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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 강한 ‘실세 총리’ 2년, 대선가도 나서나?
입력 2019.05.31 (07:00) 수정 2019.05.31 (08:48) 취재K
디테일 강한 ‘실세 총리’ 2년, 대선가도 나서나?
여권 대선주자 지지율 1위로 취임 2주년을 맞는 이낙연 총리, 그러나 시작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인사 청문회부터 험난했습니다. 위장전입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이태규 당시 국민의당 의원 : 강남구 논현동에서 실제 거주한 것이 맞습니까?
이낙연 총리 후보자 : 실제 거주하지 않았습니다.
이태규 당시 국민의당 의원 : 그럼 위장 전입이신 거죠?
이낙연 총리 후보자 : 그렇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위장전입을 5대 인사배제 사유로 공언했던 상황, 급기야 청와대는 출범 16일 만에 대국민 사과를 해야 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직접 "양해를 구한다"고도 했습니다. 이후 청문보고서 채택은 무산됐고, 자유한국당이 퇴장한 가운데 임명동의안은 2017년 5월 31일 가까스로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그랬던 이 총리가 지금은 '꼼꼼 총리' '사이다 총리'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대통령에 가려 존재감이 희미했던 과거 총리들과는 사뭇 다릅니다. 그 비결은 뭐고, 또 한계는 뭔지 지난 2년을 되짚어가며 분석해봅니다.


■ 이 총리는 실세? "대통령 주례회동, 신뢰의 바로미터"

이 총리와 취임하고 가장 먼저 바뀐 건, 대통령 '주례회동'이 생겼다는 겁니다. 이 총리는 매주 월요일 오전 문 대통령을 만나러 청와대로 갑니다.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이라는 옛말처럼 내각을 총괄하는 총리에게도 보고해야 할 사람, 대통령이 있는 것이죠.

이 총리는 보고 내용을 문서로 정리해 가는데, 아프리카돼지열병부터 조류 독감, 미세먼지까지 국정 전반이 보고에 포함됩니다. 회동은 보통 한 두 시간 이어지고, 끝나면 오찬을 함께 합니다.

총리로서는 일종의 '숙제 검사를 받는 자리'인데, 사실 이 총리의 힘은 바로 이 주례회동에서 나온다는 평가입니다. 대통령과 정기적으로 따로 만나는 것 자체가 총리의 위상을 보여준다는 것이죠.

총리실 관계자는 "전임 대통령 때는 총리 회동이 한 달에 한 번 있을까 말까였고 그나마 정기적이지도 않았다"며 "주례회동은 신뢰의 바로미터"라고 했습니다. 이 총리는 지난 2년동안 모두 60차례 주례회동을 했다고 합니다.

이 총리는 문 대통령과 친구처럼 소통한다는 게 총리 주변 사람들의 말입니다. 나이는 이 총리가 한 살 더 많지만 말입니다. 이 총리는 문 대통령과 비공식 만찬도 이따금 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번개'로 막걸리를 마신 일화도 있습니다. 문 대통령이 임종석 전 비서실장을 통해 공관에 있던 이 총리를 불러 함께 막걸리를 마신 것이죠. 스스럼없는 비공식적인 만남도 신임의 근거가 됩니다.


■ 내각 '군기 반장'…기자 출신 특유 '현장·디테일' 강조

대통령의 확고한 신임을 받는다는 점에서 이 총리가 '실세'라는 말에 토를 다는 사람은 찾기가 어렵습니다. 특히 2년의 임기 동안 존재감을 부쩍 키웠다는 평가입니다. 그러나 '실세 총리'가 곧 '책임 총리'인지는 따져볼 문제입니다. 역대 정부가 이른바 '책임 총리'를 내세웠지만 그동안 단순 구호에 그쳤기 때문입니다.

책임 총리를 구현하고 공직 사회를 장악하는 데 중요한 건 인사권입니다. 헌법상 총리에겐 국무위원 임명제청권은 물론 해임건의권까지 부여돼 있지만 사문화 됐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그런 점에서 지난해 11월 이뤄진 첫 번째 개각은 이 총리의 위상이 확인된 일종의 '사건'이었습니다.

당시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인사 배경에 "이 총리의 강력한 천거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노형욱 국무조정실장도 이 총리가 추천했다고 했습니다. 청와대가 이 총리의 임명제청권 행사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힌 겁니다.

이 총리도 "제청 대상 인사 중에 저와 협의 없이 결정된 건 단 한 건도 없다"고 여러차례 강조해왔습니다. 이 총리는 최근 한 토론회에서 인사 협의에 대해 "제가 제안한 경우도 있었고 더 많은 경우는 청와대 인사팀과 검증팀이 복수 후보를 놓고 저와 상의한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국무위원의 해임 건의에 대해서도 "시간이 지난 이야기인데 대통령께 말씀드린 적도 있었다"며 "문제가 크고 (해당 국무위원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런 식으로 말씀드린 적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 총리는 내각의 '군기 반장' 역할도 자처하고 있습니다. 송곳 질문에 장관들이 쩔쩔 맨다는 말이 자자합니다. 매주 목요일 총리가 주재하는 '현안점검조정회의'에섭니다. 이 총리는 하루이틀 전 차관으로부터 사전 보고를 받는다고 합니다. 내용이 시원치 않으면 아예 다시 보고하도록 사전에 지시하는 겁니다. 이런 현안조정회의가 2년동안 80차례 가까이 열렸다고 합니다.

지난해 4월 환경부가 주무부처였던 '폐비닐 대란'이 대표적입니다. 당초 환경부는 회의 때 대응 방안을 안건으로 상정하고, 장관이 언론에 브리핑도 할 예정이었지만 갑자기 취소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사전 보고를 받은 이 총리가 대책이 현장과 동떨어져 있다며, 안건에서 제외하라고 지시한 겁니다.

이 총리의 내각 장악력은 '디테일'에서 나온다는 평가입니다. 이 총리의 바지 오른쪽 뒷주머니에 꽂혀 있는 기자수첩엔 '깨알 메모'가 가득합니다. 총리실 관계자는 "신문을 보거나 누구한테 얘기 듣거나 다 메모해서 펴놓고 간부회의 때 얘기한다"고 말합니다.

국무회의가 열리는 날엔 새벽 6시에 출근합니다. 한 장관은 "다른 부처일은 잘 모르니까 그 부처 장관님이 준비한 자료를 읽으셨을때 잘 이해가 안 가는데, 나중에 총리가 두세 줄로 요약을 해주면 그때서야 이해가 된다"고 했습니다. 취재수첩을 들고 현장에서 발로 뛴 기자 출신으로서 현장과 디테일을 강조하는 성향이 반영된 겁니다.

이 총리는 전통적으로 내치만 담당했던 총리 역할에서 벗어나 해외 순방과 정상 외교에도 적극적이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총리가 정상회담의 한 축을 담당해달라"며, 이 총리에게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를 빌려주기도 했습니다.

총리실 관계자는 "순방 때 포르투갈을 경유했을 뿐인데 그 나라 총리가 공항에서 회담을 하자고 했다"는 사실을 자랑삼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 다른 목소리 내기 힘든데…'책임 총리' 역할에 한계

그럼에도 내각제가 아닌 대통령 중심제에서 총리의 역할엔 근본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선 총리가 대통령과 다른 목소리를 내기도 힘듭니다. 이 총리 스스로도 한계를 인정합니다.

지난 3월 대정부 질문에서 이 총리는 '정책 기조를 계획하고 집행하는 곳이 내각인데 그 역할을 청와대가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의 질문에 "청와대가 정책 기획은 상당 부분 할 수밖에 없고, 정부 나름의 국가 목표 설정 그것을 위한 전략과 기획, 이것은 당연히 청와대가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하느냐는 질의에도 "더러는 있다"면서 "그것이 노출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고 대통령님에 비해서는 제가 조금 더 현장을 중요시하는 편이라 말씀드리겠다" 정도로 답했습니다.

이날 이 의원은 "관료들 사이에는 외교안보는 청와대 안보실이, 경제사회는 청와대 정책실이 주도하고 있다는 불만이 퍼져있다"고도 지적했습니다.

이 총리가 국정운영능력이나 공과를 제대로 평가 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내각을 상대로 한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야당의 공격 포인트는 주로 청와대이기 때문입니다. 총리를 앞에 세워 놓고 화살은 청와대로 쏘는 셈입니다.


3월 대정부 질문만 해도 문 대통령의 3.1절 연설과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의 폭로, 청와대 참모진 관련 논란 등이 주요 소재였습니다. 청와대를 비판하고 나서 총리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 식이었습니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고장 난 레코드 같은 답변을 그만하라"고 쏘아 붙이자 이 총리는 "고장 난 레코드를 여기 세운 이유는 무엇이냐"고 응수하며 '사이다 총리' 별명을 얻기도 했습니다.

■ '험지' 출마? 선대위원장? 연내 당 복귀 가능성도

["정부·여당의 일원으로서 합당한 일을 할 것"(5월 8일 순방 동행기자단 간담회)
"심부름을 시키면 따라야 할 것"(5월 15일 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


총리로서 존재감을 키웠지만 정작 이 총리가 요즘 받는 질문은 주로 '선거'에 대한 겁니다. 내년 총선 승리가 중요하다고 보는 여당으로서는 이 총리를 빼고 총선 전략을 논하기 힘들다는 분위깁니다. 총리실에서도 이 총리의 '총선 기여'에 더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관심은 총리직을 언제 그만 두고, 향후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에 쏠립니다. 시기는 올해 하반기 국정감사가 시작되기 전이나, 적어도 연내가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 총리가 국정감사 이후까지 총리직을 수행한 뒤 비례대표를 받는 방안도 있지만 청와대에서는 문 대통령이 KBS 특별 대담에서 밝혔듯이, 출마 의사가 있다면 최대한 빨리 나가달라는 입장"이라고 했습니다.

올 하반기 개각 때는 신임 총리가 임명제청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현재 내각에 있는 현역 의원들이 출마를 선언하기 전에 새 총리가 와야 한다는 겁니다. 인사청문회에 걸리는 시간도 고려하면 6월 말이나 7월 초엔 새 총리 인선이 시작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총리의 역할에 대해선 정치권 안팎에서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됩니다. 상징적인 의미가 큰 험지에 직접 출마할 수도 있고,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전국을 돌며 지원 유세를 할 수도 있습니다.

이 총리가 전남도지사를 했던 만큼 호남에서는 제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총선 때 평화당을 꺾고 호남 평정 정도는 해야 차기 대권 주자 입지 다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총리는 당청과 최종 논의를 거쳐 향후 행보를 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이 총리가 10월 말 이후까지 재임하면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최장수 총리 기록을 세우게 됩니다.

■ 대선(大選) 나갈까?

서두에 언급했지만 이낙연 총리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의 대선주자 1위로 꼽히고 있습니다. 그래서 차기 대통령 선거의 출마 여부가 세간의 관심입니다. 이에 대해 이 총리는 가타부타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으로선 총리 업무에 충실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정치를 왜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이 총리의 최근 답변이 많은 여운을 남기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국민의 삶의 개선과 사회의 진화를 이끌거나 돕거나 하는 게 정치의 기본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그 일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리고 이것만은 남기고 싶습니다. 저 개인으로서는 '안전대한민국'이 진일보했다, 그 과정에서 이낙연이 일조했다, 그런 평가라도 남았으면 좋겠습니다.(5월 15일 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

총리실은 취임2주년을 맞아 이 총리의 2년 주요행보에 대해 A4 57쪽짜리 '보도참고자료'와 각종 회의에서 남긴 총리의 메시지에 대한 136쪽짜리 '보도참고자료'를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했습니다. 총리실의 '보도참고자료'는 물론 과거의 기록이지만, 미래를 전망할 수 있는 현재의 지표이기도 할 겁니다. 200쪽 가까운 분량 만큼이나, 하고 싶은 말이 많다는 뜻이니까요.
  • 디테일 강한 ‘실세 총리’ 2년, 대선가도 나서나?
    • 입력 2019.05.31 (07:00)
    • 수정 2019.05.31 (08:48)
    취재K
디테일 강한 ‘실세 총리’ 2년, 대선가도 나서나?
여권 대선주자 지지율 1위로 취임 2주년을 맞는 이낙연 총리, 그러나 시작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인사 청문회부터 험난했습니다. 위장전입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이태규 당시 국민의당 의원 : 강남구 논현동에서 실제 거주한 것이 맞습니까?
이낙연 총리 후보자 : 실제 거주하지 않았습니다.
이태규 당시 국민의당 의원 : 그럼 위장 전입이신 거죠?
이낙연 총리 후보자 : 그렇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위장전입을 5대 인사배제 사유로 공언했던 상황, 급기야 청와대는 출범 16일 만에 대국민 사과를 해야 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직접 "양해를 구한다"고도 했습니다. 이후 청문보고서 채택은 무산됐고, 자유한국당이 퇴장한 가운데 임명동의안은 2017년 5월 31일 가까스로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그랬던 이 총리가 지금은 '꼼꼼 총리' '사이다 총리'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대통령에 가려 존재감이 희미했던 과거 총리들과는 사뭇 다릅니다. 그 비결은 뭐고, 또 한계는 뭔지 지난 2년을 되짚어가며 분석해봅니다.


■ 이 총리는 실세? "대통령 주례회동, 신뢰의 바로미터"

이 총리와 취임하고 가장 먼저 바뀐 건, 대통령 '주례회동'이 생겼다는 겁니다. 이 총리는 매주 월요일 오전 문 대통령을 만나러 청와대로 갑니다.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이라는 옛말처럼 내각을 총괄하는 총리에게도 보고해야 할 사람, 대통령이 있는 것이죠.

이 총리는 보고 내용을 문서로 정리해 가는데, 아프리카돼지열병부터 조류 독감, 미세먼지까지 국정 전반이 보고에 포함됩니다. 회동은 보통 한 두 시간 이어지고, 끝나면 오찬을 함께 합니다.

총리로서는 일종의 '숙제 검사를 받는 자리'인데, 사실 이 총리의 힘은 바로 이 주례회동에서 나온다는 평가입니다. 대통령과 정기적으로 따로 만나는 것 자체가 총리의 위상을 보여준다는 것이죠.

총리실 관계자는 "전임 대통령 때는 총리 회동이 한 달에 한 번 있을까 말까였고 그나마 정기적이지도 않았다"며 "주례회동은 신뢰의 바로미터"라고 했습니다. 이 총리는 지난 2년동안 모두 60차례 주례회동을 했다고 합니다.

이 총리는 문 대통령과 친구처럼 소통한다는 게 총리 주변 사람들의 말입니다. 나이는 이 총리가 한 살 더 많지만 말입니다. 이 총리는 문 대통령과 비공식 만찬도 이따금 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번개'로 막걸리를 마신 일화도 있습니다. 문 대통령이 임종석 전 비서실장을 통해 공관에 있던 이 총리를 불러 함께 막걸리를 마신 것이죠. 스스럼없는 비공식적인 만남도 신임의 근거가 됩니다.


■ 내각 '군기 반장'…기자 출신 특유 '현장·디테일' 강조

대통령의 확고한 신임을 받는다는 점에서 이 총리가 '실세'라는 말에 토를 다는 사람은 찾기가 어렵습니다. 특히 2년의 임기 동안 존재감을 부쩍 키웠다는 평가입니다. 그러나 '실세 총리'가 곧 '책임 총리'인지는 따져볼 문제입니다. 역대 정부가 이른바 '책임 총리'를 내세웠지만 그동안 단순 구호에 그쳤기 때문입니다.

책임 총리를 구현하고 공직 사회를 장악하는 데 중요한 건 인사권입니다. 헌법상 총리에겐 국무위원 임명제청권은 물론 해임건의권까지 부여돼 있지만 사문화 됐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그런 점에서 지난해 11월 이뤄진 첫 번째 개각은 이 총리의 위상이 확인된 일종의 '사건'이었습니다.

당시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인사 배경에 "이 총리의 강력한 천거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노형욱 국무조정실장도 이 총리가 추천했다고 했습니다. 청와대가 이 총리의 임명제청권 행사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힌 겁니다.

이 총리도 "제청 대상 인사 중에 저와 협의 없이 결정된 건 단 한 건도 없다"고 여러차례 강조해왔습니다. 이 총리는 최근 한 토론회에서 인사 협의에 대해 "제가 제안한 경우도 있었고 더 많은 경우는 청와대 인사팀과 검증팀이 복수 후보를 놓고 저와 상의한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국무위원의 해임 건의에 대해서도 "시간이 지난 이야기인데 대통령께 말씀드린 적도 있었다"며 "문제가 크고 (해당 국무위원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런 식으로 말씀드린 적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 총리는 내각의 '군기 반장' 역할도 자처하고 있습니다. 송곳 질문에 장관들이 쩔쩔 맨다는 말이 자자합니다. 매주 목요일 총리가 주재하는 '현안점검조정회의'에섭니다. 이 총리는 하루이틀 전 차관으로부터 사전 보고를 받는다고 합니다. 내용이 시원치 않으면 아예 다시 보고하도록 사전에 지시하는 겁니다. 이런 현안조정회의가 2년동안 80차례 가까이 열렸다고 합니다.

지난해 4월 환경부가 주무부처였던 '폐비닐 대란'이 대표적입니다. 당초 환경부는 회의 때 대응 방안을 안건으로 상정하고, 장관이 언론에 브리핑도 할 예정이었지만 갑자기 취소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사전 보고를 받은 이 총리가 대책이 현장과 동떨어져 있다며, 안건에서 제외하라고 지시한 겁니다.

이 총리의 내각 장악력은 '디테일'에서 나온다는 평가입니다. 이 총리의 바지 오른쪽 뒷주머니에 꽂혀 있는 기자수첩엔 '깨알 메모'가 가득합니다. 총리실 관계자는 "신문을 보거나 누구한테 얘기 듣거나 다 메모해서 펴놓고 간부회의 때 얘기한다"고 말합니다.

국무회의가 열리는 날엔 새벽 6시에 출근합니다. 한 장관은 "다른 부처일은 잘 모르니까 그 부처 장관님이 준비한 자료를 읽으셨을때 잘 이해가 안 가는데, 나중에 총리가 두세 줄로 요약을 해주면 그때서야 이해가 된다"고 했습니다. 취재수첩을 들고 현장에서 발로 뛴 기자 출신으로서 현장과 디테일을 강조하는 성향이 반영된 겁니다.

이 총리는 전통적으로 내치만 담당했던 총리 역할에서 벗어나 해외 순방과 정상 외교에도 적극적이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총리가 정상회담의 한 축을 담당해달라"며, 이 총리에게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를 빌려주기도 했습니다.

총리실 관계자는 "순방 때 포르투갈을 경유했을 뿐인데 그 나라 총리가 공항에서 회담을 하자고 했다"는 사실을 자랑삼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 다른 목소리 내기 힘든데…'책임 총리' 역할에 한계

그럼에도 내각제가 아닌 대통령 중심제에서 총리의 역할엔 근본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선 총리가 대통령과 다른 목소리를 내기도 힘듭니다. 이 총리 스스로도 한계를 인정합니다.

지난 3월 대정부 질문에서 이 총리는 '정책 기조를 계획하고 집행하는 곳이 내각인데 그 역할을 청와대가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의 질문에 "청와대가 정책 기획은 상당 부분 할 수밖에 없고, 정부 나름의 국가 목표 설정 그것을 위한 전략과 기획, 이것은 당연히 청와대가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하느냐는 질의에도 "더러는 있다"면서 "그것이 노출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고 대통령님에 비해서는 제가 조금 더 현장을 중요시하는 편이라 말씀드리겠다" 정도로 답했습니다.

이날 이 의원은 "관료들 사이에는 외교안보는 청와대 안보실이, 경제사회는 청와대 정책실이 주도하고 있다는 불만이 퍼져있다"고도 지적했습니다.

이 총리가 국정운영능력이나 공과를 제대로 평가 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내각을 상대로 한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야당의 공격 포인트는 주로 청와대이기 때문입니다. 총리를 앞에 세워 놓고 화살은 청와대로 쏘는 셈입니다.


3월 대정부 질문만 해도 문 대통령의 3.1절 연설과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의 폭로, 청와대 참모진 관련 논란 등이 주요 소재였습니다. 청와대를 비판하고 나서 총리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 식이었습니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고장 난 레코드 같은 답변을 그만하라"고 쏘아 붙이자 이 총리는 "고장 난 레코드를 여기 세운 이유는 무엇이냐"고 응수하며 '사이다 총리' 별명을 얻기도 했습니다.

■ '험지' 출마? 선대위원장? 연내 당 복귀 가능성도

["정부·여당의 일원으로서 합당한 일을 할 것"(5월 8일 순방 동행기자단 간담회)
"심부름을 시키면 따라야 할 것"(5월 15일 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


총리로서 존재감을 키웠지만 정작 이 총리가 요즘 받는 질문은 주로 '선거'에 대한 겁니다. 내년 총선 승리가 중요하다고 보는 여당으로서는 이 총리를 빼고 총선 전략을 논하기 힘들다는 분위깁니다. 총리실에서도 이 총리의 '총선 기여'에 더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관심은 총리직을 언제 그만 두고, 향후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에 쏠립니다. 시기는 올해 하반기 국정감사가 시작되기 전이나, 적어도 연내가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 총리가 국정감사 이후까지 총리직을 수행한 뒤 비례대표를 받는 방안도 있지만 청와대에서는 문 대통령이 KBS 특별 대담에서 밝혔듯이, 출마 의사가 있다면 최대한 빨리 나가달라는 입장"이라고 했습니다.

올 하반기 개각 때는 신임 총리가 임명제청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현재 내각에 있는 현역 의원들이 출마를 선언하기 전에 새 총리가 와야 한다는 겁니다. 인사청문회에 걸리는 시간도 고려하면 6월 말이나 7월 초엔 새 총리 인선이 시작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총리의 역할에 대해선 정치권 안팎에서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됩니다. 상징적인 의미가 큰 험지에 직접 출마할 수도 있고,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전국을 돌며 지원 유세를 할 수도 있습니다.

이 총리가 전남도지사를 했던 만큼 호남에서는 제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총선 때 평화당을 꺾고 호남 평정 정도는 해야 차기 대권 주자 입지 다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총리는 당청과 최종 논의를 거쳐 향후 행보를 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이 총리가 10월 말 이후까지 재임하면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최장수 총리 기록을 세우게 됩니다.

■ 대선(大選) 나갈까?

서두에 언급했지만 이낙연 총리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의 대선주자 1위로 꼽히고 있습니다. 그래서 차기 대통령 선거의 출마 여부가 세간의 관심입니다. 이에 대해 이 총리는 가타부타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으로선 총리 업무에 충실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정치를 왜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이 총리의 최근 답변이 많은 여운을 남기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국민의 삶의 개선과 사회의 진화를 이끌거나 돕거나 하는 게 정치의 기본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그 일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리고 이것만은 남기고 싶습니다. 저 개인으로서는 '안전대한민국'이 진일보했다, 그 과정에서 이낙연이 일조했다, 그런 평가라도 남았으면 좋겠습니다.(5월 15일 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

총리실은 취임2주년을 맞아 이 총리의 2년 주요행보에 대해 A4 57쪽짜리 '보도참고자료'와 각종 회의에서 남긴 총리의 메시지에 대한 136쪽짜리 '보도참고자료'를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했습니다. 총리실의 '보도참고자료'는 물론 과거의 기록이지만, 미래를 전망할 수 있는 현재의 지표이기도 할 겁니다. 200쪽 가까운 분량 만큼이나, 하고 싶은 말이 많다는 뜻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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