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전두환 ‘경호예산’, 어떻게 통과됐나?

입력 2019.11.14 (18:39) 수정 2019.11.14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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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석 자, 사진 한 장의 등장만으로도 대다수 국민들의 입에 오르는 인물이 있습니다. 내란죄와 뇌물수수 등으로 무기징역에 추징금 2,200억 원을 선고받았던 전두환 전 대통령입니다.

1997년 대법원 선고로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박탈당한 것으로 끝나나 했더니 아니었습니다. 돈을 낼 능력이 없다며 29만 원이 든 통장을 재판부에 제출했던 전 씨는 2,200억 추징금 중 1,030억 원은 여전히 미납 상태고, 국세와 지방세를 합쳐 40억 원가량의 고액 상습체납자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2017년 회고록을 통해 5.18민주화운동 당시 신군부의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요.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11일에 열린 8차 공판까지 첫 공판을 제외하곤 출석하지 않고 있습니다.

건강이 나쁘다며 재판에는 불출석해놓고 강원도까지 가서 건강하게 골프를 즐긴 모습이 공개되면서 여러 사람의 공분을 사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골프 친 당일 경찰 경호인력 4명을 대동한 사실까지 밝혀지면서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박탈당한 전두환 씨를 국민 세금으로 경호해줘야 하느냐는 비난 여론도 커지고 있습니다.

전두환 씨에게 투입되는 '경호예산'은 20대 국회에서 어떻게 통과된 것일까요?

2017년 경찰청장 "경호중지, 빠른 시간 내에 전향적으로 검토"

손금주 의원 (좌측), 이철성 전 경찰청장 (우측)손금주 의원 (좌측), 이철성 전 경찰청장 (우측)

2017년 8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이하 예결위) 전체회의.

당시 국민의당 손금주 의원(현 무소속)이 이철성 당시 경찰청장에게 "내란죄로 20년 전에 전직 대통령 예우를 잃은 전두환·노태우 씨에 대한 경찰 경호를 중단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냐"고 물었습니다.
이 전 청장은 "대통령 경호실의 지침과 협의를 받아 빠른 시간 내에 전향적으로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이 전 청장은 이후 10월에 열린 경찰청 국정감사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답을 했는데요.

당시 국민의당 소속 이용호 의원(현 무소속)이 전두환·노태우 씨의 경호 기간을 묻자 이 청장은 "언제까지라고 명확히 정해지진 않았다"면서도 "규모는 축소하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2017년까지만 해도 전두환 씨를 근접경호하는 경찰 경호인력은 10명, 자택 근처를 지키는 의경은 84명이었습니다.

2017년 예산심사 "1원도 용납 못 해" VS "현실적으로 처리해야!"

2017년 11월 1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예산소위 심사자료. 2018년도 경비경호 활동으로 잡힌 경찰청 예산 가운데 전두환·노태우 씨 경호 예산 중 시설유지비 부분이 9% 증액돼 8,650만 원으로 편성되자, 삭감 여부를 놓고 여야 의원들의 논쟁이 벌어졌다. 자료에 명시된 경호예산 8억5,600만 원은 8,650만 원이 잘못 적힌 것.2017년 11월 1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예산소위 심사자료. 2018년도 경비경호 활동으로 잡힌 경찰청 예산 가운데 전두환·노태우 씨 경호 예산 중 시설유지비 부분이 9% 증액돼 8,650만 원으로 편성되자, 삭감 여부를 놓고 여야 의원들의 논쟁이 벌어졌다. 자료에 명시된 경호예산 8억5,600만 원은 8,650만 원이 잘못 적힌 것.

국정감사장에선 경호 규모를 줄이겠다고 했지만, 경찰청은 2018년 예산을 짜면서 전 씨와 노 씨 경비경호예산 중 시설유지비에 대해 9% 증액한 8,650만 원을 편성했습니다.

2017년 11월 10일에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이하 행안위) 예산 소위 회의록을 보면, 증액 이유에 대해 당시 경찰청 경비국장은 이렇게 설명을 합니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두 분 합쳐서 각각 경호동이 1개씩 있는데 거기에 1년에 들어가는 예산이 8,560만 원입니다. (중략) 경찰관이나 의경에 대한 보수나 이런 것은 다른 예산으로 돼 있기 때문에 따로 편성되지는 않습니다. (중략) 밥을 해 주는 분(조리사)의 월급이, 최저임금이 올라가기 때문에 올라간 내역입니다."

2017년 국회 행안위 예산심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좌측), 당시 국민의당 이용호 의원(우측)은 전두환·노태우 씨에 대한 경호 예산의 삭감을 주장했다.2017년 국회 행안위 예산심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좌측), 당시 국민의당 이용호 의원(우측)은 전두환·노태우 씨에 대한 경호 예산의 삭감을 주장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과 당시 국민의당 이용호 의원은 경찰청을 상대로 근거 규정이 뭐냐고 묻고는 삭감을 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합니다.

"명확한 법적 근거도 없이 상당 부분의 세금이 나가고 있는 것이거든요. (중략)
세금 낼 돈은 없어도 그분(전 씨, 노 씨)들 스스로 지킬 만한 정도의 경제력은 직간접적으로 가지신 분들입니다. 1원도 국비에서 나갈 수 없습니다. 저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 (국회 행안위 회의록)

"제가 보기에는 이제 줄이는 게 아니라 전부 철수해야 돼요. 지난번에도 줄인다 그러기에 대충 넘어갔는데, 이 사람들 왜 지원해 줍니까? 골프 치러 다니고…… 그분들 다 경호할 필요가 뭐가 있어요?"
- 당시 국민의당 이용호 의원 (국회 행안위 회의록)

그러나 자유한국당 박성중 의원은 다른 전직 대통령의 사례와 해외 사례를 언급하며 "전반적으로 국제적인 것도 고려해야 하고 또 균형감각도 고려했을 때 이 정도 건은 기본적인, 최저임금 부분이 큰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넘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합니다.

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절대 넘어갈 수 없다"고 하자 박 의원은 "절대 넘어갈 수 없으면 노무현, DJ도 다 그래야지요"라고 맞받아치기도 했습니다.

한국당 소속 윤재옥 예산소위 위원장은 "어쨌든 심사하면서 소위 위원님 중에 한 분이 반대한다고 처리를 못 한다는 것은, 그렇게 하면 현실적으로 예산심사를 할 수가 없다"면서 "의견을 존중하지만 결국 3당이 모여서 합의가 안 되는 부분은 서로 양보하고 타협하고 그렇게 해야 결론이 날 것 아닙니까"라며 논쟁을 마무리했습니다.

결국, 2018년도 전두환·노태우 씨 경호예산 중 시설유지비는 9% 증액 없이, 전년도 수준을 유지하는 선에서 행안위와 예결위를 통과했고 본회의에서 확정됐습니다.

소기의 성과(?)는 있었습니다. 경호인력의 인건비를 묻는 질의에 경찰청 경호과장이 "경찰관 인건비를 기준으로 해서 1인당 평균 4350만 원 연봉으로 기준을 잡으면 전두환 대통령에 한 4억 3350만 원(10명), 노태우 전 대통령에 3억 9450만 원(9명), 약 8억 2800만 원 정도가 인건비로 투입되는 것"이라고 답한 것인데요.

이 대답을 근거로 전두환 씨 경비경호예산의 추정치가 나올 수 있었습니다.

전 씨 경호예산, 내년에도 2억 넘게 편성

현재 전두환 씨 인접 경호를 담당하는 경찰관은 5명(경정1명, 경위4명)입니다. 1명씩 돌아가며 철야로 전 씨 곁을 지키고, 4명은 출퇴근하고 있습니다. 이외에 전 씨 자택 주변은 경비전담 의경 50명이 배치돼 있습니다.

이들 인건비와 시설유지비 등을 추산하면 지난 3년 동안 전 씨 경호에 쓰인 돈은 10억 1,900만 원으로 추정됩니다.

경찰청은 경비전담 의경 50명은 올 연말 철수시킬 예정이지만, 경찰 경호인력 5명은 내년에도 유지할 계획입니다. 5명에 대한 인건비 2억 여원이 내년도 예산안에 포함돼 있는 겁니다.

2017년 열띤 논쟁을 끝으로 지난해와 올해 국회 회의록에선 전두환 씨 경호예산에 대한 언급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국회 행안위 예산소위 소속의 한 의원은 KBS와의 통화에서 "다른 쟁점들이 많아 전두환 씨 경호예산에 대해선 들여다보질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예산 편성 근거는 전직대통령법 예외조항?..."법 개정 필요"

경찰이 이미 예우를 박탈당한 전두환 씨의 경호를 담당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경찰청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이하 전직대통령법)과 경찰관 직무집행법, 경찰 내부 경호규칙, 이렇게 세 가지 근거에 따라 경호를 계속하고 있다"라고 하면서 "좋든 싫든 법 개정 등 변동사항이 없는 이상 경호를 계속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전직대통령법을 보면, 전 씨처럼 예우를 박탈당한 경우에도 '필요한 기간'에 경호 및 경비를 받을 수 있다'는 예외조항이 있습니다. 또 경찰관 직무집행법에는 경찰관 직무의 범위로 주요인사의 경호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경찰청 관계자는 "전직대통령법 예외조항에 '필요한 기간'을 정하는 주체가 불명확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쭉 해오던 경호를 중단하려면 먼저 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또 혹시나 일어날지 모르는 '불상사'에 대비하기 위해 경호를 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인데요. 일주일에 한 번꼴로 전 씨 자택 주변에서 항의집회 등이 열리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2015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 동안 전 씨 자택 주변 소란행위 등으로 검거된 건수는 단 1건, 총선 투표를 하러 가던 전 씨에게 달걀을 던진 남성을 검거한 것이 유일했습니다.


전 씨에 대한 '경호'를 중단하기 위해선 법 개정이 필요한데요. 관련 법안은 이미 발의돼 있습니다.

2016년 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경호 예외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전직대통령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지난해 무소속 손금주 의원은 주요 인사 범위에 내란죄와 헌정질서파괴 행위를 한 인사를 제외하는 내용의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하지만 두 법안 모두 행안위 법안소위에 계류돼 있을 뿐 지금까지 소위 안건으로 상정돼 논의된 적이 없습니다.

이에 대해 개정안을 발의한 손 의원은 "헌법 수호와 국민의 법 감정을 고려할 때 전 씨에 대한 경호는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2017년 예산심사 당시 경호예산 삭감을 강하게 주장했던 민주당 이재정 의원은 "관련 법률 미비의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국회에게도 책임이 있다, 행안위에 계류되어있는 관련 법률이 20대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고 보니 '미납추징금 환수 관련법', '5.18 역사왜곡처벌법' 등 전두환 씨와 관련된 법안이 여러 개가 모두 상임위에 계류 중인데요. 얼마 남지 않은 20대 국회의 밀린 숙제(?)가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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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심야심] 전두환 ‘경호예산’, 어떻게 통과됐나?
    • 입력 2019-11-14 18:39:05
    • 수정2019-11-14 19:40:51
    여심야심
이름 석 자, 사진 한 장의 등장만으로도 대다수 국민들의 입에 오르는 인물이 있습니다. 내란죄와 뇌물수수 등으로 무기징역에 추징금 2,200억 원을 선고받았던 전두환 전 대통령입니다.

1997년 대법원 선고로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박탈당한 것으로 끝나나 했더니 아니었습니다. 돈을 낼 능력이 없다며 29만 원이 든 통장을 재판부에 제출했던 전 씨는 2,200억 추징금 중 1,030억 원은 여전히 미납 상태고, 국세와 지방세를 합쳐 40억 원가량의 고액 상습체납자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2017년 회고록을 통해 5.18민주화운동 당시 신군부의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요.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11일에 열린 8차 공판까지 첫 공판을 제외하곤 출석하지 않고 있습니다.

건강이 나쁘다며 재판에는 불출석해놓고 강원도까지 가서 건강하게 골프를 즐긴 모습이 공개되면서 여러 사람의 공분을 사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골프 친 당일 경찰 경호인력 4명을 대동한 사실까지 밝혀지면서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박탈당한 전두환 씨를 국민 세금으로 경호해줘야 하느냐는 비난 여론도 커지고 있습니다.

전두환 씨에게 투입되는 '경호예산'은 20대 국회에서 어떻게 통과된 것일까요?

2017년 경찰청장 "경호중지, 빠른 시간 내에 전향적으로 검토"

손금주 의원 (좌측), 이철성 전 경찰청장 (우측)
2017년 8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이하 예결위) 전체회의.

당시 국민의당 손금주 의원(현 무소속)이 이철성 당시 경찰청장에게 "내란죄로 20년 전에 전직 대통령 예우를 잃은 전두환·노태우 씨에 대한 경찰 경호를 중단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냐"고 물었습니다.
이 전 청장은 "대통령 경호실의 지침과 협의를 받아 빠른 시간 내에 전향적으로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이 전 청장은 이후 10월에 열린 경찰청 국정감사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답을 했는데요.

당시 국민의당 소속 이용호 의원(현 무소속)이 전두환·노태우 씨의 경호 기간을 묻자 이 청장은 "언제까지라고 명확히 정해지진 않았다"면서도 "규모는 축소하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2017년까지만 해도 전두환 씨를 근접경호하는 경찰 경호인력은 10명, 자택 근처를 지키는 의경은 84명이었습니다.

2017년 예산심사 "1원도 용납 못 해" VS "현실적으로 처리해야!"

2017년 11월 1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예산소위 심사자료. 2018년도 경비경호 활동으로 잡힌 경찰청 예산 가운데 전두환·노태우 씨 경호 예산 중 시설유지비 부분이 9% 증액돼 8,650만 원으로 편성되자, 삭감 여부를 놓고 여야 의원들의 논쟁이 벌어졌다. 자료에 명시된 경호예산 8억5,600만 원은 8,650만 원이 잘못 적힌 것.
국정감사장에선 경호 규모를 줄이겠다고 했지만, 경찰청은 2018년 예산을 짜면서 전 씨와 노 씨 경비경호예산 중 시설유지비에 대해 9% 증액한 8,650만 원을 편성했습니다.

2017년 11월 10일에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이하 행안위) 예산 소위 회의록을 보면, 증액 이유에 대해 당시 경찰청 경비국장은 이렇게 설명을 합니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두 분 합쳐서 각각 경호동이 1개씩 있는데 거기에 1년에 들어가는 예산이 8,560만 원입니다. (중략) 경찰관이나 의경에 대한 보수나 이런 것은 다른 예산으로 돼 있기 때문에 따로 편성되지는 않습니다. (중략) 밥을 해 주는 분(조리사)의 월급이, 최저임금이 올라가기 때문에 올라간 내역입니다."

2017년 국회 행안위 예산심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좌측), 당시 국민의당 이용호 의원(우측)은 전두환·노태우 씨에 대한 경호 예산의 삭감을 주장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과 당시 국민의당 이용호 의원은 경찰청을 상대로 근거 규정이 뭐냐고 묻고는 삭감을 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합니다.

"명확한 법적 근거도 없이 상당 부분의 세금이 나가고 있는 것이거든요. (중략)
세금 낼 돈은 없어도 그분(전 씨, 노 씨)들 스스로 지킬 만한 정도의 경제력은 직간접적으로 가지신 분들입니다. 1원도 국비에서 나갈 수 없습니다. 저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 (국회 행안위 회의록)

"제가 보기에는 이제 줄이는 게 아니라 전부 철수해야 돼요. 지난번에도 줄인다 그러기에 대충 넘어갔는데, 이 사람들 왜 지원해 줍니까? 골프 치러 다니고…… 그분들 다 경호할 필요가 뭐가 있어요?"
- 당시 국민의당 이용호 의원 (국회 행안위 회의록)

그러나 자유한국당 박성중 의원은 다른 전직 대통령의 사례와 해외 사례를 언급하며 "전반적으로 국제적인 것도 고려해야 하고 또 균형감각도 고려했을 때 이 정도 건은 기본적인, 최저임금 부분이 큰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넘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합니다.

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절대 넘어갈 수 없다"고 하자 박 의원은 "절대 넘어갈 수 없으면 노무현, DJ도 다 그래야지요"라고 맞받아치기도 했습니다.

한국당 소속 윤재옥 예산소위 위원장은 "어쨌든 심사하면서 소위 위원님 중에 한 분이 반대한다고 처리를 못 한다는 것은, 그렇게 하면 현실적으로 예산심사를 할 수가 없다"면서 "의견을 존중하지만 결국 3당이 모여서 합의가 안 되는 부분은 서로 양보하고 타협하고 그렇게 해야 결론이 날 것 아닙니까"라며 논쟁을 마무리했습니다.

결국, 2018년도 전두환·노태우 씨 경호예산 중 시설유지비는 9% 증액 없이, 전년도 수준을 유지하는 선에서 행안위와 예결위를 통과했고 본회의에서 확정됐습니다.

소기의 성과(?)는 있었습니다. 경호인력의 인건비를 묻는 질의에 경찰청 경호과장이 "경찰관 인건비를 기준으로 해서 1인당 평균 4350만 원 연봉으로 기준을 잡으면 전두환 대통령에 한 4억 3350만 원(10명), 노태우 전 대통령에 3억 9450만 원(9명), 약 8억 2800만 원 정도가 인건비로 투입되는 것"이라고 답한 것인데요.

이 대답을 근거로 전두환 씨 경비경호예산의 추정치가 나올 수 있었습니다.

전 씨 경호예산, 내년에도 2억 넘게 편성

현재 전두환 씨 인접 경호를 담당하는 경찰관은 5명(경정1명, 경위4명)입니다. 1명씩 돌아가며 철야로 전 씨 곁을 지키고, 4명은 출퇴근하고 있습니다. 이외에 전 씨 자택 주변은 경비전담 의경 50명이 배치돼 있습니다.

이들 인건비와 시설유지비 등을 추산하면 지난 3년 동안 전 씨 경호에 쓰인 돈은 10억 1,900만 원으로 추정됩니다.

경찰청은 경비전담 의경 50명은 올 연말 철수시킬 예정이지만, 경찰 경호인력 5명은 내년에도 유지할 계획입니다. 5명에 대한 인건비 2억 여원이 내년도 예산안에 포함돼 있는 겁니다.

2017년 열띤 논쟁을 끝으로 지난해와 올해 국회 회의록에선 전두환 씨 경호예산에 대한 언급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국회 행안위 예산소위 소속의 한 의원은 KBS와의 통화에서 "다른 쟁점들이 많아 전두환 씨 경호예산에 대해선 들여다보질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예산 편성 근거는 전직대통령법 예외조항?..."법 개정 필요"

경찰이 이미 예우를 박탈당한 전두환 씨의 경호를 담당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경찰청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이하 전직대통령법)과 경찰관 직무집행법, 경찰 내부 경호규칙, 이렇게 세 가지 근거에 따라 경호를 계속하고 있다"라고 하면서 "좋든 싫든 법 개정 등 변동사항이 없는 이상 경호를 계속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전직대통령법을 보면, 전 씨처럼 예우를 박탈당한 경우에도 '필요한 기간'에 경호 및 경비를 받을 수 있다'는 예외조항이 있습니다. 또 경찰관 직무집행법에는 경찰관 직무의 범위로 주요인사의 경호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경찰청 관계자는 "전직대통령법 예외조항에 '필요한 기간'을 정하는 주체가 불명확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쭉 해오던 경호를 중단하려면 먼저 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또 혹시나 일어날지 모르는 '불상사'에 대비하기 위해 경호를 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인데요. 일주일에 한 번꼴로 전 씨 자택 주변에서 항의집회 등이 열리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2015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 동안 전 씨 자택 주변 소란행위 등으로 검거된 건수는 단 1건, 총선 투표를 하러 가던 전 씨에게 달걀을 던진 남성을 검거한 것이 유일했습니다.


전 씨에 대한 '경호'를 중단하기 위해선 법 개정이 필요한데요. 관련 법안은 이미 발의돼 있습니다.

2016년 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경호 예외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전직대통령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지난해 무소속 손금주 의원은 주요 인사 범위에 내란죄와 헌정질서파괴 행위를 한 인사를 제외하는 내용의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하지만 두 법안 모두 행안위 법안소위에 계류돼 있을 뿐 지금까지 소위 안건으로 상정돼 논의된 적이 없습니다.

이에 대해 개정안을 발의한 손 의원은 "헌법 수호와 국민의 법 감정을 고려할 때 전 씨에 대한 경호는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2017년 예산심사 당시 경호예산 삭감을 강하게 주장했던 민주당 이재정 의원은 "관련 법률 미비의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국회에게도 책임이 있다, 행안위에 계류되어있는 관련 법률이 20대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고 보니 '미납추징금 환수 관련법', '5.18 역사왜곡처벌법' 등 전두환 씨와 관련된 법안이 여러 개가 모두 상임위에 계류 중인데요. 얼마 남지 않은 20대 국회의 밀린 숙제(?)가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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