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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타에 유사 성행위까지”…감옥이 된 합숙소
입력 2019.10.23 (16:24) 수정 2019.10.23 (16:30) 취재K
“구타에 유사 성행위까지”…감옥이 된 합숙소
# "가장 큰 문화충격이 '관등성명'이었어요. 정말 깜짝 놀랐어요. 선배들이 제 물건을 만지면 '예 000호실 x번 아무개입니다'라고 관등성명을 엄청 크고 빠르게 외쳐야 해요. (…) 웃기죠? 일반 학교 기숙사 생활하는 친구들이 '너희는 군대냐, 감옥에 사냐'라는 말을 해요." - 체육고 육상부 여학생

# "너무 힘듭니다. 합숙은 해선 안 됩니다. 전 조만간 고등학교로 진학하지만 제 후배들은 이런 고통을 느끼지 않았으면 합니다. (…) 제가 합숙을 하면서 사건·사고가 터지는 건 당연하고 그중에 심한 일, 절도, 폭력 등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 중학교 3학년 야구부 남학생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은 지난 6월부터 10월까지 전국 16개 학교 운동부의 합숙소(중학교 3곳·고등학교 13곳)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학생선수들이 심각한 인권 침해를 당하고 있다"고 오늘(23일) 밝혔습니다. 학생들 스스로 '감옥'이나 '군대' 같다고 표현할 만큼 열악한 합숙소 환경 속에서, 상습적인 구타는 물론 성폭력까지 벌어지는 등 다양한 피해 사례가 확인됐다는 겁니다.

'인권의 사각지대'로 꼽힌 학생선수 합숙소 실태를 폭력, 규율, 시설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살펴보겠습니다.

■ 폭력: "구타는 다반사…유사 성행위까지 강요"

A중학교 축구부 폭력 사건이 발생한 숙소 모습.A중학교 축구부 폭력 사건이 발생한 숙소 모습.

A중학교 축구부에서 폭력은 그야말로 '대물림'이었습니다. 3학년 학생들은 주로 2학년 학생들을 구타했고, 2학년 학생들은 다시 1학년 학생들을 구타했습니다.

선배는 후배들을 숙소에 한 줄로 세워놓고 40분 정도 머리를 바닥에 박게 한 뒤 욕설을 하고 발로 밟는가 하면, 3초 안에 방에서 나가지 못했다는 이유로 가슴과 뺨을 때리기도 했습니다. 숙소, 샤워실, 화장실, 창고 등 장소도 가리지 않고 상습적인 구타가 이어졌습니다.

폭력 행위는 대부분 점호를 마치고 코치가 잠에 들면 시작됐습니다. 같은 방에 선·후배 10여 명 이상이 함께 생활하는 구조라, 피해자는 도망갈 곳도 없었습니다.

엄격한 위계 문화 속에서 빨래나 마사지는 언제나 후배 몫이었습니다. 매일 30분에서 1시간 정도 선배의 몸을 마사지해야 했고, 7개월에 걸쳐 매일 선배의 빨래까지 도맡기도 했습니다. 이른바 '빨래 셔틀', '마사지 셔틀'이 됐지만 신고도 쉽지 않았습니다. 보복이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A중학교 축구부 폭력 사건이 발생한 창고 내부 모습.A중학교 축구부 폭력 사건이 발생한 창고 내부 모습.

H고등학교 축구부에선 성폭력까지 벌어졌습니다. 한 3학년 학생은 1, 2학년 학생들에게 여러 차례 유사 성행위를 요구했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단둘이 있을 때는 물론 여러 사람이 있을 때도 성적 요구가 이어졌습니다.

가해 학생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신체적·언어적 폭력을 일삼았습니다. 타인의 어머니를 거론하는 성적 욕설, 이른바 '패드립'은 물론 민감한 신체 부위를 때리는 일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 규율: "여자친구 들키면 3mm 삭발…잔반까지 선배에게 보고"

B고교 축구부의 수칙. ‘1일 핸드폰’은 하루 동안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한다는 뜻이다. 학생들은 생활 전반에서 엄격한 규율을 지켜야 한다.B고교 축구부의 수칙. ‘1일 핸드폰’은 하루 동안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한다는 뜻이다. 학생들은 생활 전반에서 엄격한 규율을 지켜야 한다.

엄격하고 과도한 규율은 학생 선수들을 매일 긴장 상태로 몰아넣습니다. 인터뷰에 참여한 많은 학생이 지도자로부터 각 잡힌 정리와 정돈, 청소 검사와 점호 등 과거 군대식 규율과 수칙을 강요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휴대전화 사용제한, 두발제한, 연애금지 등에 대한 고통과 스트레스도 호소했습니다.

"양말 접는 법, 속옷 개는 법, 겉옷 개는 법이 다 정해져 있어요. 침대 정리법도 정해져 있고요. 모든 물품에 이름을 적어야 해요. 생리대에도 옷걸이 하나하나에도 이름을 다 적어야 해요. 옷걸이나 샴푸도 꼭지 방향이 정해져 있어요. 전부 오른쪽으로 향하게 해야 해요." - 체육고 육상부 여학생

"예전에 3학년 형이 여자 친구를 만나는 것을 감독, 코치님에게 들킨 적이 있는데, 그때 감독님이 3학년 형에게 3mm 삭발을 지시한 적이 있습니다." - 고등학교 2학년 축구부 남학생

"일주일 동안 매일 핸드폰을 뺏기고 운동시간 끝나고 밥 먹고 숙소로 복귀하면 밖으로는 절대 못나고 그게 규칙이 되어서 위반할 시 징계를 먹고 핸드폰을 맨날 못 쓰는 것도 인권(문제) 아닌가요. 제발 핸드폰 좀 쓰게 해주세요." - 고등학교 2학년 축구부 남학생

B고교 축구부 지도자실에서는 야구방망이 등 체벌 목적으로 사용될 개연성이 있는 도구가 비치돼 있었다.B고교 축구부 지도자실에서는 야구방망이 등 체벌 목적으로 사용될 개연성이 있는 도구가 비치돼 있었다.

규율은 학생들 사이에서도 또 한 번 반복됩니다. 선·후배 사이의 엄격한 위계질서 때문입니다. 학생들의 일상은 매일, 매시간 반복되는 '보고' 체계에 갇혀 있었습니다.

"애국가, 교가, 교훈, 학교 설립 목적, 교육 목표 이런 것을 다 외웠어야 했습니다. 선배가 "너 설립 목적 말해 봐" 그러면 "흔들림 없이 말해야" 된다고 합니다. 오리엔테이션 끝나고 후유증 남아서 신입생들이 다 같이 운 적이 있습니다. (…) '보고'라고 하는 관습이 있는데,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면 선배에게 반찬 등을 남긴 상태를 보고하고, 물 먹고 와도 되는지 보고해야 하고, 화장실 쓸 때마저 먼저 나가도 되는지 보고해야 합니다." - 체육고 육상부 여학생

■ 시설: "'사생활'이 없는 밀집형 숙소…CCTV로 실시간 감시"

학생 선수들은 비좁은 숙소에서 사생활을 보호받지 못하며 단체 생활을 하고 있다.학생 선수들은 비좁은 숙소에서 사생활을 보호받지 못하며 단체 생활을 하고 있다.

학생 선수들의 숙소는 대부분 사생활을 보장받을 수 없는 형태입니다. 인권위가 조사한 16개 합숙소 가운데 한 방에 7명 이상이 생활하고 있는 곳은 6곳에 이르고, 그중 4곳은 한 방에 10명 이상이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H고등학교 축구부의 경우 천정이 매우 낮고 비좁은 옥탑방에서 2학년 학생 10명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집 한 채에 학생선수 10여 명과 지도자 등이 화장실 겸 샤워실 1개를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다 보니, 씻고 빨래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수면 시간 부족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씻을 때 세탁기를 돌리면 물이 안 나와서 다 씻고 빨래를 돌려야 하고, 그래서 11시 넘어서 잘 때가 많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수면 시간이 부족하다. 1학년이 쓰는 3층이 물을 많이 쓰면 물이 더 안 나와서 후배들에게 세탁기 나중에 돌리라고 말하기도 한다." - H고등학교 2학년 축구부 학생

A체육고 사감실 내 CCTV 화면. 학생들의 일상은 실시간으로 지도자에게 전달된다.A체육고 사감실 내 CCTV 화면. 학생들의 일상은 실시간으로 지도자에게 전달된다.

숙소에서의 일상은 CCTV를 통해 그대로 지도자에게 전해집니다. 인권위가 조사한 16개 학교 가운데 14개는 모두 CCTV가 설치·운영되고 있었는데, 일부 체육고등학교의 경우 전 층 복도에 CCTV가 설치돼 있었고 학생들이 생활하는 방 안에까지 CCTV가 설치된 곳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안전시설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16개 학교 중 스프링클러가 없는 곳이 5곳, 비상구가 없는 곳이 5곳, 대피로가 없는 곳이 5곳이었고 세 가지 모두가 없는 곳도 2곳이 있었습니다. 학생들을 위한 학습시설이나 휴게 시설이 제대로 갖춰진 곳도 드물었습니다.

■ 인권위 "인권 침해의 온상이 된 합숙소, 개선 시급"

인권위는 이번 조사로 학생선수 합숙소가 인권 침해의 온상이 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학생선수 기숙사 전반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관련 부처 등에 권고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가이드라인에는 ▲기숙사 생활 여부에 대한 선택권 보장, ▲폭력으로부터의 보호, ▲적정 규모와 공간 확보, ▲합숙훈련 기간 제한, ▲과도한 통제의 규율과 수칙 중단, ▲지도자와 공동생활 금지 등의 내용이 담길 방침입니다.

인권위는 또 학교체육진흥법 등 관련 법령 개정과 교육 당국의 감독 강화를 요구하기로 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상시 합숙 근절'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내일(24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명동 YWCA 대강당에서는 '합숙소 앞에 멈춘 인권: 학생선수 기숙사 실태조사 결과보고 토론회'가 열립니다. 전문가들은 학생선수 합숙소의 인권 실태를 분석하고 개선 방안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 “구타에 유사 성행위까지”…감옥이 된 합숙소
    • 입력 2019.10.23 (16:24)
    • 수정 2019.10.23 (16:30)
    취재K
“구타에 유사 성행위까지”…감옥이 된 합숙소
# "가장 큰 문화충격이 '관등성명'이었어요. 정말 깜짝 놀랐어요. 선배들이 제 물건을 만지면 '예 000호실 x번 아무개입니다'라고 관등성명을 엄청 크고 빠르게 외쳐야 해요. (…) 웃기죠? 일반 학교 기숙사 생활하는 친구들이 '너희는 군대냐, 감옥에 사냐'라는 말을 해요." - 체육고 육상부 여학생

# "너무 힘듭니다. 합숙은 해선 안 됩니다. 전 조만간 고등학교로 진학하지만 제 후배들은 이런 고통을 느끼지 않았으면 합니다. (…) 제가 합숙을 하면서 사건·사고가 터지는 건 당연하고 그중에 심한 일, 절도, 폭력 등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 중학교 3학년 야구부 남학생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은 지난 6월부터 10월까지 전국 16개 학교 운동부의 합숙소(중학교 3곳·고등학교 13곳)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학생선수들이 심각한 인권 침해를 당하고 있다"고 오늘(23일) 밝혔습니다. 학생들 스스로 '감옥'이나 '군대' 같다고 표현할 만큼 열악한 합숙소 환경 속에서, 상습적인 구타는 물론 성폭력까지 벌어지는 등 다양한 피해 사례가 확인됐다는 겁니다.

'인권의 사각지대'로 꼽힌 학생선수 합숙소 실태를 폭력, 규율, 시설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살펴보겠습니다.

■ 폭력: "구타는 다반사…유사 성행위까지 강요"

A중학교 축구부 폭력 사건이 발생한 숙소 모습.A중학교 축구부 폭력 사건이 발생한 숙소 모습.

A중학교 축구부에서 폭력은 그야말로 '대물림'이었습니다. 3학년 학생들은 주로 2학년 학생들을 구타했고, 2학년 학생들은 다시 1학년 학생들을 구타했습니다.

선배는 후배들을 숙소에 한 줄로 세워놓고 40분 정도 머리를 바닥에 박게 한 뒤 욕설을 하고 발로 밟는가 하면, 3초 안에 방에서 나가지 못했다는 이유로 가슴과 뺨을 때리기도 했습니다. 숙소, 샤워실, 화장실, 창고 등 장소도 가리지 않고 상습적인 구타가 이어졌습니다.

폭력 행위는 대부분 점호를 마치고 코치가 잠에 들면 시작됐습니다. 같은 방에 선·후배 10여 명 이상이 함께 생활하는 구조라, 피해자는 도망갈 곳도 없었습니다.

엄격한 위계 문화 속에서 빨래나 마사지는 언제나 후배 몫이었습니다. 매일 30분에서 1시간 정도 선배의 몸을 마사지해야 했고, 7개월에 걸쳐 매일 선배의 빨래까지 도맡기도 했습니다. 이른바 '빨래 셔틀', '마사지 셔틀'이 됐지만 신고도 쉽지 않았습니다. 보복이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A중학교 축구부 폭력 사건이 발생한 창고 내부 모습.A중학교 축구부 폭력 사건이 발생한 창고 내부 모습.

H고등학교 축구부에선 성폭력까지 벌어졌습니다. 한 3학년 학생은 1, 2학년 학생들에게 여러 차례 유사 성행위를 요구했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단둘이 있을 때는 물론 여러 사람이 있을 때도 성적 요구가 이어졌습니다.

가해 학생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신체적·언어적 폭력을 일삼았습니다. 타인의 어머니를 거론하는 성적 욕설, 이른바 '패드립'은 물론 민감한 신체 부위를 때리는 일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 규율: "여자친구 들키면 3mm 삭발…잔반까지 선배에게 보고"

B고교 축구부의 수칙. ‘1일 핸드폰’은 하루 동안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한다는 뜻이다. 학생들은 생활 전반에서 엄격한 규율을 지켜야 한다.B고교 축구부의 수칙. ‘1일 핸드폰’은 하루 동안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한다는 뜻이다. 학생들은 생활 전반에서 엄격한 규율을 지켜야 한다.

엄격하고 과도한 규율은 학생 선수들을 매일 긴장 상태로 몰아넣습니다. 인터뷰에 참여한 많은 학생이 지도자로부터 각 잡힌 정리와 정돈, 청소 검사와 점호 등 과거 군대식 규율과 수칙을 강요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휴대전화 사용제한, 두발제한, 연애금지 등에 대한 고통과 스트레스도 호소했습니다.

"양말 접는 법, 속옷 개는 법, 겉옷 개는 법이 다 정해져 있어요. 침대 정리법도 정해져 있고요. 모든 물품에 이름을 적어야 해요. 생리대에도 옷걸이 하나하나에도 이름을 다 적어야 해요. 옷걸이나 샴푸도 꼭지 방향이 정해져 있어요. 전부 오른쪽으로 향하게 해야 해요." - 체육고 육상부 여학생

"예전에 3학년 형이 여자 친구를 만나는 것을 감독, 코치님에게 들킨 적이 있는데, 그때 감독님이 3학년 형에게 3mm 삭발을 지시한 적이 있습니다." - 고등학교 2학년 축구부 남학생

"일주일 동안 매일 핸드폰을 뺏기고 운동시간 끝나고 밥 먹고 숙소로 복귀하면 밖으로는 절대 못나고 그게 규칙이 되어서 위반할 시 징계를 먹고 핸드폰을 맨날 못 쓰는 것도 인권(문제) 아닌가요. 제발 핸드폰 좀 쓰게 해주세요." - 고등학교 2학년 축구부 남학생

B고교 축구부 지도자실에서는 야구방망이 등 체벌 목적으로 사용될 개연성이 있는 도구가 비치돼 있었다.B고교 축구부 지도자실에서는 야구방망이 등 체벌 목적으로 사용될 개연성이 있는 도구가 비치돼 있었다.

규율은 학생들 사이에서도 또 한 번 반복됩니다. 선·후배 사이의 엄격한 위계질서 때문입니다. 학생들의 일상은 매일, 매시간 반복되는 '보고' 체계에 갇혀 있었습니다.

"애국가, 교가, 교훈, 학교 설립 목적, 교육 목표 이런 것을 다 외웠어야 했습니다. 선배가 "너 설립 목적 말해 봐" 그러면 "흔들림 없이 말해야" 된다고 합니다. 오리엔테이션 끝나고 후유증 남아서 신입생들이 다 같이 운 적이 있습니다. (…) '보고'라고 하는 관습이 있는데,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면 선배에게 반찬 등을 남긴 상태를 보고하고, 물 먹고 와도 되는지 보고해야 하고, 화장실 쓸 때마저 먼저 나가도 되는지 보고해야 합니다." - 체육고 육상부 여학생

■ 시설: "'사생활'이 없는 밀집형 숙소…CCTV로 실시간 감시"

학생 선수들은 비좁은 숙소에서 사생활을 보호받지 못하며 단체 생활을 하고 있다.학생 선수들은 비좁은 숙소에서 사생활을 보호받지 못하며 단체 생활을 하고 있다.

학생 선수들의 숙소는 대부분 사생활을 보장받을 수 없는 형태입니다. 인권위가 조사한 16개 합숙소 가운데 한 방에 7명 이상이 생활하고 있는 곳은 6곳에 이르고, 그중 4곳은 한 방에 10명 이상이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H고등학교 축구부의 경우 천정이 매우 낮고 비좁은 옥탑방에서 2학년 학생 10명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집 한 채에 학생선수 10여 명과 지도자 등이 화장실 겸 샤워실 1개를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다 보니, 씻고 빨래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수면 시간 부족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씻을 때 세탁기를 돌리면 물이 안 나와서 다 씻고 빨래를 돌려야 하고, 그래서 11시 넘어서 잘 때가 많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수면 시간이 부족하다. 1학년이 쓰는 3층이 물을 많이 쓰면 물이 더 안 나와서 후배들에게 세탁기 나중에 돌리라고 말하기도 한다." - H고등학교 2학년 축구부 학생

A체육고 사감실 내 CCTV 화면. 학생들의 일상은 실시간으로 지도자에게 전달된다.A체육고 사감실 내 CCTV 화면. 학생들의 일상은 실시간으로 지도자에게 전달된다.

숙소에서의 일상은 CCTV를 통해 그대로 지도자에게 전해집니다. 인권위가 조사한 16개 학교 가운데 14개는 모두 CCTV가 설치·운영되고 있었는데, 일부 체육고등학교의 경우 전 층 복도에 CCTV가 설치돼 있었고 학생들이 생활하는 방 안에까지 CCTV가 설치된 곳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안전시설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16개 학교 중 스프링클러가 없는 곳이 5곳, 비상구가 없는 곳이 5곳, 대피로가 없는 곳이 5곳이었고 세 가지 모두가 없는 곳도 2곳이 있었습니다. 학생들을 위한 학습시설이나 휴게 시설이 제대로 갖춰진 곳도 드물었습니다.

■ 인권위 "인권 침해의 온상이 된 합숙소, 개선 시급"

인권위는 이번 조사로 학생선수 합숙소가 인권 침해의 온상이 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학생선수 기숙사 전반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관련 부처 등에 권고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가이드라인에는 ▲기숙사 생활 여부에 대한 선택권 보장, ▲폭력으로부터의 보호, ▲적정 규모와 공간 확보, ▲합숙훈련 기간 제한, ▲과도한 통제의 규율과 수칙 중단, ▲지도자와 공동생활 금지 등의 내용이 담길 방침입니다.

인권위는 또 학교체육진흥법 등 관련 법령 개정과 교육 당국의 감독 강화를 요구하기로 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상시 합숙 근절'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내일(24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명동 YWCA 대강당에서는 '합숙소 앞에 멈춘 인권: 학생선수 기숙사 실태조사 결과보고 토론회'가 열립니다. 전문가들은 학생선수 합숙소의 인권 실태를 분석하고 개선 방안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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