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IN] 주문한 대로 나오면 실망?…‘수상한 식당’

입력 2019.05.27 (10:48) 수정 2019.05.28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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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본에 주문을 잘못 알아듣는 식당이 있다고 합니다.

주문한 음식이 제대로 나오면 되레 실망한다고 하는데요.

뭐 이런 식당이 다 있느냐고요?

그만한 사연이 있다고 합니다.

지구촌 인에서 들어 보시죠.

[리포트]

주방에선 보글보글 맛있는 요리가 완성돼 가고, 홀에선 오픈 준비가 한창입니다.

소문난 맛집인지 식당 밖엔 기다리는 손님들도 많은데요.

사실 이곳은 좀 '이상한 식당'입니다.

[종업원 : "(아이스 커피 하나요.) 죄송합니다. 고맙습니다."]

백발의 노인들이 주문을 받고, 사과하는 곳.

[종업원 : "주문이 잘못 나왔네요. (잘못 나와도 괜찮아요.)"]

[종업원 : "이 메뉴는 작은 새우가 들어간게 맞나?"]

[종업원 : "햄버거 주문하신 분 누구죠? (저예요.) 정말이에요?"]

주문과 다른 엉뚱한 음식을 가져와도 메뉴를 잘 몰라도 불평하는 손님이 한 명도 없습니다.

이곳은 일본 도쿄에 문을 연 일명, '주문을 잘못 알아듣는 식당'입니다.

치매 환자와 지역사회의 공생을 위해 만들어진 곳인데요.

이곳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은 모두 치매 노인들입니다.

[오구니 시로/'주문을 잘 못 알아듣는 식당' 창업주 : "치매 판정을 받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오해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렇지 않아요. 치매 환자들과 함께 평범한 삶이 가능한 관용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어요."]

이제는 치매 환자뿐 아니라 이 식당을 찾는 손님들까지 치유하는 기적을 일으키고 있는데요.

올해 아흔 살이 된 이 종업원은 손님으로부터 특별한 부탁을 받았습니다.

[손님 : "저희 엄마가 '나는 이제 안된다'고 절망하고 있어요. 같이 사진 찍어 주실 수 있을까요? 엄마에게 이렇게 활력 있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종업원 : "제가 더 감사하고 기쁘네요."]

가슴 찡한 사연을 가진 부부도 있습니다.

첼로를 사랑한 남자와 피아노를 사랑한 여자가 사랑에 빠져 평생을 함께 연주하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4년 전, 치매 판정을 받은 후로 아내의 피아노 소리를 더는 들을 수 없게 됐는데요.

[치매 아내의 남편 : "아내가 처음엔 난 이제 살 의미도 없다고 했었는데, (식당을 통해) 용기를 얻고 다시 피아노 연습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일본의 65세 이상 치매 환자는 약 5백만 명으로 7명당 1명꼴입니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2025년엔 7백만 명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이에, 일본 정부가 두 팔 걷고 나섰습니다.

현재 70대 초반 치매 환자 비율 3.6%, 70대 후반 10.4%를, 2025년까지 각각 3.4%와 9.8%로 낮추겠다는 것인데요.

대책은 앞서 본 '주문 잘못 알아듣는 식당'처럼 예방 조치강화와 지역사회 공생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고령자의 외출'을 늘려 사회적 교류를 만들고, 운동부족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인데요.

후쿠오카 시에서도 치매 예방 대책의 하나로 고령자 그룹 모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동년배들과 교류하며 뇌와 신체 운동을 하는 것인데요.

오늘은 채소 이름 많이 쓰기 게임을 하는 날입니다.

머리를 맞대고 한단어 한단어 생각해 내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꼭 어린아이 같은데요.

[고령자 그룹 모임 참가자 : "정말 재밌어요. 여기오면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이곳은 치매 환자의 일자리 알선을 돕는 곳입니다.

오늘 내가 어떤 일을 할지를 치매 환자 스스로 결정합니다.

이날의 선택은 세차였습니다.

이곳 자동차 판매점은 5년 전부터 일하고 싶은 치매 환자들을 위해 기꺼이 협력하고 있는데요.

고령의 치매 환자 증가는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삶의 기억이 점점 지워져 가는 안타까운 과정을 이겨내는데 사랑하는 사람은 물론 이 사회도 작은 힘이 되어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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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IN] 주문한 대로 나오면 실망?…‘수상한 식당’
    • 입력 2019-05-27 10:54:49
    • 수정2019-05-28 11:06:47
    지구촌뉴스
[앵커]

일본에 주문을 잘못 알아듣는 식당이 있다고 합니다.

주문한 음식이 제대로 나오면 되레 실망한다고 하는데요.

뭐 이런 식당이 다 있느냐고요?

그만한 사연이 있다고 합니다.

지구촌 인에서 들어 보시죠.

[리포트]

주방에선 보글보글 맛있는 요리가 완성돼 가고, 홀에선 오픈 준비가 한창입니다.

소문난 맛집인지 식당 밖엔 기다리는 손님들도 많은데요.

사실 이곳은 좀 '이상한 식당'입니다.

[종업원 : "(아이스 커피 하나요.) 죄송합니다. 고맙습니다."]

백발의 노인들이 주문을 받고, 사과하는 곳.

[종업원 : "주문이 잘못 나왔네요. (잘못 나와도 괜찮아요.)"]

[종업원 : "이 메뉴는 작은 새우가 들어간게 맞나?"]

[종업원 : "햄버거 주문하신 분 누구죠? (저예요.) 정말이에요?"]

주문과 다른 엉뚱한 음식을 가져와도 메뉴를 잘 몰라도 불평하는 손님이 한 명도 없습니다.

이곳은 일본 도쿄에 문을 연 일명, '주문을 잘못 알아듣는 식당'입니다.

치매 환자와 지역사회의 공생을 위해 만들어진 곳인데요.

이곳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은 모두 치매 노인들입니다.

[오구니 시로/'주문을 잘 못 알아듣는 식당' 창업주 : "치매 판정을 받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오해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렇지 않아요. 치매 환자들과 함께 평범한 삶이 가능한 관용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어요."]

이제는 치매 환자뿐 아니라 이 식당을 찾는 손님들까지 치유하는 기적을 일으키고 있는데요.

올해 아흔 살이 된 이 종업원은 손님으로부터 특별한 부탁을 받았습니다.

[손님 : "저희 엄마가 '나는 이제 안된다'고 절망하고 있어요. 같이 사진 찍어 주실 수 있을까요? 엄마에게 이렇게 활력 있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종업원 : "제가 더 감사하고 기쁘네요."]

가슴 찡한 사연을 가진 부부도 있습니다.

첼로를 사랑한 남자와 피아노를 사랑한 여자가 사랑에 빠져 평생을 함께 연주하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4년 전, 치매 판정을 받은 후로 아내의 피아노 소리를 더는 들을 수 없게 됐는데요.

[치매 아내의 남편 : "아내가 처음엔 난 이제 살 의미도 없다고 했었는데, (식당을 통해) 용기를 얻고 다시 피아노 연습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일본의 65세 이상 치매 환자는 약 5백만 명으로 7명당 1명꼴입니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2025년엔 7백만 명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이에, 일본 정부가 두 팔 걷고 나섰습니다.

현재 70대 초반 치매 환자 비율 3.6%, 70대 후반 10.4%를, 2025년까지 각각 3.4%와 9.8%로 낮추겠다는 것인데요.

대책은 앞서 본 '주문 잘못 알아듣는 식당'처럼 예방 조치강화와 지역사회 공생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고령자의 외출'을 늘려 사회적 교류를 만들고, 운동부족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인데요.

후쿠오카 시에서도 치매 예방 대책의 하나로 고령자 그룹 모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동년배들과 교류하며 뇌와 신체 운동을 하는 것인데요.

오늘은 채소 이름 많이 쓰기 게임을 하는 날입니다.

머리를 맞대고 한단어 한단어 생각해 내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꼭 어린아이 같은데요.

[고령자 그룹 모임 참가자 : "정말 재밌어요. 여기오면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이곳은 치매 환자의 일자리 알선을 돕는 곳입니다.

오늘 내가 어떤 일을 할지를 치매 환자 스스로 결정합니다.

이날의 선택은 세차였습니다.

이곳 자동차 판매점은 5년 전부터 일하고 싶은 치매 환자들을 위해 기꺼이 협력하고 있는데요.

고령의 치매 환자 증가는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삶의 기억이 점점 지워져 가는 안타까운 과정을 이겨내는데 사랑하는 사람은 물론 이 사회도 작은 힘이 되어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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