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자국도 긁힌 흔적도 없다…티웨이 여객기 왜 찌그러졌을까

입력 2019.09.24 (07:02) 수정 2019.09.25 (09:2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 미확인 물체와 쾅! 티웨이 여객기 비상착륙

18일 오후 7시 40분(현지 시각),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베트남 호찌민을 향하던 티웨이항공 여객기가 갑작스럽게 호찌민 공항에 비상 착륙했습니다. 여객기가 공항에 접근하던 중 약 2천 피트(600m) 상공에서 '알 수 없는 물체'와 부딪혔기 때문입니다. 당시 충격 여파로 일부 계기판에서 이상이 발생하는 등 항공기 운항에 차질이 있었지만, 다행히 큰 사고 없이 착륙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사진을 보면 항공기 왼쪽 앞부분이 구겨지듯 찌그러졌습니다. '레이돔'이라는 부분으로 이 안에는 기상레이더 등 장치들이 있습니다.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상황. 사고 당시 '버드스트라이크'(조류 충돌)라는 추정이 가장 유력하게 제기됐습니다. 조류 충돌은 항공기 운항을 위협하는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3년간 국내 조류충돌 사고는 2015년 9건에서 2018년 20건으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정말 새와 부딪힌 걸까. 비상착륙한 비행기를 보면 의구심이 생깁니다. 일단 기체 앞부분이 심각하게 찌그러졌습니다. 그런데 조류와 충돌했다면 있어야 하는 '흔적'은 없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보통 조류충돌로 저렇게 찌그러지지 않는다"며 "조류랑 부딪혀서 저렇게 찌그러질 정도면 핏자국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조류충돌은 대개 야간보다는 낮 시간대에 발생한다"며 "당시 야간비행 중이었던 상황을 고려하면 더더욱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자연스레 무인기가 떠오릅니다. 고도제한이 있긴 하지만 드론의 최대 비행고도상 기술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역시 '흔적'이 명확히 보이진 않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드론에 프로펠러가 있어 충돌하면 비행기 겉면에 긁힌 자국이 생길텐데 사진에는 그게 보이지 않는다"라고 했습니다.

거기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 따르면 충돌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지점은 밀림 부근입니다. 야간에 밀림 부근 600m 상공에 있다가 항공기와 부딪힌 물체가 더더욱 궁금해집니다.

■ 조류·무인기 아니라면 무엇? 한-베트남 합동조사

정확한 사고 경위와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한국·베트남 양국이 공동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베트남 온라인 매체 VN익스프레스에 따르면 베트남 민간항공국 보 후이 쿠엉 부국장은 티웨이 여객기의 비상 착륙을 유발한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한국 측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에서도 국토교통부 항공운항과와 티웨이항공 조사팀이 19일 현지로 날아가 조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런데 정작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전문조직인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현장에 가지 않았습니다. 사고조사위는 항공·철도사고 원인을 명확히 규명해 향후 유사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2006년 출범한 조직입니다. 항공기 사고가 나면 사고조사위가 조사관을 파견해 현장조사를 벌이고 관계자 조사 등을 통해 사고 원인을 파악합니다.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 관계자는 "(찌그러진)레이더돔은 법령(준사고 판단 범위)에서 제외돼있고 레이더 장비들도 교체가 가능하다"며 "레이더돔은 항공역학적으로 운항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준사고가 아닌 항공안전장애로 판단했다"며 "그래서 조사위가 아닌 국토부 항공운항과 안전감독관이 현장에 갔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체 앞부분만 찌그러졌을 뿐 항공기 운항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구조체 파손은 없어 항공기 사고로 발전할 수 있는 '준사고'로 보기 어렵다는 겁니다. 대신 일부 부품 손상으로 항공기 운항에 차질이 있을 수 있어 그보다 수위가 낮은 항공안전장애로 판단했다는 겁니다. 준사고가 아닌 항공안전장애는 사고조사위가 나설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국토부 조사 결과 레이더돔 파손이 항공기 사고로 이어질 만큼 심각한 영향을 준 것이라면 다시 조사위에 연락이 올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핏자국도 긁힌 흔적도 없다…티웨이 여객기 왜 찌그러졌을까
    • 입력 2019-09-24 07:02:44
    • 수정2019-09-25 09:20:31
    취재K
■ 미확인 물체와 쾅! 티웨이 여객기 비상착륙

18일 오후 7시 40분(현지 시각),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베트남 호찌민을 향하던 티웨이항공 여객기가 갑작스럽게 호찌민 공항에 비상 착륙했습니다. 여객기가 공항에 접근하던 중 약 2천 피트(600m) 상공에서 '알 수 없는 물체'와 부딪혔기 때문입니다. 당시 충격 여파로 일부 계기판에서 이상이 발생하는 등 항공기 운항에 차질이 있었지만, 다행히 큰 사고 없이 착륙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사진을 보면 항공기 왼쪽 앞부분이 구겨지듯 찌그러졌습니다. '레이돔'이라는 부분으로 이 안에는 기상레이더 등 장치들이 있습니다.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상황. 사고 당시 '버드스트라이크'(조류 충돌)라는 추정이 가장 유력하게 제기됐습니다. 조류 충돌은 항공기 운항을 위협하는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3년간 국내 조류충돌 사고는 2015년 9건에서 2018년 20건으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정말 새와 부딪힌 걸까. 비상착륙한 비행기를 보면 의구심이 생깁니다. 일단 기체 앞부분이 심각하게 찌그러졌습니다. 그런데 조류와 충돌했다면 있어야 하는 '흔적'은 없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보통 조류충돌로 저렇게 찌그러지지 않는다"며 "조류랑 부딪혀서 저렇게 찌그러질 정도면 핏자국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조류충돌은 대개 야간보다는 낮 시간대에 발생한다"며 "당시 야간비행 중이었던 상황을 고려하면 더더욱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자연스레 무인기가 떠오릅니다. 고도제한이 있긴 하지만 드론의 최대 비행고도상 기술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역시 '흔적'이 명확히 보이진 않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드론에 프로펠러가 있어 충돌하면 비행기 겉면에 긁힌 자국이 생길텐데 사진에는 그게 보이지 않는다"라고 했습니다.

거기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 따르면 충돌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지점은 밀림 부근입니다. 야간에 밀림 부근 600m 상공에 있다가 항공기와 부딪힌 물체가 더더욱 궁금해집니다.

■ 조류·무인기 아니라면 무엇? 한-베트남 합동조사

정확한 사고 경위와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한국·베트남 양국이 공동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베트남 온라인 매체 VN익스프레스에 따르면 베트남 민간항공국 보 후이 쿠엉 부국장은 티웨이 여객기의 비상 착륙을 유발한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한국 측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에서도 국토교통부 항공운항과와 티웨이항공 조사팀이 19일 현지로 날아가 조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런데 정작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전문조직인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현장에 가지 않았습니다. 사고조사위는 항공·철도사고 원인을 명확히 규명해 향후 유사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2006년 출범한 조직입니다. 항공기 사고가 나면 사고조사위가 조사관을 파견해 현장조사를 벌이고 관계자 조사 등을 통해 사고 원인을 파악합니다.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 관계자는 "(찌그러진)레이더돔은 법령(준사고 판단 범위)에서 제외돼있고 레이더 장비들도 교체가 가능하다"며 "레이더돔은 항공역학적으로 운항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준사고가 아닌 항공안전장애로 판단했다"며 "그래서 조사위가 아닌 국토부 항공운항과 안전감독관이 현장에 갔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체 앞부분만 찌그러졌을 뿐 항공기 운항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구조체 파손은 없어 항공기 사고로 발전할 수 있는 '준사고'로 보기 어렵다는 겁니다. 대신 일부 부품 손상으로 항공기 운항에 차질이 있을 수 있어 그보다 수위가 낮은 항공안전장애로 판단했다는 겁니다. 준사고가 아닌 항공안전장애는 사고조사위가 나설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국토부 조사 결과 레이더돔 파손이 항공기 사고로 이어질 만큼 심각한 영향을 준 것이라면 다시 조사위에 연락이 올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