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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따라잡기] “학부모 아니에요!”…늦깎이 수험생의 수능 전날
입력 2019.11.14 (08:35) 수정 2019.11.14 (08:59) 아침뉴스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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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따라잡기] “학부모 아니에요!”…늦깎이 수험생의 수능 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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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앞서 소식을 전해드렸지만 오늘은 수학능력시험 일입니다.

지금 시각이면 이제 입실을 끝내고, 1교시를 준비하고 있을 텐데요.

수능하면 흔히 고3이나 재수생 등 십대들의 인생 첫 관문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인생 2막,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수험생들도 있습니다.

수능 하루전 이분들을 만나고 왔습니다. 지금부터 만나보시죠.

[리포트]

수능을 하루 앞둔 어제 요란하게 비가 쏟아졌는데요.

서울의 한 절입니다.

짖궂은 날씨에도 수험생을 둔 가족들의 발길이 하루종일 이어졌습니다.

[정태현/서울 성동구 : "주말마다 와서 기도하고 탑돌이하고 촛불 공양하고 이렇게 아들을 위해서 기도해왔습니다."]

[이희영/서울 서초구 : "굉장히 긴장되죠. 긴장되고 밤잠을 잘 못 잤어요. 외손자가 수능을 내일 보거든요. 최선을 다해서 시험 봤으면 좋겠다. 욕심부리지 말고…."]

수험생을 둔 가족들의 응원과 간절한 기원은 비속에서도 계속됐는데요.

같은 시간 수능 시험장으로 지정된 학교에는 수험생들의 예비 소집이 있었습니다.

학교 위치와 각자 배정 받은 교실 위치를 꼼꼼히 확인하는 수험생들.

그 틈에 수험생이라기에는 조금 나이들어 보이는 분들이 있습니다.

수험생 응원차 온 학부모들일까요?

[한영자/56세/수능 수험생 : "내일 수능을 치르기 위해서 미리 현장답사 왔습니다."]

[이한애/69세/수능 수험생 : "미리 와서 자리를 확인해야 내일 아침 늦지 않게 올 수 있어요. 그래서 왔어요."]

나이 지긋해 보이는 이 어르신들, 학부모 아니고요, 수능 수험생들입니다.

[김희숙/64세/수능 수험생 : "드디어 내가 고등학교에 다녀서 대학을 갈 수 있는 시험을 보게 되는구나."]

[박귀자/65세/수능 수험생 : "우린 만학도이기 때문에 (공부를) 정말 잘한다고 볼 수 없죠. (하지만) 열심히 했습니다."]

중고등 교육과정을 마치고 당당히 수능 수험생 자격을 얻은 만학도분들인데요.

여느 수험생과 같은 긴장 보다는 기대와 설렘이 가득합니다.

[박귀자/65세/수능 수험생 : "정말 이게 꿈꾸던 게 정말 이뤄진 것 같고 천하를 얻은 그런 기분입니다."]

[박정자/74세/수능 수험생 : "교육의 길을 안 걸어 본 길을 걸으니까 행복하고 너무 좋아요."]

이중 최고 연장자는 77세 최병순 어르신.

[최병순/77세/수능 수험생 : "6·25 끝나고 그 해에 1학년 들어갔는데 (형편이) 어려워서 다니지 못하고 동생 돌봐주라고 해서 못하고 이래저래 그렇게 됐어요."]

이렇게 저마다 사정으로 학업을 포기해야 했던 할머니들은 만학도들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일성여자중고등학교 졸업 예비생들입니다.

고3 학생 202명 가운데 137명이 올해 수능을 치릅니다.

학업을 포기해야 했던 사연은 책 한 권 꽉 채우고도 남습니다.

[김희숙/64세/수능 수험생 : "5남매 가운데 맏이인데 딸이라서 안 가르쳤다고 해야 하나요. 항상 아버지를 원망했었어요. 왜 나를 안 가르쳐서 이렇게 힘들게 하셨을까.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저한테 사과를 하더라고요. 너를 안 가르친 걸 후회한다고…."]

[박귀자/65세/수능 수험생 : "60~70년대는 정말 어려웠잖아요. 의식주 해결이 힘이 들었기 때문에 먹고살아야 하는 것 때문에 못 했고…."]

학교에 다니는 게 사치였던 시절 배우지 못한 한이 마음속에 응어리로 남았다는데요.

[박귀자/65세/수능 수험생 : "내가 정말 언젠가 기회만 나면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머리에서 지울 수 없었어요. 나 자신이 부끄럽고 힘들었기 때문에 기회만 나면 정말 나는 공부하고 싶은 생각이 항상 가슴에서 차올랐어요."]

공부에 대한 열정 만큼은 여느 10대 수험생 못지않았다고 합니다.

[김상현/일성여자중고등학교 교사 : "공부에 대한 한을 40년, 50년 가져오신 분들이기 때문에 선생님 말씀을 정말 한 글자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분들이에요. 실제로 대학에 진학하는 진학률은 약70~80% 정도가 진학을 합니다."]

처음 목표는 중고등학교 졸업이었지만 그렇게 하다보니 어느덧 대학 입학까지 꿈꾸게 됐다고 합니다.

반장을 맡고 있는 65살 양경숙 학생도 꿈이 생겼습니다.

[양경숙/65세/수능 수험생 : "있을 재(在)자 길 도(道)자 해서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그런 뜻이에요."]

한문학과에 진학해 한문 선생님이 되는 겁니다.

[양경숙/65세/수능 수험생 : "(어린) 아이들 방과 후 수업 들어가서 애들 가르치고 싶고 뭐 그런 욕심이 있어서 그래요."]

하루 앞으로 다가온 수능 한 문제라도 풀어보려 책부터 펴는데요.

["(할머니 뭐해요?) 할머니 시험공부하고 있는데 내일 할머니 시험 봐야 해서. (할머니 잘하세요.) 고마워."]

다시 시작한 공부가 수능 응시로 이어지기까지 가족이 큰 버팀목이 돼 주었다고 합니다.

[최명기/아들 : "처음에는 좀 의아했다고 해야 하나 그냥 졸업장이 목적 아니었나 이런 생각을 잠시 가졌었는데 아 그게 아니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됐고 결과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 과정은 정말 최고이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수능을 하루 앞둔 60대 수험생에게 가장 떠오르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양경숙/65세/수능 수험생 : "엄마가 이 모습을 보면 정말 좋아했을 거예요."]

[양경숙/65세/수능 수험생 : "학교에 못 가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친한 친구가 교복을 입고 오면 부끄러워서 숨고 그랬어요. 그런데 그 꿈이 지금 이루어져요."]

수시 전형으로 사회복지학과에 합격하고 진학예정인 56살 한영자씨도 수능만은 놓칠 수 없다고 합니다.

[한영자/56세/수능 수험생 :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부를 하다 보니까 내가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게 제가 조금 아쉽습니다."]

8남매 장녀로 동생들 뒷바라지를 하느라 포기했던 학업.

뒤늦게 홀로 서울에 살며 제 2의 인생, 목표를 향해 도전중입니다.

[정승기/아들 : "내일 수능 잘 보고 긴장하지 말고 공부한 대로 열심히 하고 수능 잘 봐."]

[한영자/56세/수능 수험생 : "그래 수능 잘 볼게 안녕."]

도전하는 데 나이는 상관없다는 걸 몸소 보여주고 있는 만학도 수험생들!

오늘 하루 시험 치르시느라 고생 많으실텐데요,

이 시각 시험장에 있을 만학도 수험생분들은 물론 전국의 모든 수험생들이 마지막 교시까지 최선을 다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 [뉴스 따라잡기] “학부모 아니에요!”…늦깎이 수험생의 수능 전날
    • 입력 2019.11.14 (08:35)
    • 수정 2019.11.14 (08:59)
    아침뉴스타임
[뉴스 따라잡기] “학부모 아니에요!”…늦깎이 수험생의 수능 전날
[기자]

앞서 소식을 전해드렸지만 오늘은 수학능력시험 일입니다.

지금 시각이면 이제 입실을 끝내고, 1교시를 준비하고 있을 텐데요.

수능하면 흔히 고3이나 재수생 등 십대들의 인생 첫 관문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인생 2막,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수험생들도 있습니다.

수능 하루전 이분들을 만나고 왔습니다. 지금부터 만나보시죠.

[리포트]

수능을 하루 앞둔 어제 요란하게 비가 쏟아졌는데요.

서울의 한 절입니다.

짖궂은 날씨에도 수험생을 둔 가족들의 발길이 하루종일 이어졌습니다.

[정태현/서울 성동구 : "주말마다 와서 기도하고 탑돌이하고 촛불 공양하고 이렇게 아들을 위해서 기도해왔습니다."]

[이희영/서울 서초구 : "굉장히 긴장되죠. 긴장되고 밤잠을 잘 못 잤어요. 외손자가 수능을 내일 보거든요. 최선을 다해서 시험 봤으면 좋겠다. 욕심부리지 말고…."]

수험생을 둔 가족들의 응원과 간절한 기원은 비속에서도 계속됐는데요.

같은 시간 수능 시험장으로 지정된 학교에는 수험생들의 예비 소집이 있었습니다.

학교 위치와 각자 배정 받은 교실 위치를 꼼꼼히 확인하는 수험생들.

그 틈에 수험생이라기에는 조금 나이들어 보이는 분들이 있습니다.

수험생 응원차 온 학부모들일까요?

[한영자/56세/수능 수험생 : "내일 수능을 치르기 위해서 미리 현장답사 왔습니다."]

[이한애/69세/수능 수험생 : "미리 와서 자리를 확인해야 내일 아침 늦지 않게 올 수 있어요. 그래서 왔어요."]

나이 지긋해 보이는 이 어르신들, 학부모 아니고요, 수능 수험생들입니다.

[김희숙/64세/수능 수험생 : "드디어 내가 고등학교에 다녀서 대학을 갈 수 있는 시험을 보게 되는구나."]

[박귀자/65세/수능 수험생 : "우린 만학도이기 때문에 (공부를) 정말 잘한다고 볼 수 없죠. (하지만) 열심히 했습니다."]

중고등 교육과정을 마치고 당당히 수능 수험생 자격을 얻은 만학도분들인데요.

여느 수험생과 같은 긴장 보다는 기대와 설렘이 가득합니다.

[박귀자/65세/수능 수험생 : "정말 이게 꿈꾸던 게 정말 이뤄진 것 같고 천하를 얻은 그런 기분입니다."]

[박정자/74세/수능 수험생 : "교육의 길을 안 걸어 본 길을 걸으니까 행복하고 너무 좋아요."]

이중 최고 연장자는 77세 최병순 어르신.

[최병순/77세/수능 수험생 : "6·25 끝나고 그 해에 1학년 들어갔는데 (형편이) 어려워서 다니지 못하고 동생 돌봐주라고 해서 못하고 이래저래 그렇게 됐어요."]

이렇게 저마다 사정으로 학업을 포기해야 했던 할머니들은 만학도들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일성여자중고등학교 졸업 예비생들입니다.

고3 학생 202명 가운데 137명이 올해 수능을 치릅니다.

학업을 포기해야 했던 사연은 책 한 권 꽉 채우고도 남습니다.

[김희숙/64세/수능 수험생 : "5남매 가운데 맏이인데 딸이라서 안 가르쳤다고 해야 하나요. 항상 아버지를 원망했었어요. 왜 나를 안 가르쳐서 이렇게 힘들게 하셨을까.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저한테 사과를 하더라고요. 너를 안 가르친 걸 후회한다고…."]

[박귀자/65세/수능 수험생 : "60~70년대는 정말 어려웠잖아요. 의식주 해결이 힘이 들었기 때문에 먹고살아야 하는 것 때문에 못 했고…."]

학교에 다니는 게 사치였던 시절 배우지 못한 한이 마음속에 응어리로 남았다는데요.

[박귀자/65세/수능 수험생 : "내가 정말 언젠가 기회만 나면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머리에서 지울 수 없었어요. 나 자신이 부끄럽고 힘들었기 때문에 기회만 나면 정말 나는 공부하고 싶은 생각이 항상 가슴에서 차올랐어요."]

공부에 대한 열정 만큼은 여느 10대 수험생 못지않았다고 합니다.

[김상현/일성여자중고등학교 교사 : "공부에 대한 한을 40년, 50년 가져오신 분들이기 때문에 선생님 말씀을 정말 한 글자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분들이에요. 실제로 대학에 진학하는 진학률은 약70~80% 정도가 진학을 합니다."]

처음 목표는 중고등학교 졸업이었지만 그렇게 하다보니 어느덧 대학 입학까지 꿈꾸게 됐다고 합니다.

반장을 맡고 있는 65살 양경숙 학생도 꿈이 생겼습니다.

[양경숙/65세/수능 수험생 : "있을 재(在)자 길 도(道)자 해서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그런 뜻이에요."]

한문학과에 진학해 한문 선생님이 되는 겁니다.

[양경숙/65세/수능 수험생 : "(어린) 아이들 방과 후 수업 들어가서 애들 가르치고 싶고 뭐 그런 욕심이 있어서 그래요."]

하루 앞으로 다가온 수능 한 문제라도 풀어보려 책부터 펴는데요.

["(할머니 뭐해요?) 할머니 시험공부하고 있는데 내일 할머니 시험 봐야 해서. (할머니 잘하세요.) 고마워."]

다시 시작한 공부가 수능 응시로 이어지기까지 가족이 큰 버팀목이 돼 주었다고 합니다.

[최명기/아들 : "처음에는 좀 의아했다고 해야 하나 그냥 졸업장이 목적 아니었나 이런 생각을 잠시 가졌었는데 아 그게 아니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됐고 결과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 과정은 정말 최고이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수능을 하루 앞둔 60대 수험생에게 가장 떠오르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양경숙/65세/수능 수험생 : "엄마가 이 모습을 보면 정말 좋아했을 거예요."]

[양경숙/65세/수능 수험생 : "학교에 못 가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친한 친구가 교복을 입고 오면 부끄러워서 숨고 그랬어요. 그런데 그 꿈이 지금 이루어져요."]

수시 전형으로 사회복지학과에 합격하고 진학예정인 56살 한영자씨도 수능만은 놓칠 수 없다고 합니다.

[한영자/56세/수능 수험생 :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부를 하다 보니까 내가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게 제가 조금 아쉽습니다."]

8남매 장녀로 동생들 뒷바라지를 하느라 포기했던 학업.

뒤늦게 홀로 서울에 살며 제 2의 인생, 목표를 향해 도전중입니다.

[정승기/아들 : "내일 수능 잘 보고 긴장하지 말고 공부한 대로 열심히 하고 수능 잘 봐."]

[한영자/56세/수능 수험생 : "그래 수능 잘 볼게 안녕."]

도전하는 데 나이는 상관없다는 걸 몸소 보여주고 있는 만학도 수험생들!

오늘 하루 시험 치르시느라 고생 많으실텐데요,

이 시각 시험장에 있을 만학도 수험생분들은 물론 전국의 모든 수험생들이 마지막 교시까지 최선을 다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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