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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아프리카돼지열병 비상
[글로벌 돋보기] ‘좀비 영화’ 같은 아프리카돼지열병…“미래엔 사람 전염될 수도”
입력 2019.09.18 (07:06) 수정 2019.09.18 (07:15) 글로벌 돋보기
[글로벌 돋보기] ‘좀비 영화’ 같은 아프리카돼지열병…“미래엔 사람 전염될 수도”
몰려드는 감염자들을 막기 위해 세계 각국은 국경에 장벽을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빠른 속도로 확산하는 전염병을 차단하려 군대까지 동원됐습니다.

한때 아프리카 지역에서 풍토병을 일으키던 바이러스는 이제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유럽에 이어 아시아까지 전염병이 휩쓰는 중입니다. 아직 피해를 입지 않은 아메리카 대륙은 바이러스가 언제 넘어올지 모른다며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감염 시 치사율은 100%. 병에 걸려 죽은 시신이 냉동됐을 때 그 안에서 몇 년 동안 살아남을 정도로 바이러스의 생명력도 질깁니다.

마치 좀비 영화를 떠오르게 하는 장면이 전 세계에서 현재진행형으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양돈 산업을 초토화 시키고 있는 '돼지 흑사병', 아프리카돼지열병 얘기입니다.

덴마크-독일 국경 ‘멧돼지 차단’ 울타리 설치 작업덴마크-독일 국경 ‘멧돼지 차단’ 울타리 설치 작업

"감염 멧돼지 막아라" 울타리로 국경 막는 유럽


지난 2007년 아프리카를 경유한 배가 조지아 공화국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을 퍼뜨렸습니다. 조지아에 유입된 전염병은 수년 동안 유럽 각국으로 퍼져 나갔습니다. 이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야생 멧돼지들입니다.

병의 숙주가 되는 야생 멧돼지들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나온 아이디어가 '장벽 세우기'입니다. 각국은 앞다퉈 멧돼지가 넘을 수 없는 울타리를 국경에 만들고 있습니다.

유럽 최대의 양돈국가인 덴마크는 독일과의 국경 약 70km 거리에 울타리를 세웠습니다. 펜스의 높이는 1.5m입니다. 코로 땅을 팔 수 있는 멧돼지의 습성을 고려해 땅 밑으로도 50cm 깊이까지 울타리를 박았습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차단을 위해 장벽을 세우는 국가에는 프랑스도 있습니다. 최근 이웃 나라인 벨기에에서 발병 사례가 보고됐기 때문입니다. 프랑스의 멧돼지 차단 울타리엔 전기까지 흐릅니다.

이미 병이 창궐한 폴란드는 무려 1,200km 길이의 울타리 건설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의 경유지가 됐던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와의 국경에 2m 높이의 펜스를 세우려고 하는데 건설 비용만 5천6백만 유로가 들어갈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폴란드의 돈육업자들은 첫 발병 때부터 울타리 건설을 요구했다며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벨기에 국경에서 멧돼지 사냥하는 프랑스 사냥꾼벨기에 국경에서 멧돼지 사냥하는 프랑스 사냥꾼

속속 펼쳐지는 멧돼지 사살 작전…군대까지 동원

프랑스는 잠재 숙주가 될 수 있는 멧돼지를 사냥하기 위해 군대를 국경에 파견하기도 했습니다. 군인들은 국경 지역에서 멧돼지를 잡는 사냥꾼들에게 물자를 지원하는 임무를 맡았습니다. 사냥꾼들은 야생 멧돼지 6백 마리를 사냥했습니다.

디디에 기욤 프랑스 농무장관은 "프랑스 내에서 감염된 멧돼지 한 마리를 발견한다면 돼지고기 1kg의 문제가 아니라 생산량의 50%를 수출할 수 없게 된다"며 "양돈 산업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군대와 사냥꾼들을 보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군을 동원한 국가 중 하나입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6월 "군사분계선 남쪽 2㎞ 아래쪽으로 멧돼지가 넘어오는 게 분명해 보일 경우엔 사살할 수 있도록 유엔사와 협의해 동의를 얻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5월 북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이 확인된 뒤 감염된 개체가 남하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입니다.

독일 정부는 지난해 제한적인 시기에만 허용했던 멧돼지 사냥을 1년 내내 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습니다. 독일양돈협회가 야생 멧돼지의 70%를 없애지 않으면 독일에도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유입될 수 있다고 경고한 뒤 나온 조치였습니다.

하지만 군과 사냥꾼들을 동원한 '멧돼지 사냥'은 환경단체들의 강한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애꿎은 동물의 생명만 빼앗을 뿐 병의 확산을 막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한국 야생동물연합은 '군 멧돼지 사살 허가' 뒤 이를 비판하는 성명서를 냈습니다. 이들은 "아시아에 퍼지고 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사람에 의해 전파되고 있는 것이 명확함에도 아무런 근거도 없이 멧돼지를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전파 원인으로 몰아붙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러시아 정부 관리 "미래에는 사람에게 전염될 수도"

영화 속 좀비 바이러스가 무서운 점은 사람 사이에 전염돼 삽시간에 퍼진다는 겁니다.

세계 양돈업계에 재앙을 일으키고 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다행히 인수공통전염병이 아닙니다. 돼지 사이에서만 확산할 뿐 사람이 감염되진 않는다는 뜻입니다. 사람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돼지와 접촉하거나 고기를 먹더라도 병에 걸리진 않습니다.

하지만 미래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인류에게도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영국 가디언지는 전 세계를 휩쓴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돌연변이를 일으키면 인간에게도 감염 위험이 있을 수 있다는 러시아 관리의 말을 전했습니다.

2013년 러시아 최고 위생 검사관인 게나디 오니쉬셍코는 "돼지와 사람의 생리는 서로 매우 비슷하다. 돼지는 우리와 거의 비슷한 방식으로 병에 걸린다"며 "다음번 돌연변이 때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위험하게 바뀔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 [글로벌 돋보기] ‘좀비 영화’ 같은 아프리카돼지열병…“미래엔 사람 전염될 수도”
    • 입력 2019.09.18 (07:06)
    • 수정 2019.09.18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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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돋보기] ‘좀비 영화’ 같은 아프리카돼지열병…“미래엔 사람 전염될 수도”
몰려드는 감염자들을 막기 위해 세계 각국은 국경에 장벽을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빠른 속도로 확산하는 전염병을 차단하려 군대까지 동원됐습니다.

한때 아프리카 지역에서 풍토병을 일으키던 바이러스는 이제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유럽에 이어 아시아까지 전염병이 휩쓰는 중입니다. 아직 피해를 입지 않은 아메리카 대륙은 바이러스가 언제 넘어올지 모른다며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감염 시 치사율은 100%. 병에 걸려 죽은 시신이 냉동됐을 때 그 안에서 몇 년 동안 살아남을 정도로 바이러스의 생명력도 질깁니다.

마치 좀비 영화를 떠오르게 하는 장면이 전 세계에서 현재진행형으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양돈 산업을 초토화 시키고 있는 '돼지 흑사병', 아프리카돼지열병 얘기입니다.

덴마크-독일 국경 ‘멧돼지 차단’ 울타리 설치 작업덴마크-독일 국경 ‘멧돼지 차단’ 울타리 설치 작업

"감염 멧돼지 막아라" 울타리로 국경 막는 유럽


지난 2007년 아프리카를 경유한 배가 조지아 공화국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을 퍼뜨렸습니다. 조지아에 유입된 전염병은 수년 동안 유럽 각국으로 퍼져 나갔습니다. 이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야생 멧돼지들입니다.

병의 숙주가 되는 야생 멧돼지들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나온 아이디어가 '장벽 세우기'입니다. 각국은 앞다퉈 멧돼지가 넘을 수 없는 울타리를 국경에 만들고 있습니다.

유럽 최대의 양돈국가인 덴마크는 독일과의 국경 약 70km 거리에 울타리를 세웠습니다. 펜스의 높이는 1.5m입니다. 코로 땅을 팔 수 있는 멧돼지의 습성을 고려해 땅 밑으로도 50cm 깊이까지 울타리를 박았습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차단을 위해 장벽을 세우는 국가에는 프랑스도 있습니다. 최근 이웃 나라인 벨기에에서 발병 사례가 보고됐기 때문입니다. 프랑스의 멧돼지 차단 울타리엔 전기까지 흐릅니다.

이미 병이 창궐한 폴란드는 무려 1,200km 길이의 울타리 건설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의 경유지가 됐던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와의 국경에 2m 높이의 펜스를 세우려고 하는데 건설 비용만 5천6백만 유로가 들어갈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폴란드의 돈육업자들은 첫 발병 때부터 울타리 건설을 요구했다며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벨기에 국경에서 멧돼지 사냥하는 프랑스 사냥꾼벨기에 국경에서 멧돼지 사냥하는 프랑스 사냥꾼

속속 펼쳐지는 멧돼지 사살 작전…군대까지 동원

프랑스는 잠재 숙주가 될 수 있는 멧돼지를 사냥하기 위해 군대를 국경에 파견하기도 했습니다. 군인들은 국경 지역에서 멧돼지를 잡는 사냥꾼들에게 물자를 지원하는 임무를 맡았습니다. 사냥꾼들은 야생 멧돼지 6백 마리를 사냥했습니다.

디디에 기욤 프랑스 농무장관은 "프랑스 내에서 감염된 멧돼지 한 마리를 발견한다면 돼지고기 1kg의 문제가 아니라 생산량의 50%를 수출할 수 없게 된다"며 "양돈 산업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군대와 사냥꾼들을 보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군을 동원한 국가 중 하나입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6월 "군사분계선 남쪽 2㎞ 아래쪽으로 멧돼지가 넘어오는 게 분명해 보일 경우엔 사살할 수 있도록 유엔사와 협의해 동의를 얻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5월 북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이 확인된 뒤 감염된 개체가 남하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입니다.

독일 정부는 지난해 제한적인 시기에만 허용했던 멧돼지 사냥을 1년 내내 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습니다. 독일양돈협회가 야생 멧돼지의 70%를 없애지 않으면 독일에도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유입될 수 있다고 경고한 뒤 나온 조치였습니다.

하지만 군과 사냥꾼들을 동원한 '멧돼지 사냥'은 환경단체들의 강한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애꿎은 동물의 생명만 빼앗을 뿐 병의 확산을 막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한국 야생동물연합은 '군 멧돼지 사살 허가' 뒤 이를 비판하는 성명서를 냈습니다. 이들은 "아시아에 퍼지고 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사람에 의해 전파되고 있는 것이 명확함에도 아무런 근거도 없이 멧돼지를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전파 원인으로 몰아붙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러시아 정부 관리 "미래에는 사람에게 전염될 수도"

영화 속 좀비 바이러스가 무서운 점은 사람 사이에 전염돼 삽시간에 퍼진다는 겁니다.

세계 양돈업계에 재앙을 일으키고 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다행히 인수공통전염병이 아닙니다. 돼지 사이에서만 확산할 뿐 사람이 감염되진 않는다는 뜻입니다. 사람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돼지와 접촉하거나 고기를 먹더라도 병에 걸리진 않습니다.

하지만 미래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인류에게도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영국 가디언지는 전 세계를 휩쓴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돌연변이를 일으키면 인간에게도 감염 위험이 있을 수 있다는 러시아 관리의 말을 전했습니다.

2013년 러시아 최고 위생 검사관인 게나디 오니쉬셍코는 "돼지와 사람의 생리는 서로 매우 비슷하다. 돼지는 우리와 거의 비슷한 방식으로 병에 걸린다"며 "다음번 돌연변이 때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위험하게 바뀔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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