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격차 확대]⑫ “대형매장 들어오니 감당 안돼”…자영업자는 선택권이 없다

입력 2019.06.02 (09:01) 수정 2019.06.02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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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부터 서울에서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운영해오던 50살 김인호(가명) 씨는 6년 만인 지난해 가게 문을 닫고 말았다. 계약 직원 1명과 아르바이트 학생 2명을 두고 그럭저럭 커피숍을 운영해왔지만 몇 년 전 가게 옆 건물에 스타벅스가 입점하면서 손님이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아르바이트 학생들을 그만두게 하고, 본인이 아르바이트 학생이 하는 일까지 하며 쉬는 날 없이 일했지만 비싼 임대료 내고 하다보면 집에 가져가는 돈이 한 달에 200만 원 밖에 되질 않았다. 집에 아이들 교육비도 대줘야 하고 더 이상 하다간 큰 병이라도 걸릴 것 같아 김 씨는 지난해 여름 커피숍 문을 닫고 비정규직 일을 하고 있다.

"바로 옆에 대형 매장이 들어오고 월 임대료는 변동이 없으니 사람을 줄여도 감당이 안 되더라고요, 몸은 몸대로 힘들고. 막판에는 멍한 기분이고 우울하고 그렇더라고요" 김 씨의 말이다.

김 씨처럼 우리나라에선 특히나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개업과 폐업을 반복하고 있다. 중소기업 중앙회가 노란우산공제 가입 소상공인 501명을 대상으로 소상공인 실태조사를 한 결과 문을 닫은 소상공인 가운데 30.9%가 영업을 시작한 지 1년~3년 안에, 21%가 3년~5년 안에, 6.6%가 1년 안에 폐업한 것으로 조사됐다. 폐업 소상공인인 가운데 절반이 영업기간 5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문을 닫고 있다.

소상공인들이 자체 진단한 폐업 이유는 ‘과당경쟁과 경기침체 등으로 인한 매출 부진’이 60.9%로 가장 많았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수십 년간 대기업 중심의 경제 운용으로 중소기업 일자리가 튼실하지 않아 많은 이들이 자영업으로 내몰리고 있다.

■ 자영업자 비중 25.4%…OECD 상위권

잘 알려져 있듯이 우리나라 취업자 중 자영업자의 비율은 세계적으로도 높은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중은 25.4%로 OECD 평균 15.5%보다 훨씬 높고, OECD 전체로 봐도 그리스, 터키, 멕시코, 칠레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보이고 있다.


특히, 도소매업이라든지 숙박음식업처럼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생계형 업종에 수많은 자영업자가 몰려있다 보니 과당경쟁으로 제살깎아먹기식 영업을 하고 있다. 이렇게 과당경쟁을 하다 보면 장사해서 남는 돈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아래 통계청 자료를 봐도 2006년 이후 서비스업종 소상공인들의 영업이익률이 계속해서 줄어드는 것을 알 수 있다.


■ 1980년대만 해도 괜찮았던 자영업…임금노동자 대비 소득 59%로 급감

영업이익이 줄면 당연히 집에 가져갈 소득이 줄어들게 된다. 통계청 자료를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분석한 결과 임금노동자 대비 자영업자들의 소득 비중은 1980년대에만 하더라도 93%에 달했다.

굳이 회사에 다니지 않아도 자영업으로 먹고 살만했던 시기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후 매년 자영업자들의 소득비중은 줄어들어 2000년에는 89%, 2010년에는 63%, 2017년에는 59%까지 곤두박질했다는 게 우리금융경영연구소의 분석이다. 이는 임금노동자의 절반밖에 안 되는 수준으로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통계지표의 대상이 일치하지는 않지만, 이 그래프를 통해 자영업자의 소득이 급감하는 추세 확인은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소득도 임금노동자의 59%밖에 안 되고, 가게를 차렸다가 폐업하기 십상인 자영업에서 탈출구가 안보인다는 게 문제다. 지난해 IMF 요하나 샤우어 연구원이 내놓은 '한국의 노동시장 이중성'이란 보고서를 보면, 자영업자가 정규직 노동자로 이동할 확률은 1.3%인 반면 임시직 노동자 이동 확률은 2.2%, 다른 자영업으로 이동할 확률은 92.1%에 달했다.


결국, 과밀화돼 있는 자영업자의 재취업을 위한 퇴로를 마련하고, 경쟁력을 갖춘 자영업자를 양성하도록 하는 게 풀어야 할 숙제다. 정부는 임대료 계약갱신청구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고, 소상공인들의 카드수수료를 인하하는 등 각종 대책을 쏟아냈지만 여전히 자영업자의 고통은 현재 진행형이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최근 소상공인연합회와의 간담회에서 "'함께 잘 사는 혁신적 포용국가'로 가기 위해서는 그 중심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있다"면서 "자영업을 독자적인 정책영역으로 정립해서 체계적 지원과 육성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 등을 둘러싸고 자영업자들이 어려워하는 현실 속에 시장에서 밀려난 자영업자들에게 어떤 일자리를 제공할지, 살아남은 자영업자들의 경쟁력을 어떻게 키울지는 어렵고도 지리한 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568만 자영업자 가운데 소득 파이가 점점 줄어드는 저소득 자영업자들을 위한 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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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02 09:01:24
    • 수정2019-06-02 09:08:24
    취재K
2012년부터 서울에서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운영해오던 50살 김인호(가명) 씨는 6년 만인 지난해 가게 문을 닫고 말았다. 계약 직원 1명과 아르바이트 학생 2명을 두고 그럭저럭 커피숍을 운영해왔지만 몇 년 전 가게 옆 건물에 스타벅스가 입점하면서 손님이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아르바이트 학생들을 그만두게 하고, 본인이 아르바이트 학생이 하는 일까지 하며 쉬는 날 없이 일했지만 비싼 임대료 내고 하다보면 집에 가져가는 돈이 한 달에 200만 원 밖에 되질 않았다. 집에 아이들 교육비도 대줘야 하고 더 이상 하다간 큰 병이라도 걸릴 것 같아 김 씨는 지난해 여름 커피숍 문을 닫고 비정규직 일을 하고 있다.

"바로 옆에 대형 매장이 들어오고 월 임대료는 변동이 없으니 사람을 줄여도 감당이 안 되더라고요, 몸은 몸대로 힘들고. 막판에는 멍한 기분이고 우울하고 그렇더라고요" 김 씨의 말이다.

김 씨처럼 우리나라에선 특히나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개업과 폐업을 반복하고 있다. 중소기업 중앙회가 노란우산공제 가입 소상공인 501명을 대상으로 소상공인 실태조사를 한 결과 문을 닫은 소상공인 가운데 30.9%가 영업을 시작한 지 1년~3년 안에, 21%가 3년~5년 안에, 6.6%가 1년 안에 폐업한 것으로 조사됐다. 폐업 소상공인인 가운데 절반이 영업기간 5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문을 닫고 있다.

소상공인들이 자체 진단한 폐업 이유는 ‘과당경쟁과 경기침체 등으로 인한 매출 부진’이 60.9%로 가장 많았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수십 년간 대기업 중심의 경제 운용으로 중소기업 일자리가 튼실하지 않아 많은 이들이 자영업으로 내몰리고 있다.

■ 자영업자 비중 25.4%…OECD 상위권

잘 알려져 있듯이 우리나라 취업자 중 자영업자의 비율은 세계적으로도 높은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중은 25.4%로 OECD 평균 15.5%보다 훨씬 높고, OECD 전체로 봐도 그리스, 터키, 멕시코, 칠레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보이고 있다.


특히, 도소매업이라든지 숙박음식업처럼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생계형 업종에 수많은 자영업자가 몰려있다 보니 과당경쟁으로 제살깎아먹기식 영업을 하고 있다. 이렇게 과당경쟁을 하다 보면 장사해서 남는 돈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아래 통계청 자료를 봐도 2006년 이후 서비스업종 소상공인들의 영업이익률이 계속해서 줄어드는 것을 알 수 있다.


■ 1980년대만 해도 괜찮았던 자영업…임금노동자 대비 소득 59%로 급감

영업이익이 줄면 당연히 집에 가져갈 소득이 줄어들게 된다. 통계청 자료를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분석한 결과 임금노동자 대비 자영업자들의 소득 비중은 1980년대에만 하더라도 93%에 달했다.

굳이 회사에 다니지 않아도 자영업으로 먹고 살만했던 시기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후 매년 자영업자들의 소득비중은 줄어들어 2000년에는 89%, 2010년에는 63%, 2017년에는 59%까지 곤두박질했다는 게 우리금융경영연구소의 분석이다. 이는 임금노동자의 절반밖에 안 되는 수준으로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통계지표의 대상이 일치하지는 않지만, 이 그래프를 통해 자영업자의 소득이 급감하는 추세 확인은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소득도 임금노동자의 59%밖에 안 되고, 가게를 차렸다가 폐업하기 십상인 자영업에서 탈출구가 안보인다는 게 문제다. 지난해 IMF 요하나 샤우어 연구원이 내놓은 '한국의 노동시장 이중성'이란 보고서를 보면, 자영업자가 정규직 노동자로 이동할 확률은 1.3%인 반면 임시직 노동자 이동 확률은 2.2%, 다른 자영업으로 이동할 확률은 92.1%에 달했다.


결국, 과밀화돼 있는 자영업자의 재취업을 위한 퇴로를 마련하고, 경쟁력을 갖춘 자영업자를 양성하도록 하는 게 풀어야 할 숙제다. 정부는 임대료 계약갱신청구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고, 소상공인들의 카드수수료를 인하하는 등 각종 대책을 쏟아냈지만 여전히 자영업자의 고통은 현재 진행형이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최근 소상공인연합회와의 간담회에서 "'함께 잘 사는 혁신적 포용국가'로 가기 위해서는 그 중심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있다"면서 "자영업을 독자적인 정책영역으로 정립해서 체계적 지원과 육성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 등을 둘러싸고 자영업자들이 어려워하는 현실 속에 시장에서 밀려난 자영업자들에게 어떤 일자리를 제공할지, 살아남은 자영업자들의 경쟁력을 어떻게 키울지는 어렵고도 지리한 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568만 자영업자 가운데 소득 파이가 점점 줄어드는 저소득 자영업자들을 위한 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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