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살인의 전조 ‘스토킹’…멈출 해법은?

입력 2019.05.27 (12:18) 수정 2019.05.27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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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성 대상 살인이나 살인미수 사건의 30%에는 일종의 전조현상처럼 스토킹이 있었다.

KBS가 최근 기획 취재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혀내고 스토킹 범죄의 심각성을 고발하는 연속 보도를 했는데요.

그동안 직접 취재를 해온 이화진 기자와 함께 보다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이 기자! 스토킹 범죄가 어제 오늘 일은 아닌데, 취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뭐였죠?

[기자]

네, 최근에 진주에서 안인득 방화살인 사건이 있었는데 주로 조현병환자의 만행에 초점이 맞춰졌었죠.

그런데 CCTV가 공개되면서 이 사건이 우발적인 묻지마 범죄가 아니라는 지적이 있었는데요.

실제로 안인득에 희생된 여고생 최 양의 유가족을 만나본 결과 범행 전 1년 가까이 지속한 스토킹이 있었던 것을 확인했습니다.

범행 한 달 전 촬영된 CCTV 영상을 피해자 가족들이 보는 모습도 제공받아 보도었했는데요.

영상 다시 한번 보시겠습니다.

[큰어머니: "바로 따라온다 저것 봐라."]

[형부 : "바로 따라오네."]

[큰어머니 : "그렇네. 그 아저씨. 그렇네, 봐라."]

[형부 : "맞네."]

[큰어머니 : "세상에..."]

[최 양 : "나... 아, 나 진짜 아슬아슬할 뻔했다."]

[큰어머니 : "이거 경찰서에 갖다주고 와라, 파출소에. 하마터면 애가 잡힐 뻔했네. 아이고 세상에..."]

[최 양 : "이렇게 치면 내가 운이 좋았다."]

[앵커]

이처럼 여성 살인 전에는 일종의 전조처럼 스토킹이 있다라는 보도를 했는데, 특이하게 판결문을 분석했어요?

[기자]

막상 스토킹 취재를 시작하려고 보니 살인과 스토킹 간의 관련성에 대한 별다른 통계조차 없었습니다.

그래서 범죄화된 사건의 구체적 행태가 기록된 판결문을 분석해보기로 했습니다.

지난해 1심 선고가 난 살인이나 살인미수 사건 3백 80여 건을 받아서 모두 읽어봤는데요.

저희도 놀랐을 정도로 여성을 상대로 한 살인이나 살인미수 사건의 30%가량에서 살인이 일어나기 전 스토킹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앵커]

취재 과정에서 스토킹 피해자들을 많이 만나보셨을 텐데, 경찰 신고를 통해 이를 막을 수는 없었던가요?

[기자]

스토킹 피해자들이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것이 스토킹을 중단시킬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겁니다.

처벌이 약할 뿐만 아니라 경찰에 신고해도 제대로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앞서 보신 안인득에게 살해당한 여고생 최 양의 경우도 CCTV를 그대로 경찰에 제출했고 수 차례 신고도 했었는데요.

최 양 유가족의 말을 들어보시죠.

[숨진 진주 여고생 최 양 사촌오빠 : "직접적으로 아직까지 상해를 입힌 것도 아니고, 기물 파손도 없고, 때문에 법적으로 저희가 해줄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라고 말을 듣고 저희는 나왔분니다. 그리고 더이상 경찰에 신고 안했어요."]

[앵커]

스토킹에 대해 경찰이 이처럼 소극적인 건 그만큼 관련 법이나 제도가 미비하기 때문인 거죠??

[기자]

네, 우리나라는 스토킹을 처벌할 수 있는 별도의 법령이 없습니다.

그래서 폭행이나 주거 침입과 같이 눈에 띄는 피해가 없는 스토킹은 대부분 경범죄로 처리돼 범칙금 8만 원을 부과할 수 있을 뿐인데요.

전문가들은 스토킹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 "첫 번째 집에까지 쫓아왔을 때 신고를 해서 경찰이 스토킹으로 입건을 하고, 두 번째 쫒아왔을 때도 입건을 하고, 세 번째 쫓아왔을 때쯤에는 상습 스토킹으로 구속을 시킬 수 있는 법률이 있었다면 지금 진주에서 5명의 목숨이 손실이 나지 않았을 수 있었겠죠."]

[앵커]

해외의 경우도 이렇게 스토킹을 약하게 처벌하고 있나요?

[기자]

그렇지 않습니다.

스토킹 범죄를 범죄라고 규정하고, 강력한 처벌을 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나라가 미국과 일본입니다.

미국의 경우 지난 1990년부터 캘리포니아에서 가해자에게 최대 징역 5년을 선고하는 스토킹 처벌법을 제정한 이후로 지금은 50개 모든 주에 스토킹 처벌법이 있습니다.

일본도 2000년도부터 스토킹 규제법을 만들어 징역형으로 처벌하고 있고, 특히 물리적 폭력 없이도 단순 '따라다니기' 행위와 이메일, SNS를 보내는 행위까지 스토킹의 범주로 보고 처벌하고 있습니다.

[앵커]

우리나라도 해외처럼 법제화가 시급해 보이는데 정부와 국회는 뭐 하고 있는 건가요?

[기자]

이미 정부는 스토킹 범죄에 대해 최대 징역 3년, 벌금 3천만 원에 처하는 스토킹법을 제정하겠다고 지난해 5월 입법 예고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스토킹에 대한 정의와 범주를 놓고 부처 간 이견으로 인해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발의조차 못 하고 있습니다.

국회에서도 20대 들어 의원입법으로 이미 스토킹 처벌 법률안이 7건이 올라와 있지만 국회의원들의 무관심 속에 통과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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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 살인의 전조 ‘스토킹’…멈출 해법은?
    • 입력 2019-05-27 12:26:35
    • 수정2019-05-27 13: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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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성 대상 살인이나 살인미수 사건의 30%에는 일종의 전조현상처럼 스토킹이 있었다.

KBS가 최근 기획 취재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혀내고 스토킹 범죄의 심각성을 고발하는 연속 보도를 했는데요.

그동안 직접 취재를 해온 이화진 기자와 함께 보다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이 기자! 스토킹 범죄가 어제 오늘 일은 아닌데, 취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뭐였죠?

[기자]

네, 최근에 진주에서 안인득 방화살인 사건이 있었는데 주로 조현병환자의 만행에 초점이 맞춰졌었죠.

그런데 CCTV가 공개되면서 이 사건이 우발적인 묻지마 범죄가 아니라는 지적이 있었는데요.

실제로 안인득에 희생된 여고생 최 양의 유가족을 만나본 결과 범행 전 1년 가까이 지속한 스토킹이 있었던 것을 확인했습니다.

범행 한 달 전 촬영된 CCTV 영상을 피해자 가족들이 보는 모습도 제공받아 보도었했는데요.

영상 다시 한번 보시겠습니다.

[큰어머니: "바로 따라온다 저것 봐라."]

[형부 : "바로 따라오네."]

[큰어머니 : "그렇네. 그 아저씨. 그렇네, 봐라."]

[형부 : "맞네."]

[큰어머니 : "세상에..."]

[최 양 : "나... 아, 나 진짜 아슬아슬할 뻔했다."]

[큰어머니 : "이거 경찰서에 갖다주고 와라, 파출소에. 하마터면 애가 잡힐 뻔했네. 아이고 세상에..."]

[최 양 : "이렇게 치면 내가 운이 좋았다."]

[앵커]

이처럼 여성 살인 전에는 일종의 전조처럼 스토킹이 있다라는 보도를 했는데, 특이하게 판결문을 분석했어요?

[기자]

막상 스토킹 취재를 시작하려고 보니 살인과 스토킹 간의 관련성에 대한 별다른 통계조차 없었습니다.

그래서 범죄화된 사건의 구체적 행태가 기록된 판결문을 분석해보기로 했습니다.

지난해 1심 선고가 난 살인이나 살인미수 사건 3백 80여 건을 받아서 모두 읽어봤는데요.

저희도 놀랐을 정도로 여성을 상대로 한 살인이나 살인미수 사건의 30%가량에서 살인이 일어나기 전 스토킹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앵커]

취재 과정에서 스토킹 피해자들을 많이 만나보셨을 텐데, 경찰 신고를 통해 이를 막을 수는 없었던가요?

[기자]

스토킹 피해자들이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것이 스토킹을 중단시킬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겁니다.

처벌이 약할 뿐만 아니라 경찰에 신고해도 제대로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앞서 보신 안인득에게 살해당한 여고생 최 양의 경우도 CCTV를 그대로 경찰에 제출했고 수 차례 신고도 했었는데요.

최 양 유가족의 말을 들어보시죠.

[숨진 진주 여고생 최 양 사촌오빠 : "직접적으로 아직까지 상해를 입힌 것도 아니고, 기물 파손도 없고, 때문에 법적으로 저희가 해줄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라고 말을 듣고 저희는 나왔분니다. 그리고 더이상 경찰에 신고 안했어요."]

[앵커]

스토킹에 대해 경찰이 이처럼 소극적인 건 그만큼 관련 법이나 제도가 미비하기 때문인 거죠??

[기자]

네, 우리나라는 스토킹을 처벌할 수 있는 별도의 법령이 없습니다.

그래서 폭행이나 주거 침입과 같이 눈에 띄는 피해가 없는 스토킹은 대부분 경범죄로 처리돼 범칙금 8만 원을 부과할 수 있을 뿐인데요.

전문가들은 스토킹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 "첫 번째 집에까지 쫓아왔을 때 신고를 해서 경찰이 스토킹으로 입건을 하고, 두 번째 쫒아왔을 때도 입건을 하고, 세 번째 쫓아왔을 때쯤에는 상습 스토킹으로 구속을 시킬 수 있는 법률이 있었다면 지금 진주에서 5명의 목숨이 손실이 나지 않았을 수 있었겠죠."]

[앵커]

해외의 경우도 이렇게 스토킹을 약하게 처벌하고 있나요?

[기자]

그렇지 않습니다.

스토킹 범죄를 범죄라고 규정하고, 강력한 처벌을 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나라가 미국과 일본입니다.

미국의 경우 지난 1990년부터 캘리포니아에서 가해자에게 최대 징역 5년을 선고하는 스토킹 처벌법을 제정한 이후로 지금은 50개 모든 주에 스토킹 처벌법이 있습니다.

일본도 2000년도부터 스토킹 규제법을 만들어 징역형으로 처벌하고 있고, 특히 물리적 폭력 없이도 단순 '따라다니기' 행위와 이메일, SNS를 보내는 행위까지 스토킹의 범주로 보고 처벌하고 있습니다.

[앵커]

우리나라도 해외처럼 법제화가 시급해 보이는데 정부와 국회는 뭐 하고 있는 건가요?

[기자]

이미 정부는 스토킹 범죄에 대해 최대 징역 3년, 벌금 3천만 원에 처하는 스토킹법을 제정하겠다고 지난해 5월 입법 예고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스토킹에 대한 정의와 범주를 놓고 부처 간 이견으로 인해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발의조차 못 하고 있습니다.

국회에서도 20대 들어 의원입법으로 이미 스토킹 처벌 법률안이 7건이 올라와 있지만 국회의원들의 무관심 속에 통과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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