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는 차별 가능?…‘차별조장법’ 발의한 국회의원들

입력 2019.11.15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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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 반대, 또 찬성, 반대... '정말 좋은 법안 찬성합니다'부터 '이 한 몸 불살라 반대합니다'까지...

밤사이 국회 입법예고시스템 홈페이지에선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어제(14일)부터 국민 의견 수렴을 위해 입법예고 기간을 거치게 된 법안 하나 때문입니다.

같은 날 입법이 예고된 다른 법안들은 대부분 한 자릿수, 많아야 두 자릿수 의견이 달린 가운데, 단 하루 만에 2천 개를 훌쩍 넘는 독보적인 의견 수를 자랑하는 이 법안.

바로 대표 발의자인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 등 여야 의원 40명이 공동발의한 '국가인권위원회법 일부개정안'인데요. 어떤 내용이길래 이토록 논란인 걸까요?

① "'성적지향' 차별 금지로 동성애 옹호돼…조항 삭제해야"

첫 번째 골자는 '성적(性的) 지향', 이 네 글자를 법안에서 지우자는 겁니다. 성적 지향이란 한 개인이 어떤 성별의 상대에게 성적, 감정적으로 끌리는지를 나타낸 것으로, 흔히 이성애자, 동성애자, 양성애자, 무성애자 등으로 표현됩니다.

현행 국가인권위법 제2조 제3호는 성적 지향을 이유로 고용·교육·재화의 이용 등에 차별을 두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발의된 개정안은 차별 금지의 대상에서 성적 지향을 삭제했습니다. 한 마디로 '동성애'에 대한 차별이 법적으로 문제없게 되는 겁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 조항 때문에 에이즈 등 수많은 폐해를 불러일으키는 동성애가 법률로 적극 보호됐고, 성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청소년을 포함해 사회 곳곳에서 동성애 옹호가 조장됐다는 주장입니다.

국민 다수가 동성애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는 데도, '건전한' 비판이나 반대를 하면 오히려 차별로 간주하는 상황이 불합리하다는 호소도 덧붙였습니다.

법안은 앞서 2010년에 인권위가 항문성교를 금지하는 군형법 폐지를 지지하는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것도, 2011년에 인권위와 한국기자협회가 동성 간 성행위와 에이즈 등 질병과의 관계를 언론에 보도하는 것을 금지한 것도 모두 이 법 때문이라고 강조합니다.

② "'성별'은 개인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고 변경도 어려운 것"

개정안은 '성별'의 법적 정의도 새롭게 세우고 있습니다. 현행 국가인권위법은 성적 지향과 마찬가지로 성별에 따른 차별도 금지하고 있는데, 정작 성별에 대한 정의는 빠져 있어 입법적 불비(不備)가 있었다는 지적입니다.

"'성별'이란 개인이 자유로이 선택할 수 없고 변경하기 어려운 생래적, 신체적 특징으로서 남성 또는 여성 중의 하나를 말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새 조항입니다. 남성의 몸으로 태어났지만, 자신을 여성이라고 생각하거나, 여성의 몸이지만 남성의 정신을 가진 성 소수자들은 인권위법 적용 대상에서 철저히 배제된 셈입니다.

수술을 통해 신체적으로 성을 완전히 바꾼다고 하더라도, 생물학적 특성이 아닌 개인의 선택에 의한 성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내용입니다.

지난 6월 1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20회 ‘서울퀴어퍼레이드.’지난 6월 1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20회 ‘서울퀴어퍼레이드.’

성 소수자 단체 "가슴이 답답해서 숨이 안 쉬어질 지경"

당장 반발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성 소수자 인권단체인 비온뒤무지개재단 한채윤 상임이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입법 제안 이유 및 주요 내용을 보면 혐오세력의 논리와 거짓 정보가 그대로 들어가 있다"며 "가슴이 답답해서 숨이 안 쉬어질 지경"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도 곧바로 논평을 내고 "차별금지법안을 발의 못 하는 20대 국회의 실상"이라며 "혐오에 합세한 의원들까지 똑똑히 기억하고 21대 국회의원 명단에서는 삭제하자"고 호소했습니다.

강민진 정의당 대변인은 "평등과 차별금지는 헌법적 기본권으로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으며, 국가인권위법은 성적지향 차별금지를 명시한, 성 소수자들에겐 현행법률 중 유일한 보루"라며 "이번 개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들의 후안무치함에 치가 떨린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성 소수자 단체에서는 성 소수자와 장애인 등을 상대로 한 혐오 행위를 막기 위한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성 소수자 단체에서는 성 소수자와 장애인 등을 상대로 한 혐오 행위를 막기 위한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번이 두 번째 법안…발의자 2배 늘고 민주당 의원도 포함

사실 이번 법안은 성별에 대한 정의를 신설했다는 것 빼고는 김태흠 자유한국당 의원이 2017년 9월 19일 대표 발의한 법안과 내용이 같습니다. 그동안 일부 보수 세력과 개신교계, 반동성애 진영을 중심으로 이런 내용의 법안은 꾸준히 논의돼왔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자유한국당 의원들만 동참했던 지난 번과 달리 이번엔 자유한국당(32명)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2명), 민주평화당(2명), 우리공화당(2명), 바른미래당(1명), 무소속(1명) 의원들까지 골고루 이름을 올렸다는 점입니다. 발의자도 17명에서 40명으로 2배 넘게 늘었습니다. 우리 사회에 혐오와 차별이 확산되고, 인권이 퇴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국가인권위법은 차별금지법안과 인권조례 등의 모범이 되기 때문에 의미가 큽니다. 법안은 앞으로 위원회 심사를 거친 뒤 국회 본회의에서 심의하게 됩니다. 국회가 이 법안을 두고 어떤 논의를 펼칠지, 우리 사회의 인권과 차별의 개념을 어떻게 다룰지 주목됩니다.

이번 개정안에 이름을 올린 의원들의 명단은 다음과 같습니다.

안상수(자유한국당) 강석호(자유한국당) 강효상(자유한국당) 김경진(무소속) 김상훈(자유한국당) 김성태(자유한국당) 김영우(자유한국당) 김진태(자유한국당) 김태흠(자유한국당) 민경욱(자유한국당) 박덕흠(자유한국당) 박맹우(자유한국당) 박명재(자유한국당) 서삼석(더불어민주당) 성일종(자유한국당) 송언석(자유한국당) 염동열(자유한국당) 윤상직(자유한국당) 윤상현(자유한국당) 윤재옥(자유한국당) 윤종필(자유한국당) 이개호(더불어민주당) 이동섭(바른미래당) 이만희(자유한국당) 이명수(자유한국당) 이종명(자유한국당) 이학재(자유한국당) 이헌승(자유한국당) 장석춘(자유한국당) 정갑윤(자유한국당) 정우택(자유한국당) 정유섭(자유한국당) 정점식(자유한국당) 조배숙(민주평화당) 조원진(우리공화당) 주광덕(자유한국당) 함진규(자유한국당) 홍문종(우리공화당) 홍문표(자유한국당) 황주홍(민주평화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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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성애는 차별 가능?…‘차별조장법’ 발의한 국회의원들
    • 입력 2019-11-15 10:53:28
    취재K
찬성, 반대, 또 찬성, 반대... '정말 좋은 법안 찬성합니다'부터 '이 한 몸 불살라 반대합니다'까지...

밤사이 국회 입법예고시스템 홈페이지에선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어제(14일)부터 국민 의견 수렴을 위해 입법예고 기간을 거치게 된 법안 하나 때문입니다.

같은 날 입법이 예고된 다른 법안들은 대부분 한 자릿수, 많아야 두 자릿수 의견이 달린 가운데, 단 하루 만에 2천 개를 훌쩍 넘는 독보적인 의견 수를 자랑하는 이 법안.

바로 대표 발의자인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 등 여야 의원 40명이 공동발의한 '국가인권위원회법 일부개정안'인데요. 어떤 내용이길래 이토록 논란인 걸까요?

① "'성적지향' 차별 금지로 동성애 옹호돼…조항 삭제해야"

첫 번째 골자는 '성적(性的) 지향', 이 네 글자를 법안에서 지우자는 겁니다. 성적 지향이란 한 개인이 어떤 성별의 상대에게 성적, 감정적으로 끌리는지를 나타낸 것으로, 흔히 이성애자, 동성애자, 양성애자, 무성애자 등으로 표현됩니다.

현행 국가인권위법 제2조 제3호는 성적 지향을 이유로 고용·교육·재화의 이용 등에 차별을 두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발의된 개정안은 차별 금지의 대상에서 성적 지향을 삭제했습니다. 한 마디로 '동성애'에 대한 차별이 법적으로 문제없게 되는 겁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 조항 때문에 에이즈 등 수많은 폐해를 불러일으키는 동성애가 법률로 적극 보호됐고, 성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청소년을 포함해 사회 곳곳에서 동성애 옹호가 조장됐다는 주장입니다.

국민 다수가 동성애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는 데도, '건전한' 비판이나 반대를 하면 오히려 차별로 간주하는 상황이 불합리하다는 호소도 덧붙였습니다.

법안은 앞서 2010년에 인권위가 항문성교를 금지하는 군형법 폐지를 지지하는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것도, 2011년에 인권위와 한국기자협회가 동성 간 성행위와 에이즈 등 질병과의 관계를 언론에 보도하는 것을 금지한 것도 모두 이 법 때문이라고 강조합니다.

② "'성별'은 개인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고 변경도 어려운 것"

개정안은 '성별'의 법적 정의도 새롭게 세우고 있습니다. 현행 국가인권위법은 성적 지향과 마찬가지로 성별에 따른 차별도 금지하고 있는데, 정작 성별에 대한 정의는 빠져 있어 입법적 불비(不備)가 있었다는 지적입니다.

"'성별'이란 개인이 자유로이 선택할 수 없고 변경하기 어려운 생래적, 신체적 특징으로서 남성 또는 여성 중의 하나를 말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새 조항입니다. 남성의 몸으로 태어났지만, 자신을 여성이라고 생각하거나, 여성의 몸이지만 남성의 정신을 가진 성 소수자들은 인권위법 적용 대상에서 철저히 배제된 셈입니다.

수술을 통해 신체적으로 성을 완전히 바꾼다고 하더라도, 생물학적 특성이 아닌 개인의 선택에 의한 성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내용입니다.

지난 6월 1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20회 ‘서울퀴어퍼레이드.’
성 소수자 단체 "가슴이 답답해서 숨이 안 쉬어질 지경"

당장 반발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성 소수자 인권단체인 비온뒤무지개재단 한채윤 상임이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입법 제안 이유 및 주요 내용을 보면 혐오세력의 논리와 거짓 정보가 그대로 들어가 있다"며 "가슴이 답답해서 숨이 안 쉬어질 지경"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도 곧바로 논평을 내고 "차별금지법안을 발의 못 하는 20대 국회의 실상"이라며 "혐오에 합세한 의원들까지 똑똑히 기억하고 21대 국회의원 명단에서는 삭제하자"고 호소했습니다.

강민진 정의당 대변인은 "평등과 차별금지는 헌법적 기본권으로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으며, 국가인권위법은 성적지향 차별금지를 명시한, 성 소수자들에겐 현행법률 중 유일한 보루"라며 "이번 개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들의 후안무치함에 치가 떨린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성 소수자 단체에서는 성 소수자와 장애인 등을 상대로 한 혐오 행위를 막기 위한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번이 두 번째 법안…발의자 2배 늘고 민주당 의원도 포함

사실 이번 법안은 성별에 대한 정의를 신설했다는 것 빼고는 김태흠 자유한국당 의원이 2017년 9월 19일 대표 발의한 법안과 내용이 같습니다. 그동안 일부 보수 세력과 개신교계, 반동성애 진영을 중심으로 이런 내용의 법안은 꾸준히 논의돼왔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자유한국당 의원들만 동참했던 지난 번과 달리 이번엔 자유한국당(32명)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2명), 민주평화당(2명), 우리공화당(2명), 바른미래당(1명), 무소속(1명) 의원들까지 골고루 이름을 올렸다는 점입니다. 발의자도 17명에서 40명으로 2배 넘게 늘었습니다. 우리 사회에 혐오와 차별이 확산되고, 인권이 퇴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국가인권위법은 차별금지법안과 인권조례 등의 모범이 되기 때문에 의미가 큽니다. 법안은 앞으로 위원회 심사를 거친 뒤 국회 본회의에서 심의하게 됩니다. 국회가 이 법안을 두고 어떤 논의를 펼칠지, 우리 사회의 인권과 차별의 개념을 어떻게 다룰지 주목됩니다.

이번 개정안에 이름을 올린 의원들의 명단은 다음과 같습니다.

안상수(자유한국당) 강석호(자유한국당) 강효상(자유한국당) 김경진(무소속) 김상훈(자유한국당) 김성태(자유한국당) 김영우(자유한국당) 김진태(자유한국당) 김태흠(자유한국당) 민경욱(자유한국당) 박덕흠(자유한국당) 박맹우(자유한국당) 박명재(자유한국당) 서삼석(더불어민주당) 성일종(자유한국당) 송언석(자유한국당) 염동열(자유한국당) 윤상직(자유한국당) 윤상현(자유한국당) 윤재옥(자유한국당) 윤종필(자유한국당) 이개호(더불어민주당) 이동섭(바른미래당) 이만희(자유한국당) 이명수(자유한국당) 이종명(자유한국당) 이학재(자유한국당) 이헌승(자유한국당) 장석춘(자유한국당) 정갑윤(자유한국당) 정우택(자유한국당) 정유섭(자유한국당) 정점식(자유한국당) 조배숙(민주평화당) 조원진(우리공화당) 주광덕(자유한국당) 함진규(자유한국당) 홍문종(우리공화당) 홍문표(자유한국당) 황주홍(민주평화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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