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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원서 못쓰지만 구속은 안됐으면”…민노총은 與 ‘계륵’?
입력 2019.06.21 (06:10) 수정 2019.06.21 (08:31) 취재K
“탄원서 못쓰지만 구속은 안됐으면”…민노총은 與 ‘계륵’?
지난 4월 3일,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국회 앞에서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 관련 법안 심사에 반대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

지난 4월 3일, 국회 앞에서 민주노총의 대규모 시위가 있었습니다.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에 상정된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확대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시위였습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등이 환노위 소위를 참관하겠다며 국회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국회 울타리가 무너지고 경찰이 설치한 차단벽도 부서졌습니다. 김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노총 조합원 25명이 연행됐습니다. 경찰 부상자도 속출했습니다.

민주노총의 격렬한 시위를 의식한 탓인지, 이날 국회 환노위 법안소위에서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논의는 여야가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불발됐습니다. 민주노총은 "승리했다"고 자평했습니다.

하지만, 곧이어 후폭풍이 불어닥쳤습니다.

검찰은 이 집회를 포함해 지난 3월 말과 4월 초 세 차례에 걸쳐 폭력 집회에 가담한 혐의로 민주노총 조직쟁의실장 김모씨 등 간부 3명을 구속 기소했고, 다른 간부 3명은 구속영장이 기각돼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조직 수장인 김명환 위원장 역시 폭력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오늘(21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습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국회 앞 불법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지난 7일 영등포경찰서에 출석하고 있다.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국회 앞 불법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지난 7일 영등포경찰서에 출석하고 있다.

이인영 원내대표, 김명환 위원장 선처 탄원서 거절

김 위원장의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민주노총은 '김 위원장의 구속을 막아달라'며 사회 각계각층에 탄원 동참을 촉구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도 지난 19일 민주노총으로부터 탄원서를 요청받았습니다.

사실 민주노총과 정부·여당은 지난해부터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 광주형 일자리 추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 여부, 최저임금 동결 등 현안을 놓고 사사건건 부딪쳐왔습니다. 갈등의 골도 어느새 깊게 팼습니다. 이런 와중에 민주노총이 여당 원내대표에게 위원장의 '구속을 막아달라'는 탄원서를 써달라고 부탁한 겁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고심했습니다. 탄원서를 거부한다면 가뜩이나 안 좋은 민주노총과의 사이가 더 벌어질 수도 있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주변 의원들에게도 조언을 구했다고 합니다.

주변 여론을 수렴하고 고민을 한 끝에 이인영 원내대표가 내린 답은 'NO'였습니다.

국회 운영위원장으로서 국회 앞에서 벌어진 폭력 시위에 대해 선처해달라는 탄원서를 차마 낼 수 없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이인영 원내대표 측 관계자는 "탄원서를 써줬을 때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당으로부터 예상되는 정치적 공세도 부담스러웠다"고 말했습니다.


"밉지만 버릴 수는 없는 민주노총"

정부·여당 입장에서 민주노총은 어쩌면 '계륵'과 같은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민주노총이 각종 노동 개혁 정책에 사사건건 반대하는 것에 대해 불만은 이미 쌓일 대로 쌓인 상황입니다.

홍영표 전임 원내대표가 민주노총에 대해 "너무 일방적이라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다", "항상 폭력적인 방식이고 자기들 생각을 100% 강요하려고 한다"고 비판하고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전교조와 민주노총은 더 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한 것은 그런 맥락에서 나온 발언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대화의 한 축으로서 민주노총의 존재감은 여전히 건재합니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경사노위가 민주노총의 불참으로 단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노동계와의 갈등과 대립이 결국 정권 후반기 레임덕을 가속화시킨 한 원인이 됐던 점도 여당으로선 의식할 수밖에 없는 부분입니다.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던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가 자신의 책 <운명>에서 당시 갈등 상황을 돌이켜보며 "노·정 갈등이 결과적으로 개혁역량을 손상시킨 측면이 크다"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탄원서 거부했지만 구속은 안 됐으면"

이인영 원내대표 측 관계자는 민주노총의 탄원서 요구를 거부하긴 했지만, 김명환 위원장이 구속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구속되면 정부·여당과 민주노총의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이 관계자는 이 원내대표가 조만간 민주노총을 찾아가 관계 회복을 시도하려고 생각 중이라고도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물론 김 위원장이 구속되지 않아야 가능한 일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선처 탄원서를 써줄 수 없지만, 구속은 피했으면 좋겠다는 복잡한 속내, 어쩌면 지금 정부·여당이 민주노총을 바라보는 시각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권 3년 차, 어쩌면 정부·여당과 민주노총의 관계에 분수령이 될지도 모를 김명환 위원장에 대한 구속 여부는 오늘 밤늦게 또는 내일 오전에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 “탄원서 못쓰지만 구속은 안됐으면”…민노총은 與 ‘계륵’?
    • 입력 2019.06.21 (06:10)
    • 수정 2019.06.21 (08:31)
    취재K
“탄원서 못쓰지만 구속은 안됐으면”…민노총은 與 ‘계륵’?
지난 4월 3일,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국회 앞에서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 관련 법안 심사에 반대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

지난 4월 3일, 국회 앞에서 민주노총의 대규모 시위가 있었습니다.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에 상정된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확대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시위였습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등이 환노위 소위를 참관하겠다며 국회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국회 울타리가 무너지고 경찰이 설치한 차단벽도 부서졌습니다. 김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노총 조합원 25명이 연행됐습니다. 경찰 부상자도 속출했습니다.

민주노총의 격렬한 시위를 의식한 탓인지, 이날 국회 환노위 법안소위에서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논의는 여야가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불발됐습니다. 민주노총은 "승리했다"고 자평했습니다.

하지만, 곧이어 후폭풍이 불어닥쳤습니다.

검찰은 이 집회를 포함해 지난 3월 말과 4월 초 세 차례에 걸쳐 폭력 집회에 가담한 혐의로 민주노총 조직쟁의실장 김모씨 등 간부 3명을 구속 기소했고, 다른 간부 3명은 구속영장이 기각돼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조직 수장인 김명환 위원장 역시 폭력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오늘(21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습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국회 앞 불법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지난 7일 영등포경찰서에 출석하고 있다.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국회 앞 불법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지난 7일 영등포경찰서에 출석하고 있다.

이인영 원내대표, 김명환 위원장 선처 탄원서 거절

김 위원장의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민주노총은 '김 위원장의 구속을 막아달라'며 사회 각계각층에 탄원 동참을 촉구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도 지난 19일 민주노총으로부터 탄원서를 요청받았습니다.

사실 민주노총과 정부·여당은 지난해부터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 광주형 일자리 추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 여부, 최저임금 동결 등 현안을 놓고 사사건건 부딪쳐왔습니다. 갈등의 골도 어느새 깊게 팼습니다. 이런 와중에 민주노총이 여당 원내대표에게 위원장의 '구속을 막아달라'는 탄원서를 써달라고 부탁한 겁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고심했습니다. 탄원서를 거부한다면 가뜩이나 안 좋은 민주노총과의 사이가 더 벌어질 수도 있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주변 의원들에게도 조언을 구했다고 합니다.

주변 여론을 수렴하고 고민을 한 끝에 이인영 원내대표가 내린 답은 'NO'였습니다.

국회 운영위원장으로서 국회 앞에서 벌어진 폭력 시위에 대해 선처해달라는 탄원서를 차마 낼 수 없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이인영 원내대표 측 관계자는 "탄원서를 써줬을 때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당으로부터 예상되는 정치적 공세도 부담스러웠다"고 말했습니다.


"밉지만 버릴 수는 없는 민주노총"

정부·여당 입장에서 민주노총은 어쩌면 '계륵'과 같은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민주노총이 각종 노동 개혁 정책에 사사건건 반대하는 것에 대해 불만은 이미 쌓일 대로 쌓인 상황입니다.

홍영표 전임 원내대표가 민주노총에 대해 "너무 일방적이라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다", "항상 폭력적인 방식이고 자기들 생각을 100% 강요하려고 한다"고 비판하고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전교조와 민주노총은 더 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한 것은 그런 맥락에서 나온 발언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대화의 한 축으로서 민주노총의 존재감은 여전히 건재합니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경사노위가 민주노총의 불참으로 단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노동계와의 갈등과 대립이 결국 정권 후반기 레임덕을 가속화시킨 한 원인이 됐던 점도 여당으로선 의식할 수밖에 없는 부분입니다.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던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가 자신의 책 <운명>에서 당시 갈등 상황을 돌이켜보며 "노·정 갈등이 결과적으로 개혁역량을 손상시킨 측면이 크다"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탄원서 거부했지만 구속은 안 됐으면"

이인영 원내대표 측 관계자는 민주노총의 탄원서 요구를 거부하긴 했지만, 김명환 위원장이 구속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구속되면 정부·여당과 민주노총의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이 관계자는 이 원내대표가 조만간 민주노총을 찾아가 관계 회복을 시도하려고 생각 중이라고도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물론 김 위원장이 구속되지 않아야 가능한 일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선처 탄원서를 써줄 수 없지만, 구속은 피했으면 좋겠다는 복잡한 속내, 어쩌면 지금 정부·여당이 민주노총을 바라보는 시각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권 3년 차, 어쩌면 정부·여당과 민주노총의 관계에 분수령이 될지도 모를 김명환 위원장에 대한 구속 여부는 오늘 밤늦게 또는 내일 오전에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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