특검 회부 제도화, 권력기관 검사 파견 금지, 대통령의 검사 인사권 포기, 영장재판제도 개선 등을 검찰 개혁방안으로 국회의원들에게 건의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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