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난시설 없는 요양병원…불나면 '아찔'

입력 2019.11.05 (19:10) 수정 2019.11.06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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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고령 인구가 많은 부산에는 요양병원 250여 곳이 운영 중인데요, 대부분 거동이 불편한 환자여서 불이 날 경우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위급한 상황에 빨리 환자를 옮기려면 피난 미끄럼틀 등 대피 시설이 반드시 필요한데, 예산 확보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신건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부산의 한 요양병원입니다. 소방대원들이 불이 난 상황을 가정해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안전한 곳으로 옮깁니다. 계단을 내려갈 때는 대원 4명이 모포를 활용해 환자를 이송합니다.

 이렇게 2층에 있는 환자 한 명을 1층으로 옮기는 데 걸린 시간은 3분 정도. 구조 골든타임 5분을 감안하면 많은 환자를 대피시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정상수[인터뷰]/동래소방서 구조대 팀장
 "들것과 모포를 들고서 2명 또는 4명이 협소한 비상계단을 통해 안전한 곳으로 구조한다는 것은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피난 시설이 설치된 한 요양병원을 찾아가 봤습니다. 15층 건물 외벽을 따라 들어선 나선형의 미끄럼틀이 보입니다.

 불이 나면 환자들은 이 미끄럼틀을 이용해 빠르게 밑으로 대피할 수 있습니다.

 이 피난시설을 활용하면 거동이 불편한 환자 1명을 15층에서 1층으로 옮기는 데 1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이강호/요양병원 이사장 [인터뷰]
"유치원 미끄럼틀이 쉽게 내려가는 방법이 있어서 그것을 보고 착안을 해서 (피난 미끄럼틀을 설치) 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런 피난시설은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닌 데다, 최소 수천만 원의 비용이 들어 요양병원으로선 부담입니다.

 정부와 자치단체, 병원이 설치 비용을 분담하는 방법도 있지만, 아직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불이 확산되지 않도록 요양병원 자체 소방대를 활용해 초기에 화재를 진압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변수남[인터뷰]/ 부산재난안전본부장
 "시설별로 훈련평가를 하고 우수한 기관에 대해서는 시상도 하고 상금도 주고 그렇게 해서 저희들이 현장도착 전에 얼마나 빠른 초동대응 조치를 할 수 있는지 추진해나갈 계획입니다."

 최근 10년 동안 전국의 요양병원에서 난 불로 70여 명이 숨졌습니다.

 KBS 뉴스 신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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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난시설 없는 요양병원…불나면 '아찔'
    • 입력 2019-11-06 01:37:45
    • 수정2019-11-06 10:45:25
    뉴스9(부산)
[앵커멘트]  고령 인구가 많은 부산에는 요양병원 250여 곳이 운영 중인데요, 대부분 거동이 불편한 환자여서 불이 날 경우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위급한 상황에 빨리 환자를 옮기려면 피난 미끄럼틀 등 대피 시설이 반드시 필요한데, 예산 확보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신건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부산의 한 요양병원입니다. 소방대원들이 불이 난 상황을 가정해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안전한 곳으로 옮깁니다. 계단을 내려갈 때는 대원 4명이 모포를 활용해 환자를 이송합니다.  이렇게 2층에 있는 환자 한 명을 1층으로 옮기는 데 걸린 시간은 3분 정도. 구조 골든타임 5분을 감안하면 많은 환자를 대피시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정상수[인터뷰]/동래소방서 구조대 팀장  "들것과 모포를 들고서 2명 또는 4명이 협소한 비상계단을 통해 안전한 곳으로 구조한다는 것은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피난 시설이 설치된 한 요양병원을 찾아가 봤습니다. 15층 건물 외벽을 따라 들어선 나선형의 미끄럼틀이 보입니다.  불이 나면 환자들은 이 미끄럼틀을 이용해 빠르게 밑으로 대피할 수 있습니다.  이 피난시설을 활용하면 거동이 불편한 환자 1명을 15층에서 1층으로 옮기는 데 1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이강호/요양병원 이사장 [인터뷰] "유치원 미끄럼틀이 쉽게 내려가는 방법이 있어서 그것을 보고 착안을 해서 (피난 미끄럼틀을 설치) 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런 피난시설은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닌 데다, 최소 수천만 원의 비용이 들어 요양병원으로선 부담입니다.  정부와 자치단체, 병원이 설치 비용을 분담하는 방법도 있지만, 아직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불이 확산되지 않도록 요양병원 자체 소방대를 활용해 초기에 화재를 진압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변수남[인터뷰]/ 부산재난안전본부장  "시설별로 훈련평가를 하고 우수한 기관에 대해서는 시상도 하고 상금도 주고 그렇게 해서 저희들이 현장도착 전에 얼마나 빠른 초동대응 조치를 할 수 있는지 추진해나갈 계획입니다."  최근 10년 동안 전국의 요양병원에서 난 불로 70여 명이 숨졌습니다.  KBS 뉴스 신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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