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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쓸모] 극단의 시대 ‘경계’를 말하는 영화들
입력 2019.08.22 (08:44) 수정 2019.08.22 (08:55) 아침뉴스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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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쓸모] 극단의 시대 ‘경계’를 말하는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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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영화를 통해 우리 삶의 가치를 찾아보는 순서 영화의 쓸모 시간입니다.

요즘처럼 국내외 어디든 정치적으로 갈등이 심한 상황에서는 어느 한쪽 편에서 극단적인 목소리만을 내세우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이로부터 한 발 떨어져서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안겨주는 영화들이 있습니다.

어떤 작품들인지 송형국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극단이 아닌 경계에서 세상을 본다, 어떤 의미인가요.

[기자]

네, 요즘 국내 정치 국제 정치 할 것 없이 갈등이 워낙 심하지않습니까.

외부와의 갈등이 심하면 내부 결속은 강해지지만 그 안에서 다양한 의견, 소수의 의견은 그만큼 설자리가 없어지게 마련이죠.

이런 때일수록 양쪽의 입장을 오가면서 좀더 냉정하게 사안을 볼 필요가 있을 텐데요.

그런 의미에서 2차대전 나치의 만행 속에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에 걸쳐있는 인물을 통해 보다 다양한 입장을 생각해볼 수 있게 해주는 걸작들이 있습니다.

화면 보시겠습니다.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수상작 '카운터페이터'입니다.

나치의 수용소에서 유태인들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삶을 살아갑니다.

["시체 당장 치워!"]

2차대전 말기로 접어들면서 패색이 짙어진 독일군은 영국 파운드화와 미국 달러화를 대량 위조해서 상대 나라의 '경제'를 위협하려는 일명 '베른하트' 작전을 실행합니다.

실제 있었던 작전이고요.

아우슈비츠에 수용된 유대인들 중에 기술자들을 선발해서 가짜 돈을 찍어내도록 합니다.

주인공은 최고의 실력을 지닌 화가이자 위조 기술자고요.

선발된 유대인들은 가스실에서 죽음을 맞는 대신 독일군에 협조하면서 상대적으로 안락한 처우를 제공받습니다.

종종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만, 인간의 존엄을 짓밟고 생명을 위협하는 지옥 속에서 양심을 찾는 일은 사치로 보이기도 합니다.

["우린 편히 지내는데 저 밖에선... 아내는 아우슈비츠에 있어. (난 목숨 연명해온 걸 부끄러워하진 않아.)"]

나치에 계속 협조할 수 없다는 동료와 사는 게 먼저라는 주인공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보고 있자면 관객도 어느 한 쪽을 쉽게 선택할 수 있을지, 골똘해집니다.

["간 쓸개 다 빼주는군 (여깄는 걸 감사나 해. 미련하긴!)"]

그런 와중에 주인공은 유태인 동료들 내부의 강경파와 온건파 사이에서도 중간자 위치에 서게 되면서 극 전개는 갈수록 긴장을 더합니다.

["동상으로 발가락 넷을 잃었어 허리도 부러졌었고. 굶어죽을 고비도 여럿 넘겼지 그럼 살아남을 자격 있잖아! (동료를 찔러선 안돼.)"]

이를 통해 영화는 유태인이면서 독일군에 협조하는 경계인, 또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뇌하는 경계인, 그 내면의 갈등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면서 극단적인 상황에 처했을 때 쉽게 판단내려버리곤 하는 우리 자신에게 한번 더 질문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앵커]

네, 대단히 흥미로운 질문을 던져주는 것 같은데요.

우리가 갈등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상대방의 입장을 역지사지 해보는 건 참 필요한 일이 아닐까 싶어요.

[기자]

그렇습니다.

상대방이라고 해도 그 집단 안에 있는 구성원들은 또 굉장히 다양한 입장이 있는 것이고 예를 들어 현재 일본 정부와 일본의 양심적인 시민들의 입장이 다를 테니까요.

다음 보실 영화는 이렇게 역지사지라는 의미에서 관심 갖고 볼 만한 흥미로운 작품인데요.

계속해서 화면 보시겠습니다.

군인이 화가 많이 났는데요.

배경은 2차대전이 종료된 직후입니다.

주인공은 나치에 의해 가족을 잃은 덴마크 군인입니다.

전후 덴마크 군은 독일군이 덴마크 해변에 매설한 지뢰를 제거하기 위해 독일군 포로들을 동원합니다.

역시 실제 있었던 일입니다.

수백만 개의 지뢰를 해체하는 작업에 약 2천명의 독일 포로들이 동원됐는데 대부분 소년병들이었습니다.

이들 가운데 절반이 지뢰 해체 작업 중에 죽거나 심각한 부상을 입었습니다.

["더러운 돼지 같은 놈들 군인 맞아?"]

소년병 포로들을 지휘하는 덴마크 상사는 독일이라면 치가 떨립니다.

소년병들의 작업환경이나 숙소는 그간 수많은 2차대전 영화에서 본 유태인 수용소를 떠올리게 하는데요.

이렇게 입장이 뒤바뀐 가운데 상사는 사실상 아무런 잘못이 없는 소년들과 한동안 함께 지내면서 조금씩 감정에 변화가 옵니다.

["처음부터 소년병이 올 거란 얘기를 해주셨어야죠. (전쟁에 나설 나이면 전후처리도 할 수 있어) 아무것도 모르는 애들입니다. (정이라도 든 건가?) 아닙니다. (독일이 한 짓을 기억해.)"]

이런 과정을 통해 영화는 독일을 원수로 여기던 주인공을 독일과 덴마크 사이 경계의 자리로 데려옵니다.

자신이 서 있는 자리가 달라지면 보이는 것도 달라지니까, 경계 지점으로 옮겨온 주인공에게 성찰의 기회를 제공해주고 관객도 여기에 동참하게 해주는 겁니다.

이런 작품을 통해 우리는 사회 분위기가 폭력적일수록, 갈등이 클수록, 극단적인 주장이 힘을 얻기 쉽다는 점, 그렇게 되면 어딘가에서는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소수의 약자가 참고 있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덧붙여서 이렇게 가해자의 입장까지 한번 생각해보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건 그만큼 현실에서 독일이 자신들의 전쟁범죄를 충분히 사죄하고 청산했기 때문이라는 점 또한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앵커]

네, 2차대전을 다룬 이런 유럽 영화들이 지금의 우리에게도 좋은 질문을 던져주는 것 같습니다.

송기자 잘 들었습니다.
  • [영화의 쓸모] 극단의 시대 ‘경계’를 말하는 영화들
    • 입력 2019.08.22 (08:44)
    • 수정 2019.08.22 (08:55)
    아침뉴스타임
[영화의 쓸모] 극단의 시대 ‘경계’를 말하는 영화들
[앵커]

영화를 통해 우리 삶의 가치를 찾아보는 순서 영화의 쓸모 시간입니다.

요즘처럼 국내외 어디든 정치적으로 갈등이 심한 상황에서는 어느 한쪽 편에서 극단적인 목소리만을 내세우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이로부터 한 발 떨어져서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안겨주는 영화들이 있습니다.

어떤 작품들인지 송형국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극단이 아닌 경계에서 세상을 본다, 어떤 의미인가요.

[기자]

네, 요즘 국내 정치 국제 정치 할 것 없이 갈등이 워낙 심하지않습니까.

외부와의 갈등이 심하면 내부 결속은 강해지지만 그 안에서 다양한 의견, 소수의 의견은 그만큼 설자리가 없어지게 마련이죠.

이런 때일수록 양쪽의 입장을 오가면서 좀더 냉정하게 사안을 볼 필요가 있을 텐데요.

그런 의미에서 2차대전 나치의 만행 속에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에 걸쳐있는 인물을 통해 보다 다양한 입장을 생각해볼 수 있게 해주는 걸작들이 있습니다.

화면 보시겠습니다.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수상작 '카운터페이터'입니다.

나치의 수용소에서 유태인들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삶을 살아갑니다.

["시체 당장 치워!"]

2차대전 말기로 접어들면서 패색이 짙어진 독일군은 영국 파운드화와 미국 달러화를 대량 위조해서 상대 나라의 '경제'를 위협하려는 일명 '베른하트' 작전을 실행합니다.

실제 있었던 작전이고요.

아우슈비츠에 수용된 유대인들 중에 기술자들을 선발해서 가짜 돈을 찍어내도록 합니다.

주인공은 최고의 실력을 지닌 화가이자 위조 기술자고요.

선발된 유대인들은 가스실에서 죽음을 맞는 대신 독일군에 협조하면서 상대적으로 안락한 처우를 제공받습니다.

종종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만, 인간의 존엄을 짓밟고 생명을 위협하는 지옥 속에서 양심을 찾는 일은 사치로 보이기도 합니다.

["우린 편히 지내는데 저 밖에선... 아내는 아우슈비츠에 있어. (난 목숨 연명해온 걸 부끄러워하진 않아.)"]

나치에 계속 협조할 수 없다는 동료와 사는 게 먼저라는 주인공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보고 있자면 관객도 어느 한 쪽을 쉽게 선택할 수 있을지, 골똘해집니다.

["간 쓸개 다 빼주는군 (여깄는 걸 감사나 해. 미련하긴!)"]

그런 와중에 주인공은 유태인 동료들 내부의 강경파와 온건파 사이에서도 중간자 위치에 서게 되면서 극 전개는 갈수록 긴장을 더합니다.

["동상으로 발가락 넷을 잃었어 허리도 부러졌었고. 굶어죽을 고비도 여럿 넘겼지 그럼 살아남을 자격 있잖아! (동료를 찔러선 안돼.)"]

이를 통해 영화는 유태인이면서 독일군에 협조하는 경계인, 또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뇌하는 경계인, 그 내면의 갈등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면서 극단적인 상황에 처했을 때 쉽게 판단내려버리곤 하는 우리 자신에게 한번 더 질문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앵커]

네, 대단히 흥미로운 질문을 던져주는 것 같은데요.

우리가 갈등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상대방의 입장을 역지사지 해보는 건 참 필요한 일이 아닐까 싶어요.

[기자]

그렇습니다.

상대방이라고 해도 그 집단 안에 있는 구성원들은 또 굉장히 다양한 입장이 있는 것이고 예를 들어 현재 일본 정부와 일본의 양심적인 시민들의 입장이 다를 테니까요.

다음 보실 영화는 이렇게 역지사지라는 의미에서 관심 갖고 볼 만한 흥미로운 작품인데요.

계속해서 화면 보시겠습니다.

군인이 화가 많이 났는데요.

배경은 2차대전이 종료된 직후입니다.

주인공은 나치에 의해 가족을 잃은 덴마크 군인입니다.

전후 덴마크 군은 독일군이 덴마크 해변에 매설한 지뢰를 제거하기 위해 독일군 포로들을 동원합니다.

역시 실제 있었던 일입니다.

수백만 개의 지뢰를 해체하는 작업에 약 2천명의 독일 포로들이 동원됐는데 대부분 소년병들이었습니다.

이들 가운데 절반이 지뢰 해체 작업 중에 죽거나 심각한 부상을 입었습니다.

["더러운 돼지 같은 놈들 군인 맞아?"]

소년병 포로들을 지휘하는 덴마크 상사는 독일이라면 치가 떨립니다.

소년병들의 작업환경이나 숙소는 그간 수많은 2차대전 영화에서 본 유태인 수용소를 떠올리게 하는데요.

이렇게 입장이 뒤바뀐 가운데 상사는 사실상 아무런 잘못이 없는 소년들과 한동안 함께 지내면서 조금씩 감정에 변화가 옵니다.

["처음부터 소년병이 올 거란 얘기를 해주셨어야죠. (전쟁에 나설 나이면 전후처리도 할 수 있어) 아무것도 모르는 애들입니다. (정이라도 든 건가?) 아닙니다. (독일이 한 짓을 기억해.)"]

이런 과정을 통해 영화는 독일을 원수로 여기던 주인공을 독일과 덴마크 사이 경계의 자리로 데려옵니다.

자신이 서 있는 자리가 달라지면 보이는 것도 달라지니까, 경계 지점으로 옮겨온 주인공에게 성찰의 기회를 제공해주고 관객도 여기에 동참하게 해주는 겁니다.

이런 작품을 통해 우리는 사회 분위기가 폭력적일수록, 갈등이 클수록, 극단적인 주장이 힘을 얻기 쉽다는 점, 그렇게 되면 어딘가에서는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소수의 약자가 참고 있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덧붙여서 이렇게 가해자의 입장까지 한번 생각해보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건 그만큼 현실에서 독일이 자신들의 전쟁범죄를 충분히 사죄하고 청산했기 때문이라는 점 또한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앵커]

네, 2차대전을 다룬 이런 유럽 영화들이 지금의 우리에게도 좋은 질문을 던져주는 것 같습니다.

송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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