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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총경’…경찰 간부들의 해외연수 사용법
입력 2019.06.12 (13:41) 취재K
‘꽃보다 총경’…경찰 간부들의 해외연수 사용법
■'경찰의 꽃' 총경…계급장에 무궁화 4개

총경(總警). 경무관보다는 낮고, 경정보다는 높은 경찰의 직급입니다. 12만 명 경찰관 중 0.5% 수준인 600여 명만이 이 계급을 달고 있습니다. 계급장엔 무궁화가 4개, 일반적으로 일선 서장급 경찰 간부는 모두 총경으로 보면 됩니다.

얼마 전 가수 승리와 정준영 등이 참여한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언급돼 유착 의혹을 받았던 이른바 '경찰총장'의 계급도 총경이었습니다. 그만큼 경찰 내에서 총경이라는 계급이 차지하는 지위는 상당합니다.

■총경 교육 '치안정책과정'…해외연수 계획서 입수

경찰에서 총경 계급에 오르게 되면 받는 교육이 있습니다. '경찰대 치안정책과정'입니다. 지역 내 치안 담당관으로서 갖춰야 할 역량을 집중적으로 교육합니다. 한 마디로 '예비서장 교육'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매 기수 55명 가량이 24주 한 학기동안 모두 848시간의 교육 일정을 치르는 치안정책과정의 마무리에는 '해외연수'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예비 서장들에게 글로벌 역량을 기른다는 명목으로 진행되는 교육입니다.

KBS가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치안정책과정 공무국외연수 계획을 입수했습니다. 시민단체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일정표에 나타난 서장급 경찰 간부들은 해외연수, 어떤 모습일까요.


■ 총경들의 최다 선택은 '이탈리아'…점심은 '에스까르고'

2014년부터 2019년까지 경찰대 치안정책과정 해외연수로 가장 많이 찾은 곳은 이탈리아였습니다. 7회로 가장 많았고, 스페인과 미국이 6회로 뒤를 이었습니다. 비교적 가까운 해외국가인 일본은 2019년에야 1회 해외연수를 다녀왔습니다. 다른 아시아권 국가는 없었습니다.

2014년 독일과 이탈리아를 다녀온 치안정책과정 교육생들의 연수 일정을 소개합니다. 3일째에 독일 하이델베르크를 다녀왔습니다. 칼 테오르드 다리, 하이델베르크 대학을 갔습니다. 이어 하이델베르크 고성에서 점심을 먹고, 뤼데스 와이너리를 방문한 뒤 라인강 주변의 풍광을 감상했다고 써 있습니다.

이탈리아 일정을 볼까요. 피렌체 두오모 성당, 천국의 문, 시뇨리아 광장을 갔고요. 베니스에서는 대운하 곤돌라 및 수상택시를 체험하고 왔습니다.

1주일간 2개 기관을 방문한 일정, 사실상 '실무형 일정'과는 거리가 먼 해외연수입니다.

2015년 프랑스와 스페인을 다녀온 해외연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연수 세부 일정을 봤더니 더욱 가관입니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루브르 박물관, 에펠탑, 노트르담 대성당을 다녀왔고 점심으로는 '에스까르고'(달팽이 요리)를 먹었습니다. 세느강에선 유람선을 타고 파리의 '낭만'도 느끼고 돌아왔습니다.

이런 일정들은 '문화체험'이라는 단어로 보통 포장됐습니다. 하지만, 관광에 가까웠습니다.


■ 치안현장 방문한다고 '자유의 여신상', '피사의 사탑'?

해외 '치안현장'을 가겠다는 명목도 돋보입니다.

지난해 이탈리아를 다녀온 해외연수 계획서를 보겠습니다. 치안현장으로 '피사의 사탑'으로 유명한 피사 두오모 광장을 갔고, 밀라노 두오모 광장도 다녀왔습니다.

2017년에 미국 동부로 간 해외연수에서도 치안현장을 갔습니다. 자유의 여신상, 타임스퀘어, 월스트리트 거리를 '치안현장'으로 방문했습니다.

이런 해외연수에는 얼마의 세금이 들어갔을까요?

매 기수당 경찰에서 들어간 세금은 8천만 원에서 1억 원 가량입니다. 지난해 11월 갔던 해외연수에는 8천836만 원이 들었습니다. 1인당 244만 원 가량이 세금으로 들어간 겁니다.


■ 연수 보고서 표절도 곳곳 발견…출장은 '셀프 심사'

이렇게 다녀온 해외연수 이후 쓴 보고서는 어땠을까요. 곳곳에서 표절이 발견됐습니다.

[연관기사] 경찰 간부 해외연수 보고서 표절 의혹

지난해 해외연수 보고서에서 이탈리아 교통정책을 분석한 부분은 2008년 경기도청 교통국 보고서와 문구는 물론 밑줄 그은 부분까지 같았습니다. 결론에 해당하는 '시사점'까지 내용이 그대로였습니다. 1년 전 선배 경찰들이 낸 이탈리아 해외연수 보고서를 베껴와 사실상 그대로 낸 보고서도 있었습니다.

김예찬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활동가는 "과거 문제가 됐던 지방의회 의원들의 해외연수도 1주일간 3곳 이상 기관 방문이 이뤄졌었다"면서 "경찰은 그나마도 2곳 방문이 대부분이었고, 표절 논란까지 빚어진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인사혁신처는 이미 2016년부터 공무원 국외 출장의 사전·사후 관리를 강화해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셀프심사'입니다. 해외연수를 떠나는 공무원들이 스스로 체크리스트를 활용해 사전심사를 하도록 만든 탓입니다. 계속 똑같은 해외연수가 반복되기 쉽다는 겁니다.

'이름만 들어도 가슴 뛰는 계급', 경찰 누군가가 제게 말해준 총경 계급의 가치입니다. 그만큼 서장급 경찰 간부인 총경은 해외연수에서 배울 내용도 많을 겁니다. 해외연수 1주일로는 부족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 교육이 '외유성 연수'만큼은 아니어야 할 겁니다.
  • ‘꽃보다 총경’…경찰 간부들의 해외연수 사용법
    • 입력 2019.06.12 (13:41)
    취재K
‘꽃보다 총경’…경찰 간부들의 해외연수 사용법
■'경찰의 꽃' 총경…계급장에 무궁화 4개

총경(總警). 경무관보다는 낮고, 경정보다는 높은 경찰의 직급입니다. 12만 명 경찰관 중 0.5% 수준인 600여 명만이 이 계급을 달고 있습니다. 계급장엔 무궁화가 4개, 일반적으로 일선 서장급 경찰 간부는 모두 총경으로 보면 됩니다.

얼마 전 가수 승리와 정준영 등이 참여한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언급돼 유착 의혹을 받았던 이른바 '경찰총장'의 계급도 총경이었습니다. 그만큼 경찰 내에서 총경이라는 계급이 차지하는 지위는 상당합니다.

■총경 교육 '치안정책과정'…해외연수 계획서 입수

경찰에서 총경 계급에 오르게 되면 받는 교육이 있습니다. '경찰대 치안정책과정'입니다. 지역 내 치안 담당관으로서 갖춰야 할 역량을 집중적으로 교육합니다. 한 마디로 '예비서장 교육'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매 기수 55명 가량이 24주 한 학기동안 모두 848시간의 교육 일정을 치르는 치안정책과정의 마무리에는 '해외연수'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예비 서장들에게 글로벌 역량을 기른다는 명목으로 진행되는 교육입니다.

KBS가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치안정책과정 공무국외연수 계획을 입수했습니다. 시민단체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일정표에 나타난 서장급 경찰 간부들은 해외연수, 어떤 모습일까요.


■ 총경들의 최다 선택은 '이탈리아'…점심은 '에스까르고'

2014년부터 2019년까지 경찰대 치안정책과정 해외연수로 가장 많이 찾은 곳은 이탈리아였습니다. 7회로 가장 많았고, 스페인과 미국이 6회로 뒤를 이었습니다. 비교적 가까운 해외국가인 일본은 2019년에야 1회 해외연수를 다녀왔습니다. 다른 아시아권 국가는 없었습니다.

2014년 독일과 이탈리아를 다녀온 치안정책과정 교육생들의 연수 일정을 소개합니다. 3일째에 독일 하이델베르크를 다녀왔습니다. 칼 테오르드 다리, 하이델베르크 대학을 갔습니다. 이어 하이델베르크 고성에서 점심을 먹고, 뤼데스 와이너리를 방문한 뒤 라인강 주변의 풍광을 감상했다고 써 있습니다.

이탈리아 일정을 볼까요. 피렌체 두오모 성당, 천국의 문, 시뇨리아 광장을 갔고요. 베니스에서는 대운하 곤돌라 및 수상택시를 체험하고 왔습니다.

1주일간 2개 기관을 방문한 일정, 사실상 '실무형 일정'과는 거리가 먼 해외연수입니다.

2015년 프랑스와 스페인을 다녀온 해외연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연수 세부 일정을 봤더니 더욱 가관입니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루브르 박물관, 에펠탑, 노트르담 대성당을 다녀왔고 점심으로는 '에스까르고'(달팽이 요리)를 먹었습니다. 세느강에선 유람선을 타고 파리의 '낭만'도 느끼고 돌아왔습니다.

이런 일정들은 '문화체험'이라는 단어로 보통 포장됐습니다. 하지만, 관광에 가까웠습니다.


■ 치안현장 방문한다고 '자유의 여신상', '피사의 사탑'?

해외 '치안현장'을 가겠다는 명목도 돋보입니다.

지난해 이탈리아를 다녀온 해외연수 계획서를 보겠습니다. 치안현장으로 '피사의 사탑'으로 유명한 피사 두오모 광장을 갔고, 밀라노 두오모 광장도 다녀왔습니다.

2017년에 미국 동부로 간 해외연수에서도 치안현장을 갔습니다. 자유의 여신상, 타임스퀘어, 월스트리트 거리를 '치안현장'으로 방문했습니다.

이런 해외연수에는 얼마의 세금이 들어갔을까요?

매 기수당 경찰에서 들어간 세금은 8천만 원에서 1억 원 가량입니다. 지난해 11월 갔던 해외연수에는 8천836만 원이 들었습니다. 1인당 244만 원 가량이 세금으로 들어간 겁니다.


■ 연수 보고서 표절도 곳곳 발견…출장은 '셀프 심사'

이렇게 다녀온 해외연수 이후 쓴 보고서는 어땠을까요. 곳곳에서 표절이 발견됐습니다.

[연관기사] 경찰 간부 해외연수 보고서 표절 의혹

지난해 해외연수 보고서에서 이탈리아 교통정책을 분석한 부분은 2008년 경기도청 교통국 보고서와 문구는 물론 밑줄 그은 부분까지 같았습니다. 결론에 해당하는 '시사점'까지 내용이 그대로였습니다. 1년 전 선배 경찰들이 낸 이탈리아 해외연수 보고서를 베껴와 사실상 그대로 낸 보고서도 있었습니다.

김예찬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활동가는 "과거 문제가 됐던 지방의회 의원들의 해외연수도 1주일간 3곳 이상 기관 방문이 이뤄졌었다"면서 "경찰은 그나마도 2곳 방문이 대부분이었고, 표절 논란까지 빚어진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인사혁신처는 이미 2016년부터 공무원 국외 출장의 사전·사후 관리를 강화해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셀프심사'입니다. 해외연수를 떠나는 공무원들이 스스로 체크리스트를 활용해 사전심사를 하도록 만든 탓입니다. 계속 똑같은 해외연수가 반복되기 쉽다는 겁니다.

'이름만 들어도 가슴 뛰는 계급', 경찰 누군가가 제게 말해준 총경 계급의 가치입니다. 그만큼 서장급 경찰 간부인 총경은 해외연수에서 배울 내용도 많을 겁니다. 해외연수 1주일로는 부족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 교육이 '외유성 연수'만큼은 아니어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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