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K] 국회의원 ‘회기 중 음주’, 국회의원은 처벌받나?

입력 2019.08.03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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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소속 김재원 국회 예결위원장이 추경 심사 도중 술을 마셨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김재원 의원은 1일 밤 11시 10분쯤 국회 로텐더홀에서 추경 심사를 취재 중이던 기자들과 마주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술에 취한 듯 불분명한 발음으로 대답을 하고 심지어 몸을 비틀대기도 했다.

'술을 마셨느냐'는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취재를 하던 기자들은 김 의원한테서 술 냄새가 난다고 증언하기까지 했다.

화면제공: 한겨레TV화면제공: 한겨레TV

■ 국회 회기 중 음주를 한 국회의원은 과연 처벌을 받을까?

현재의 국회의원 관련 지침대로라면 회기 중 음주를 했다고 해서 처벌을 할 수는 없다. 근무 중 음주를 하다 문제가 될 경우 처벌을 받는 공무원들이나 정부 산하기관 임직원들, 민간기업 직장인들과 달리 국회의원은 따로 복무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우선 공무원은 행동강령을 통해 근무시간 중 음주를 금지하고 있다. 공무원 행동강령 지침에 따른 '서울시 공무원 행동강령'을 보면 [제5조 직무수행의 기본자세]에 음주운전은 물론 '근무시간 중 음주행위'를 공직자로서 품위가 훼손되는 행위로 금지하고 있다. 근무시간에 술 마시면 안 된다는 게 공무원의 기본자세라는 거다.

자치단체는 물론 서울교통공사의 임직원 행동강령에도 마찬가지로 근무시간 중 음주를 금지하고 있다. [제4조, 직무수행의 기본자세]에 근무시간 중 음주행위나 무단 외출 등을 금지하고 있다.


이 같은 행동강령은 위반 시 처벌로 이어진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음주는 가벼운 음주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음주 금지를 행동강령에 넣어서 공직기강을 바로잡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근무시간 중 술을 마셨다가 견책 처분을 받은 사례를 보자.

지난 2016년 모 지방경찰청 소속 A 경위는 헬기 조종사로서 근무시간 중 술을 마시면 안되지만 구내식당에서 대원들과 막걸리 5병을 나누어 마신 일로 견책 처분을 받았다. A 경위는 대장의 권유에 처음에는 거절했으나 재차 권유에 술을 마셨고, 조직의 단합을 위한 자리였다며 정상을 참작해 처분을 감경해줄 것을 소청했다.

하지만, 소청심사위원회는 경찰공무원 복무규정 상 근무시간 중 음주를 금지하고 있고, 긴급출동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 등을 들어 감경 없이 견책 처분을 그대로 유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 국회의원은 업무지침 또는 행동강령이 왜 없을까?

그렇다면 왜 국회의원들은 이런 규정이 없는 것일까? 사실 국민권익위원회가 수차례 '국회의원 행동강령' 제정을 권고했지만, 국회의원들은 행동강령 제정을 무시해왔다.

그나마 '국회의원 윤리강령'과 '국회의원 윤리실천규정'이 국회의원들의 행동과 관련해서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두루뭉술하다. 공무원 행동강령과 비교하면 구체성이 떨어지고 윤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회의원 윤리실천규범 2조를 보면 국회의원은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그뿐이고 품위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아 국회 윤리위에 국회 회기 중 음주로 회부된 사례는 없다.

이 밖에 강연 시 관례적인 기준을 넘는 사례금을 받아서는 안 된다거나 지역구 행사에 화분을 보내서는 안 된다는 등 신분의 남용금지, 기부행위 제한, 로비 제한 등만을 윤리실천규범에 담고 있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오유진 간사는 "국회의원이 회기 중에 음주를 한다는 것은 상상 밖의 일이다. 회기 중에 국회 활동에 전념하는 것은 너무도 상식적인 일이라 '이런 것까지 윤리강령에 넣어야 하나'라는 고민을 한다는 것이 부끄러운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오 간사는 "현재의 윤리특위만 보더라도 징계요구권도 국회의원에게 있고 모든 절차를 국회의원들이 자기네 동료를 상대로 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며 "기본적인 국회의원의 업무자세를 바로 세우는 것은 물론 윤리특위가 실질적으로 강력하게 돌아가도록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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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팩트체크K] 국회의원 ‘회기 중 음주’, 국회의원은 처벌받나?
    • 입력 2019-08-03 08: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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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소속 김재원 국회 예결위원장이 추경 심사 도중 술을 마셨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김재원 의원은 1일 밤 11시 10분쯤 국회 로텐더홀에서 추경 심사를 취재 중이던 기자들과 마주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술에 취한 듯 불분명한 발음으로 대답을 하고 심지어 몸을 비틀대기도 했다.

'술을 마셨느냐'는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취재를 하던 기자들은 김 의원한테서 술 냄새가 난다고 증언하기까지 했다.

화면제공: 한겨레TV
■ 국회 회기 중 음주를 한 국회의원은 과연 처벌을 받을까?

현재의 국회의원 관련 지침대로라면 회기 중 음주를 했다고 해서 처벌을 할 수는 없다. 근무 중 음주를 하다 문제가 될 경우 처벌을 받는 공무원들이나 정부 산하기관 임직원들, 민간기업 직장인들과 달리 국회의원은 따로 복무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우선 공무원은 행동강령을 통해 근무시간 중 음주를 금지하고 있다. 공무원 행동강령 지침에 따른 '서울시 공무원 행동강령'을 보면 [제5조 직무수행의 기본자세]에 음주운전은 물론 '근무시간 중 음주행위'를 공직자로서 품위가 훼손되는 행위로 금지하고 있다. 근무시간에 술 마시면 안 된다는 게 공무원의 기본자세라는 거다.

자치단체는 물론 서울교통공사의 임직원 행동강령에도 마찬가지로 근무시간 중 음주를 금지하고 있다. [제4조, 직무수행의 기본자세]에 근무시간 중 음주행위나 무단 외출 등을 금지하고 있다.


이 같은 행동강령은 위반 시 처벌로 이어진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음주는 가벼운 음주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음주 금지를 행동강령에 넣어서 공직기강을 바로잡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근무시간 중 술을 마셨다가 견책 처분을 받은 사례를 보자.

지난 2016년 모 지방경찰청 소속 A 경위는 헬기 조종사로서 근무시간 중 술을 마시면 안되지만 구내식당에서 대원들과 막걸리 5병을 나누어 마신 일로 견책 처분을 받았다. A 경위는 대장의 권유에 처음에는 거절했으나 재차 권유에 술을 마셨고, 조직의 단합을 위한 자리였다며 정상을 참작해 처분을 감경해줄 것을 소청했다.

하지만, 소청심사위원회는 경찰공무원 복무규정 상 근무시간 중 음주를 금지하고 있고, 긴급출동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 등을 들어 감경 없이 견책 처분을 그대로 유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 국회의원은 업무지침 또는 행동강령이 왜 없을까?

그렇다면 왜 국회의원들은 이런 규정이 없는 것일까? 사실 국민권익위원회가 수차례 '국회의원 행동강령' 제정을 권고했지만, 국회의원들은 행동강령 제정을 무시해왔다.

그나마 '국회의원 윤리강령'과 '국회의원 윤리실천규정'이 국회의원들의 행동과 관련해서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두루뭉술하다. 공무원 행동강령과 비교하면 구체성이 떨어지고 윤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회의원 윤리실천규범 2조를 보면 국회의원은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그뿐이고 품위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아 국회 윤리위에 국회 회기 중 음주로 회부된 사례는 없다.

이 밖에 강연 시 관례적인 기준을 넘는 사례금을 받아서는 안 된다거나 지역구 행사에 화분을 보내서는 안 된다는 등 신분의 남용금지, 기부행위 제한, 로비 제한 등만을 윤리실천규범에 담고 있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오유진 간사는 "국회의원이 회기 중에 음주를 한다는 것은 상상 밖의 일이다. 회기 중에 국회 활동에 전념하는 것은 너무도 상식적인 일이라 '이런 것까지 윤리강령에 넣어야 하나'라는 고민을 한다는 것이 부끄러운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오 간사는 "현재의 윤리특위만 보더라도 징계요구권도 국회의원에게 있고 모든 절차를 국회의원들이 자기네 동료를 상대로 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며 "기본적인 국회의원의 업무자세를 바로 세우는 것은 물론 윤리특위가 실질적으로 강력하게 돌아가도록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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