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K] 고객 돈 3억7천 빼돌린 은행 PB 체포…“다른 고객 손실 메꿨다”

입력 2019.08.14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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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여 만에 막 내린 도피 생활…혐의 부인하다 결국 시인

고객 돈 3억 7천여만 원을 빼돌리고 연락이 두절됐던 SC제일은행 개인자산관리사(PB) 김 모 씨가 지난 12일 인천공항에서 체포됐습니다. 베트남으로 도주한 지 두 달여 만입니다. 김 씨는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경찰 조사에서 소명하겠다며 자진 귀국했습니다. 하지만 체포영장이 이미 발부된 상태였기 때문에 공항에서 곧바로 체포됐습니다.

피해 고객 이 모 씨에 따르면 안양 동안경찰서에서 진행된 조사에서 김 씨는 처음에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이 씨로부터 거액의 현금을 받은 적이 아예 없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이 씨가 계좌로 돈을 이체하지 않고 주로 현금을 직접 은행에 가져와서 거래했기 때문에 증거가 없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김 씨의 생각보다 경찰은 이미 많은 증거를 확보하고 있었습니다. 이 씨가 SC제일은행에 투자하기 위해 다른 은행에서 돈을 인출한 내역을 비롯해서 김 씨 개인 계좌 내역 등에 대해서도 이미 조사를 마친 상태였습니다. 조사가 진행된 지 몇 시간이 지난 후, 결국 김 씨는 자신의 혐의를 대부분 시인했습니다. 실적 압박을 심하게 받던 차에 다른 고객들의 손실을 메꾸기 위해서 이 씨의 돈에 손을 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씨가 입장을 바꾼 결정적인 계기는 하나 더 있습니다. 이 씨와의 대질 조사였습니다. 이 씨는 하루아침에 3억 7천여만 원을 날리고 두 달여 동안 극심한 마음고생을 했습니다. 이 씨에게 지난 두 달은 지옥 같은 나날들이었습니다. 취재진과 통화를 할 때마다 눈물을 흘렸습니다. 김 씨가 잡히기만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막상 김 씨를 만나고 나니까 김 씨가 너무 불쌍했다고 합니다.

"경찰서에 가면서 무슨 말을 할까 계속 고민했어요. 정말 아프게 말하고 싶었는데 얼굴을 보니까 한숨이 나오더라고요. 수갑도 채워져 있었고요. 물론 큰 돈이긴 하지만 겨우 그 돈 때문에 이렇게 인생을 망쳤는지 착잡하고 불쌍하고 오히려 제가 눈물이 나왔어요. 다 사실대로 말하고 마음의 평안을 찾는 게 어떻겠냐고 말했어요."

김 씨도 이 씨가 자신을 보자마자 욕을 하거나 때릴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게 행동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더 미안해져서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웠다고 털어놨습니다. 지난달 KBS의 보도 이후 많은 시민들을 분노케 하였던 이번 사건은 그렇게 일단락됐습니다.

피해자 이 씨의 1인 시위 모습.피해자 이 씨의 1인 시위 모습.

■이제 공은 SC제일은행에게로…배상 어느 정도 가능할까?

김 씨는 SC제일은행의 정규직 개인자산관리사 업무를 수행하면서 은행 안에서 이 씨의 돈에 손을 댔습니다. 하지만 은행 측은 이 씨의 신병이 확보되고 경찰 조사가 끝나야만 배상 검토를 할 수 있다며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입장이었습니다.

법적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은행 측의 입장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 씨는 더 이상 은행 말을 믿지 않겠다면서 이달 초부터 SC제일은행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매일 해왔습니다.

김 씨가 혐의를 시인한 이후, SC제일은행 측은 신속하게 배상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 씨가 비밀번호를 노출한 점 등도 고려해서 과실 비율을 정하겠지만, 법적인 범위 안에서 최대한 이 씨에게 유리한 비율로 결정하겠다고 부연했습니다. 또 사건 초기 이 씨에게 부적절한 대응을 했던 은행 관계자에 대해서는 경위를 따져 내부 규정에 따른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은행 측은 또, 이번 일을 계기로 전 직원을 상대로 서비스 향상 교육 등을 은행 전체 차원에서 실행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 씨는 해외에서 30년 가까이 살다가 아들에게 한국의 문화와 정서를 느끼게 해주기 위해서 귀국했지만, 다시 해외로 돌아갈 계획입니다. 지난 두 달 동안 너무 큰 불신과 상처를 받았지만 그래도 이 씨는 주변 사람들과 시민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꼭 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SC제일은행 건물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데 물을 갖다 주시는 분들도 있었고, 지나가다가 뉴스에서 봤다면서 힘내라고 말해주시는 분들도 계셨어요. 지인들은 청와대 청원하는 방법을 알려주거나 뉴스 링크를 계속 주변에 공유하면서 응원해주셨어요. 경찰분들도 정말 신경을 많이 써주셨고요. 여기까지 온 것도 기적처럼 느껴집니다."

[연관기사] [취재후] “은행을 믿은 제 잘못입니다”…하루 아침에 사라진 3억 7천만 원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253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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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K] 고객 돈 3억7천 빼돌린 은행 PB 체포…“다른 고객 손실 메꿨다”
    • 입력 2019-08-14 07:02:00
    취재K
■두 달여 만에 막 내린 도피 생활…혐의 부인하다 결국 시인

고객 돈 3억 7천여만 원을 빼돌리고 연락이 두절됐던 SC제일은행 개인자산관리사(PB) 김 모 씨가 지난 12일 인천공항에서 체포됐습니다. 베트남으로 도주한 지 두 달여 만입니다. 김 씨는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경찰 조사에서 소명하겠다며 자진 귀국했습니다. 하지만 체포영장이 이미 발부된 상태였기 때문에 공항에서 곧바로 체포됐습니다.

피해 고객 이 모 씨에 따르면 안양 동안경찰서에서 진행된 조사에서 김 씨는 처음에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이 씨로부터 거액의 현금을 받은 적이 아예 없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이 씨가 계좌로 돈을 이체하지 않고 주로 현금을 직접 은행에 가져와서 거래했기 때문에 증거가 없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김 씨의 생각보다 경찰은 이미 많은 증거를 확보하고 있었습니다. 이 씨가 SC제일은행에 투자하기 위해 다른 은행에서 돈을 인출한 내역을 비롯해서 김 씨 개인 계좌 내역 등에 대해서도 이미 조사를 마친 상태였습니다. 조사가 진행된 지 몇 시간이 지난 후, 결국 김 씨는 자신의 혐의를 대부분 시인했습니다. 실적 압박을 심하게 받던 차에 다른 고객들의 손실을 메꾸기 위해서 이 씨의 돈에 손을 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씨가 입장을 바꾼 결정적인 계기는 하나 더 있습니다. 이 씨와의 대질 조사였습니다. 이 씨는 하루아침에 3억 7천여만 원을 날리고 두 달여 동안 극심한 마음고생을 했습니다. 이 씨에게 지난 두 달은 지옥 같은 나날들이었습니다. 취재진과 통화를 할 때마다 눈물을 흘렸습니다. 김 씨가 잡히기만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막상 김 씨를 만나고 나니까 김 씨가 너무 불쌍했다고 합니다.

"경찰서에 가면서 무슨 말을 할까 계속 고민했어요. 정말 아프게 말하고 싶었는데 얼굴을 보니까 한숨이 나오더라고요. 수갑도 채워져 있었고요. 물론 큰 돈이긴 하지만 겨우 그 돈 때문에 이렇게 인생을 망쳤는지 착잡하고 불쌍하고 오히려 제가 눈물이 나왔어요. 다 사실대로 말하고 마음의 평안을 찾는 게 어떻겠냐고 말했어요."

김 씨도 이 씨가 자신을 보자마자 욕을 하거나 때릴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게 행동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더 미안해져서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웠다고 털어놨습니다. 지난달 KBS의 보도 이후 많은 시민들을 분노케 하였던 이번 사건은 그렇게 일단락됐습니다.

피해자 이 씨의 1인 시위 모습.
■이제 공은 SC제일은행에게로…배상 어느 정도 가능할까?

김 씨는 SC제일은행의 정규직 개인자산관리사 업무를 수행하면서 은행 안에서 이 씨의 돈에 손을 댔습니다. 하지만 은행 측은 이 씨의 신병이 확보되고 경찰 조사가 끝나야만 배상 검토를 할 수 있다며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입장이었습니다.

법적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은행 측의 입장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 씨는 더 이상 은행 말을 믿지 않겠다면서 이달 초부터 SC제일은행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매일 해왔습니다.

김 씨가 혐의를 시인한 이후, SC제일은행 측은 신속하게 배상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 씨가 비밀번호를 노출한 점 등도 고려해서 과실 비율을 정하겠지만, 법적인 범위 안에서 최대한 이 씨에게 유리한 비율로 결정하겠다고 부연했습니다. 또 사건 초기 이 씨에게 부적절한 대응을 했던 은행 관계자에 대해서는 경위를 따져 내부 규정에 따른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은행 측은 또, 이번 일을 계기로 전 직원을 상대로 서비스 향상 교육 등을 은행 전체 차원에서 실행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 씨는 해외에서 30년 가까이 살다가 아들에게 한국의 문화와 정서를 느끼게 해주기 위해서 귀국했지만, 다시 해외로 돌아갈 계획입니다. 지난 두 달 동안 너무 큰 불신과 상처를 받았지만 그래도 이 씨는 주변 사람들과 시민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꼭 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SC제일은행 건물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데 물을 갖다 주시는 분들도 있었고, 지나가다가 뉴스에서 봤다면서 힘내라고 말해주시는 분들도 계셨어요. 지인들은 청와대 청원하는 방법을 알려주거나 뉴스 링크를 계속 주변에 공유하면서 응원해주셨어요. 경찰분들도 정말 신경을 많이 써주셨고요. 여기까지 온 것도 기적처럼 느껴집니다."

[연관기사] [취재후] “은행을 믿은 제 잘못입니다”…하루 아침에 사라진 3억 7천만 원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253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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