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리포트] 거절 또 거절…준비 안 된 ‘치매가족휴가제’ 있으나 마나

입력 2019.10.29 (21:31) 수정 2019.10.29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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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부가 '치매 국가책임제'를 선언한 지 2년이 지났습니다.

오늘(29일)도 돌봄 서비스를 강화하는 정책을 내놨는데요,

취지와는 달리 현장에선 겉돌고 있는 정책도 많습니다.

그 한 가지를 엄진아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어머니의 기억은 점점 흐려졌습니다.

노모를 돌보기 위해 고향에 내려온 지 4년.

한시라도 눈을 뗄 수 없습니다.

[정종성/치매 환자 가족 : "산 너머 길 가는 곳에서 발견했어요. 좀 불안해요. 어디 나가실까 봐."]

긴장을 풀 수 없는 하루하루, 멈출 수 없는 돌봄에 몸이 지쳐갑니다.

정부는 이런 처지의 치매 환자 가족에게 휴식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며칠간 대신 돌봐주고 그 기간만이라도 가족은 쉬게 하는 제도입니다.

최근 이 제도를 이용하려던 정 씨는 곧 단념해야 했습니다.

어머니를 며칠 모실 수 있는지 보호시설에 문의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정종성/치매 환자 가족 : "시행조차 안 하고 있더라고요. 그 자체를. 기대하다가 안 되니까 실망을 많이 했죠."]

해당 서비스를 한다고 건강보험공단에 등록한 시설들을 확인해봤습니다.

160곳 가운데 70곳은 아예 서비스를 운영하지 않았고, 62곳은 자리가 다 찼다며 거부했습니다.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은 28곳, 17%에 불과했습니다.

[단기보호기관/음성변조 : "원래 안 했습니다. 처음에 신고는 했다가, 애초에 운영을 안 했어요."]

[단기보호기관/음성변조 : "상주해야 하는 인원이 많거든요. 인건비를 저희가 충당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서…."]

가족휴가제의 다른 방식인 '종일 방문요양'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하루 12시간 이상, 최대 6일까지 방문요양 서비스를 늘려 그만큼 가족에게 휴식을 주겠다고 했지만, 무작위 확인한 50곳 가운데 49곳이 거절했습니다.

[방문요양기관/음성변조 : "(하루에) 2시간에서 3시간 정도…. 방문 요양은 24시간 가능한 곳이 없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해당 시설 입장에선 들쑥날쑥한 이용자를 위해 인력과 시설을 늘릴 수 없으니, 애초 무리한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조용형/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장 : "가시적으로 뭔가를 나타내 보이려고 하는 (정부의) 성과 위주라고 해야 하나요. 민간에 맡기기보다는 공공이 이 서비스를 감당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치매 환자의 특성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나해란/여의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나를 무서운 곳에 맡겼다든지 이렇게 오해하기가 쉽거든요. (치매 환자는) 막연한 걱정이 아니라 망상, 정신적인 질환 수준까지 불안감에 떨 수가 있는 거죠."]

'치매가족휴가제'를 위한 시설은 2년 새 5배나 늘었지만, 지난 해 이용자는 시설 당 0.4명에 그쳤습니다.

KBS 뉴스 엄진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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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리포트] 거절 또 거절…준비 안 된 ‘치매가족휴가제’ 있으나 마나
    • 입력 2019-10-29 21:33:55
    • 수정2019-10-29 22: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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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부가 '치매 국가책임제'를 선언한 지 2년이 지났습니다.

오늘(29일)도 돌봄 서비스를 강화하는 정책을 내놨는데요,

취지와는 달리 현장에선 겉돌고 있는 정책도 많습니다.

그 한 가지를 엄진아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어머니의 기억은 점점 흐려졌습니다.

노모를 돌보기 위해 고향에 내려온 지 4년.

한시라도 눈을 뗄 수 없습니다.

[정종성/치매 환자 가족 : "산 너머 길 가는 곳에서 발견했어요. 좀 불안해요. 어디 나가실까 봐."]

긴장을 풀 수 없는 하루하루, 멈출 수 없는 돌봄에 몸이 지쳐갑니다.

정부는 이런 처지의 치매 환자 가족에게 휴식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며칠간 대신 돌봐주고 그 기간만이라도 가족은 쉬게 하는 제도입니다.

최근 이 제도를 이용하려던 정 씨는 곧 단념해야 했습니다.

어머니를 며칠 모실 수 있는지 보호시설에 문의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정종성/치매 환자 가족 : "시행조차 안 하고 있더라고요. 그 자체를. 기대하다가 안 되니까 실망을 많이 했죠."]

해당 서비스를 한다고 건강보험공단에 등록한 시설들을 확인해봤습니다.

160곳 가운데 70곳은 아예 서비스를 운영하지 않았고, 62곳은 자리가 다 찼다며 거부했습니다.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은 28곳, 17%에 불과했습니다.

[단기보호기관/음성변조 : "원래 안 했습니다. 처음에 신고는 했다가, 애초에 운영을 안 했어요."]

[단기보호기관/음성변조 : "상주해야 하는 인원이 많거든요. 인건비를 저희가 충당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서…."]

가족휴가제의 다른 방식인 '종일 방문요양'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하루 12시간 이상, 최대 6일까지 방문요양 서비스를 늘려 그만큼 가족에게 휴식을 주겠다고 했지만, 무작위 확인한 50곳 가운데 49곳이 거절했습니다.

[방문요양기관/음성변조 : "(하루에) 2시간에서 3시간 정도…. 방문 요양은 24시간 가능한 곳이 없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해당 시설 입장에선 들쑥날쑥한 이용자를 위해 인력과 시설을 늘릴 수 없으니, 애초 무리한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조용형/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장 : "가시적으로 뭔가를 나타내 보이려고 하는 (정부의) 성과 위주라고 해야 하나요. 민간에 맡기기보다는 공공이 이 서비스를 감당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치매 환자의 특성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나해란/여의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나를 무서운 곳에 맡겼다든지 이렇게 오해하기가 쉽거든요. (치매 환자는) 막연한 걱정이 아니라 망상, 정신적인 질환 수준까지 불안감에 떨 수가 있는 거죠."]

'치매가족휴가제'를 위한 시설은 2년 새 5배나 늘었지만, 지난 해 이용자는 시설 당 0.4명에 그쳤습니다.

KBS 뉴스 엄진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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