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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대림산업 홈페이지에서 갑자기 사라진 소식은?
입력 2019.10.09 (07:02) 수정 2019.10.09 (14:18) 취재후
[취재후] 대림산업 홈페이지에서 갑자기 사라진 소식은?
대림산업 홈페이지에서 갑자기 사라진 이 소식은?

'e편한세상', '아크로타워' 등의 주택 브랜드로 친숙한 대림산업. 이 회사 홈페이지에서 갑자기 홍보자료 하나가 게시 석 달 만에 삭제됐습니다.


이 자료는 '대림산업 동반성장 최우수 등급 획득'이라는 제목으로 6월 말부터 이틀 전인 6일 오전까지 올려져 있었습니다. 올해 발표한 2018년도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았는데 전년도 '보통' 등급에서 유일하게 3단계 상승한 최우수 기업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동반성장지수는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동반성장을 하기 위해 노력한 정도를 공정거래위원회와 동반성장위원회가 등급으로 매겨 2011년부터 매년 6월 말 발표하고 있습니다.



함께 실린 사진에는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안전교육을 한 모습과 협력업체(하청업체)와 공정거래협약식을 진행한 모습이 담겨있었습니다. 이 홍보 내용과 사진은 언론에도 제공돼 40여 매체가 다뤘습니다.

그런데 대림산업은 왜 이런 '자랑스러운' 소식을 갑자기 삭제했을까요?

공정거래위원회를 대상으로 한 7일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대림산업이 최우수 등급을 받은 데 대해 날 선 지적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갑질'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동반성장한 '최우수' 기업?

공정위가 8월 중순에 발표한 내용을 보면 대림산업은 2015년 4월부터 2018년 759개의 협력업체에 2,897건에 이르는 '갑질'을 해서 7억 원 넘는 과징금이 부과됐습니다.

이 내용을 통보받은 동반성장위는 9월 초 부랴부랴 대림산업의 최우수 등급을 두 단계 내린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대림산업이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는 내용은 이미 언론에 크게 홍보됐고 지금도 기사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동반성장지수를 공표한 6월 27일 공정위와 동반위는 보도자료에서 대림산업이 홍보한 것처럼, 대림산업의 등급이 3단계 상승했다고 강조했는데 두 달 뒤 그게 아니었다고 스스로 부인한 것입니다. 두 위원회는 공표 이후에도 추가로 관련법 위반 사실이 드러나면 등급을 조정하게 돼 있다고 해명합니다.

해명을 들어보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 문제가 없었을까요?

대림산업이 갑질로 조사를 받고 있었던 사실은 조사 기관인 공정위가 어느 기관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에 따르면 동반성장지수를 공표하기 보름 전인 6월 11일 공정위는 동반위에 하도급법 위반을 한 기업명단을 통보하면서 대림산업을 넣지 않았습니다. 공정위는 이 당시 제재가 마무리되지 않아서 그랬다고 해명하는데요, 지 의원은 이때 이미 공정위가 대림산업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심사보고서까지 완료했는데도 내버려뒀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대림산업에 대한 제재는 이때가 처음도 아닙니다. 앞서 2018년 3월에도 공정위는 대림산업에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대림산업이 '하남미사 보금자리주택지구 조성공사'에서 3개 현장을 하도급업체에 맡기면서 34건의 공사에서 계약서를 제대로 발급하지 않았고 하도급업체에 부당한 특약을 설정했다는 내용입니다.

대림산업은 또 다른 '갑질' 행위로 2017년 국감에 이어 작년 국감에서도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그랬던 기업이 2018년도 갑자기 동반성장 '최우수' 기업이 됐다는 발표는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소식이었습니다.

대림산업만 문제일까?

조배숙 민주평화당 의원이 공정위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2012년도~2018년도 평가에서 '보통' 등급 이상 받은 기업들 가운데 과징금 처분을 받은 기업은 33곳이나 됩니다. 이들에게 부과된 과징금은 385억 원입니다.

올해 발표한 2018년도 평가대상 중에는 '양호' 등급을 받은 현대중공업이 기술유용을 한 행위로 4억 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받고 검찰에 고발됐고, 역시 '양호' 등급을 받은 HDC현대산업개발이 하도급대금을 늦게 주면서 관련된 이자 등을 주지 않아 6억 원 넘는 과징금을 부과받았습니다.

전년도에는 '우수' 등급으로 발표됐던 두산인프라코어가 협력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행위로 3억 원 넘는 과징금을 부과받고 검찰에 고발됐고, '양호' 등급이었던 LG전자는 하도급대금을 부당하게 깎아서 과징금이 무려 33억 원이나 부과됐습니다. 이런 사례들이 매년 다수여서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지난해에는 4년 연속 '최우수' 기업으로 선정된 KT가 같이 사업을 벌인 중소기업에 줘야 할 수수료를 부당하게 깎고 기술 자료도 받아갔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연관기사] [자막뉴스] 동반성장 최우수기업 KT…중기 수수료 깎고 기술 이전 압박 의혹

조배숙 의원은 동반성장지수에 대해 "법 위반, 과징금 부과 사례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기업에 면죄부를 주기 위한 제도로 전락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문제가 된 기업은 아예 평가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모호한 등급 용어... 잘했다는 건지 못했다는 건지

등급 용어도 모호합니다. 동반성장지수 등급은 높은 순서대로 최우수-우수-양호-보통-미흡으로 나뉩니다. 그런데 이번 평가대상 189개 기업 중 미흡은 조사에 응하지 않은 7개 기업만 해당하는 것으로 사실상 의미 없는 등급입니다.


그렇다면 등급별로 몇 개사가 분포돼있을까요? 최우수 31개, 우수 64개, 양호 68개, 보통 19개사로 각각 16%, 34%, 36%, 10%를 차지합니다(공표 당시 기준). 최우수 또는 우수 기업이 무려 절반을 차지하는 것도 이상해 보이지만, 최하위권도 '보통' 등급에 들어가니 별로 문제없는 기업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평가 방법도 문제

평가 방법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점수 배점은 공정위가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에 50점을 주고 동반위가 '중소기업 체감도 조사'에 50점을 줍니다.

공정거래협약은 대기업이 작성한 자료를 받아서 공정위가 심사하는데 매년 국감에서 지적받아도 해당 상임위원에게조차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습니다. 또 중소기업 체감도 조사는 대기업이 제공하는 중소기업 명단을 동반위가 받아서 조사대상을 선정하기 때문에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최우수'·'우수' 선정되면 혜택 수두룩

전에 '갑질' 기업이라는 소리를 들었어도 해당연도에 점수를 잘 받으면 '최우수', '우수' 기업'으로 선정될 수 있다는 건데, 어떤 혜택이 있을까요?

가장 큰 혜택은 공정위의 직권조사를 일정 기간 면제받는다는 것입니다. '최우수' 기업엔 2년, '우수' 기업엔 1년 동안 직권조사를 피할 수 있습니다. 동반성장지수 평가 제도가 '갑질'을 한 대기업에게 면죄부를 주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여기서 나옵니다. 또 공공입찰 사전심사에서 가점이 주어지고 출입국 우대카드가 발급되는 등 갖가지 혜택이 주어집니다.

결국,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동반성장지수'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중소기업을 향한 대기업의 동반성장 노력을 유도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주먹구구식 평가에, 면죄부 주기식 용어 사용으로 동반성장지수가 유명무실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매년 국감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평가자인 공정위와 동반위는 문제의식이 크지 않는 듯 보입니다.

이와 관련해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어제(8일) 국정감사에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갑질 기업'은 아예 평가 대상에서 원천 제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 [취재후] 대림산업 홈페이지에서 갑자기 사라진 소식은?
    • 입력 2019.10.09 (07:02)
    • 수정 2019.10.09 (14:18)
    취재후
[취재후] 대림산업 홈페이지에서 갑자기 사라진 소식은?
대림산업 홈페이지에서 갑자기 사라진 이 소식은?

'e편한세상', '아크로타워' 등의 주택 브랜드로 친숙한 대림산업. 이 회사 홈페이지에서 갑자기 홍보자료 하나가 게시 석 달 만에 삭제됐습니다.


이 자료는 '대림산업 동반성장 최우수 등급 획득'이라는 제목으로 6월 말부터 이틀 전인 6일 오전까지 올려져 있었습니다. 올해 발표한 2018년도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았는데 전년도 '보통' 등급에서 유일하게 3단계 상승한 최우수 기업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동반성장지수는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동반성장을 하기 위해 노력한 정도를 공정거래위원회와 동반성장위원회가 등급으로 매겨 2011년부터 매년 6월 말 발표하고 있습니다.



함께 실린 사진에는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안전교육을 한 모습과 협력업체(하청업체)와 공정거래협약식을 진행한 모습이 담겨있었습니다. 이 홍보 내용과 사진은 언론에도 제공돼 40여 매체가 다뤘습니다.

그런데 대림산업은 왜 이런 '자랑스러운' 소식을 갑자기 삭제했을까요?

공정거래위원회를 대상으로 한 7일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대림산업이 최우수 등급을 받은 데 대해 날 선 지적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갑질'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동반성장한 '최우수' 기업?

공정위가 8월 중순에 발표한 내용을 보면 대림산업은 2015년 4월부터 2018년 759개의 협력업체에 2,897건에 이르는 '갑질'을 해서 7억 원 넘는 과징금이 부과됐습니다.

이 내용을 통보받은 동반성장위는 9월 초 부랴부랴 대림산업의 최우수 등급을 두 단계 내린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대림산업이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는 내용은 이미 언론에 크게 홍보됐고 지금도 기사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동반성장지수를 공표한 6월 27일 공정위와 동반위는 보도자료에서 대림산업이 홍보한 것처럼, 대림산업의 등급이 3단계 상승했다고 강조했는데 두 달 뒤 그게 아니었다고 스스로 부인한 것입니다. 두 위원회는 공표 이후에도 추가로 관련법 위반 사실이 드러나면 등급을 조정하게 돼 있다고 해명합니다.

해명을 들어보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 문제가 없었을까요?

대림산업이 갑질로 조사를 받고 있었던 사실은 조사 기관인 공정위가 어느 기관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에 따르면 동반성장지수를 공표하기 보름 전인 6월 11일 공정위는 동반위에 하도급법 위반을 한 기업명단을 통보하면서 대림산업을 넣지 않았습니다. 공정위는 이 당시 제재가 마무리되지 않아서 그랬다고 해명하는데요, 지 의원은 이때 이미 공정위가 대림산업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심사보고서까지 완료했는데도 내버려뒀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대림산업에 대한 제재는 이때가 처음도 아닙니다. 앞서 2018년 3월에도 공정위는 대림산업에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대림산업이 '하남미사 보금자리주택지구 조성공사'에서 3개 현장을 하도급업체에 맡기면서 34건의 공사에서 계약서를 제대로 발급하지 않았고 하도급업체에 부당한 특약을 설정했다는 내용입니다.

대림산업은 또 다른 '갑질' 행위로 2017년 국감에 이어 작년 국감에서도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그랬던 기업이 2018년도 갑자기 동반성장 '최우수' 기업이 됐다는 발표는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소식이었습니다.

대림산업만 문제일까?

조배숙 민주평화당 의원이 공정위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2012년도~2018년도 평가에서 '보통' 등급 이상 받은 기업들 가운데 과징금 처분을 받은 기업은 33곳이나 됩니다. 이들에게 부과된 과징금은 385억 원입니다.

올해 발표한 2018년도 평가대상 중에는 '양호' 등급을 받은 현대중공업이 기술유용을 한 행위로 4억 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받고 검찰에 고발됐고, 역시 '양호' 등급을 받은 HDC현대산업개발이 하도급대금을 늦게 주면서 관련된 이자 등을 주지 않아 6억 원 넘는 과징금을 부과받았습니다.

전년도에는 '우수' 등급으로 발표됐던 두산인프라코어가 협력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행위로 3억 원 넘는 과징금을 부과받고 검찰에 고발됐고, '양호' 등급이었던 LG전자는 하도급대금을 부당하게 깎아서 과징금이 무려 33억 원이나 부과됐습니다. 이런 사례들이 매년 다수여서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지난해에는 4년 연속 '최우수' 기업으로 선정된 KT가 같이 사업을 벌인 중소기업에 줘야 할 수수료를 부당하게 깎고 기술 자료도 받아갔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연관기사] [자막뉴스] 동반성장 최우수기업 KT…중기 수수료 깎고 기술 이전 압박 의혹

조배숙 의원은 동반성장지수에 대해 "법 위반, 과징금 부과 사례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기업에 면죄부를 주기 위한 제도로 전락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문제가 된 기업은 아예 평가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모호한 등급 용어... 잘했다는 건지 못했다는 건지

등급 용어도 모호합니다. 동반성장지수 등급은 높은 순서대로 최우수-우수-양호-보통-미흡으로 나뉩니다. 그런데 이번 평가대상 189개 기업 중 미흡은 조사에 응하지 않은 7개 기업만 해당하는 것으로 사실상 의미 없는 등급입니다.


그렇다면 등급별로 몇 개사가 분포돼있을까요? 최우수 31개, 우수 64개, 양호 68개, 보통 19개사로 각각 16%, 34%, 36%, 10%를 차지합니다(공표 당시 기준). 최우수 또는 우수 기업이 무려 절반을 차지하는 것도 이상해 보이지만, 최하위권도 '보통' 등급에 들어가니 별로 문제없는 기업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평가 방법도 문제

평가 방법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점수 배점은 공정위가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에 50점을 주고 동반위가 '중소기업 체감도 조사'에 50점을 줍니다.

공정거래협약은 대기업이 작성한 자료를 받아서 공정위가 심사하는데 매년 국감에서 지적받아도 해당 상임위원에게조차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습니다. 또 중소기업 체감도 조사는 대기업이 제공하는 중소기업 명단을 동반위가 받아서 조사대상을 선정하기 때문에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최우수'·'우수' 선정되면 혜택 수두룩

전에 '갑질' 기업이라는 소리를 들었어도 해당연도에 점수를 잘 받으면 '최우수', '우수' 기업'으로 선정될 수 있다는 건데, 어떤 혜택이 있을까요?

가장 큰 혜택은 공정위의 직권조사를 일정 기간 면제받는다는 것입니다. '최우수' 기업엔 2년, '우수' 기업엔 1년 동안 직권조사를 피할 수 있습니다. 동반성장지수 평가 제도가 '갑질'을 한 대기업에게 면죄부를 주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여기서 나옵니다. 또 공공입찰 사전심사에서 가점이 주어지고 출입국 우대카드가 발급되는 등 갖가지 혜택이 주어집니다.

결국,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동반성장지수'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중소기업을 향한 대기업의 동반성장 노력을 유도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주먹구구식 평가에, 면죄부 주기식 용어 사용으로 동반성장지수가 유명무실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매년 국감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평가자인 공정위와 동반위는 문제의식이 크지 않는 듯 보입니다.

이와 관련해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어제(8일) 국정감사에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갑질 기업'은 아예 평가 대상에서 원천 제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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