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 vs 나달 ‘5大 관전 포인트’

입력 2019.08.31 (17:41) 수정 2019.08.31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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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테니스의 간판 정현(170위)이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선수 가운데 하나인 라파엘 나달(2위)과 US오픈 3회전에서 흥미로운 맞대결을 펼친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비유할 수 있지만 정현은 지난해 호주오픈 4강에 오른 저력이 있다. 9월의 첫날 새벽, 정현이 한국 테니스 역사에 남을 '명승부'를 또 한 번 연출할 수 있을까. 정현과 나달의 맞대결 관전 포인트를 5가지로 정리했다.

1. 넥젠(NexGen) 스타와 고트(Goat)의 대결

정현은 2017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넥젠 파이널'의 초대 챔피언이다. 23세 이하 유망주 8명을 모은 이 왕중왕전에서 예상을 깨고 깜짝 우승을 차지하면서 순식간에 차세대 스타 가운데 선두 주자로 뛰어올랐다. 2개월 뒤 열린 호주오픈에서 준결승에 오르며 그 잠재력을 충분히 입증하기도 했다.

정현의 이번 상대는 테니스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메이저 대회 통산 18차례 우승을 차지하며 로저 페더러(20회)에 이어 이 부문 역대 2위를 기록하고 있어, 역대 최고의 선수(Greatest of all times, Goat)로 꼽히는 선수다. 커리어 초창기 클레이코트에만 강한 한계를 딛고, 지금은 하드와 잔디 어느 코트에서도 우승 후보 1순위인 완성형 선수로 성장했다.

22살 넥젠 스타와 33세 살아있는 전설, 그리고 동서양 대표 주자의 맞대결이라는 측면에서 세계적인 관심을 받을 만한 매치업이다. 정현과 나달의 32강전은 2만 5천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세계 최대 테니스 전용 경기장인 아서 애시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2. 나달의 포핸드 vs 정현 백핸드



왼손잡이 나달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포핸드다. 분당 회전율이 5,000rpm에 이를 정도로 엄청난 양의 톱스핀이 담긴 포핸드는 남자 테니스에서 가장 '공포의 샷'으로 꼽힌다. 게다가 왼손잡이기 때문에 나달이 친 포핸드는 흔히 약점으로 꼽히는 백핸드로 향하기 쉽다. 이런 왼손잡이의 이점을 살려 나달은 테니스황제로 꼽히는 페더러에게 숱한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정현에게는 나달의 이 전략이 쉽게 통하지 않을 수 있다. 누구보다 탄탄하고, 공격적인 백핸드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나달은 투핸드 백핸드에 강한 노박 조코비치에게 약한 면모를 보이고 있는데, 정현과 조코비치의 백핸드는 유사점이 많다. 나달의 회전이 많이 걸린 높은 바운스의 공을 투핸드 백핸드로 눌러 칠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수 가운데 하나가 바로 정현이다.

3. 1세트 접전이 가능하다면?

정현과 나달은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에서 두 차례 맞대결을 벌였다. 2017년 4월 바르셀로나오픈 8강전과 10월 파리 마스터스 2회전이었다. 정현은 두 번 모두 패했지만, 주목할만한 점은 두 차례 모두 1세트에서는 팽팽한 접전을 벌였다는 점이다. 특히 나달이 가장 좋아하는 클레이코트에서 열린 바르셀로나 오픈에서는 1세트 타이 브레이크까지 가는 진땀 승부를 펼쳤다.

정현은 지난 2017년 바르셀로나오픈에서 나달과 대등한 승부를 펼쳐 화제를 모았다.정현은 지난 2017년 바르셀로나오픈에서 나달과 대등한 승부를 펼쳐 화제를 모았다.

따라서 정현이 1세트에서 나달의 파상공세에 밀리지 않고 대등한 대결을 벌인다면 뜻밖에 재미있는 경기가 펼쳐질 수 있다. 나달과 조코비치, 페더러와 같은 이른바 '테니스 빅3'들에게 1세트를 선취하지 못한다면 승산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그만큼 정현은 경기 초반에 집중력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4. 정현의 체력이 회복됐을까

테니스는 '불공정(?)'한 스포츠이기도 하다. 두 선수가 100% 같은 조건으로 경기에 임할 수 없다. 정현이 US오픈 1, 2회전에서 모두 5세트 접전을 치르고 왔지만 나달은 아예 2회전에서 상대가 기권하는 바람에 한 경기를 덜 치르고 왔다. 체력적인 면에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현의 체력이 얼마나 회복됐을지는 알 수 없다. 정현은 본선뿐 아니라 예선에서도 3차례 경기를 치르고 왔기 때문에 사실상 이번 대회 5경기를 소화한 상태다. 게다가 허리 부상에서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격렬한 일정에 적응하기가 더욱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다른 투어와 달리 메이저 대회는 하루의 휴식 시간이 보장되는 점이 다행이다. 2회전을 치른 뒤 48시간 휴식을 취했기 때문에 23세의 젊은 정현이라면 회복이 불가능하지 않다. 지난해 호주오픈 때처럼 발바닥 물집과 같은 심각한 부상만 없다면 충분히 좋은 대결을 벌일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나달은 2회전을 치르지 않아 경기 감각 측면에서 약간의 리듬이 흐트러졌을 수 있기 때문에, 경기 초반 승부를 건다면 의외의 결과도 나올 수 있다.

정현과 나달은 세계 최대의 테니스 전용 경기장인 아서 애시 스타디움에서 대결한다.정현과 나달은 세계 최대의 테니스 전용 경기장인 아서 애시 스타디움에서 대결한다.

5. 관중들은 누굴 응원할까

나달은 페더러와 함께 남자 테니스에서 절대 사랑을 받는 최고 인기 스타다. 2만 5천 명의 관중들이 나달의 플레이 하나하나를 숨죽여 지켜보며, 그를 응원할 것이다. 하지만 정현의 스타성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정현은 넥젠 파이널 초대 챔피언과 20대 초반 선수들 가운데 가장 먼저 그랜드슬램 4강을 달성한 선수다. 2018년 호주오픈 16강전 당시 조코비치를 상대로 보여준 정현의 거칠 것 없는 모습은 세계 테니스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US오픈은 다른 대회와 달리 관중들의 응원이 시끄럽고, 정형화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특징이다. 세계 곳곳에서 온 관광객들은 특정 스타에 치중하지 않고, 당일 멋진 투혼과 경기력을 발휘한 선수를 응원한다.

정현이 나달과 매 세트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떠오르는 스타로서 잠재력을 발휘한다면 아서 애시 스타디움의 수많은 관중은 '정현'을 외칠 것이다.

US오픈 3라운드, 정현과 나달의 맞대결은 한국 시간 기준 내일(9월1일) 새벽에 아서 애시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앞 경기 시간에 따라 유동적이지만, 대략 2시 30분 ~ 3시에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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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31 17:41:29
    • 수정2019-08-31 18:5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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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테니스의 간판 정현(170위)이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선수 가운데 하나인 라파엘 나달(2위)과 US오픈 3회전에서 흥미로운 맞대결을 펼친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비유할 수 있지만 정현은 지난해 호주오픈 4강에 오른 저력이 있다. 9월의 첫날 새벽, 정현이 한국 테니스 역사에 남을 '명승부'를 또 한 번 연출할 수 있을까. 정현과 나달의 맞대결 관전 포인트를 5가지로 정리했다.

1. 넥젠(NexGen) 스타와 고트(Goat)의 대결

정현은 2017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넥젠 파이널'의 초대 챔피언이다. 23세 이하 유망주 8명을 모은 이 왕중왕전에서 예상을 깨고 깜짝 우승을 차지하면서 순식간에 차세대 스타 가운데 선두 주자로 뛰어올랐다. 2개월 뒤 열린 호주오픈에서 준결승에 오르며 그 잠재력을 충분히 입증하기도 했다.

정현의 이번 상대는 테니스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메이저 대회 통산 18차례 우승을 차지하며 로저 페더러(20회)에 이어 이 부문 역대 2위를 기록하고 있어, 역대 최고의 선수(Greatest of all times, Goat)로 꼽히는 선수다. 커리어 초창기 클레이코트에만 강한 한계를 딛고, 지금은 하드와 잔디 어느 코트에서도 우승 후보 1순위인 완성형 선수로 성장했다.

22살 넥젠 스타와 33세 살아있는 전설, 그리고 동서양 대표 주자의 맞대결이라는 측면에서 세계적인 관심을 받을 만한 매치업이다. 정현과 나달의 32강전은 2만 5천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세계 최대 테니스 전용 경기장인 아서 애시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2. 나달의 포핸드 vs 정현 백핸드



왼손잡이 나달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포핸드다. 분당 회전율이 5,000rpm에 이를 정도로 엄청난 양의 톱스핀이 담긴 포핸드는 남자 테니스에서 가장 '공포의 샷'으로 꼽힌다. 게다가 왼손잡이기 때문에 나달이 친 포핸드는 흔히 약점으로 꼽히는 백핸드로 향하기 쉽다. 이런 왼손잡이의 이점을 살려 나달은 테니스황제로 꼽히는 페더러에게 숱한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정현에게는 나달의 이 전략이 쉽게 통하지 않을 수 있다. 누구보다 탄탄하고, 공격적인 백핸드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나달은 투핸드 백핸드에 강한 노박 조코비치에게 약한 면모를 보이고 있는데, 정현과 조코비치의 백핸드는 유사점이 많다. 나달의 회전이 많이 걸린 높은 바운스의 공을 투핸드 백핸드로 눌러 칠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수 가운데 하나가 바로 정현이다.

3. 1세트 접전이 가능하다면?

정현과 나달은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에서 두 차례 맞대결을 벌였다. 2017년 4월 바르셀로나오픈 8강전과 10월 파리 마스터스 2회전이었다. 정현은 두 번 모두 패했지만, 주목할만한 점은 두 차례 모두 1세트에서는 팽팽한 접전을 벌였다는 점이다. 특히 나달이 가장 좋아하는 클레이코트에서 열린 바르셀로나 오픈에서는 1세트 타이 브레이크까지 가는 진땀 승부를 펼쳤다.

정현은 지난 2017년 바르셀로나오픈에서 나달과 대등한 승부를 펼쳐 화제를 모았다.
따라서 정현이 1세트에서 나달의 파상공세에 밀리지 않고 대등한 대결을 벌인다면 뜻밖에 재미있는 경기가 펼쳐질 수 있다. 나달과 조코비치, 페더러와 같은 이른바 '테니스 빅3'들에게 1세트를 선취하지 못한다면 승산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그만큼 정현은 경기 초반에 집중력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4. 정현의 체력이 회복됐을까

테니스는 '불공정(?)'한 스포츠이기도 하다. 두 선수가 100% 같은 조건으로 경기에 임할 수 없다. 정현이 US오픈 1, 2회전에서 모두 5세트 접전을 치르고 왔지만 나달은 아예 2회전에서 상대가 기권하는 바람에 한 경기를 덜 치르고 왔다. 체력적인 면에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현의 체력이 얼마나 회복됐을지는 알 수 없다. 정현은 본선뿐 아니라 예선에서도 3차례 경기를 치르고 왔기 때문에 사실상 이번 대회 5경기를 소화한 상태다. 게다가 허리 부상에서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격렬한 일정에 적응하기가 더욱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다른 투어와 달리 메이저 대회는 하루의 휴식 시간이 보장되는 점이 다행이다. 2회전을 치른 뒤 48시간 휴식을 취했기 때문에 23세의 젊은 정현이라면 회복이 불가능하지 않다. 지난해 호주오픈 때처럼 발바닥 물집과 같은 심각한 부상만 없다면 충분히 좋은 대결을 벌일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나달은 2회전을 치르지 않아 경기 감각 측면에서 약간의 리듬이 흐트러졌을 수 있기 때문에, 경기 초반 승부를 건다면 의외의 결과도 나올 수 있다.

정현과 나달은 세계 최대의 테니스 전용 경기장인 아서 애시 스타디움에서 대결한다.
5. 관중들은 누굴 응원할까

나달은 페더러와 함께 남자 테니스에서 절대 사랑을 받는 최고 인기 스타다. 2만 5천 명의 관중들이 나달의 플레이 하나하나를 숨죽여 지켜보며, 그를 응원할 것이다. 하지만 정현의 스타성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정현은 넥젠 파이널 초대 챔피언과 20대 초반 선수들 가운데 가장 먼저 그랜드슬램 4강을 달성한 선수다. 2018년 호주오픈 16강전 당시 조코비치를 상대로 보여준 정현의 거칠 것 없는 모습은 세계 테니스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US오픈은 다른 대회와 달리 관중들의 응원이 시끄럽고, 정형화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특징이다. 세계 곳곳에서 온 관광객들은 특정 스타에 치중하지 않고, 당일 멋진 투혼과 경기력을 발휘한 선수를 응원한다.

정현이 나달과 매 세트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떠오르는 스타로서 잠재력을 발휘한다면 아서 애시 스타디움의 수많은 관중은 '정현'을 외칠 것이다.

US오픈 3라운드, 정현과 나달의 맞대결은 한국 시간 기준 내일(9월1일) 새벽에 아서 애시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앞 경기 시간에 따라 유동적이지만, 대략 2시 30분 ~ 3시에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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