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분담금 협상 본격 돌입…美, 기존 틀 뒤흔드나

입력 2019.10.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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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호놀룰루에서 22일(현지시각)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시작됩니다. 하와이가 우리 시각보다 19시간 늦으니까 한국시간으로는 내일(23일) 새벽 5시(현지 10시) 전후가 됩니다.

지난달 서울에서 11차 협상의 첫 번째 회의가 열렸지만, 사실상 이번이 본격적인 첫 협상이라고 봐야 합니다. 우리측 새 협상 대표인 정은보 대사가 임명된 후 첫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지난번 타결까지 꼬박 1년…올해는?

당장 내년 1월부터 적용돼야 할 분담금 협상인데, 10월 하순에야 본격 협상을 시작하는 것이니 솔직히 많이 늦었죠. 그래서 협상이 타결되기까지 몇 차례나 회의가 열릴지, 올해 안에 타결은 될 수 있을지 궁금한 게 많습니다.

지난번 10차 협상 때를 돌아보면 대강의 흐름을 예측할 수 있을 텐데요, 우선 첫 회의는 2018년 3월에 열렸습니다. 서울과 하와이를 오가며 모두 10차례 회의가 진행됐고, 협상 타결과 서명까지 꼬박 1년이 걸렸습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 제10차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문 서명(올해 3월 8일)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 제10차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문 서명(올해 3월 8일)

지난번 최종안 美 "1조 1,500억 원·1년" vs 韓 "1조 원 미만·5년"

당시 한미 양측은 9번째 회의를 마칠 때까지도 거의 진전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한미 양국이 강경하게 맞섰다는 얘기입니다. 게다가 미국 협상단은 총액 뿐만 아니라, 유효기간도 10년에서 1년으로 바꾸자고 주장하는 등 협상을 크게 흔들며 우리 정부를 당황하게 만들었습니다. "협상의 안정성을 위해 10년 단위로 갱신하자"고 고집하더니, 갑자기 마지막 열번 째 협상 때 와서 "최상부 지침"이라며 1년 단위 갱신을 요구한 겁니다.

한 차례 협상이 중단까지 되는 각축 끝에 양측이 내놓은 최종안이 미국은 1조 1,500억 원(10억 달러)에 유효기간 1년 , 우리는 1조 원 미만에 유효기간 5년이었습니다. 그래서 결과는? 미국의 압도적 승리로 평가됩니다.

미국 승!…'1조 398억 원, 1년 갱신' 타결

당시 정부는 국민의 심리적 마지노선이라며 처음부터 끝까지 주장했던 "1조 원 미만" 기준도, "1년 단위 갱신은 비현실적"이라며 일관되게 절충을 거부했던 유효기간도 모두 지켜내지 못했습니다.

10차 한미 방위비분담금 전면 재협상 촉구 시위 (올해 2월 7일, 청와대 앞) 10차 한미 방위비분담금 전면 재협상 촉구 시위 (올해 2월 7일, 청와대 앞)

물론 미국도 애초에 내세웠던 16억 달러(약 1조 8천억 원)에서 많이 양보했고 최종 제시금액(10억 달러, 우리 돈 약 1조 1,500억 원)보다 줄어든 금액에 합의하긴 했지만, 분담금 인상과 유효기간 축소를 결국 얻어냈습니다.

문제는 올해 협상이 지난번보다 훨씬 더 힘들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대폭인상 예고…핵심은 또 '작전지원' 비용

지난해 미국은 방위비 분담금에 '작전지원'이라는 새로운 항목을 포함시키면서 대폭 인상을 요구했다가 자진 철회했습니다. 이 항목의 핵심은 '전략자산 전개비용'입니다. '전략자산'이란 쉽게 말해 적의 전쟁 수행 능력을 결정적으로 파괴할 수 있는 무기로, 특히 여기서는 한국에 상시 배치돼 있지는 않지만, 한반도 유사시 한반도 외부에서 투입되는 무기를 말합니다. 일단 투입되면 강력한 대북 억제력을 발휘하는 핵항공모함이나 전략폭격기가 대표적입니다.

전략폭격기, 한반도 유사시 괌에서 출격…“대당 1회 전개비용 약 2억 원”전략폭격기, 한반도 유사시 괌에서 출격…“대당 1회 전개비용 약 2억 원”

올해 분담금의 5배인 '50억 달러' 요구설까지 나오는 배경으로 많은 전문가가 바로 이 '전략자산'을 꼽습니다. 방위비 분담금에 포함된 다른 비용들과 비교해서 압도적으로 비싼데다, 전략자산 전개비를 포함하지 않으면 계산상 '50억 달러'라는 수치 자체가 나올 수 없다고 국방 전문가들은 설명합니다. 따라서 이번 협상도 핵심은 '전략자산 전개비용'이 될 것이 거의 확실합니다.

美, 협상 확장? 아니면 추가?

전략자산 전개비용을 방위비 항목에 포함해달라던 지난 협상 당시 미국의 요구에 대해 우리 협상단은 '일리 있지만, 한미 방위비분담금으로 처리할 성격은 아니다'라는 논리로 맞섰습니다. 한반도 유사시 결정적 도움을 받는 군사력인 만큼 훈련비용을 우리가 일정 부분 부담하는 것은 고려해볼 수 있지만,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분담하는 방위비분담 협상에서 다룰 사안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전략자산 쟁점 전략자산 쟁점

지난번에 물러섰던 미국 측이 이번에는 '방위비 분담금'의 협상 틀을 확장해서 비용을 늘리는 쪽으로 전략을 짰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립니다. 지난 협상이 끝나자마자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 주둔 비용에 대한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주장을 계속해온 데다, 며칠 전에는 미국 국무부도 보도자료를 통해 공식적으로 "한미 방위비 분담금이 공정해야 한다"며 압박하고 나선 것을 보면 그러합니다. 미국의 계산에 따르면 지금은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니까요.

아예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아닌 다른 협상 틀을 새로 만들어 전략자산 등을 우리 측이 분담하게 되는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지난 한미협상에 깊이 관여했던 한 정부 관계자는 "생각보다 이번 협상이 굉장히 빨리 진행될 수도 있다. 협상의 범위와 대상이 바뀔 수 있으니까. 대신 다른 협상이 생길 수 있는 거죠" 라고 몇 차례 확인해, 이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 '무급 휴가' 미리 통보


주한미군은 이달 초 한국인 노동조합에 '무급 휴가' 가능성을 통보했습니다. 현재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내년도부터 적용돼야 하는데 협상이 난항을 겪어 올해 안에 타결되지 않으면, 한국인 노동자 9천 명을 강제 휴직시키겠다고 일찌감치 공문을 발송한 겁니다. 월급쟁이들에게 기한 없는 '무급 휴가'는 삶을 위협하는 공포입니다. 그리고 협상에 나서는 정부에는 엄청난 압박입니다.

미국의 예상된 압박 논리에 우리 협상단이 얼마나 정교하고 단단한 논리를 준비했을지, 또 여야 가리지 않고 "이번엔 참지 않겠다"고 목소리 높였던 정치권이 얼마나 자신들의 말에 책임지는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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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위비분담금 협상 본격 돌입…美, 기존 틀 뒤흔드나
    • 입력 2019-10-22 09:00:59
    취재K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22일(현지시각)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시작됩니다. 하와이가 우리 시각보다 19시간 늦으니까 한국시간으로는 내일(23일) 새벽 5시(현지 10시) 전후가 됩니다.

지난달 서울에서 11차 협상의 첫 번째 회의가 열렸지만, 사실상 이번이 본격적인 첫 협상이라고 봐야 합니다. 우리측 새 협상 대표인 정은보 대사가 임명된 후 첫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지난번 타결까지 꼬박 1년…올해는?

당장 내년 1월부터 적용돼야 할 분담금 협상인데, 10월 하순에야 본격 협상을 시작하는 것이니 솔직히 많이 늦었죠. 그래서 협상이 타결되기까지 몇 차례나 회의가 열릴지, 올해 안에 타결은 될 수 있을지 궁금한 게 많습니다.

지난번 10차 협상 때를 돌아보면 대강의 흐름을 예측할 수 있을 텐데요, 우선 첫 회의는 2018년 3월에 열렸습니다. 서울과 하와이를 오가며 모두 10차례 회의가 진행됐고, 협상 타결과 서명까지 꼬박 1년이 걸렸습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 제10차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문 서명(올해 3월 8일)
지난번 최종안 美 "1조 1,500억 원·1년" vs 韓 "1조 원 미만·5년"

당시 한미 양측은 9번째 회의를 마칠 때까지도 거의 진전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한미 양국이 강경하게 맞섰다는 얘기입니다. 게다가 미국 협상단은 총액 뿐만 아니라, 유효기간도 10년에서 1년으로 바꾸자고 주장하는 등 협상을 크게 흔들며 우리 정부를 당황하게 만들었습니다. "협상의 안정성을 위해 10년 단위로 갱신하자"고 고집하더니, 갑자기 마지막 열번 째 협상 때 와서 "최상부 지침"이라며 1년 단위 갱신을 요구한 겁니다.

한 차례 협상이 중단까지 되는 각축 끝에 양측이 내놓은 최종안이 미국은 1조 1,500억 원(10억 달러)에 유효기간 1년 , 우리는 1조 원 미만에 유효기간 5년이었습니다. 그래서 결과는? 미국의 압도적 승리로 평가됩니다.

미국 승!…'1조 398억 원, 1년 갱신' 타결

당시 정부는 국민의 심리적 마지노선이라며 처음부터 끝까지 주장했던 "1조 원 미만" 기준도, "1년 단위 갱신은 비현실적"이라며 일관되게 절충을 거부했던 유효기간도 모두 지켜내지 못했습니다.

10차 한미 방위비분담금 전면 재협상 촉구 시위 (올해 2월 7일, 청와대 앞)
물론 미국도 애초에 내세웠던 16억 달러(약 1조 8천억 원)에서 많이 양보했고 최종 제시금액(10억 달러, 우리 돈 약 1조 1,500억 원)보다 줄어든 금액에 합의하긴 했지만, 분담금 인상과 유효기간 축소를 결국 얻어냈습니다.

문제는 올해 협상이 지난번보다 훨씬 더 힘들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대폭인상 예고…핵심은 또 '작전지원' 비용

지난해 미국은 방위비 분담금에 '작전지원'이라는 새로운 항목을 포함시키면서 대폭 인상을 요구했다가 자진 철회했습니다. 이 항목의 핵심은 '전략자산 전개비용'입니다. '전략자산'이란 쉽게 말해 적의 전쟁 수행 능력을 결정적으로 파괴할 수 있는 무기로, 특히 여기서는 한국에 상시 배치돼 있지는 않지만, 한반도 유사시 한반도 외부에서 투입되는 무기를 말합니다. 일단 투입되면 강력한 대북 억제력을 발휘하는 핵항공모함이나 전략폭격기가 대표적입니다.

전략폭격기, 한반도 유사시 괌에서 출격…“대당 1회 전개비용 약 2억 원”
올해 분담금의 5배인 '50억 달러' 요구설까지 나오는 배경으로 많은 전문가가 바로 이 '전략자산'을 꼽습니다. 방위비 분담금에 포함된 다른 비용들과 비교해서 압도적으로 비싼데다, 전략자산 전개비를 포함하지 않으면 계산상 '50억 달러'라는 수치 자체가 나올 수 없다고 국방 전문가들은 설명합니다. 따라서 이번 협상도 핵심은 '전략자산 전개비용'이 될 것이 거의 확실합니다.

美, 협상 확장? 아니면 추가?

전략자산 전개비용을 방위비 항목에 포함해달라던 지난 협상 당시 미국의 요구에 대해 우리 협상단은 '일리 있지만, 한미 방위비분담금으로 처리할 성격은 아니다'라는 논리로 맞섰습니다. 한반도 유사시 결정적 도움을 받는 군사력인 만큼 훈련비용을 우리가 일정 부분 부담하는 것은 고려해볼 수 있지만,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분담하는 방위비분담 협상에서 다룰 사안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전략자산 쟁점
지난번에 물러섰던 미국 측이 이번에는 '방위비 분담금'의 협상 틀을 확장해서 비용을 늘리는 쪽으로 전략을 짰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립니다. 지난 협상이 끝나자마자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 주둔 비용에 대한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주장을 계속해온 데다, 며칠 전에는 미국 국무부도 보도자료를 통해 공식적으로 "한미 방위비 분담금이 공정해야 한다"며 압박하고 나선 것을 보면 그러합니다. 미국의 계산에 따르면 지금은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니까요.

아예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아닌 다른 협상 틀을 새로 만들어 전략자산 등을 우리 측이 분담하게 되는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지난 한미협상에 깊이 관여했던 한 정부 관계자는 "생각보다 이번 협상이 굉장히 빨리 진행될 수도 있다. 협상의 범위와 대상이 바뀔 수 있으니까. 대신 다른 협상이 생길 수 있는 거죠" 라고 몇 차례 확인해, 이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 '무급 휴가' 미리 통보


주한미군은 이달 초 한국인 노동조합에 '무급 휴가' 가능성을 통보했습니다. 현재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내년도부터 적용돼야 하는데 협상이 난항을 겪어 올해 안에 타결되지 않으면, 한국인 노동자 9천 명을 강제 휴직시키겠다고 일찌감치 공문을 발송한 겁니다. 월급쟁이들에게 기한 없는 '무급 휴가'는 삶을 위협하는 공포입니다. 그리고 협상에 나서는 정부에는 엄청난 압박입니다.

미국의 예상된 압박 논리에 우리 협상단이 얼마나 정교하고 단단한 논리를 준비했을지, 또 여야 가리지 않고 "이번엔 참지 않겠다"고 목소리 높였던 정치권이 얼마나 자신들의 말에 책임지는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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