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출마’ 황운하, 명예퇴직할 수 있을까

입력 2019.11.18 (15:1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1년 6개월 전 저는 자유한국당 측으로부터 울산지검에 고발당한 사실이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검찰로부터 출석 요구는커녕 서면질의조차 받은 사실이 없습니다. 1년 6개월 이상 아무런 수사 진행 없이 피고발인의 위치에 놓이게 하는 것은 심각한 인권 침해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로 인해 이른바 '수사 중인'자에 해당되어 명예퇴직조차 제한될 수 있는 어이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 17일 페이스북 글)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의 명예퇴직 신청이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황 청장은 18일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그는 내년 4월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출마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지방경찰청에 따르면 황 청장은 경찰 내부망에 올린 글을 통해 "제 삶의 전부였던 경찰을 떠나기 위해 명예퇴직원을 제출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황 청장은 "1981년 경찰대학에 입학하면서 경찰은 제 운명이 됐고 어느새 38년이 흘렀다"면서 "수사구조개혁의 입법화는 이제 마지막 고비에 와 있고,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황 청장의 명예퇴직 신청과 내년 총선 출마는, 그의 페이스북 글처럼 실현 여부가 매우 불투명한 상태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공직자가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선거일 90일 전까지 사퇴해야 한다. 내년 21대 총선이 4월 15일임을 고려하면, 1월 16일 이전에는 경찰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이 점을 감안해 황 청장은 올 12월 경찰 정기인사에서 명예퇴직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런데 대통령 훈령인 ‘공무원 비위사건 처리규정’은 ‘감사원 및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비위와 관련해 조사 또는 수사 중인 경우, 의원면직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비리 혐의에 연루된 공무원이 발 빠르게 자리에서 물러나 퇴직금 제한 규정을 피해 가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정이다. 이 규정 황 청장은 명예퇴직을 신청해도 현재 검찰의 수사대상자 신분으로는 사퇴할 수도 없는 처지다.

황 청장이 '수사 대상자'된 이유

황 청장이 검찰의 수사 대상자가 된 이유는 2018년 있었던 울산지방경찰청의 당시 김기현 울산 시장에 대한 수사 때문이다.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은 울산 북구 아파트 수주와 관련해 김 전 시장의 형과 동생에 대해 비위 혐의를 포착해 수사를 벌였다. 지방선거를 석 달 정도 앞 둔 시점에서 황 청장의 지휘하에 경찰은 울산시장 비서실 등 5곳을 압수수색하며 했고, 이후 지방 선거에서 김 전 시장은 더불어민주당 송철호 현 시장에게 져 낙선했다.

지방 선거를 앞두고 떠들썩했던 이 수사는 선거가 끝나자 용두사미로 끝났다.

경찰은 그해 12월 김 전 시장의 동생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은 무혐의 처분했다. 오히려 검찰은 지난해 4월 당시 수사팀에 참여했던 성 모 수사관을 수사 기밀 누설과 강요 미수 혐의로 구속했다.

수사가 흐지부지되자 한국당은 지난해 3월 직권남용, 공직선거법·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황 청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한국당은 "황 청장이 주도한 수사는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정치적 목적의 수사였다"고 주장했다.

한국당 "제2의 김대업"

이런 상황에서 황 청장이 총선 출마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당은 반발하고 있다.

황 청장은 최근 직접 울산지검장에 게 편지를 보내 "조속하게 수사를 진행해달라"고 요청했다. 올 12월 명예퇴직을 하기 위해 하루라도 빨리 수사를 마무리해달라는 것이다.

황 청장은 "1년 6개월 이상 아무런 수사진행 없이 피고발인의 위치에 놓이게 하는 것은 심각한 인권침해"라면서 "내일이라도 당장 검찰에 출석할 테니 빨리 수사를 진행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김기현 전 시장은 18일 오전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황 청장의 출마 움직임은) 황 청장이 출세를 위해 관권을 악용한 정치공작 수사를 벌였던 추악한 거래의 진상이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울산시민 눈과 귀를 속이고 민주주의 꽃인 선거의 공정성을 철저히 유린한 황운하는 '제2의 김대업'에 비견된다"고 주장했다. 김대업 씨는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장남이 돈을 주고 병역을 면제받았다고 폭로한 인물로, 김 씨의 폭로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은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황운하 청장에 대한 구속 수사를 요구했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은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황운하 청장에 대한 구속 수사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울산지검 관계자는 “고소·고발과 관련된 사실관계를 계속 확인하고 있다”면서 “현재 수사 단계나 조사 계획에 대해서는 일체 알려줄 수 없다”고 밝혔다.

대전 출신인 황 청장은 경찰대 1기로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 팀장을 역임했고, 일선 경찰서장 형사과장 시절에도 검찰에 파견된 소속 수사관을 전원 복귀시키는 등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강하게 주장해 온 경찰 내 대표적인 인물이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총선 출마’ 황운하, 명예퇴직할 수 있을까
    • 입력 2019-11-18 15:13:18
    취재K
"1년 6개월 전 저는 자유한국당 측으로부터 울산지검에 고발당한 사실이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검찰로부터 출석 요구는커녕 서면질의조차 받은 사실이 없습니다. 1년 6개월 이상 아무런 수사 진행 없이 피고발인의 위치에 놓이게 하는 것은 심각한 인권 침해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로 인해 이른바 '수사 중인'자에 해당되어 명예퇴직조차 제한될 수 있는 어이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 17일 페이스북 글)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의 명예퇴직 신청이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황 청장은 18일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그는 내년 4월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출마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지방경찰청에 따르면 황 청장은 경찰 내부망에 올린 글을 통해 "제 삶의 전부였던 경찰을 떠나기 위해 명예퇴직원을 제출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황 청장은 "1981년 경찰대학에 입학하면서 경찰은 제 운명이 됐고 어느새 38년이 흘렀다"면서 "수사구조개혁의 입법화는 이제 마지막 고비에 와 있고,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황 청장의 명예퇴직 신청과 내년 총선 출마는, 그의 페이스북 글처럼 실현 여부가 매우 불투명한 상태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공직자가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선거일 90일 전까지 사퇴해야 한다. 내년 21대 총선이 4월 15일임을 고려하면, 1월 16일 이전에는 경찰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이 점을 감안해 황 청장은 올 12월 경찰 정기인사에서 명예퇴직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런데 대통령 훈령인 ‘공무원 비위사건 처리규정’은 ‘감사원 및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비위와 관련해 조사 또는 수사 중인 경우, 의원면직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비리 혐의에 연루된 공무원이 발 빠르게 자리에서 물러나 퇴직금 제한 규정을 피해 가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정이다. 이 규정 황 청장은 명예퇴직을 신청해도 현재 검찰의 수사대상자 신분으로는 사퇴할 수도 없는 처지다.

황 청장이 '수사 대상자'된 이유

황 청장이 검찰의 수사 대상자가 된 이유는 2018년 있었던 울산지방경찰청의 당시 김기현 울산 시장에 대한 수사 때문이다.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은 울산 북구 아파트 수주와 관련해 김 전 시장의 형과 동생에 대해 비위 혐의를 포착해 수사를 벌였다. 지방선거를 석 달 정도 앞 둔 시점에서 황 청장의 지휘하에 경찰은 울산시장 비서실 등 5곳을 압수수색하며 했고, 이후 지방 선거에서 김 전 시장은 더불어민주당 송철호 현 시장에게 져 낙선했다.

지방 선거를 앞두고 떠들썩했던 이 수사는 선거가 끝나자 용두사미로 끝났다.

경찰은 그해 12월 김 전 시장의 동생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은 무혐의 처분했다. 오히려 검찰은 지난해 4월 당시 수사팀에 참여했던 성 모 수사관을 수사 기밀 누설과 강요 미수 혐의로 구속했다.

수사가 흐지부지되자 한국당은 지난해 3월 직권남용, 공직선거법·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황 청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한국당은 "황 청장이 주도한 수사는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정치적 목적의 수사였다"고 주장했다.

한국당 "제2의 김대업"

이런 상황에서 황 청장이 총선 출마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당은 반발하고 있다.

황 청장은 최근 직접 울산지검장에 게 편지를 보내 "조속하게 수사를 진행해달라"고 요청했다. 올 12월 명예퇴직을 하기 위해 하루라도 빨리 수사를 마무리해달라는 것이다.

황 청장은 "1년 6개월 이상 아무런 수사진행 없이 피고발인의 위치에 놓이게 하는 것은 심각한 인권침해"라면서 "내일이라도 당장 검찰에 출석할 테니 빨리 수사를 진행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김기현 전 시장은 18일 오전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황 청장의 출마 움직임은) 황 청장이 출세를 위해 관권을 악용한 정치공작 수사를 벌였던 추악한 거래의 진상이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울산시민 눈과 귀를 속이고 민주주의 꽃인 선거의 공정성을 철저히 유린한 황운하는 '제2의 김대업'에 비견된다"고 주장했다. 김대업 씨는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장남이 돈을 주고 병역을 면제받았다고 폭로한 인물로, 김 씨의 폭로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은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황운하 청장에 대한 구속 수사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울산지검 관계자는 “고소·고발과 관련된 사실관계를 계속 확인하고 있다”면서 “현재 수사 단계나 조사 계획에 대해서는 일체 알려줄 수 없다”고 밝혔다.

대전 출신인 황 청장은 경찰대 1기로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 팀장을 역임했고, 일선 경찰서장 형사과장 시절에도 검찰에 파견된 소속 수사관을 전원 복귀시키는 등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강하게 주장해 온 경찰 내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